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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S#1 인서트 /낮
도심,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S#2 도로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휘적휘적 걸어오는 진구 보인다.
타이는 엉망으로 풀어져 있고 와이셔츠는 얼룩져 있고 핏방울도 튀어 있다.
손에는 상처를 싸맨 붕대 틈으로 핏물이 새고 있다.
진구를 비켜가는 사람들.
진구의 얼굴 C.U.
E : 경찰차 사이렌 소리.
타이틀 : 연애
S#3 SK 텔레콤 앞 /전날 밤
사이렌 소리와 사람들 와글거리는 소리로 요란하다.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는 경찰.
진구, 짱돌로 입간판을 깨고, 발로 차 엎고, 부수고 난리다.
가게 주인인 듯한 50대의 아저씨, 힘으로 못 당해 나동그라지고,
옆 삼겹살 집에서 나온 앞치마를 멘 아줌마 둘, 진구를 뜯어말리고 있다.
S#4 파출소 /밤
아저씨 : 그냥 냅다 와가 때리 부숴 싸는데,
경찰 : (진구에게) 왜 그랬어요? 에? 이봐요.
완전히 지친 얼굴, 체액이 모두 빠져나간 듯 간신히 의자에 앉아있는 진구, 못 듣는다.
고개를 숙이고 제 핸드폰만 본다. W.O
S#5 세탁소 안 /낮
작은 회전의자에 앉아 의자를 빙빙 돌리는 진구.
못마땅한 얼굴로 다림질을 하며
아저씨 : 웬만하면 드라이 좀 하세요.
진구 : 에.
아저씨 : 하도 안 빨아서 번득번득 윤이 다 나네.
진구 : (부끄럽다)
S#6 원룸 안 /낮
비닐에 싸인 양복을 벽에 걸고 손으로 축축 치며 통화하고 있는,
진구 : 저기 저 김진군데요. 번역료 때문에 전화 드렸는데.. 이번 주에 넣어 주시기로 했거든요?
아 담당자요? 에 바꿔주세요. 네.
E : (통화 대기 벨 - 엘리제를 위하여 등)
진구, 가만히 서서 계속 기다린다.
방 안에는 온통 두꺼운 책들이 널려있고, 벽에는 이런저런 문구들이 붙어있다. (고시생 인 듯)
카메라 한 바퀴 돌아오도록 진구는 여전히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벨소리 계속, 다른 멜로디로 바뀌었음.)
밥통에서 김이 치이~ 빠진다.
안되겠는지 한숨을 한번 쉬고 전화를 끊는다. 다시 걸려다가, 만다.
상 위에 잔뜩 쌓인 책을 바닥에 놓는다.
밥통에서 뜨거운 밥을 주걱으로 떠서 밥상 위에 놓고, 작은 냉장고에서 김치랑 1인분씩 포장된 김을 꺼낸다.
김을 꺼내 김치통 뚜껑에 놓고 김에 들어있는 방부제를 꺼내서
김이 담겨있던 프라스틱 그릇에 부어놓고 그 위에 물을 조금 붓는다.
뜨거운 밥에 김치를 얹고 김을 놓고 젓가락으로 싸먹는 진구.
진구의 눈앞에서 물에 녹은 방부제들이 톡톡 튄다.
재밌게 구경하며 밥 먹는 진구.
S#7 축구장 /낮
원정팀의 응원석.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아 썰렁하다.
다소 흥분된 얼굴로 경기를 보고 있는 진구. 작은 보조가방에서 팩소주를 꺼낸다.
비닐봉지도 꺼낸다. 잘 구워진 오징어가 나온다. 기쁘다.
소주를 마시며 오징어를 쭉 찢어 입에 넣다가 시선이 어딘가로 간다.
진구의 앞쪽에 앉은 사내들 서넛,
어디서 숨겨 들어왔는지 족발 따위를 꺼내놓고 소주를 마시고 있다.
진구, 보면서 침을 꿀꺽 삼킨다.
아저씨 : (손짓하며) 어이!
진구 : (보면)
아저씨 : 같이 와서 한잔 하소.
진구 : 에? (쑥스럽지만, 밍기적대며 일어난다)
(시간 경과)
공차는 소리, 가끔 들리는 호각소리가 전부인 운동장.
경기는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사내들 틈에 앉아서 술잔을 받아먹고 있는 진구, 벌겋다.
안주도 집어 먹는다. 운동장 보고 주먹도 한번 휘두른다.
기분 좋아 보인다.
(시간경과)
진구가 응원하던 팀이 골을 넣는다.
진구 : (벌떡 일어나며) 꼴! 꼴인!
먹다말고 벌떡 일어난 일행. 광분한다.
진구, 수퍼맨처럼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깃발을 들고 달린다.
몇 관중, 진구를 따라 파도타기 해준다.
중간에 멈춰 선 진구, 박수와 파도타기를 유도하는 몸짓 후, 다시 달린다.
진구, 제법 신났다. 달리다가 푸파파팍. 넘어진다.
S#8 방 안 /밤
불을 끄고 눕는 진구. 핸드폰을 꺼내 뽁뽁 누른다.
잠시 쥐고 있다. 부르르 떠는 핸드폰.
진구, 폴더를 연다.
S#9 핸드폰 화면 /밤
잘자라 김진구.
발신번호 : 나
S#10 방 안 /밤
만족한 얼굴로 핸드폰을 닫고 눈을 감는 진구.
S#11 신부 대기실 /다음날 낮
신부, 진구를 보고 앉아 있다.
번득번득한 양복을 입은 진구, 문간에 서서 신부를 보고 수줍게 웃는다.
부럽다, 예쁘다, 저런 마누라 나는 언제 얻나, 재서는 좋겠다, 뭐 그런 얼굴.
신부 : 오셨어요?
진구 : (목례하며) 예 제수씨.
신부 : (더 할 말이 없다)
진구 : 예쁘세요.
신부 : 고맙습니다.
진구 : (계속 보고 있다)
신부 : (뻘쭘해 죽겠다) 오랜만이세요.
진구 : 예.
신부 : (꾸역꾸역) 공부는 잘 되세요?
진구 : 뭐 그냥 그래요 뭐. (계속 신부만 본다)
신부 : 재서씨는 밖에 있는데
진구 : 에? 아. 예.
마침 요란스럽게 들어오는 신부 친구들과 비디오 카메라.
신부, 살겠다는 듯 손을 내밀어 반기고.
비디오기사 : (진구를 밀치며) 잠시만요. 자 신부 친구들 신부 뒤로 좀 서주세요.
밀려서 밖으로 나가는 진구.
아는 얼굴이라도 발견했는지 간다.
S#12 예식장 앞 /낮
진웅 : (진구를 반기며) 야 마 오랜만이다!
진웅 옆에 아이를 안은 와이프, 진구에게 목례한다.
철주 : 새끼 이럴 때나 나오고.
진웅 : 그게 어디냐, 그래도 진구는 경조사는 안 빼먹잖아. 인간이 된 놈이지 야, 공부는 잘 되냐?
진구 : 뭐, 그냥 그렇지 뭐.
철주 : 으이구, 언제까지 그러구 있을래?
진구 : 어? 뭐 될 때까지 해야지.
철주 : 될 때까지는 무슨.
진웅 : 야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오늘 (한잔 흉내)?
진웅처 : (죽일 듯이 노려보며) 차가져왔잖아.
진웅 ‘뭐!’ 진웅처 ‘너 죽어!’ 하며 서로 눈을 부라린다.
진구 : (그 모양 보며) 뭐, 다음에 하지.
철주 : (거들먹) 마, 너 공부하느라 피곤할 텐데 내가 한잔 쏠게.
진웅 : (마냥 좋아) 오오, 그래그래.
진구 : 자식. (진심으로) 신수 훤하다?
철주 : 그냐? (만족)
S#13 단란주점 룸 안 /밤
웨이터, 맥주를 박스채로 밀어 넣는다.
부담스럽게 바라보는 진구, 마냥 좋은 진웅, 여유 있어 보이는 철주.
마담 : (얼굴 내밀고 작게 철주에게) 이과장님 하나만 불러 달랬지?
