5. 전라남도 지역 민요의 분류와 분포

[오양심]

5. 전라남도 지역 민요의 분류와 분포

1. 전남지역 민요의 분류와 배열

민요를 수집, 정리, 연구하기 위해서는 민요를 적절히 분류하는 일이 필요하다. 민요를 분류하는 방법은 학문의 분야나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이겠으나, 민요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민요의 기능(機能)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의 민요는 어떤 노동(勞動)이나 의식(儀式), 또는 놀이 등과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대체로 혼란없이 민요를 분류할 수 있다.

민요의 기능을 기준으로 전남지역의 민요를 분류하면,먼저 농사짓기나 어로작업 또는 여러 가지 노동에 따른 노동요(勞動謠), 장례의식이나 세시의식과 관련된 의식요(儀式謠), 각종 놀이에 따른 놀이요, 그밖에 기능이 일정하지 않은 기타 민요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노동요는 다시 농사짓기와 관련된 농요(農謠), 어로작업과 관련된 어로요(漁撈謠), 그리고 나머지 여러 가지 일에 따른 기타 노동요로 나눌 수 있다. 노동요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농요에는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논매는 소리>, <풍장소리>, <물푸는 소리>와 같은 논농사노래와 <밭매는 소리>, <도리깨질소리>와 같은 밭농사노래가 있다. 어로요에는 <노젓는 소리>, <그물당기는 소리>, <풍장소리>와 같은 고기잡이와 관련된 노래와, <배 올리는 소리>, <줄꼬는 소리>와 같은 기타 어로관계 노동요가 있다. 기타 노동요에는 풀짐이나 나뭇짐을 지고 오가며 부르던 <등짐소리>, 각종 토목공사와 관련된 <집터다지는 소리>, <가래소리>, <달구소리>, <목도소리>, <흙질소리>, 그리고 가마꾼들이 부르던 <가마 메는 소리>와 같은 길쌈노래, <방아찧는 소리>, <맷돌노래>와 같은 가사(家事) 노동요가 있고, <자장가>나 <아이어르는 소리>와 같이 육아(育兒)와 관계된 노래도 기타 노동요로 분류할 수 있다.

의식요(儀式謠)에는 <상여소리>, <가래소리>, <달구소리>, <다시래기> 또는 <밤달애 노래>와 같은 장례(葬禮)의식요와 마당밟이(지신밟이)때 부르는 <고사풀이>, <액맥이타령>등이 있다.

놀이요에는 <줄다리기노래>, <강강술래>와 같은 마당놀이에 따른 노래와, 화전(花煎)놀이 할 때 부르는 <화전노래>, 마당이나 방안에서 놀면서 부르는 <둥당애타령>이나 <칭이나칭칭>, 그리고 <산아지타령>, <아리랑타령>등의 다양한 잡가(雜歌)가 있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때때로 부를 수 있는 기타 민요에는 <시집살이노래>, <신세타령>등의 부녀요를 비롯해서, <떡타령>, <사슴타령>, <영감타령>처럼 주제나 소재가 비교적 뚜렷한 여러 가지 타령류, 그 밖의 갖가지 노래들을 포함시켜 논의한다.

이 음반 및 책자에 실린 자료는 위와 같은 분류에 따랐으며, 그 배열 순서는 다음과 같다.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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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요농요- 모찌는 소리

- 모심는 소리

- 논매는 소리

- 풍장소리

- 도리깨질소리

- 물푸는 소리

어로요- 줄꼬는 소리

- 노젓는 소리

- 그물 당기는 소리

- 배 올리는 소리

- 미역 따는 소리

기타노동요 - 등짐소리

- 가래소리

- 집터 다지는 소리

- 목도소리

- 흙질소리

- 상량소리

- 가마 메는 소리

- 물레노래

- 삼삼는 노래

- 베틀노래

- 방아 찧는소리

- 맷돌노래

- 자장가

- 아이어르는 소리

놀이요 마당놀이 노래 - 강강술래

- 줄다리기 노래

화전놀이 노래 - 화전노래

방안놀이 노래 - 둥당애타령

- 아리랑타령 등 잡가

기타민요 시집살이 노래 - 진주낭군 등

신세타령 - 신세타령

각종 타령 - 사슴타령, 떡타령, 영감타령 등

각종 노래 - 강실도령, 타박네 등

의식요 장례의식요- 출상(出喪)전 소리

- 상여소리

- 가래소리

- 달구소리

세시의식요- 액맥이타령

- 고사풀이

일반적으로 가창자의 성별이나 연령층을 기준으로 하여 ‘동요’나 ‘부녀요’를 따로 분류하기도 하나, 기능별 분류와 일관성 있게 통합되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이들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또, 여기서는 분류의 목적이 노래를 적절히 배열하는데 있으므로 더 이상의 세밀한 범주 구분은 생략하였다. 농요나 어로요는 대체로 일의 순서에 따라 배열했고 개인노동요 보다는 집단노동요를 앞에 실었다. 농요의 범위에는 직접 논밭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나 일정한 농사철에만 이루어지는 일(예 : 도리깨질)에 따르면 노래만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기타 노동요로 분류, 어로요 다음에 실었다.

농요 가운데 <풍장소리>는 일반적으로 ‘풍장(풍물)을 치면서 부르는 노래’를 일컫는데, 여기서는 특히 논매기가 끝난 뒤 상머슴을 소에 태우고 풍장을 치고 마을로 들어오면서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논을 매는도중에도 풍장을 치며 노래할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논매는 소리>로 분류했다. <밭매는 소리>는 집단적으로 부르는 노동요와 한 사람씩 돌아가며 부르는 노래를 통틀어 일컫는다. 집단 노동요라도 밭매기 때에만 부르는 것이 아닌 잡가류의 노래는 놀이요로도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 부르는 것 중에서는 노랫말이 뚜렷하게 밭매기와 관련된 것만 밭매는 소리로 분류했다.

어로잡업은 일련의 작업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작업에 일일이 명칭을 매기기 어려우며, 지역마다 어로 관행이 달라 위에 열거한 일반적인 분류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노래들은 일반적인 분류에 관계없이 현지 명칭을 사용하였다.

기타 노동요 가운데 <등짐소리>는 무엇을 짊어지는가에 따라 ‘풀등짐소리’, ‘나무등짐소리’, ‘나락등짐소리’와 같이 세분할 수 있다. 빈 지게로 산으로 올라가면서 부르는 노래나 산에서 풀이나 나무를 베면서 흥얼거리는 노래도 편의상 등짐소리에 포함시켰다. <가래소리>는 일의 내용에 관계없이 가래질 할 때 부르는 노래를 일컬으므로, 같은 명칭의 노래가 어로요와 장례의식요에도 나타난다. <상량소리>는 새 집의 상량을 올릴 때 복을 빌어주는 노래로서 일종의 의식요로 분류할 수도 있으나, <집터다지는 소리>와 더불어 집단 노동의 일환으로 부르는 노래로 보아 노동요로 분류했다.

기타 노동요 가운데 길쌈노래로는 <물레노래>나 <삼삼는 노래>처럼 반드시 길쌈 할 때만 부르는 노래만 포함시키고 신세타령이나 시집살이노래 등은 따로 분류했다. <자장가>나 <아이 어르는 소리>는 ‘동요’ 또는 ‘유희요’로 분류하기도 하나, 동요를 따로 분류하지 않을 경우 육아(育兒)도 가사(家事)노동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들 노래도 기타 노동요로 분류했다.

