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진은 희망찬 백호랑이 띠인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처음가는 산행으로 시산재와 더불어 눈꽃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 출발하기 전부터 기대에 부풀었다. 지난해 마무리를 마눌과 소영, 우림 공주들과 함께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에 가족 여행을 다녀 오면서 2009년도 정리와 새해 설계도 함께 하여서, 이번 백두대간 새해 첫 출진에서는 새해 계획에 대한 마음 가짐을 다시 굳건하게 다지는 계기로 삼으려 마음 먹었다.
출발은 언제나 처럼 07시경 대전 청사를 출발하여 무주리조트로 향하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34명의 회원이 참석하였는데, 나처럼 올해 처음이라 여러가지 의미를 두는 듯 했다. 무주리조트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스키 인파로 조금씩 차가 막히기 시작하고, 가는 도중 군데 군데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예정보다 30분정도 늦게 무주리조트에 도착하여 곧바로 곤도라 탑승장으로 갔다. 스키인들로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우리도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올라 가는데 곤도라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스키장과 주변 덕유산 자락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혀 마치 설국에 온 느낌이었다.
곤도라에서 내려 설천봉 주변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실로 장관으로 감탄이 절로 나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설천봉 꼭대기에는 춥고 바람이 너무 세차서 팔각정 안에서 가져온 음식을 차려 놓고 시산재를 지냈다. 올 한해도 무사히 산행하고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멋진 삶이 되길 기원하며 덕유산과 백두대간 산신령께 정성껏 두손 모아 빌었다.
시산재 음식인 돼지 머리고기와 시루떡을 안주삼아 음복주인 막걸리 한잔씩 마시고 향적봉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물론 겨울 산행의 필수품인 아이젠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였다. 향적봉까지 오르는 구간은 나무가지에 눈꽃이 만발하여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멋진 절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은 눈이 내린지 며칠 되어 가지에 쌓인 눈 일부가 녹아 소담스럽게 활짝핀 눈꽃은 볼 수 없었다.
향적봉 정상에서 다시 한번 폼잡고 새해 소망도 다지는 야호를 외치었다. 향적봉에서 중봉까지 가는 길은 눈이 쌓여 허벅지까지 빠졌다. 앞에 가는 단체 직장 산행팀을 만나 느릿느릿 주변 경치를 즐기며 한줄로 밖에 전진 할 수 없었다. 설천봉에서 백암봉까지는 진입로였고, 실제 오늘의 백두대간 길은 백암봉부터 다시 예전 대간길을 이어서 삿갓골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백암봉을 지나니 능선을 따라 왼쪽으론 깍아지른 절벽이고, 서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이 날아갈 듯 매섭고 세찼다. 조심 조심 절벽 구간을 지나 다시 눈길을 계속 치고 나아갔다.
12시 30분경에 동엽령에 도착하니 언덕 밑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놓아 우리팀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시산재에서 준비한 떡과 고기로 점심을 대신한다고 광고를 해서 재대로 점심 준비를 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뜻한 물과 컵라면 1개만 딸랑 준비했는데, 떡집 주인과 싸인이 맞지 않아 준비한 음식이 부족하여 조금씩 밖에 나누질 못했다. 하지만, 인심 좋은 이웃을 만나서 싸가지고 온것들을 이것 저것 풀어 놓고 나누어 주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고, 추운 겨울 산행에서 따끈한 국물과 독한 빼갈 한잔으로 추위를 녹이었다.
배가 든든하니 추위도 가시고 뻐근한 다리도 다시 힘이 붙었다. 정상 능선을 조금 벗어나 8부 능선길은 다시금 화려한 눈꽃의 향연이었다. 소복히 나뭇가지에 내려 않은 눈꽃이 햇살에 비치어 더욱 눈부셨다. 너무 멋진 눈꽃에 취했는지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왼손으로 땅을 짚었는데 뜨끔하였다. 넘어져서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다가 겨우 일어나 왼손을 움직이고 돌려보니 부러지지는 않고 인대가 조금 다친듯 뻐근하여 어깨 위로 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인 것은 다리는 멀쩡해서 걸을 수 있어 안심이 되었다. 산행 중 내리막에서 한시라도 한눈을 팔면 안되는 것을 아는지라 조심했지만 눈이 워낙 많이 쌓여 아이젠을 차도 미끄러진것은 어쩔 수 없는 순간이었다.
속도를 조금 늦추며 조심 조심 걸어서 드디어 오늘 산행의 마지막 정상 봉우리인 무룡산에 도착해 대원들이 머두 함께 잠시 쉬면서 따뜻한 물로 목도 축이며 재충전하였다. 무룡산부터 삿갓골 대피소까지는 내리막길로 비교적 평탄하였다. 삿갓골 대피소는 지난번 남덕유산에서 삿갓봉을 지나온 길과 만나는 곳으로 오늘 산행한 것과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것이고, 두번째 거쳐가서 낮설지 않았다.
삿갓골재에서 탈출로를 따라 황점마을까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하산하였다. 드뎌 5시경에 황점마을에 도착하였으나, 뒤풀이 장소로 예약한 비닐하우스와 버스기사가 싸인이 맞지 않아 예약을 취소하고 황점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다음 마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은 싸인이 맞지 않는 날인가보다^^*. 조금은 허술한 비닐하우스안에서 하산주인 걸쭉한 막걸리와 감자탕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니,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래서 옛말에 시장이 꿀맛이라 한듯하다.
이번 산행은 내 생애 처음 산행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눈과 함께 한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원없이 눈을 보고, 눈꽃에 감탄하고, 눈에 넘어지고, 눈에 딩굴고 지낸 눈과의 하루였다.
올해엔 특허청에 와서 새내기의 모습도 벗고 단독으로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지므로 좀더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해 목표로는 첫째, 백두대간 완주를 위해 올해도 한번도 빠지지 말자. 둘째, 3년 후에 가족과 유럽여행 준비를 위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1달에 1권이상 읽어 완독하자. 셋째, 지난해 12월 시작한 한문 서예를 꾸준히 익혀 인생이모작을 준비하자. 넷째, 나 자신 찾기 프로젝트를 성실히 이행하자 등 몇가지 화두를 가지고 산행하면서 되뇌이며 다짐하였다.
지난해 시작한 백두대간의 작은 첫 발걸음이 오늘의 11째 출진으로 완주하며 총 120km정도 걸어 왔듯이, 올해도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백두대간 종주 화이팅 !!!
1. 설천봉 팔각정에서 산악인으로서의 다짐을 하고 있는 우리 가족들
2. 처음 보는 향적봉의 맑은 하늘
4. 능선을 타는 등산객이 상상외로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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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9. 덕유산에서
설천봉(산제)-향적봉-중봉-백암봉-동엽령-무룡산-삿갓제대피소-황점
이상입니다..
덕유산 설경 속에서 겨울산행의 맛을 제대로 보고 왔습니다..
덕유산 칼바람에 수고들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