철주 : 어, 뭐 오늘은 친구끼리 왔으니까 그냥 노래 트는 애나 하나 넣어 줘
마담 : 오케이 (들어오며) 우리집 카수. (손짓) 들어와 들어와
혜지 : (들어와서 발랄하게) 안녕하세요~
철주 : 오으냐!
진웅 : (마냥 좋아 헤)
철주 : 야, 저리저리, 총각 옆에 앉아라 어?
야한 옷차림 진한 화장의 혜지, 다가오면
진웅 : 우이씨 (철주 옆으로 가 앉는다)
진구 : (철주에게) 야, 됐어 임마.
철주 : 됐기는 임마.
마담 : 그럼, 즐겁게 보내세요. (나가면서 조명을 만진다)
진구 : (마담 나가면 작게) 그냥 우리끼리 놀지
혜지 : (눈치를 보며 양주를 딴다)
철주 : 괜찮아 임마. (혜지에게) 몇 살이니?
혜지 : 스물 둘이요.
진웅 : 이름은?
혜지 : 혜지
진웅 : (따라서) 혜지.
피식피식 웃는 일동.
혜지 : (벌떡 일어나며) 오빠들, 내가 분위기 좀 띄울까?
갑자기 봐봐봐 ~ 봐봐봐봐봐~ 전주 나오면
꺄오 꺄오 흔들며 노래하는 혜지.
좋아하는 진웅과 철주.
어리벙 하게 보는 진구.
S#14 홀 /밤
화장실에 다녀오는 진구, 제 방으로 가다가
진구 : 어?
하며 되돌아와 다른 방을 들여다보면,
혜지, 나이가 지긋한 다른 손님에게 술을 따르고 있다.
진구, 땅콩을 훅, 입에 넣으며 이게 우리방인가, 아닌가, 헛갈려 한다.
혜지 : (문을 열고) 오빠들 저 금방 화장실 좀!
하며 나오다가 서있는 진구랑 눈이 마주친다.
두 탕 뛰고 있는 걸 들킨 혜지, 뭐라고 변명 하려는데
진구, 얼른 제 방 문을 열고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는 혜지.
S#15 룸 안 /밤
연애, 반주가 흘러나오고 있다.
진구 : (취해서 ??) 누굴 좋아한다는데 이유가! 그런 이유가 어딨겠어!
능숙하게 폭탄주를 만들어 나누는 혜지.
진구에게 주면 양손으로 받아 쭈욱 마시고 노래하는 진구.
철주에게 술을 내미는 혜지, 철주가 뭐라고 말 하자, 마지못해 일어나 진구에게 온다.
혜지, 진구한테 바짝 붙어서 흐느적 춤춘다.
당황하는 진구. 몸을 쭉 빼고,
숨넘어가게 웃는 철주, 진웅.
진구 : (노래) 나는 날아~ 날아 올라. 그대와 함께 있을 때면
(진구 노랫소리.. 진웅 ‘연애하고 싶다!’ 철주 ‘미친새끼야!’ ...)
(시간경과)
파장인 듯 음악은 꺼졌고, 실내는 좀 환하다. 하품하는 혜지.
입을 헤, 벌리고 목을 완전 제치고 자고 있는 진구 옆에, 적당히 취한 듯한, 철주와 진웅 제법 심각하다.
철주 : 그야말로 독특하다니까, 종합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모든 종목이 오르는 게 아니야 임마,
상승장에서도 얼마든지 손해가 난다고, (거들먹) 마 내가 사란 거, 사지 그랬어.
내말만 들으면 실패가 없다는 거 아니냐.
진웅 : (끄덕거리며 듣는다) 아씨, 마누라가 설치는 통에
철주 : 근데 뭐 너 사봤자잖아. 이런 장은 개미들한테는 빛 좋은 개살구야 괜히 매수 동참하다간....(블라블라)
철주, 진웅 떠드는 사이 상당히 심심해 보이는 혜지
옆에 자고 있는 진구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땅콩을 휙 던져 깨워본다.
꿈쩍 하지 않자 재밌는지, 이번엔 땅콩 껍질을 슬쩍 벌어진 입에 넣어본다.
진구 : (코고는 소리+숨 막히는 소리) 드르렁! 카아악 (내더니 벌떡 깬다)
일동, 깜짝 놀라서 진구 본다.
진웅 : 새끼, 깜짝이야.
철주 : 깼냐?
진구 : 어? 어.. (콜록콜록)
푸웃, 푸하하 웃는 혜지. 다들 따라 웃는다.
진구, 침을 스윽. 닦는다. 민망하다.
S#16 거리 /밤
택시를 잡고 있는 진구.
택시가 오면 철주를 태운다.
진구 : (기사에게) 아저씨, 신림 사거리에서요 그니까 사당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바로 세워주세요.
철주, 부시럭부시럭 하더니 진구 손에 뭘 쥐어준다.
진구, 펴보면 이만원이다.
진구 : 뭐야 임마.
철주 : 택시, 택시 타구가.
진구 : 나 택시비 있어 임마.
철주 : 그냥 넣어 둬. 임마. 간다.
진구 : .. 그래.
택시 떠나면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주머니에 돈을 넣는 진구.
S#17 화장실 /밤
진구, 쉬하고 있다.
벌컥 열리는 문. 술에 제법 취한 혜지 들어온다.
진구, 제법 당황한 얼굴로 혜지 방향 따라 등을 대고 마저 쉬한다.
혜지 : (알아보고) 어? 안 갔네?
진구 : (지퍼 간신히 올리고) 가, 갔어요.
혜지, 웃옷 위에 흰 셔츠를 입고 손을 넣어 속에 있는 옷을 벗어 목 위로 뽑아낸다.
오마나 신기하다 하는 얼굴로 멍하니 보고 있는 진구.
혜지 : (퉁명) 뭘 봐요?
진구 : 에? (얼른 눈을 돌린다)
혜지, 바지를 치마 속으로 입고 치마를 벗어 내린다.
손을 닦다가 역시 멍하니 보고 있는 진구.
혜지 : (머리를 질끈 묶으며) 안가요?
진구 : 가, 가요. (중얼중얼 변명) 거 신기해서. 어떻게.. (하는거지?)
혜지, 물끄러미 그런 진구를 보면
진구 : 가요. 그럼 안녕히 (나가려다 말고) 근데 저기요.
혜지 : (본다)
진구 : 취했어요?
혜지 : 조금. (왜)?
진구 : 어떻게 가요? 집에?
혜지 : 택시타구.
진구 : 아 네. 저 그럼.. (인사)
혜지 : ...
물을 촤, 틀고 세수라도 하려는 모양인 혜지.
거울 속으로 가는 진구의 모습을 본다. 물끄러미.
S#18 화장실 앞 /밤
진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서있다.
주머니에서 철주에게 받은 이만원을 꺼내 만지작댄다.
지갑을 꺼내보면 만원 있다. 갈등하다가 그것마저 꺼내서 합친다.
혜지,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고 말간 얼굴로 나오면
진구, 잠시 넋 놓고 본다. 혜지, 경계의 시선.
진구, 정신 차리고 얼른 삼만원을 쥐어준다.
혜지 : ?
진구 : 태, 택시비 하세요. (간다)
혜지 : ..
진구의 뒷모습을 보는 혜지 얼굴에 웃음이 스친다.
S#19 원룸 안 /아침
방안에 누워있는 진구. 잠이 깼다. 손을 뻗어 라디오를 켠다.
S#20 화장실 /아침
방에 딸린 작은 화장실에서 이를 닦는 진구.
라디오에서 음악이 바뀌며 김현철의 연애가 흘러나온다.
멈칫.
플래쉬 백
S#14 단란주점 - 춤추며 노래하는 혜지
S#16 단란주점 - 제 몸에 바짝 붙는 혜지
멈췄다가 다시 이를 닦는다. 다시 멈칫.
시선을 내려 아랫도리를 본다. 에드립, 진구답게
E : (전화벨)
엉거주춤 나가는 진구.
S#21 원룸 안 /낮
진구 : (전화 받으며) 네. 김진굽니다!
S#22 혜지 방 /낮
머리를 감았는지 수건으로 머리를 둥치고
앉은뱅이 화장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전화하고 있는,
혜지 : 여보세요.
진구E : 누구세요?
혜지 : 응. 나 혜진데요. 어제 만난. 어제요. 단란주점에서.