놀이요 가운데 <줄다리기 노래(줄메는 소리)>는 세시의식으로 보아 의식요로 분류할 수도 있겠으나 의식보다는 놀이에 가깝다고 보았다. 또, ‘방안놀이노래’로 분류한 여러 노래는 편의상 나눈것일 뿐, 곡에 따라서는 밖에서 놀 때 부르기도 하고 일할 때 부르기도 한다.

기타 민요로 분류한 노래들은 일, 의식, 놀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서, 때에 따라 일을 하면서도 부를 수 있고 놀면서도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다. 이들 노래는 필요할 경우 노래의 소재나 주제를 가지고 더 세밀히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분류는 전라남도 지역의 민요를 토대로 한 것이므로 다른 지역의 민요를 분류하는 데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전역의 민요를 종합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을 정립하는 일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또, 여기에 열거된 분류명(分類名)은 음반이나 책자에 실린 노래의 제목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둔다. 대체로 소분류명이 노래 제목으로 쓰이나(예 : 신안 밭매는 소리, 강진 누에타령 등), 소분류명 밑에 구체적인 현지 곡명을 부(副)제목으로 붙이는 경우도 많다(예 : 고흥 모심는 소리-상사소리). 그런가 하면, ‘시집살이노래’라든가 ‘신세타령’과 같은 노래는 중분류명이 제목으로 사용된다.(예 : 고흥 신세타령)

끝으로, 단어 가운데 자주 혼동되는 ‘노래’와 ‘소리’, 그리고 ‘타령’의 차이에 대해 언급한다.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대체로 일과 노래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집단노동요를 ‘소리’라고 하고, 소재나 주제가 뚜렷한 민요를 ‘타령’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집단노동요가 대부분인 농요나 어로요의 경우에는 ‘모심는 소리’나 ‘노젓는 소리’와 같이 ‘소리’가 많고, 주로 부녀자들이 혼자 부르는 민요에는 ‘맷돌노래’, ‘시집살이노래’처럼 ‘노래’가 많으며, 남녀를 불문하고 개인적으로 부르는 민요 가운데서 소재나 주제가 뚜렷한 것에는 ‘엿타령’, ‘장타령’과 같이 ‘타령’이 많다. 그러나 이런 구분이 항상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리’와 ‘노래’는 가끔 혼용되고 (예 : 밭매는 소리＝밭매는 노래), ‘노래’와 ‘타령’은 자주 혼용된다(예 : 댕기노래＝댕기타령). 한편, 지역에 따라서는 ‘제대로 배워서 부르는 노래’를 ‘소리’라 하는 수가 있는데, 특히 판소리의 전통이 강한 지역에서 그러하다.

2. 전남민요의 지역적 분포양상

일개 도(道)에 국한된 것일지라도, 민요의 분포양상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자료의 수집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민요대전>사업으로 수집된 자료만으로 전남지역 민요의 분포를 논하는 것 역시 자료의 부족에서 오는 오류를 낳기 쉽다. 그러나, 민요의 분포양상을 살피는 일은 민요를 분류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자료를 수집, 정리, 연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므로, 제한된 자료 범위 안에서라도 민요의 분포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 생각된다. 여기서는 <한국민요대전>사업으로 수집된 전남지역의 민요 가운데서 이번 음반을 만들기 위해 1차 선곡의 대상으로 삼았던 700여곡의 민요를 가지고 대체적인 지역적 분포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글의 내용에 해당되는 곡이 음반에 수록되어 있을 경우 음반과 곡의 번호를 괄호 안에 적는다.

가. 노동요

1) 농요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다른 남한지역과 마찬가지로, 전남지역의 농요는 벼농사와 관계된 것이 대부분이다. 농요의 종류를 살펴보면, ‘논고르는 소리’나 ‘써레질소리’ 같은 모심기 이전단계의 노래와, ‘벼베는 소리’, ‘나락등짐소리’, ‘개상질소리’, ‘나부질소리’ 같은 가을걷이와 관련된 노래가 별로 채록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서 ‘나락등짐소리’나 ‘개상질소리’는 전남지역에서도 불렀더 흔적을 간혹 발견할 수 있으나 나머지 곡들은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하나의 노래 종류 안에서는 대개 뒷소리 (후렴구)의 형태나 가창방식 등을 기준으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 전남지역의 주요 농요인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논매는 소리>, <풍장소리>, 그리고 <밭매는 소리>와 <도리깨질소리>의 지역별 분포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모찌는 소리

<모찌는 소리>는 영산강 유역의 몇 개 군지역을 포함한 진도, 해남, 신안, 완도, 영암군 일부지역의 ‘먼들소리’ 계통과, 그 밖의 지역의 몇가지 다른 모찌는 소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영산강 상류의 장성군을 비롯해서 영산강 유여인 함평, 무안, 나주군 지역의 모찌는 소리는 뒷소리가 ‘오헤라 먼들’로 거의 비슷하다(17-1, 6-13, 5-2). 진도, 해남군을 비롯해서 신안군 비금도, 완도군 군외면과 노화도의 모찌는 소리는 뒷소리가 대체로 ‘어기여라 먼뒤요’이나(15-4, 18-7, 8-5, 12-13),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의 노래는 조금 다르다(15-3). 또, 신안군 장산도와 자은도의 모찌는 소리 뒷소리는 ‘아하라 먼데’이고, 임자도에서는 ‘어기여라 무안들’로 약간 다르다(8-3). 결국 이들 지역의 모찌는 소리는 부분적인 변화를 보이기는 하지만 뒷소리가 대체로 ‘-먼데’, ‘-먼들’, ‘먼뒤요’, ‘-무안들’등으로 모두 같은 계통으로 볼 수 있겠다.

위의 지역을 제외한 곳의 모찌는 소리는 별로 일관성 있는 분포양상을 보이지 않으나, 그 가운데 고흥군과 완도군지역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고흥군 지역에서는 모찌는 소리로 ‘방애타령’(1-9), ‘양산도’, ‘두월래’(1-10), ‘사리랑타령’(1-13), ‘세우자소리’(1-11), ‘아이고데고 설움이야’, ‘은실은실’등과 같이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데, 이 가운데 ‘방애타령’, ‘양산도’, ‘세우자소리’, ‘아이고데고 설움이야’ 등은 전남의 다른 지역에서 흔히 논매는 소리로 부르는 노래들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또, ‘두월래’는 전남 전 지역을 통틀어 유사한 예가 없는 노래이며, ‘사리랑타령’과 ‘은실은실’등은 잡가류의 노래를 농요로 차용한 것으로 보여 흥미롭다. 또, 완도군 지역은 위에 언급된 곳 외에 청산도와 소안도에서 ‘에야뒤야’ 또는 ‘어기야’와 같은 뱃노래의 뒷소리를 모찌는 소리로 부르는 점이 특이하다(12-16, 13-1).

② 모심는 소리

전남지역의 모심는 소리는 크게 ‘상사소리’계통과 그 밖의 노래들로 나눌 수 있다. 전남 지역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사소리 계통의 모심는 소리를 부르는 반면, 상사소리가 아닌 노래를 부르는 곳은 고흥군의 금산면 어전리(‘행게타령’)와 도양읍 용정리(‘매화타령’, 1-17), 신안군 비금면 죽림리(‘사어뒤야’, 8-8), 영광군 군남면 도장리와 영암군 신북면 갈곡리, 광산구 대촌면 칠석리(‘사뒤요’, 12-3) 등의 극히 일부 지역이다.

<상사소리>는 노래의 빠르기에 따라 늦은상사소리와 잦은상사로리 계통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한 마을에서 두 가지 모두 부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늦은소리와 잦은소리 가운데 한가지만 부르는 곳이 있다. 채록된 마을 가운데 늦은상사소리만을 부르는 곳은 곡성군 삼기면 원등리, 나주군 봉황면 오림리, 담양군 고서면 용소리, 장성군 북하면 월성리, 진도군 임회면 굴포리와 지산면 소포리 등이며, 잦은상사소리만 부르는 곳은 광산구 송학동, 나주군 노안면 학산리, 다시면 동당리, 동강면 옥정리, 무안군 청계면 청계리 장부교마을, 신안군 임자면 이흑암리, 영광군 묘량면 운당리, 완도군 소안면 진산리, 장성군 백암리, 장흥군 부산면, 장동면, 장평면, 함평군 손불면 양재리와 학교면 금송리, 해남군 산이면 금호도, 화순군 동복면 한천리 등이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늦은상사소리와 잦은상사소리 두가지를 다 부른다.

상사소리의 빠르기를 기준으로 할 때, 비록 뚜렷한 분포도가 그려지지는 않으나, 영광군, 함평군의 전지역과 나주, 무안군의 3/4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잦은상사소리만 불렀고, 곡성, 담양, 보성, 승주군 지역에서 늦은 상사소리만 불렀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어렴풋하게나마 평야지대와 산악지대 사이에 모심는 소리의 빠르기가 다르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게끔 한다. 이 점은 앞으로 더 많은 자료와 증언의 수집을 통하여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상사소리의 빠르기 외에 노래의 전형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두원면 관덕리를 제외한 고흥군 전 지역과 신안군, 진도군, 완도군 등 섬이나 바닷가의 여러 지역에서 부르는 상사소리는 이른바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농부가조의 전형적인 상사소리에 비해 선율이나 말붙임이 사뭇 달라 색다른 느낌을 준다.

③ 논매는 소리

전남지역의 논매는 소리는 농요의 꽃이라 할 만큼 풍부하고 다양한 만큼, 민요를 가지고 문화권을 나눌 때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 또, 모찌는 소리나 모심는소리가 이조 후기에 이앙법(移秧法)이 보급된 후에 생겨난 노래인데 비해 논매는 소리는 그 이전부터 불러 온 오래된 민요로 볼 수 있으므로, 음악어법(語法)을 연구하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전남지역의 논매는 소리는 주요 곡목을 기준으로 하여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눠 볼 수 있다.

뒷소리형태 해당지역 관련곡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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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소리 아리시구나… 마뒤요 나주군, 무안군, 영광군, 함평군 전 지역 무상삼장

세코나… 마뒤요 광산구, 담양군, 영암군 일부 들래기소리

절로소리 아아아… 에헤야절로 진도군, 해남군 전 지역

(절레소리) 아허라 절레 신안군 일부

산아지 타령 에야뒤야… 산아지로고나고흥군, 보성군, 승주군 전 지역 양산도,방애타령

여천군, 화순군 일부

아헤야… 산아지로고나

사뒤요소리 오호… 상허뒤호 장성군 3/4, 담양군 3/4 지역 두름박훨훨

오호… 사뒬로 광산구, 화순군 일부

방개타령 에헤… 방애헌개노자 곡성군 전지역

담양군 일부

더덜기소리 에헤야… 더덜기로고나 신안군 비금면, 임자면

‘긴소리’는 곳에 따라 ‘문여가’, ‘마뒤여소리’라고도 칭한다. 긴소리를 논매는 소리의 주요곡으로 부르는 지역은 영산강 유역인 나주, 무안, 영광, 함평군 일대와 그 주변인 광산구, 담양군, 영암군 일부지역이다(5-4, 6-15 등). 긴소리의 뒷소리는 위에 예시한 대로 ‘아리시구나…’ 또는 ‘세코나…’로 시작되고 ‘…마뒤요’로 끝나는데, 마을에 따라 약간씩 변형되기도 한다. 이 긴소리의 앞에는 많은 곳에서 ‘무삼삼장’ 또는 ‘무삼벗기는 소리’라 부르는 서두격의 노래가 불려지며, 긴소리 뒤에는 일을 마무리하는 소리인 ‘들래기소리’가 따라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논매는 소리로 ‘절로소리’ 또는 ‘절레소리’를 부르는 곳은 진도, 해남군 일대와 신안군 일부지역이다(15-6, 18-13, 8-15). 같은 계통의 소리이기는 하나, 진도와 해남의 ‘절로소리’는 마디가 길고 속도가 느리며 다른 종류의 논매는 소리없이 주된 곡목으로 불리는데 비해 신안군의 ‘절레소리’는 짧고 빠르며 다른 논매는 소리와 함께 불리는 점이 다르다.  ‘산아지타령’을 주요 논매는 소리로 부르는 지역은 고흥, 보성, 승주군 일대와 여천, 화순군 일부지역이다(2-1, 7-13, 20-6). 산아지타령은 전남지역에서 흔히 아리랑타령 처럼 잡가로 많이 부르며, 일부지역에서는 나뭇짐을 하러 올라갈 때라든가(4-5), 또는 논을 다 맨 후 마을로 행진하며 부르는 ‘풍장소리’로도 불린다. 산아지타령을 부르는 지역에서는 ‘양산도’라든가 ‘방애타령’ 등을 함께 논매는 소리로 부른다.

‘사뒤요소리’를 주요 논매는 소리로 부르는 지역은 장성군의 대부분, 담양군의 절반지역과 광산, 화순군의 일부지역이다(14-3, 6-1, 4-3, 20-9). 장성군 일대에서는 사뒤요소리와 함께 마무리하는 소리로 ‘두름박 훨훨’을 부르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14-5). ‘두름박 훨훨’ 또는 ‘두름박타령’은 장성군 접경지역인 전라북도 고창군 일대에서도 논매기 마무리 소리로 부른다. 장성군과 담양군은 논매는 소리 뿐아니라 ‘풍장소리’나 ‘나무등짐소리’도 전남 중서부의 평야지역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별도의 민요권으로 분류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사뒤요소리는 ‘긴소리’를 주요 논매는 소리로 부르는 나주군과 광산구 일부지역에서도 논매는 소리의 하나로 불린다.