S#23 원룸 안 /낮
진구 : (깜짝 놀란다) 에? 아. 예에. 안녕하세요. (민망)
S#24 한식집 /오후
뭔가 죄진 얼굴의 진구, 혜지를 본다.
상 가득 찬이 내려올 때마다 반가워하는 혜지.
혜지, 손가락으로 수저통을 가리키면,
진구, 수저를 꺼내 혜지에게 내민다.
혜지, 돌솥에서 밥을 떠서 밥그릇에 담고 주전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진구, 혜지를 따라 밥을 뜨고 주전자를 들어 혜지의 돌솥에 붓고, 제 솥에도 붓는다.
혜지 : 빈속에 맨날 술 먹어서 위장이 되게 나빠졌나 봐. 막 따꼼따꼼해.
진구 : 저기요. (상당히 궁금한) 근데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혜지 : 어제 아저씨 잘때 딴 아저씨들이 찍어줬는데?
진구 : 에? 왜요?
혜지 : (무심히) 몰라. (먹는데만 관심 있다)
진구 : 근데. 저기 무슨 일로
혜지 : (진구 앞에 반찬을 가리킨다) 저거
진구 : (접시를 들어 혜지 앞에 놔주며) 왜 보자고 하셨어요?
혜지 : (이게 바본가, 하는 얼굴) 몰라서 물어?
진구 :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저기. 그러니까. 있잖아요. 어제 거기, 그 가게.
거기 자주 놀러 오라고 나한테 지금 이러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한테 지금 술 팔아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혜지 : (어이없이 기분 나쁘다는 듯, 내가 그런 애로 보이냐는 듯 보다가, 표정 바꾸고 솔직하게) 응..
진구 : 저기, 나 돈 없는데. 나 그런대 잘 안가요. 어제는 친구가 쏜다 그래서..
혜지 : (노려보듯 본다)
진구 : (쫄아서 본다)
혜지 : (주머니 뒤적뒤적 하다가 삼만원을 꺼내 밥상에 콱) 자, 이거.
진구 : 어? 이, 이거는.
혜지 : 돈 없다매. 그러면서 뭐 하러 이런 건 주냐?
진구 : 아니 그게 아니구.
혜지 : 돈 없다매. 그걸로 이거나 (지금 먹는 밥) 사.
진구 : ...
혜지 : (째려보면서) 어?
진구 : 네.
혜지, 수시로 손가락을 내밀어 찬 그릇을 가리키고
진구, 수시로 가져다준다.
혜지 : 오, 이거 맛있네. 이거 먹어봐.
진구 : (뭔가 불만)
혜지 : (먹다가) 왜 또?
진구 : (말할까말까)
혜지 : 응?
진구 : 저기, 왜 나한테 반말해요?
혜지 : (별걸 다 갖고 지랄이라는 얼굴로 본다) 아저씨 몇 살인데.
진구 : ..
혜지 : 응?
진구 : 서른 셋.
혜지 : (보다가 뜬금없이) 와 좋겠다.
진구 : 뭐가요?
혜지 : 나이 많아서.
진구 : 나이 많은 게 뭐가 좋아요.
혜지 : 난 빨리 나이 먹고 싶어. 사는 게 너무 피곤해. 빨리 빨리 살아버리고 싶어.
진구 : (쪼끄만게 별소릴 다한단 얼굴)
혜지 : 오빠라고 부르면서 반말하는 게 좋아 아님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존댓말 하는 게 좋아?
진구 : .. 어... (한참생각)
혜지 : 어?
진구 : 오빠라고 부르면서 존댓말요
혜지 : 싫어
진구 : 에?
혜지 : 그럼 우리 아메리칸(촌스럽게 발음할 것) 식으로 하자.
진구 : 에? 그게 무슨
혜지 : (수저를 들고 가르치듯) 나는 이혜지 너는 김진구. you랑 me. 너랑 나. 오케이? 끝.
진구 : (못마땅..)
혜지 : (먹으며) 맛있다.
진구 : 저기. 근데요. (뭔가 또 궁금하다)
혜지 : 스..
진구 : (쭈삣)
혜지 : 먹어, 먹어, 먹고 얘기해.
진구, 억울하다는 듯 밥을 먹고
혜지, 웃는다. 진구가 웃기다.
S#25 단란주점 앞 /밤
혜지 : 진구. 나 들어갈게.
진구 : (그렇게 불려서 대단히 못마땅)
혜지 : (웃겨 죽겠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 밥 사줘서 고맙고.
진구 : ..
혜지 : (가다 말고) 진구
진구 : 에?
혜지 : 또 전화해도 되지?
진구 : ..
혜지 : 표정 봐라.
진구 : ..
혜지 : (협박) 또 전화 할거다. (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뭐 할말 없어?
진구 : (꾸벅) 수고하세요.
혜지, 쿠하하 웃으면서 간다.
진구, 얼떨떨하게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걷는다.
E : (문자 오는 소리)
진구, 핸폰을 보면
S#26 액정화면 /밤
오늘 재밌었다 진구. 또 만나자! ㅋㅋ
발신자 : 혜지씨
S#27 단란주점 앞 /밤
진구, 돌아보면
혜지, 손을 흔든다.
진구, 뻘줌하게 흔들고 돌아선다.
또 주변을 한번 보고 걷는 진구, 웃는다.
S#28 출판사 /낮
의자에 앉아서 지루한지 뱅뱅, 돌리다가
바퀴의자를 쭈욱 밀어 옆자리의 신문을 슬쩍 가져다가 보는데,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직원들, 진구를 보고 놀라서 슬슬 제자리로 간다.
총대를 맨 듯한,
직원 : 아이구 아직도 계셨어요?
진구 : 에.
직원 : 담당자가 아직 안온 모양이네.
진구 : (남 얘기하듯) 멀리 가셨나.
직원 : 아니 왜 이렇게 입금을 안 해줘서 속을 썩이나 모르겠네.
진구 : (진심으로) 그러게요.
직원 : (가란 듯) 어쩌나. 다음에.. 오실래요? 오면 전화하라고
진구 : (기꺼이) 아녜요 기다릴게요.
직원 : 예? 저기 아주 멀리 나간 모양인데
진구 : 괜찮아요. 저 시간 많아요. 기다릴게요.
직원 : (진구가 무섭다) ..
진구 : (순진하게, 말똥 말똥) 근데 저기, 담당자가 있긴 있죠?
S#29 어린이 대공원/사슴 우리 앞 /낮
한손에 솜사탕을 쥐고 벤치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혜지.
뚫어져라 말을 보며, 손으로 솜사탕을 동그랗게 뭉쳐서 입에 던져 넣는다.
(혜지, 내내 계속 먹을 것.)
진구 : 정말로 여길 첨 와봐?
혜지 : 응.
진구 : ..
혜지 : 나 동물 실제로 첨 봐.
진구 : 닭도 안 봤어?
혜지 : 닭은 봤지, 병아리도 봤고, (중얼중얼) 참새도 봤고, 비둘기도 봤고 또 뭐 봤더라? (중얼중얼)
아! 개랑 고양이도 봤구나? 아, 쥐.
진구 : (본다, 참 희한한 애란 얼굴로)
혜지 : 근데 말이랑 사슴, 이런 건 첨 봐.
진구 : ... 김밥 먹을래?
혜지 : 어! 줘, 줘! 싸왔어 사왔어?
진구 : 사왔는데.
혜지 : (본다)
진구 : 왜.. 요?
혜지 : 고마워. 소원 들어줘서.
진구 : (김밥 뚜껑을 열고 젓가락을 뜯어 주며) 동물원 오는 게 소원이야?
혜지 : (낼름 집어 먹으며) 이 사람아 소원 같은 건 소박해야 이룰 수 있어. 나 소원 백 개도 넘어.
진구 : 그 많은걸 다 외워?
혜지 : 어.
진구 : ..
혜지 : (무심히) 다 적어 줄게.
진구 : (헉..)
혜지 : (열심히 먹으며) 근데 여기 와보니까.
진구 : (보면)
혜지 : (먹다가) 똥 냄새난다. 뭐야 이거 (두리번) 말똥이야? 사슴똥?
진구 : (먹으며) 아? 아 하마 우리에서 나나? (음료수를 따준다)
혜지 : (마시고) 걔들은 어딨는데?