‘방개타령’은 곡성군 일대에서 주요 논매는 소리로 부르며(3-4, 5, 6), 담양군 일부지역(월산면 월계리 복정마을)에서도 이를 논매는 소리의 하나로 부른다(5-16). ‘방개타령’은 전라북도 일대에 논매는 소리로 널리 퍼져있는 곡인데, 곡성군 일대의 방개타령은 전북지방의 일반적인 방개타령과 달리 매우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있다. 방개타령에 곁들여 곡성지역에서 자주 불리는 곡으로 ‘아이고 답답 설움이야’가 있는데, 이 노래도 남원, 순창 등 전북 일부지역에서 들을 수 있다(3-6). 한편, 곡성군 지역의 가창방식은 두 패로 나뉘어 제창하는 방식으로 이 역시 전북 순창군, 남원군 일부, 임실군 일부지역과 공통점을 이룬다. ‘더덜기소리’를 주요 논매기 소리로 부르는 곳은 신안군 임자면 이흑암리이며, 이를 논매는 소리의 하나로 부르는 지역은 신안군 비금면 원평리이다. 특히 임자면 이흑암리의 더덜기소리는 늦은소리와 잦은소리로 분화되어 있어 독자적인 논매는 소리 체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논매는 소리의 분포양상은 그 지역(마을)에서 주요 논매는 소리로 불리는 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주요 곡목은 아니지만 여러 곳에서 논매는 소리의 하나로 많이 부르는 곡으로는 ‘세화자소리’가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영광, 담양, 장성, 광산, 나주, 영암, 장흥, 화순, 완도군 등 많은 지역에서 부른다. 세화자소리는 부르는 지역이 매우 넓은데도 뒷소리(후렴구)의 선율이나 노랫말의 변화가 크지 않다. 신안군 장산면에서는 이 세화자소리를 밤에 불렀다고 한다. 이 밖에도 논매는 소리로 많이 부르는 것으로 ‘방애타령’을 들 수 있다. 이 방애타령은 위에 언급된 곡성지역의 ‘방개타령’과 달리 비교적 흥겹고 경쾌한 잡가의 성격을 가진 곡이다. 이 노래를 논매는 소리로 부르는 곳은 고흥, 여천, 해남, 화순군의 일부지역이다(2-2, 10-4, 18-2, 20-3).

위에서 거론되지 않은 지역은 강진, 장흥군의 경우처럼 논매는 소리가 별로 채록되지 않은 곳이거나, 완도군의 몇몇 섬지역처럼 원래 논매는 소리를 부르지 않았던 지역이다.

④ 풍장소리

<풍장소리>는 마지막 논매기를 마치고 상머슴을 소에 태우고 풍장(풍물)을 치며 마을로 행진하면서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러한 농사관행을 ‘장원례’ 또는 ‘장원질’이라 하고 이 노래를 ‘장원질소리’라 칭하기도 하나, 현지의 농민들간에는 일반적으로 ‘풍장소리’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고 간혹 ‘소타는 소리’라든가 ‘애롱대롱’과 같이 구체적인 노래 제목으로 일컫는 경우도 있다. 논매는 소리가 어떤 형태로든 모든 지역에서 불렀던 것에 비해 풍장소리는 주로 평야지역에서만 채록된 것으로 보아 산간지역에서는 많이 부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풍장소리는 뒷소리의 형태를 기준으로 하여 크게 ‘애롱대롱’, ‘질꼬내기’, ‘산아지타령’, ‘기타 풍장소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애롱대롱’은 영산강 유역인 나주, 함평군과 그에 인접한 영광군 일대 그리고 영암군, 광산군, 장성군의 일부 지역에서 부르는 풍장소리이다(5-8, 17-4). 지역에 따라 ‘아롱자롱’(12-8), ‘가롱저롱’(4-4), ‘각가롱저롱’(14-6)으로 변화가 있고 ‘아롱대롱 얼싸좋네’와 같이 마디가 길어지기도 한다.

‘질꼬내기’는 ‘길군악’의 방언으로 행진곡을 일컫는다. 지역에 따라서는 ‘질꼬내기’ 또는 ‘길꼬냉이’ 라고 하는 곳도 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지역은 진도, 해남, 신안군 일대이다(15-7). 이 가운데 진도군과 해남군의 질꼬내기는 노랫말이나 선율의 흐름이 거의 같다. 한편, 진도군 군내면 세등리에서는 특이하게도 가마메는 소리를 질꼬내기로 부른다(15-8). 또, 고흥군에서는 ‘질가락’이라 해서 이와 기본적인 형태는 비슷하면서도 가창방식이나 노랫말이나 선율진행이 다른 곡을 풍장소리로 부른다(2-4).

‘산아지타령’을 풍장소리로 부르는 지역은 곡성, 고흥, 해남의 일부지역이다(3-9). 산아지타령은 논매는 소리, 등짐소리, 또는 잡가로도 많이 불리는 다양한 용도의 곡이다.

그밖에 풍장소리로 쓰이는 곡으로는 담양군 수북면의 ‘에헤라 오히에라…’(6-5), 고서면의 ‘양산도’(6-3), 용면 추성리의 ‘아 뒤요뒤요’, 그리고 화순군 도곡면 신성리의 ‘상사뒤요뒤요’ 등이 있다. 여기서 담양군 용면 추성리의 ‘아 뒤요뒤요’나 화순군 도곡면 신성리의 ‘상사 뒤요뒤요’는 다른 지역에서 나무등짐소리로 많이 부르는 곡이어서 흥미롭다.

⑤ 밭매는 소리

<밭매는 소리>는 주로 부녀자들이 부르게 마련이며, 노래의 성격에 따라 집단적으로 부르는 노래와 개인적으로 부르는 노래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밭매는 소리를 집단적으로 부르는 지역은 진도군을 비롯하여 신안군, 고흥군, 해남군 일부지역이다(15-9). 진도군에서는 ‘매화타령’, ‘도화타령’, ‘방아타령’, ‘길사거리’, ‘서방님 모구대’, ‘오관주타령’, ‘반달꼭지’, ‘긴산타령’과 같이 여러 가지 노래를 부른다. 또, 신안군 장산도에서는 목화밭 맬 때 ‘밈주’라는 명칭의 노래를(8-16), 고흥군 도양읍 관리에서는 밭맬 때 ‘설마타령’, ‘호호타령’ 등을 부른다(2-5, 1-14). 이들 노래는 모두 리듬이나 선율의 진행이 다채로운 잡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밭맬 때 혼자서 노래를 부르거나 한 사람씩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혼자 부르는 밭매는 소리에는 육자배기조의 느린 노래가 많다(7-1, 17-11). 또, 밭맬 때는 흔히 신세타령이나 시집살이노래 등을 부르기도 한다.

⑥ 도리깨질소리

<도리깨질소리>는 지역에 따라 외마디소리로 일관하는 단순한 노래에서부터 상당히 세련된 노래까지 편차가 크다.

나주, 신안군 일대에서는 ‘어여 화햐’ 또는 ‘에헤루 화야’라는 뒷소리로 부르며(8-17), 진도, 완도군 일부지역에서는 ‘옹헤야’ 또는 ‘오헤야’라는 뒷소리로 부른다(15-10, 11, 13-7), 진도, 완도군 소안면 진산리에서는 ‘어화 덜이요’(13-9), 청산면 읍리에서는 ‘에헬방애’(13-8), 진도군 조도면 소마도에서는 ‘어야 보리야’(15-12),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에서는 ‘아하라 훠라훠 훠리화요’(19-1)로 뒷소리를 부른다. 대체로 전남 서남부지역의 소리가 다채로움을 알 수 있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어우 어우’와 같이 뒷소리가 단순하다(14-17).

2) 어로요

이번에 전남지역에서 체계적인 어로요가 채록된 곳은 신안군, 여천군, 진도군 등이며(9-1, 10-7, 15-13), 그밖에 영암군, 해남군, 무안군, 장흥군에서 단편적인 어로요가 채록되었다. 전남지역 외에서는 북제주군 추자도에서 체계적인 어로요가 채록되었다(20-14).