진구 : (먹으며) 저 위에. 저기, 하마는 말이야. 배설을 하면서 꼬리를 프로펠라처럼 막 휘두른다?
그래서 똥을 막 (삼키고) 사방에 뿌려.
혜지 : (먹으며) 왜? 왜 그런 짓을 한 대?
진구 : 적이 접근을 못하게 하는 거지.
혜지 : (입을 헤 벌리고 인상 쓴다)
진구 : (그러고 보니 먹는데 미안하다) 더러워?
혜지 : (얼굴 펴고) 아니?
진구 : ..
혜지 : 근데 (먹으며 무심히) 진구 별걸 다 안다. 천재구만, 천재야.
진구 : (혼잣말처럼 부끄럽게) 천재는 무슨.. (그래도 기분 좋은지 웃는다) 저기, 코끼리 똥은 더 대단해 있지,
이~따만한.
혜지 : (먹으며) 그만하지?
진구 : (서운, 민망) 응..
혜지, 혼자 또 빙긋 웃는다.
별 말 없이, 볕 쬐며, 구경하며, 먹으며, 쉬고 있는 둘.
S#30 하마 우리 앞/몽타주 /낮
하마 우리 앞에서 보고 있는 혜지와 진구.
진구, 오가는 연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본다.
진구, 손가락으로 혜지를 툭, 찌르며 팔짱 낀 연인들을 가리키면
혜지, 손바닥으로 진구의 얼굴을 찰싹 때린다.
혜지, 손가락으로 진구를 툭, 찌르면
진구 눈앞에 아이를 목에 태운 아빠.
진구, 바닥에 타란 듯 앉으면
혜지, 머리를 밀어 넘어뜨리고 웃으면서 간다.
S#31 혜지 방/몽타주 /낮
고민하면서 종이에 뭔가 빼곡히 적고 있는 혜지
S#32 식당/몽타주 /낮
밥 먹고 있는 혜지와 진구.
진구,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주고 있다.
S#33 문방구/몽타주 /낮
종이를 들고 서서 아줌마에게 뭐, 뭐 달라고 하는 진구.
- 거리
선물가게에서 나오는 진구, 조심스럽게 유리 항아리를 들고 간다.
S#34 원룸 안 /밤
설명서를 놓고 보며 열심히 학을 접고 있는 진구.
짜증이 나는지 막 뭉쳐서 뒤로 던진다.
바닥에 쌓인 구겨진 색종이들.
대단히 열중해서 접은 학 한 마리, 양 날개를 쫘악, 펴서 밝은 스텐드 아래 놓는다. (의미 있어 보이도록..)
만족스러운 진구.
E : 전화벨
진구, 얼른 받으며,
진구 : 혜지!
혜지E : 진구!
진구 : (웃는다) 하하.
혜지E : 자는데 전화한거 아냐?
진구 : 자긴.
혜지E : 안자고 뭐해 이 시간에?
진구 : 어? 어 공부하지.
S#35 룸 안 /밤
혜지E : 우리 내일 만날까?
빈 방에 앉은 혜지, 통화하고 있다.
테이블이 다 뒤집어져 있고, 묶인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
맞았는지 얼굴도 벌겋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혜지 : 코스? 뭐 코스는 진구가 정해. 가고 싶은 대로. 그럼 내가 내일 진구네 집 앞으로 데리러 갈게! 좋지?
전화를 끊은 혜지 한숨을 쉬고 금새 어두운 얼굴.
옆에 훌쩍 훌쩍 우는 민아.
혜지 : 그만 울어. 다쳤니?
민아 : 아뇨.
혜지 : (자조) 울 거 없어. 이런 손님도 있고, 저런 손님도 있는 거야. 돈 벌기가 쉬운 줄 알아?
민아 : 으앙..
혜지 : (저한테 말하듯)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괜히) 야이 기지배야 너 땜에 팁두 못 받았잖아
민아 : 죄송해요.
혜지 : (털어내듯) 나가자, 나가서 따뜻한 거 뭐 먹자.
S#36 축구장 /낮
살짝 멍든 얼굴의 혜지,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진구.
혜지 : (기분 좋다) 생각보다 (둘러보며) 작네. 우와 선수들 되게 크게 보인다. 어! (선수를 가리키며)
나 저사람 알아! 대~한민국. (박수) 저사람 누구더라, (생각) 아, 맞다 홍명보 맞지 맞지?
진구 : (아닌데...) 홍명보는 은퇴..
혜지 : 실물로 보니까 딥따 잘생겼네. (오바) 오빠~ 대~한민국!
진구 : (어떡하지,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에 같이 족발을 먹던 사내가 지나가다 진구를 알아본다.
사내 : 어이!
진구 : 에! 안녕하세요!
사내 : (입만 벙긋) 누구?
진구 : 에? (베시시)
혜지 : (손을 입에 모으고) 애인이요!
사내 : 호오. (이쁘다는 듯 엄지손가락 내밀고 간다)
진구 : (애인이란 말에 놀라 혜지를 본다, 기분 나쁘지 않다, 부끄럽다)
혜지, 기운이 빠졌는지 오바를 멈추고 잠시 가만히 있고,
진구, 혜지의 오르락내리락이 걱정스럽다.
혜지 : (낮게) 진구.
진구 : .. 응?
혜지 :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고 한숨쉰 후) 여기 팝콘 같은 거 안 팔아?
진구 : (벌떡 일어나며) 팔아. 사다줄게.
혜지 : (진구 옷을 잡고) 아냐 아냐. 가지마.
진구 : (서서) 어?
혜지 : 그냥 있어. 나 혼자 두고 가지마.
진구, 앉는다, 괜히 가슴팍이 시큰하다.
혜지, 여전히 진구의 옷자락을 잡고 있다.
혜지 : 진구.
진구 : 응?
혜지 : 나 좋아해?
진구 : (한참 뜸) ..응..
혜지 : 왜 좋아해?
진구 : (역시 한참 있다가 뜬금없이 바보처럼 진지하게 노래한다)
누굴 좋아한다는데 이유가, 그런 이유가 어딨겠어~
혜지 : 으하하 (웃는다)
진구 : ... 혜지는?
혜지 : 응?
진구 : 혜지는 나 좋아하니?
혜지 : (본다)
진구 : (쑥스러 죽겠다)
혜지 : 진구
진구 : 어?
혜지 : 진구 돈 많아?
진구 : 아니
혜지 : 진구 그럼 잘생겼어?
진구 : ...
혜지 : 봐, 돈도 없고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진구를 만나겠어?
진구 : ..... (어렵다)
혜지 : (웃는다)
진구 : (보면)
혜지 : 되게 웃겨.
진구 : 내가?
혜지 : 응. 친구들이 막 웃기다 그러지 응?
진구 : 어? 어. 아니.
혜지 : 그래? 왜? 난 되게 웃긴데.
혜지, 운동장 구경하면
진구, 혜지 옆얼굴 한번 보고 웃는다.
S#37 출판사 /낮
전에 그,
직원 : 그게요. 사정이 그렇게 됐다더라구요.
진구 : 담당자는 오늘도 자리에 없나요?
직원 : (사실은 이양반이 담당자다, 전에 거짓말 한걸 기억 못하고) 에, 에.
진구 : 약속을 이렇게 안 지키시는 법이 어디 있어요.
직원 : 처음부터 말씀 드렸다던데요, 출판이 되야 번역료를 지급하기로
진구 : 전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요, 페이지당 원고료 원고 넘기면 바로 주신다고 그랬잖아요.
직원 : 그게 저쪽 진행이 좀 더뎌서 저희로서는
진구 : 아뇨 주세요. 저 (진지하게) 돈 필요해요.
직원 : 안 드린다는 건 아니구요, 저쪽이 계약서를 보내 와서 넘기면 그니까 며칠만 더
진구 : 아저씨
직원 : 예?
진구 : 저 오늘 돈 필요해요.
직원 : 저기 며칠만 더 기다리시면 전화를..
진구 : 오늘 받아야 되요. 오늘 혜지 생일이거든요?
직원 : 예? 저희가 며칠 뒤에 전화를..
진구 : (당당) 그럼. 아저씨가 좀 빌려주세요.
직원 : 에?
진구 : (천진난만) 빌려 주세요. 며칠 뒤에 준다면서요. 거기서 까면 되잖아요.
직원 : (난감)
진구 : 에?
직원 : 아니, 저기 저도 돈이 없는데
진구 : (집요) 빌려 주세요.
직원 : 저, 저기.
진구 : 아 빌려 줘요!
S#38 공원 /낮
도심 속에 있는 공원, 테이블이 있는 벤치. 얌전히 앉아 진구를 보는 혜지.
진구, 서툴게 케익을 꺼내 상자위에 올리고 초를 꽂고 불을 붙인다.
혜지, 케익에 초를 두 개 더 꼽는다.
진구 : (보면)
혜지 : 거짓말 한 거 이게 전부야. 진구는 서른셋 맞지?
진구 : 어..
혜지 : 노인네.
진구, 꽃을 내민다. 혜지, 꽃을 보고 먹먹하다.
진구, 상자를 준다. 혜지, 상자를 풀어보면, 유리항아리에 들어있는 색종이로 만든 종이학.
혜지 : (먹먹) ..
진구 : (눈치) ..
혜지 : (낮게) 이거 진구가 접었어?
진구 : (맘에 안들까봐 쫄아서) 어. 왜?
혜지 : (못 참겠다) 하하. 하하하. (째려보며) 공부는 안하고.
진구 : 가만있어봐 아직 안 끝났어.
진구, 숨을 한번 쉬고, 일어나서 생일축하 노래한다.
혜지 : (눈물이 살짝 그렁) 하여튼 노래하는 거 디게 좋아해.
진구, 노래 끝내고 끄라는 듯 혜지를 보면.
혜지 : (낮게) 이리와 봐
진구 : 에? 왜? (나 뭐 잘못했어? 때릴라구?)
혜지 : 이리 와 보라구.
진구 : (주변을 슬쩍 보고 오면)
혜지 : (옆자리를 톡톡 치며) 앉아봐.
진구, 앉으면
혜지, 진구를 안는다. 진구, 놀란다.
진구 : 혜, 혜지야 사람들이 봐아.
혜지 : (그냥 끌어안고 있다, 들릴락 말락, 나한테 이래줘서) 고마워.
혜지 얼굴, 웃는지 우는지 모르겠다.
S#39 여관 앞 /낮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의 진구,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꼼지락 하고 있다.
앞서가다가 돌아보며,
혜지 : 뭐해?
진구 : (쭈삣)
혜지 : 왜에.
진구 : 이리 와 봐 (혜지 손을 잡아당긴다)
혜지 : 진구 돈 없어? 나 있어.
진구 : 어? 아니 아냐. 아냐. 아냐. 있어.
혜지 : 어디 봐.
진구 : 어?
혜지 : 지갑 봐. 오늘 돈 많이 썼잖아.
진구 : 왜이래 있다니깐.
혜지 : 그래? 그럼 가자 (진구 끌어당긴다)
진구 : 저기 혜지, 혜지, 혜지야. 자, 잠깐만.
혜지 : 아 왜에.
진구 : 저기 우리, 이러면 안될 거 같애.
혜지 : (본다)
진구 : 나, 지금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혜지 : 왜 없어.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꽃 보이며)
진구 : 그런 거 말구.. (깜짝) 너, 내가 이래서 (소원 들어줘서) 이럴려구 (여관 들어갈려구) 하는 거야?
혜지 : 어. 나야말로 진구한테 해준 게 없잖아.
진구 : 야, 야 그런 게 어딨어. 그, 그러는 거 아냐 혜지야.
혜지 : 진구 혹시...
진구 : 혹시?
혜지 : 잘 안되니?
진구 : (좀 생각하다가) 뭐? 아냐! 내가 얼마나 아침마다 그냥 불끈 (스톱)
혜지 : 그럼 왜 그래.
진구 : 혜지야. 내말 잘 들어.
혜지 : 응.
진구 : 내가 지금. 지금은 너한테, 지금은 내 꼴이.
혜지 : ..
진구 : 그니까, 내가 혜지를 너무 좋아하는데, 니가 이래 주는 거 너무 고마운데,
혜지 : 근데? 그럼 하면 되지
진구 : 하긴 뭘 야, 혜지야. 우리가 어. 만약 이러잖아? 우리가 이러잖아? 어?
그럼 내가 너한테 계속 그런단 말야. 알아들어?
혜지 : .. 너 같으면 니 말 알아듣겠냐?
진구 : 후.. 그니까 내 말은.
혜지 : (허리를 끌어안고) 들어가자 진구. 오늘 내 생일이잖아. 응?
진구, 혜지 등을 몇 번 토닥토닥 쳐주고 어깨를 잡아뗀다.
혜지, 허리를 붙들고 안 놓는다.
진구 : 마. 나도. 나도 너 안고 싶지. 정말 그러고야 싶지.
혜지 : 알았어, 알았다구.. (뗀다)
진구 : (혜지 양손을 잡고 마주보며) 바래다줄게.
혜지, 진구 보며, 끄덕 끄덕, 하다가 손을 당긴다. 얼굴 가까이.
진구, 깜짝 놀랐다가 얼굴 가까이, 가면 혜지, 진구 볼에 뽀뽀.
둘이, 마주보고 웃는다. 손을 잡고 걸어간다. 손을 흔든다.
S#40 거리/몽타주 /낮
혼자 걸어가고 있는 진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면 짤랑짤랑.
큰 트럭이 쌍 라이트를 비추며 지나가면
진구, 눈이 부시다.
S#41 터널 안/몽타주 /낮
걷는 진구, 차가 오면 바짝 벽에 붙는다.
차가 지나면 먼지에 숨을 푸우 쉰다.
S#42 한강 다리/몽타주 /SKY
시커먼 흙먼지를 잔뜩 둘러 쓴 진구, 기분 좋게 걷고 있다.
S#43 원룸 안/몽타주 /밤
휘청 휘청 들어와 헐떡대며 바닥에 벌컥 눕는다.
진구, 문득 밖을 보면 동이 터오고 있다.
시커먼 얼굴로 히죽 웃는다. 너무 행복하다.
핸드폰을 본다.
S#44 액정 화면 /밤
진구! 오늘 대따 고마워. 잘자! 내꿈꿔~ ^_^
발신자 : 우리 혜지
S#45 원룸 안 /밤
핸드폰을 덮고, 안고, 잠드는 진구. F.O
S#46 재서 집 거실 /밤
한복을 입은 재서 처,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며 상에 음식을 올려놓고,
몇 명은 방에서 고스톱이라도 치는지, 원고, 투고, 쌌네 어쩌고 시끄럽다.
거실에서 잔뜩 취한 재서, 진웅, 철주
혀가 꼬부라져서 컬컬 웃고 떠드는데
진구 역시 잔뜩 취해서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겨 주워 먹고 마시고 빙글 빙글 웃고 있다.
진웅 : 근데 넌 마 아까부터 뭘 그렇게 쪼개?
진구 : 어? 내가?
재서 처 : (과일 내오며) 연애라도 하시나 봐요?
철주 : 푸하하 설마. 지가 무슨.
진구 : (서운한 듯 보면)
재서 : 얼레? 너 진짜 연애 하냐?
진구 : (그냥 웃는다)
진웅 : 이놈 보게! (컬컬)
철주 : 뭐야 임마 불어!
진구 : (분다) 후우...
재서 : (진구 머리통 툭 치며) 에라이 썰렁한 새끼야.
진구 : 어 안 웃기냐? 내가 되게 웃기다던데.
진웅 : 건 또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진구 : 왜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웃기고! 세상에서 젤 똑똑하대!
재서 : 얼씨구, 미쳤네 미쳤어.
재서처 : 연애 하는 게 맞다니까.
철주 : 뭐야 임마 제대루 말해.
재서처 : 같이 오시지 그러셨어요.
진구 : 에?
진웅 : 뭐야. 뭐야. 오라그래 오라그래
재서 : 그래 오라 그래 임마. 쫌 보자.
재서 처 : 오시라구 하세요.
진구 : 어? 그럴까? 그럼? (핸드폰을 꺼내 건다)
다들 쪼르르 몰려서 진구 전화기만 본다.
진웅 : 우와. 씨 크크 진구새끼 연애 한댄다. 몇년만이냐 10년?