어로요 가운데 주요 곡목인 <노젓는 소리>, <그물당기는 소리>, <풍장소리>의 분포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노젓는 소리

<노젓는 소리>는 농요의 경우와 달리 뒷소리의 형태만 가지고는 유형을 나누기 어렵기 때문에, 소리의 빠르기를 기준으로 하여 살펴본다.

소리의 빠르기를 기준으로 할 때 나타나는 양상은, 본격적인 어업을 하는 곳의 노젓는 소리는 대체로 느리고 장중하고, 소규모의 연안어업을 하는 곳의 노젓는 소리는 대체로 빠르다는 점이다. 이는 어선의 규모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어업을 하는 곳인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진도군 조도면 소마도, 여천군 삼산면 서도(거문도), 그리고 북제주군 추자도와 같은 곳의 노젓는 소리는 뒷소리가 ‘어이기야’, ‘에야뒤야’, 또는 ‘어야’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모두 느리고 장중하게 진행된다. 이 가운데서 가거도의 노젓는 소리는 뒷소리를 ‘어이기야’로 부르다가 네 소절마다 한 번씩 ‘어혀-어야아-어야’로 달리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빠른 템포의 뒷소리가 나타나는 곳은 위의 지역을 제외한 영암, 해남 등지의 소규모 연안어업 지역이다. 어선의 규모가 작으면 노젓는 소리로 빨라지는 것이 보통이며, 뒷소리는 대부분 ‘에야뒤야’ 또는 ‘어기야뒤야’로 비슷하다(12-9, 19-2). 한편, 흑산면 대둔도, 신안군 비금도, 북제주군 추자도 등지에서는 제주도 해녀들의 노젓는 소리를 차용한 ‘이어도사나’ 또는 ‘이어도써’ 등의 빠른 노래가 채록되어 제주 해녀들의 활동 범위와 문화 전파 양상을 짐작케 한다(9-4, 20-15).

한편, 신안군 가거도 부녀자들의 노젓는 소리는 문학성 있는 노랫말, 유려한 선율진행, 가창방식의 독특함 등으로 부녀자들의 노젓는 소리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는 노래이다(9-2).

② 그물 당기는 소리

<그물 당기는 소리>는 어선의 규모를 막론하고 ‘술비소리(또는 술배소리)’ 와 ‘가래소리’ 두 가지가 주종을 이룬다. 작업 단계별로 소리가 분화된 곳에서는 그물을 당길 때는 술비 소리를 부르고, 그물에 담긴 고기를 배에 퍼싣거나 배에 실린 고리를 펴낼 때는 가래소리를 부르지만, 어로 규모가 작거나 작업단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는 흔히 가래소리 하나만을 부른다.

한편, 여천군 삼산면 서도리(거문도)에서는 그물을 당길 때 ‘울래소리’를 부른다.

③ 풍장소리

<풍장소리>란 만선이 되어 마을로 돌아올 때 풍장을 치며 부르는 노래이다. 풍장소리는 지역마다 명칭이 다른데, 신안군 가거도와 진도군 소마도에서는 이를 그대로 ‘풍장소리’라 하고, 여천군 거문도에서는 ‘어영차소리’라 하며, 북제주군 추자도에서는 뒷소리를 따서 ‘상사소리’라고 한다.

신안군 가거도와 진도군 소마도의 풍장소리는 서해안 일대에서 흔히 ‘배치기 소리’라 부르는 만선 풍장소리와 같은 계통의 노래이다. 여천군 거문도의 풍장소리인 ‘어영차소리’는 빠르고 단순하며, 북제주군 추자도의 ‘상사소리’는 전남지역의 모심는 소리로 많이 쓰이는 상사소리를 적절히 변형시켜서 흥겨운 풍장소리로 부르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3) 기타 노동요

농요와 어로요를 제외한 기타 노동요도 가짓수가 많고 지역마다 변화가 많은 만큼 민요의 종합적인 분포양상을 살펴보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자료이다.

① 등짐소리

<등짐소리>는 퇴비풀이나 땔나무, 또는 나락을 지고 오갈 때 부르는 노래를 일컫는데, 짐을지지 않고 빈지게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노래도 이에 포함시킨다. 등짐소리는 짐의 종류와 관계없이 노래를 하는 상황과 노래의 집단성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풀이나 나뭇짐을 지고 오면서 하는 노래로서 ‘상사 뒤호뒤호’, ‘위야허허’, ‘어이겨’, ‘어허리라리 러렁가’ 등이 있다. ‘상사 뒤호뒤호’를 부르는 곳은 광산구 송학동, 나주군 다시면 동당리, 영암군, 신북면 갈곡리 등이며(4-6, 5-11, 12-10), 이와 약간 다른 형태로 담양군 월산면 월계리의 ‘어하 뒤요뒤요’(6-6), 장성군 동화면 월산리의 ‘뒤호 뒤호’, 북이면 백암리의 ‘아 뒤호 뒤호’가 있다. 이들 노래는 매우 느리고 처량하다. ‘위야허허’는 특히 고흥군 전지역에 나타나는데, 득량도에서는 빈지게로 올라갈 때 ‘위야허리 방호’로 부르기도 한다(2-7, 2-6). 그밖에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의 ‘위야자 허허’도 같은 종류이다(6-7). 그밖에 ‘어이겨’는 담양군 수북면 주평리에서(6-8), ‘어허리라리 러렁가’는 장성군 북하면 월성리에서 부르는 특이한 등짐소리이다(14-9).

빈지게를 지고 가면서 부르는 노래는 대개 짐을 지고 올 때보다 경쾌하다. 광산구 송학동과 장성군 동화면 월산리에서는 이 때 ‘산아지타령’을 부르고(4-5), 고흥군 도덕면 용동리에서는 ‘방아타령’을, 고흥군 두원면 관덕리에서는 ‘소동 길가락’을 부른다.(소동길가락은 고흥군 도양읍 관리 관하마을의 풍장소리인 ‘질가락’과 같은 노래다.)

그밖에 많은 지역에서는 지게를 지고 올라가면서 혼자 판소리 수궁가의 ‘초군 신세타령’과 비슷한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올라간다 올라간다…’로 시작되는 상투적인 노랫말로 되어 있으며 곡조도 판소리의 곡조와 같다. 이런 노래가 채록된 지역은 나주, 영암군 일대와 완도, 장흥, 해남, 화순군 일부지역이다.

한편, 노랫말의 내용이 ‘신세타령’이기는 하되 위의 ‘초군 신세타령’과 다른 노래로 고흥군 두원면 관덕리의 ‘산떨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곳 주민들이 명확히 기억하고 있는 ‘산떨이’라는 곡명도 특이하고 선율의 진행이나 노랫말도 판소리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2-8).

② 집터 다지는 소리 / 상량소리

<집터 다지는 소리>는 전남지역을 통틀어 ‘얼럴럴 상사도야’라는 뒷소리를 가진 한 가지 형태의 노래만이 채록되었다(6-9, 14-10). 선율의 구성이나 진행에 있어서도 지역마다 거의 변화가 없고 앞소리꾼의 사설도 대동소이하다. 다른 노래의 지역적 변화양상과 비교할 때 이런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상량(上樑)을 올릴 때 줄에 매단 상량 위에 집주인을 앉혀 놓고 흔들며 부른는 <상량소리>도 뒷소리가 ‘얼럴럴 상량이야’ 또는 ‘어유화 상량이야’로 달라질 뿐 선율과 노랫말은 집터 다지는 소리와 같다(14-12, 19).