재서 : 그게 연애냐 지 혼자 좋아서 지랄발광 하다가 끝난 거지
진구 : (전화기 귀에 대고) 마, 쉿!
진구, 전화한다. 안받는다. 안받는다.
진구 : 어, 안받네. 안받어. 이친구가 좀 바뻐
철주 : 에 뭐야 새끼 뻥이나 까고
진웅 : 뭐냐 뻥이냐!
진구 : (기분나빠) 뻥 아냐 임마.
재서 : 그럼 뭐야 에씨 어딨는데! 우리가 간다 그래!
진웅 : 그래, (일어난다) 가자 우리가!
재서처 : (웃으며) 아유 가긴 어딜 가요. 다들 취해서
진구 : 아니지, 아니야. 가자! (일어나며) 우리가 가자 어?
재서 : 아 콜 콜 (따라 일어난다)
재서처 : 아유,
다들 취해서 우르르 일어난다.
진구 : 우리가 가면 되는 거야. 어? 내가 보여주지. 오늘.
S#47 단란주점 앞 /밤
택시에서 막 내린 넷. 다 취해서 휘청휘청.
진웅 : 자 어디야 어디!
진구 : (간판을 가리키며) 오우! 요기야 요기.
철주 : 에? 어디보자 여기는 어! 혜지.
진구 : (돌아보며) 혜지?
우두커니 이쪽을 보고 서있는 천박한 화장과 야한 옷차림의 혜지, 손에 담배가 한 보루 들려있다.
무슨 상황인가 당황스러운데.
진웅 : (알아보고) 오! 혜지!
진구 : (혜지 옆으로 가서) 혜지야. 인사해. 얘들아 여깄다! 내 여자친구!
진웅 : 푸헤헤 미친 새끼.
철주 : 뭐야 임마.
재서 : 뭔데 뭔데?
진구 : 내 애인이라니까.
혜지, 진구 옆에서 살짝 물러선다. 상황파악.
야한 옷, 진한 화장이 조금 부끄럽다.
철주 : 뭐야 새꺄 너 얘한테 꽂혔었냐? (한심하다는 듯) 푸하하
진웅 : 뭐야 지금. 진짜야?
혜지 : (수습하듯) 아우, 오빠들 왔어? 왔으면 들어오지 않구,
철주 : 그래, 오빠가 왔다! (안으려는 듯 팔을 벌리면서) 가자.
혜지 : (팔을 잡고) 으유! 미리 전화를 좀 주지, 꽃단장 하고 기다리게.
진구 : (철주 팔을 떼내 좀 세게 철주를 밀친다) 혜지야. 너 지금.
진웅 : 아 빨리 들어가자!
혜지 : 그래 얼른 들어가자.
진구 : 혜지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혜지 : 뭐하긴, 장사해야지.
진구 : 야!
혜지 : (못 참겠다. 얼굴 굳히고 진구를 노려본다)
재서 : 아 진짜 짜증나. 왜 자꾸 가다 서다 가다 서다 해에!
혜지, 노려보다가 들어가 버린다.
진구 : 혜지야. 혜지야!
철주 : 아 진짜. 쪽팔려 진짜 내가 저새끼 땜에. 야, 가자 가자. 딴데가서 술 먹자.
철주, 가면 진웅, 재서 ‘가자 가 임마’ 하며 진구를 끌고 간다.
진구, 끌려가며 계속 혜지 쪽을 보다가
진구 : 놔.
진웅 : 가자 임마.
철주 : 아 진짜 정신 빠진 새끼.
진구 : (버럭) 놔!
진웅 : (좀 크게) 가자고 새꺄.
진구 : 놔! 노라고! 놓으란 말야! 이 새끼들아!
친구들 깜짝 놀라서 보고, 진구 식식대다가 가게로 들어간다.
S#48 홀 /밤
혜지를 찾고 있는 진구.
마담, 웨이터 따라오며 말린다.
진구 : 어딨어
마담 : 이봐요, 이러면 곤란해.
진구 : (방마다 찾아다닌다) 어딨냐고!
유리문 하나에 눈이 닿는 진구, 문 안쪽에 사내와 부둥켜안고 춤을 추고 있는 혜지 보인다.
진구,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다.
혜지 손을 당긴다, 혜지 뿌리친다. 일어나는 손님, 진구를 말리면,
진구, 손님을 뿌리치고 테이블을 들어 엎는다. 아수라장.
S#49 원룸 안 /밤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는 진구.
받지 않는 혜지. 일어나 앉는다. 미치겠다.
벌떡 일어나 앉는다.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다시 전화한다. 음성 남긴다.
진구 : 혜지야. 난데. 전화 좀 받아 응? 우리 얘기 좀 하자. 응? 제발 전화 좀 받아. 응? 제발..
계속 전화하고, 전화하고, 전화하는 진구. F.O
S#50 가게 앞/비 /밤
어둠 속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진구. 몰골이 말이 아니다.
혜지가 나와 우산을 펴면 벌떡 일어난다.
곧 혜지를 따라 나오는 사내, 혜지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면,
멈칫 하는 진구.
S#51 모텔 앞/비 /밤
혜지와 사내, 들어가면 비를 맞으며 뒤를 밟아 온 진구.
망연히 서서 모텔 간판을 본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S#52 엘리베이터 /밤
사내 먼저 타고, 늦게 탄 혜지 돌아서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진구.
혜지, 화나고 챙피하고 미워서 노려본다.
진구도 절망적인 얼굴로 혜지를 본다.
엘리베이터 멈추면 사내 내리고,
혜지, 결심한 듯 내리는데 진구, 울먹이며 팔을 붙든다.
진구 : 혜지야
혜지 : 놔.
진구 : (아이처럼) 혜지야아.
혜지 : (울컥해서 노려보면)
진구 : 내가 잘못했어. 이러지 마. 제발 어?
혜지 : 놔.
진구 : 너 나 좋아한다며. 나한테 이러지마. 제발 어?
혜지 : 너한테 그러지마? 넌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진구 : ..
혜지 : 가.
진구 : ..
혜지 : 꺼져. 이새끼야.
진구 : 혜지야..
혜지 : 꺼지라고!
혜지, 내린다.
진구, 닫히는 문, 혜지 뒷모습을 보며 운다.
S#53 모텔 앞/비 /밤
입구 벽에 기대서서 울고 있는 진구.
혜지, 나온다. 진구, 혜지를 본다. 진구, 혜지를 보자 아이처럼 운다.
혜지, 달려와서 핸드백, 우산 등으로 마구 진구를 때린다. 운다.
죽어라 패는 혜지, 묵묵히 맞는 진구.
S#54 편의점 앞/비 /밤
파라솔에 앉아있는 혜지와 진구. 지쳤다.
파라솔에 비가 후둑, 후둑 떨어지는 소리.
진구 : 왜, 전화 안받았어?
혜지 : ..
진구 : 화, 많이 났어?
혜지 : ..
진구 : .. 너 나 싫어?
혜지 : ..
진구 : 내가 싫어?
혜지 : ..
진구 : 혜지야.
혜지 : (회의적으로) 나랑 살래?
진구 : .. 응.
혜지 : 나랑 결혼할래?
진구 : ..
혜지 : 그럴 수 있어?
진구 : 응. 나 너랑 살래, 너랑 결혼할래. 근데. 조금만 기다려 줘.
혜지 : (보다가 희미하게 웃는다) 기다려?
진구 : 지금은, 내가 아직은 그럴 처지가..
혜지 : 우리, 지금이 다야. 우리한테 무슨 미래가 있니. 뭘 기다려..
지금이야 나 사랑하는 거 같지, 그치만 시간 지나 봐.
진구 : 나 너 사랑해. 맘 변하는 일 없을거야.
혜지 : 말만이라도 고마워.
진구 :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혜지 : 나중에 그말 못 지켜도 너무 미안해 하지마.
진구 : 지킬거야, 지킨다구.
혜지 : 나 있지, (진구 안보고) 그날 처음으로 내 꼴이 쪽팔리더라.
난 그냥 쉬웠어 이 일이. 뭐 달리 할줄 아는 것도 없고, 대단히 사연이 있어서 이런 일 하고 있는 거 아냐.
그냥 그렇게 된 거야. 어쩌다 보니. 근데, 그날 나 진구 친구들 앞에서 너무 챙피했어. 씨.
진구 : ..
혜지 : (눈물을 얼른 훔친다)
진구 : 근데 혜지야. 난 너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혜지 : (외면하고 훌쩍)
진구 : 전화 받을 거지?
혜지 : (본다)
진구 : 나 계속 만나 줄 거니? 나 기다려 줄 거니?
혜지 : (본다)
진구 : 응?
혜지 : (끄덕)
진구 : (다행이다) 그럼 나랑 약속 하나 해.
혜지 : (보면)
진구 : 다른 사람하고 자지마.
혜지 : (한참 보다가) 그래..
둘이 앉아있는 파라솔, 위로 떨어지는 비, 를 비추는 깜빡이는 가로등.
S#55 원룸 안 /밤
정신없이, 책을 넘기며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진구.
시계를 보더니 책을 덮고 기지개를 펴고 얼른 일어난다.
S#56 분식 차 /밤
나란히 앉은 진구와 혜지.
진구, 젓가락을 뜯어 혜지에게 주고
혜지의 맨 어깨가 안쓰러운지 남방을 벗어 덮는다.
혜지, 묵묵히, 완전히 지쳐 김밥 따위를 꾸역꾸역 먹는다.
진구 : (눈치 보며) 많이 힘들었니?
혜지 : (딴생각) 어? 어.
진구 : 술 많이 마셨어?
혜지 : ..
진구 : (미안하고 안쓰러워 죽겠다..)
S#57 혜지 집 앞 /밤
혜지 : 들어갈래?
진구 : 아냐.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 쉬어.
혜지 : (본다)
진구 : 응?
혜지 : 진구.
진구 : 응.
혜지 : (문득) 나 삼백만원만 빌려줘.
진구 : (본다)
혜지 : (본다)
진구 : 뭐하게?
혜지 : 빚 갚게.
진구 : 그래.
혜지 : (힘없이, 괜한 소리 한 듯) 피, 돈도 없으면서. 나 들어갈게.
혜지, 들어가면
진구, 복잡한 얼굴로 서있다.
S#58 큰 건물 로비 /낮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있는 진구.
철주 : (별로 안 좋은 얼굴로 다가오며) 웬일이냐?
진구 : 어, 어 철주야.
철주 : 뭐야. 너 혹시 돈 빌려달라고 온 거 아니지?
진구 : 뭐?
철주 : 아니냐? 우씨, 천지에 돈이 씨가 말랐나 놈들이 허구헌날 전화해서 돈을 꿔달래,
아주 내가 노이로제 걸리겠다. (허허 농담처럼)
진구 : 아니 뭐 그냥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지나가다가..
철주 : 그래? 아 어쩌지, 나 점심 약속 있는데
진구 : 아 그래?
철주 : 새끼. 미리 전화를 하지.
진구 : ..
철주 : 그나저나, 걘 그 단란주점은 어떻게 된 거냐? 진짜 사겨?
진구 : (단호) 어.
철주 : 아이고 미친 새끼. 아이고 한심해. 공부한단 새끼가, 너 그래가지구 되겠냐?
진구 : ..
철주 : (피식 웃으며) 정신 차려 새꺄. 니가 사회생활 안 해봐서 그래.
내말 새겨들어 임마, 친구니까 해주는 말이야 너 솔직히 딱 보기에도 물로 보여 임마.
으유, 새끼야. 돈이나 안 뜯기면 다행이다.
진구 : ..
S#59 은행 앞 /낮
걸어 나오며,
진구 : (전화에 대고) 어 혜지야. 난데, 지금 삼백만원 입금했어. 저. 이거 천천히 갚아도 되.
하다가 얼른 누른다.
E : 삭제되었습니다. 재녹음은 1번 .....
진구 : (다시 녹음한다) 어 혜지야 난데. 지금 입금했다. (당당) 그냥 너 써 안 갚아도 되. 이거 들으면 전화주고.
진구, 은행 앞에 있는 작은 용달차에 탄다.
용달차에 진구 책상 등이 실려 있다.
S#60 작은 방 안 (고시텔 정도) /낮
책을 정리하고 있는 진구,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
E : 전화기가 꺼져있어 사서함으로...
진구 : 혜지야. 난데. 왜 며칠째 전화가 왜 안되니.
녹음하고 한숨쉬고, 또 건다. 계속 건다.
S#61 혜지 집 앞 /낮
집 앞에 앉아있는 진구.
진구 : (전화에 대고) 저기 혜지야. 난데. 저기, 자니? 나 지금 집 앞이거든? 이거 들으면, 좀 나올래?
닫힌 문을 그냥 보고 앉아있는 진구. 귀에,
혜지E : 나, 삼백만원만 빌려줘.
철주E : 정신 차려 새꺄. 니가 사회생활 안 해봐서 그래. 너 솔직히 딱 보기에도 물로 보여 임마.
으유, 새끼야. 돈이나 안 뜯기면 다행이다.
진구, 뭔가 확인하려는 듯 일어나서 간다.
S#62 단란주점 홀 /밤
마담 : 그만 뒀는데?
진구 : (조금 놀라서) 언제요?
마담 : 며칠 됐는데? 한 사나흘 되었나?
진구 : ..
마담 : 나한테 빌린 돈 다 갚고 다른 가게로 옮긴다고 갔어.
진구 : ..
마담 :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혹시 걔한테 돈 해줬어?
진구 : 후... (질끈 눈을 감는다)
마담 : 어이구, 내가 못살아. 이양반아.
S#63 혜지 집 앞 /밤
짐을 싸서 나오는 혜지
진구E : 어디 가니 이 밤중에
혜지 : (깜짝 놀라서) 어? 진구.. (하는데)
진구 : 도망가니?
혜지 : 어?
진구 : 아, (울컥) 진짜. 씨.
혜지 : 어떻게 된 거야?
진구 : 너 왜 전화 안받아?
혜지 : 그게 전화가..
진구 : 이렇게 전화 안받고 몰래 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
혜지 : ..
진구 : 후. 정말 무섭다. 너 정말 무서워.. 너 이런 식으로 돈 얼마나 해먹었니?
혜지 : (본다)
진구 : 사람 홀랑 넘어가게 꼬셔놓고, 돈 받아내고 튀는 게 니 수법이니?
혜지 : (본다)
진구 : 야, 진짜. 씨. (옆에 철문을 주먹으로 쾅!)
혜지 : (깜짝) 갔었는데 진구 집에 갔었는데 없더라고. 전화는 계속 통화중이고.
진구 : (무섭게) 전화, 왜 안받았냐고!
혜지 : (변명처럼) 안 그래도 지금..
진구 : (몰아치듯) 너 가게 언제 그만뒀어? 왜 나한테 말 안했어? 언제 말할려고 그랬어, 말 안하고 튀려 그랬어?
내가 여기 찾아올 줄은 몰랐어? 너 뭐야, 너 누구야.
너 도대체 뭐가 진짠데 도대체 너 뭐해먹는 년이야! 너 꽃뱀이야?
혜지 : ...
진구 : 너 그동안 나 갖고 놀았니? 그랬니? 사람 맘 갖고 이랬다 저랬다 흔들어 놓고?
너 나한테 돈 뜯어내려고 나한테 접근했어? 너 내가 물로 보였어? 대답해!
혜지 : .. 그래.
진구 : 어?
혜지 : 그래, 그렇다구.
진구 : (따귀 때린다) 이 나쁜 년아.
혜지 : (체념한 듯)
진구 : (제 분을 못 이긴다) 이 나쁜 년아. 어떻게 그래, 어떻게! 니가 사람이야? 내가 널 얼마나!
(차마 말 못하고) 너 같은 년을 믿은 내가 등신이지!
혜지 : .. 다했니?
진구 : ..
혜지 : 돈은, 꼭 갚을게.
혜지, 삐익 삐익 바퀴소리를 골목에 울리며 멀어져 간다.
멀어지는 혜지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보는 진구.
S#64 고시원 안 /낮?밤
술병, 여기저기 널려있고, 엉망으로 잠들어 있는 진구.
핸드폰 문자를 보는 진구.