한편, 집터 다지는 소리는 여러 지역에서 말(말뚝)박는 소리로도 쓰인다.

③ 가래소리 / 흙질소리 / 목도소리

<가래소리>는 장례 때 봉분을 짓거나 바다에서 그물에 담긴 고기를 배에 퍼실을 때 부르는 것은 많이 채록되었으나 평상시에 공사장에서 부르는 가래소리는 별로 채록되지 않았다. 완도군 금일읍 척치리에서 채록한 ‘한가래소리’는 이런 용도의 유일한 가래소리로 뒷소리를 ‘어허야 가래야’로 부른다(13-11).

<흙질소리>는 흙을 이겨서 벽이나 지붕을 바를 때 부르는 노래를 일컫는다. 완도군 군외면 초평리에서 ‘어기여라 벡보르기야’라는 특이한 뒷소리를 가진 흙질소리가 ‘울력소리’라는 명칭으로 불렀음이 답사과정에서 기록되었다.

<목도소리>는 대규모 공사장에서 돌덩이나 통나무를 여럿이 ‘목도질’로 나를 때 발을 맞추기 위해 부르는 노래다. 노동의 상황이 매우 긴박하여 별다른 노랫말을 붙일 여유가 없으므로 마치 행진시의 구령(口令)처럼 노랫말도 단편적이고 선율도 단순하다. 목도소리는 여러 곳에서 채록되었으나 지역적인 특성을 찾기 어렵다(20-10).

④ 방아찧는 소리 / 맷돌노래

<방아찧는 소리>는 방아의 종류에 따라 디딜방아소리와 절구질소리로 나눌 수 있다. ‘디딜방아소리’는 함평군 신광면 삼덕리 덕산마을에서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채록되었으며(17-12), 나주군 동강면 옥정리와 장흥군 유치면에서도 단편적인 자료가 기록되었다. ‘절구질소리’는 여천군 남면 심장리 한군데서 채록되었다(10-9).

<맷돌노래>는 크게 집단노래와 개인노래로 나눌 수 있다. 집단적으로 부르는 맷돌노래는 ‘맷지게’(큰 맷돌에 나무막대로 긴 손잡이를 달아 여럿이 돌릴 수 있게 만든 것)를 돌리면서 하는 것이다. 뒷소리는 ‘오헤라 맷돌’, ‘어기여라 매질이야’, ‘매위야 매위’ 등이다. 이런 노래는 강진군 군동면(1-1), 장흥읍 신흥리(14-20), 함평군 나산면(17-13) 등에서 체록되었고 장흥군 장동면, 장평면 등에서는 단편적으로만 기록되었다. 혼자 부르는 맷돌노래는 신세타령이나 시집살이노래와 내용적으로 섞여 있고 곡조도 흔한 육자배기조가 대부분이다(1-2, 2-10).

방아찧는 소리와 맷돌노래는 자료의 절대량이 부족하여 지역적 분포양상은 살펴보기 어렵다.

⑤ 삼삼는 소리 / 물레노래

길쌈과 관계된 노래는 일의 과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오늘날 채록할 수 있는 것은 삼삼는 소리와 물레노래 정도에 불과하다.

<삼삼는 소리>는 삼베짜기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곡성군 석곡면 죽산리 한 곳에서 채록되었을 뿐이다(3-12). 삼삼을 때는 보통 신세타령이나 시집살이노래, 잡가 등을 부르므로 따로 삼삼는 소리로 분류할 수 있는 노래는 많지 않다.

<물레노래>는 물레질을 해본 부녀자라면 누구나 한두마디씩은 할 줄 아는 흔한 노래이지만, 대개는 ‘물레야 물레야 빙빙빙 돌아라…’하는 근년에 나온 유행가식의 노래이고 옛날 식으로 제대로 부르는 것은 찾기 어렵다. 물레노래는 노랫말의 내용상 ‘잠아잠아 오지마라…’하는 일명 ‘잠노래’와 물레질이나 물레틀을 묘사하는 내용의 노래로 대별된다(13-13, 14, 16-1, 2).

삼삼는 소리와 물레노래 모두 자료의 부족으로 지역적 특징은 살피기 어렵다.

⑥ 자장가 / 아이 어르는 소리

<자장가>는 리듬이나 선율진행상의 구분은 되지 않고, 굳이 노랫말의 내용을 가지고 나눈다면 아이에게 어서 자라고 하는 내용과 아이가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내용으로 나눌 수 있다.

<아이 어르는 소리>는 크게 ‘들강달강’과 ‘둥게타령’류로 나뉜다. ‘들강달강’은 원래 걸음마를 배울 무렵의 아이를 안아 세우고 좌우로 흔들면서 부르는 노래이지만, 전남지역에서는 자장가와 섞어 부르는 경우가 많다. 둥게타령은 아이를 업거나 안고 어르며 부르는 노래로, 내용상 아들타령과 딸타령으로 나뉜다.

자장가나 아이어르는 소리는 전남지역 안에서 지역적 특징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나. 의식요

1) 장례의식요

점차 사라져가고 있기는 하지만, 장례의식요는 아직까지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살아있는 민요로서의 가치가 크다. 다른 민요에 비해 훨씬 정확하게 재현될 수 있고 자료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례의식요로서의 성격 때문에 매우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고 예술성도 높으며,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쉽게 변형되지 않기 때문에 전통음악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① 출상 전 소리

출상 전날 상두군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밤을 샐 때에는 시각에 맞춰 ‘경(更) 아뢰는 소리’를 하거나 ‘다시래기’ 또는 ‘밤달애 노래’ 등으로 상주를 달래고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경 아뢰는 소리’로는 대개 다음날 하게 될 상여소리를 한 대목씩 발췌하여 연습삼아 부른다. 보통 초경부터 삼경 또는 오경까지 아뢰는데, 빈 상여를 메고 하기도 한다. 마을에 따라서는 이 때 부르는 소리가 상여소리와는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진도의 ‘다시래기노래’(16-10)나 신안 비금도의 ‘밤달애노래’(10-1)는 섬지방의 독특한 장례풍습에서 나온 노래이다. 이 때 부르는 노래들이 항상 고정된 것이었는지 유동적인 것이었는지 더 많은 자료와 증언을 수집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② 상여소리

<상여소리>는 말 그대로 상여를 메고 부르는 노래를 일컫거나, 편의상 그 이전에 관(棺)을 운반하여 상여를 꾸밀 때까지 부르는 노래도 포함시킨다. 전남지역에서는 관을 방안에서 상여 있는 곳까지 운반할 때 대개 ‘잦은 관음보살’을 부른다. ‘관음보살’은 와전되어 지역에 따라 ‘관음보살’, ‘가난님보살’, ‘가난이범사’, ‘가난범살’ 등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상여가 집안 마당에 있거나 집밖의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노래할 시간이 짧아 긴 노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마을에 따라서는 이 때에도 ‘늦은관음보살’ 같은 느린 노래를 몇마디 부르기도 한다(고흥군 도양읍 용정리, 두원면 관덕리 등). 그런가 하면 관을 운반할 때 노래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본격적인 상여소리는 지역에 따라 구성이 약간씩 다르나 대체로 ‘상여 메는 소리’, ‘운상소리’, ‘언덕 올라가는 소리’ 등으로 나뉜다. 상여를 메고 마당을 한바퀴 돌 때는 대개 ‘늦은 관음보살’을 부르는데, 북제주군 추자도에서는 이때 ‘진소리’라 하는 특이한 곡조의 노래를 부른다(20-16). 그런 다음 장지로 향해 나아갈 때에는 ‘어노소리’, ‘어널소리’, ‘어이가리넘차’, ‘어허넘차’ 등의 노래를 부른다. 장지가 언덕위에 있어서 상여가 언덕을 올라갈 때에는 ‘잦은 관음보살’ 등의 빠른 노래로 바꾸어 부른다. 이 때 여천군 삼산면 서도리에서는 뱃노래인 ‘에야뒤야’를 부르는 점이 특이하다(10-11).