S#65 액정 화면 (혜지가 보낸 문자들) /낮?밤
오늘 재밌었다 진구. 또 만나자! ㅋㅋ 발신인 : 우리 혜지
진구! 오늘 대따 고마워. 잘자! 내꿈꿔~ ^_^ 발신인 : 우리 혜지
S#66 고시원 안 /밤
통화 버튼을 누르는 진구.
E : 고객의 요청으로 당분간 수신이 정지되었습니다.
핸드폰을 던져버리는 진구, 얼굴을 감싸 쥔다.
이불을 둘러쓰고 있는 진구, 이불이 들썩인다.
벌떡 일어나는 진구 가슴을 쥐고 한숨을 쉰다.
어디론가 전화한다.
진구 : 나 김진군데요. 아 왜 돈 안넣어줘! 며칠만 기다리라며! 한달도 넘었잖아!
왜 거짓말해 왜 왜 왜 자꾸 거짓말해 이 새끼야! 너도 새끼야! 내가 물로 보여? 확 가서 다 죽여 벌라!
전화를 끊고 일어난다.
벽에 붙은 종이를 다 뗘서 휴지통에 버린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결심한 듯,
천천히 책을 쓰레기통에 쑤셔 넣는다. F.O
S#67 사무실 /낮
전화벨, 여기저기서 울리고 바빠 보이는 사무실 한쪽 구석,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진구가 보인다.
어색하게 입은 양복, 타이가 불편한지 자꾸 당겨보는 진구.
S#68 휴게실/옥상 /낮
구석에서 혼자 담배를 비벼 끄는 진구, 멀찍이 다른 직원들을 슬쩍 본다.
한 여직원 음료를 들고 진구에게 온다.
진구, 여직원을 봤고, 여직원도 진구를 봤다, 베시시 웃으면서 오는데,
진구, 그냥 출구로 가버린다. 당황한 여직원.
S#69 사무실 /낮
손에 서류를 잔뜩 들고 복사를 하고 있는 진구.
진구의 전화가 울린다.
보면 모르는 번호다.
진구 : 네. 여보세요..
혜지E : 저기, 나 혜진데요.
진구 : 누구..라고?
혜지E : 혜지..요. 벌써 나 잊어버렸구나. 나 혜지 라구요.
진구 : 그래. 오랜만이네?
혜지E : 그러네.. 저기 나 가게 옮겼어요.
진구 : 그래? 그랬구나. 근데, 웬일이야?
혜지E : 웬일은 그냥. 보고 싶어서 했어. 보고 싶어서..
진구 : ...
혜지E : 여, 여보세요?
진구 : 어, 미안 좀 바쁘네.
혜지E : 아 그렇구나. 저기 나 핸드폰 새로 했는데, 번호 뜨지?
진구 : ..
혜지E : 많이 바쁜 모양이네. 내가 나중에 다시 걸까? 우리 한번 만났으면 좋겠는데.
진구 : 왜. 또 돈 필요하니?
혜지E : ..
진구 : (마음 정한 듯) 야. 이제 전화 하지 마라.
혜지E : (무안해서) 에이 왜 그래.. (웃으며) 와서 술 팔아 줘야지.
진구 : (버럭) 전화, 하지 말라고!
진구, 전화 끊어버린다.
가만히 있다가 진정이 안 되는지.
전화기를 열어 혜지의 번호를 삭제한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진구 :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런 씨!
책상이나 뭐 따위를 발로 쾅 찬다.
사무실 사람들 놀라서 본다. 그 여직원도.
S#70 화장실 /낮
전화를 끊은 혜지. 우두커니 앉아있다.
손거울을 꺼내 휴지를 들어 눈 밑을 닦는다.
엷은 화장에 머리를 단정히 묶고 앞치마를 입은 혜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숨을 한번 쉰 후 나간다.
S#71 고깃집 /낮
손님이 가득 찬 실내. 혜지처럼 차린 직원들 여럿이다.
갈비를 불판에 치익 올려놓고 요리 조리 뒤집다가 가위로 척척 자르는 혜지.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고기를 자른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얼굴을 훔치며 고기를 자른다.
사람들 본다.
손님 : 언니 여기 야채 좀 더 주세요.
혜지 : 네.
S#72 SK텔레콤 /낮
진구 : (굳은 얼굴로) 전화번호 바꿀 수 있나요?
S#73 은행 앞 /낮
밖으로 걸어 나오는 진구. 지갑에 돈(오 만원쯤)을 넣고 무심히 명세서를 보다가 전화한다.
파란불이 되어 길을 건너면서 번호 몇 개를 누른다.
E : 2005년 8월 22일에 우리은행에서 300만원을 cd타행으로 입금. 입금 의뢰인은 이혜지님 입니다.
사람들, 길을 건너는 틈이 점점 속도가 줄더니 제자리에 서는 진구.
사람들은 건넜고 중앙선에 서있는 진구, 차들, 빵빵대며 지나간다.
S#74 포장마차 /밤
혼자 술을 마시는 진구. 눈앞에 명세서 놓여져 있다. 제법 마셨다.
혜지E : 갔었는데 진구 집에 갔었는데 없더라고. 전화는 계속 통화중이고.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진구, 전화한다.
여자E : 여보세요
진구 : 혜지야! 혜지니?
여자E : 아닌데요?
진구 : .. 죄송합니다. (전화 끊는다)
S#75 홀 /밤
마담 : 잘 터져? 한참 꺼놔서
여자 : 근데 혜지가 누구예요?
마담 : 왜 걔 찾는 전화 왔어?
여자 : 네
마담 : 어, 그거 걔가 여기서 일할 때 썼던 전화거든.
S#76 포장마차 /밤
혜지E : 그냥. 보고 싶어서 했어. 보고 싶어서
진구, 생각에 잠겨 있다가 안되겠다! 싶은지 벌떡 일어난다.
S#77 SK텔레콤 안 /밤
진구 : (취했다 중얼거리며 아저씨를 따라다닌다) 저기요. 아저씨, 다시 바꿔야 되요.
아저씨 : 아 이 양반 참. 그게 안 된다니까 그러네요.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진구 : 저기요. 제가 혜지 새 전화번호 지워버렸거든요.
아까요 제 번호 바꾼 건 그러니까 그냥 홧김에 그런 거예요.
아저씨 : (다른 손님에게 간다)
진구 : 거짓말 아닐지도 몰라요. 거짓말인줄 알았거든요. 철주새끼가 씨. 그니까 진짜로 우리 집에 갔었나 봐요.
제가 이사를 했거든요. 근데 제가 (울먹) 때렸어요. 아씨 어떡하지.
아저씨 전화가 다시 올지도 모르거든요? 어디로 옮겼는지 몰라요.
아저씨이 제발 좀 바꿔주세요. 네? 아저씨.. 혜지가요, 보고 싶다고 했단 말예요. 나도, 보고 싶단 말예요.
보고 싶어서 죽겠단 말예요. 번호 좀 돌려주세요. 제발요.
아저씨 : 아 이 양반. 그만 나가요! 남의 장사 방해하지 말고! (밀어낸다)
S#78 SK텔레콤 앞 /밤
진구, 우두커니 서있다. 깜빡이는 입간판을 보고 서있다.
플래쉬백 S#13 깜빡이는 브라운관을 보며 노래하는 혜지.
진구, 간판을 발로 뻥, 차서 깬다. 깜빡임을 멈추는 간판.
우두커니 보는 진구. 아저씨 뛰어 나오는데, F.O
S#79 경찰서 앞 /낮
부신 햇살에 인상을 찡그리고 나오는 진구. 손에 붕대. 핸드폰이 울린다.
진구 : 네.
아저씨E : 저기요. 여기 핸드폰 가겐데
진구 : 예 어제는 정말 실례가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저씨E : 알아보니까, 신분증 가지고 전화국에 가면요. 저번 번호 온 번호 목록을 조회해 볼 수 있다던데.
진구 : .. 아뇨. 아니요. 이제.. 됐습니다. 이제 그만요. 그만 해도 될 것 같아요.
저 이제 그만 할래요. (전화를 끊는다)
S#80 도로 (S#2연결) /낮
사람들 틈으로 휘적 휘적 걷는 진구.
S#81 /낮
걷고 있는 진구의 얼굴에서 카메라 멀어진다.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비춘다.
점점 멀어지는 카메라,
붐비는 도로 S#1연결에서 out.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