전남지역에서 상여소리는 농요의 경우와 같은 심한 지역적 변화는 없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특이한 노래를 부르는 곳도 있다.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의 상여소리는 주요 곡목인 운상소리부터가 다른 지역과 완전히 다르다. 뒷소리가 ‘에에 에헤헤야…’로 나온다고 해서 ‘에소리’라고 칭하는 이 노래는 진도의 씻김굿에 나오는 상여소리와 같다(16-11). 진도군 조도면 소마도의 상여소리 가운데 앞에 부르는 긴소리도 특이하다. 뒷소리가 보통과 달리 네소절로 전개되며 앞소리의 리듬이 진양장단으로 진행된다든가, 앞소리를 메길 때 뒷소리꾼들이 추임새를 넣는 등 여러 면에서 음악성이 뛰어나다(16-12). 진도지역 상여소리의 또 다른 특징은 반주악기로 풍물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진도지역 외에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 원동마을에서도 풍물반주로 상여소리를 하는데, 이 마을 상여소리의 또 다른 특징은 장지에서 마을로 돌아올 때 ‘질꼬내기’를 부른다는 점이다. 이 노래는 논매기를 마치고 부르는 풍장소리와 같다(20-1).

③ 가래소리 / 달구소리

<가래소리>와 <달구소리>는 봉분을 지으면서 부르는 노래로, 노동요의 기능을 겸한다. 지역에 따라 가래소리와 달구소리 가운데 어느 한가지만 하는 곳이 많고 둘 다 하는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가래소리>는 전남지역에서 신안, 영암, 강진, 장흥, 해남, 완도, 고흥군 등 서남 해안 도서지역에서 주로 채록되었다. 뒷소리는 ‘어낭성성 가래로구나’, ‘에헤…가래오…’등인데, 지역적으로 유형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가래소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이색적인 곳은 완도군 군외면 초평리로, 뒷소리가 ‘어기여라 뫼토짐지기야’이다. 이 소리는 그 마을의 ‘벽바르는 소리’와 곡조가 같다(13-24).

<달구소리>는 가래소리에 비해 부르는 마을이 적다. 강진, 고흥, 담양, 보성, 승주, 여천군 등지에서 채록되었다. 뒷소리는 ‘오헤이 달구’, ‘얼럴럴 달구여’, ‘에에 달구’ 등으로 부르며 지역에 따른 유형성은 파악하기 어렵다.

2) 세시의식요

세시의식요로 분류할 수 있는 노래는 정초에 ‘지신밟기’ 또는 ‘마당밟기’를 할 때 부르는 노래들로서, ‘고사소리’, ‘액맥이 타령’, ‘성주풀이’, ‘구구타령’ 등이 있다.

풍물패에 속한 고사꾼이 부르는 ‘고사소리’는 전남지역에서는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에서 단편적인 자료가 채록되었을 뿐 옛날에 했다는 증언도 별로 청취할 수 없었다.

‘액맥이타령’은 여천군 삼산면 서도리, 장성군 북이면 백암리, 함평군 엄다면 엄다리,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 문내면 우수영 등에서 채록되었으나 비교적 제대로 채록된 곳은 여천군 한 곳 뿐이다(10-13).

‘성주풀이’나 ‘구구타령’ 등도 지신밟기나 판굿을 벌일 때 부르는 노래인데,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한두곳 외에는 거의 채록되지 않았다.

다. 놀이노래

1) 마당놀이 노래

① 강강술래 / 기타 마당놀이

강강술래는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부녀 놀이요로, 신안, 진도, 영광, 고흥, 해남, 완도군 등의 해안, 도서지역 뿐 아니라, 담양, 함평 등의 내륙지방, 그리고 북제주군에 속한 추자도에서 채록되었다. 강강술래는 분포된 지역간에는 거의 노래의 변화가 없으나, 몇몇 지역에서는 뒷소리에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에서는 강강술래 뒷소리를 ‘구강강강 술래’로 부르며, 북제주군 추자도에서는 뒷소리를 ‘광광술래’로 부른다.

강강술래의 지역적 특징은 뒷소리의 형태보다는 강강술래를 구성하는 놀이의 내용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이나, 전승상태가 좋은 몇 곳을 제외하고는 강강술래 속에 포함되었던 다양한 놀이들을 재현하기 어렵다. 현재 강강술래놀이가 완벽하게 전승되고 마을은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와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이다(16-3, 19-6). 강강술래 외에 이와 비슷한 놀이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진도군 의신면 돈지리의 ‘남원산선 도적이야’를 비롯해서, 신안군 가거도의 ‘감당에 쪽박’, ‘장장짚세기’, ‘비자나무노래’, 장성군의 ‘머리머리 참머리…’, 함평군 나산면 우치리의 ‘뛰어라 뛰어라 뜀나물’, ‘대문열기노래’,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의 ‘군사놀이노래’ 등등이 그것이다. 이 노래들은 강강술래의 한 대목으로 연행되는 것일 수도 있고 별개의 놀이에 나오는 노래일 수도 있다.

② 줄다리기 노래

줄다리기는 옛날에는 많은 곳에서 이루어졌으나 근래에 전승되는 곳은 많지 않다. 전남 지역에서 줄다리기노래가 채록된 곳은 보성군 조성면 덕산리, 승주군 월등면 송천리이고, 광산구 대촌동 칠석리에서는 고싸움놀이에서 부르는 노래가 채록되었다(7-14, 4-8). ‘줄다리기 노래’에는 줄꼬는 소리, 줄메고 가는 소리(줄메는 소리), 줄당기는 소리 등이 포함된다. 보성군의 줄메는 소리는 ‘위야자 허허’로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의 등짐소리와 같다. 승주 줄메는 소리의 뒷소리는 ‘어헐싸 더리덜렁’, 광산 줄메는 소리의 뒷소리는 ‘지화자 헤헤’이다.

2) 화전놀이 노래

진달래가 필무렵 하루 날을 잡아 온 동네 사람들이 들녘이나 야산으로 나가 화전(花煎)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화전놀이는 전남지역에서 특히 고흥군에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고흥군의 도덕면 용동리, 도양읍 관리, 용정리에서 화전놀이 때 부르던 <화전노래>가 채록 되었다. <화전노래>는 경기민요로 알려진 ‘풍년가’와 곡조가 거의 같다.

3) 방안놀이 노래

‘방안놀이 노래’란 이 노래들을 주로 방안에서 놀 때 많이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물론 이 노래들은 마당이나 야외에서 부를 경우도 많다.

① 둥당애타령

<둥당애타령>은 전남의 서부 해안지역에서 부녀자들이 방안에서 놀면서 많이 부르는 노래이다. 분포지역을 군별로 보면 영광, 함평, 무안, 신안, 해남, 진도군 등이다. 둥당애타령은 가창방식을 기준으로 대략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일정한 소절 수의 앞소리와 뒷소리가 반복되는 선후창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정해진 소절수가 없이 앞소리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뒷소리가 나오는 돌림노래 형태이다. 전자의 형태로 부르는 곳은 신안군 장산면 공수리,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완도군 군외면 초평리 등이며, 나머지 지역은 후자의 방식으로 부른다.

둥당애타령은 물이 담긴 물동이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두들기거나(물방구), 바가지를 엎어놓고 그 위에 목화솜 타는 활을 대고 퉁겨서(활방구) 반주를 하면서 불렀다고 한다. ‘둥당애당…’하는 뒷소리도 물방구나 활방구소리의 의성어로 볼 수 있겠다. 채록 당시 이와 같은 반주를 한 곳은 신안군 장산면 공수리와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이다(9-7, 19-8). 한편, 진도군 의신면 돈지리의 둥당애타령은 뒷소리가 네 소절로 다른 곳의 노래에 비해 길며 지산면 인지리의 둥당애타령은 앞머리에 진양조의 둥당애타령이 나오는 점이 특이하다.

② 잡가

국악에서 잡가(雜歌)는 가사체(歌辭體)의 긴 사설을 얹어 부르는 민요를 말하지만, 여기서는 ‘놀면서 부르는 타령류의 노래’들을 뭉뚱그려 일컫는다. 이번에 채록된 잡가에는 전남민요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육자배기와 아리랑타령(진도아리랑)을 비롯해서 산아지타령, 방아타령, 물레타령, 매화타령, 개고리타령, 담바구타령, 사랑타령, 사리롱타령, 배꽃타령, 도화타령 등이 있다. 이들 노래 가운데 육자배기, 흥타령, 아리랑타령, 산아지타령, 개고리타령, 물레타령 등은 보통 전라도민요로 분류되나 그밖의 노래는 경기민요 또는 다른 지역의 민요로 분류된다.

그밖에 잡가류로 분류할 수 있는 노래로서 특이한 것으로는 가거도에서 채록한 ‘산다이’, 고흥군 도양읍 관리에서 채록한 ‘한산세모시’ 그리고 신안군 비금도와 가거도에서 채록한 ‘돌깨꼭지’ 등이 있다. 가거도의 ‘산다이’ 라는 노래는 아리랑타령이나 산아지타령의 앞소리만을 돌아가며 부르는 형태로서, 아리랑타령이나 산아지타령의 원형(原形) 또는 고형(古形)일 가능성이 있는 곡으로서 주목된다(9-12). 고흥의 ‘한산세모시’는 노랫말의 내용이나 곡조로 보아 유량 연예인 집단으로부터 민간에 전승된 노래로 생각된다(2-15). 끝으로, 신안지역의 ‘돌깨꼭지’는 노랫말이나 곡조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이 지역의 토속적인 노래로 생각된다(9-9, 10, 11). 이 가운데 가거도의 ‘돌깨꼭지’는 노동요로서의 기능도 갖고 있다(9-9 노래해설 참조).

라. 기타민요

기타 민요로서 분류되는 노래들은 일, 의식, 놀이의 어느 한 기능과 꼭 맺어지지 않는 것들이다. 부녀자들의 <신세타령>, <시집살이노래>를 비롯하여 각종 ‘타령’ 과 각종 ‘노래’가 여기에 속한다. 기능상으로 보면 신세타령이나 시집살이노래는 부녀자들이 길쌈을 하거나 밭을 매면서도 많이 부르므로 노동요로 분류할 수도 있겠으나, 이 노래들이 특정 노동과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에 난점이 있고, ‘한탄요(恨歎謠)’ 등의 명칭으로 분류하기에는 일반성이 없다.

1) 신세타령

전남지역 부녀자들의 <신세타령>은 ‘흥글소리’, ‘흥그레소리’ 또는 ‘흥글타령’ 이라고도 하며, 대부분이 육자배기조의 느린 곡조에 외롭고 고통스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고통의 원인은 시집살이와 가난, 또는 남편의 무관심 등이다. 이 노래가 분포된 지역은 영광, 함평, 신안, 해남, 진도, 완도, 강진, 장흥, 장성, 승주, 화순, 광양 등으로 상당히 넓다.

2) 시집살이 노래

<시집살이 노래> 역시 전남지역 도처에서 들을 수 있는 부녀요이다. 시집살이노래는 ‘진주낭군’과 같이 시집살이와 관계된 설화적 내용의 노래이거나, 그와 비슷한 일정한 틀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심정을 이입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5-13, 7-7, 8, 9, 11-11, 18-2). <시집살이노래>를 곡조별로 살펴보면 신세타령과 같은 육자배기조의 느린 노래보다는 둥당애타령조나 창부타령조의 노래가 많다. 사설의 내용이 상당히 길어짐에 따라 곡의 템포는 빨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3) 각종 타령 / 각종 노래

‘타령’이라는 제목이 붙는 노래는 상당히 많다. 생물을 소재로 한 것으로는 ‘꿩타령’, ‘소타령’, ‘닭타령’, ‘오징어타령’, ‘거무타령’, ‘누에타령’, ‘반지락타령’, ‘이타령’ 등이 있고, 음식을 소재로한 것에는 ‘술타령’, ‘떡타령’, ‘메밀타령’ 등이 있으며, 사람을 소재로 한 것으로는 ‘중타령’, ‘영감타령’, ‘장모타령’, ‘엄마타령’, ‘신발장수타령’, ‘엿장수타령’, ‘장타령’ 등이 있다.

‘타령’이란 제목을 붙일 수 없는 ‘노래’ 또한 대단히 많다. 가장 많은 것이 ‘베틀노래’로서, 이 베틀노래는 베틀을 소재로 할 뿐, 실제로 베를 짜면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고 심심풀이로 부르는 것들이다.

‘강실도령’, ‘댕기노래’, ‘의붓엄마노래’ 같은 노래들은 옛날에 실제로 있었을 법한 일들을 노래로 만든 것으로, 전남지역 어디서나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이다. 그밖에 ‘줌치노래’라든가 ‘타박네’, ‘황애장수’ 등의 노래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음반에 수록된 곡 중에서는 함평군에서 채록된 ‘귀뚜라미노래’가 가창방식이나 노랫말 내용으로 보아 특이하다(17-15).

이상으로 전남지역 민요의 분류와 그에 따른 지역적 분포양상을 살펴 보았다. 글 머리에서 말한 대로 자료의 부족에서 오는 논의의 한계가 분명히 느껴진다. 이 글은 오로지 이번에 전남지역의 민요를 채록, 정리, 발간하면서 얻은 단편적인 지식에 근거한 것이므로, 학문적 수준의 논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조사보고서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이 글에 사용된 용어 가운데는 학술용어로서 정착되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으며, 분류나 분석의 방법에 있어서도 학계의 정설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출처: 두산백과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네이버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