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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경(불설 약사여래 본원경)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에 부처님께서 인간세계를 돌아다니시다가 비사리국에 이르러서는 낙음수樂音樹 아래 머물러 계셨는데, 위대한 스님들 팔천 명이 함께 있었으며, 보살 삼만육천과 국왕과 대신과 바라문 거사와 천·용·아수라·건달바·가루라·긴나라·마호라가 등 수많은 대중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설법하시었다.
이때 문수동자가 부처님의 큰 은혜를 입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으며 부처님을 향해서 합장 한 채로 몸을 굽힌 뒤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다만 모든 부처님의 명호와 과거생에 발하신 수승한 큰 원을 설하시어 중생들로 하여금 듣고난 뒤에는 업장이 소멸되게 하시고 여래의 바른 법이 파괴될 때에는 모든 중생을 섭수攝受하여 제도하게 하소서.”
이때 부처님께서는 문수동자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문수동자여, 크게 자비한 사람아, 무량한 자비심을 일으켜서 나에게 설법할 것을 청하여 이익되게 하고자 함은 갖가지 업장에 얽힌 중생들을 풍요롭고 유익되게 하며, 모든 사람들을 안락하게 하고자 함이니라.
문수동자여, 선한 생각을 가지고 내가 설하는 법을 잘 들어라.”
그때 문수동자가 즐거운 마음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그러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문수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동방으로 이 불국토를 지나 십 항하사를 가면 이 불국토 밖에 세계가 있는데, 이름을 정유리淨琉璃라 한다. 그곳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이름을 약사유리광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한다.
문수동자여, 저 약사여래께서는 과거생에 보살행을 행할 때 열두 가지 큰 원을 발했느니라. 무엇을 열두 가지라 하는가?
첫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자신의 광명이 헤아릴 수도 없고 셈할 수도 없고 끝도 없는 세계에 환하게 비치게 하고, 삼십이상 팔십종호를 가지고 내 몸을 장엄하게 꾸민 뒤에는 일체중생이 나와 같이 되어 달라지는 사람이 없게 할 것이며,
두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몸이 유리와 같아져서 안과 밖이 모두 맑고 깨끗하며, 다시는 티나 때가 끼는 일 없이 빛이 넓고 크며, 위엄과 덕이 밝아져서 몸이 잘 안주하고, 광명이 장엄해서 해나 달보다 더 밝으며, 만약 중생이 세간에 살 때 혹 그가 사는 곳에 어둠이 있거나 밤에 방향을 모르거든 내 광명으로 하여 뜻대로 가서 모든 사업을 하게 할 것이며,
세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끝도 없고 가도 없는 지혜의 방편을 가지고 헤아릴 수 없는 중생 세계로 하여금 수용해도 다함이 없게 하고, 한 사람이라도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할 것이며,
네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모든 중생 가운데서 타 종교의 가르침을 행하는 자 있거든, 그들을 깨달음도 가운데로 인도해서 편안하게 가도록 할 것이며, 성문도를 행하거나 벽지불도를 행하는 사람도 모두 대승의 길로 인도하여 편안하게 가도록 할 것이며,
다섯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만약 중생들이 우리 불법 가운데서 청정한 행을 수행하게 되면, 이와 같은 모든 중생은 한도 없고 끝도 없는 모든 일에 대해 어그러지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게 하고, 세 가지 맑은 계율을 갖추어 계율을 파괴하는 일이 없게 하고, 지옥이나 험한 세계로 떨어지는 것을 경계할 것이며,
여섯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만약 중생 중에서 모든 신체기관이 갖추어지지 못해서 추하고 더러우며, 완고하고 포악하며, 어리석거나 귀먹고 눈멀고 불구이거나 몸을 흔들고, 등이 굽어 곱사등이가 되었거나 문둥병에 걸렸거나 미쳤거나, 그 밖에 여러 가지 귀신의 병에 걸렸더라도, 내 이름을 들은 뒤에는 일체의 모든 신체기관이 구족해지고 신분身分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며,
일곱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만약 중생 중에서 모든 근심이 절박하게 닥쳐오지만 의지할 곳도 없고, 보호할 사람도 없고, 머물러 있을 곳도 없어서 일체의 생활필수품과 의약 등과도 인연이 없고, 또한 친척도 없어서 가난하고 궁핍하여 절망스런 지경에 이르렀더라도 내 명호를 듣게 되면, 모든 근심이 다 없어져서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게 하고, 끝내는 깨달음을 얻게 할 것이며,
여덟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만약 여자나 부인이 된 까닭에 백 가지 악함이 괴롭히므로 여자의 몸을 싫어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자 하다가, 내 명호를 듣고 나거든 여인의 몸에서 장부의 모습으로 바꾸어지게 하고, 끝내는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얻게 할 것이며,
아홉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마군魔郡의 그물에서 해탈하게 할 것이며, 만약 갖가지 사상이 다른 사람과 만나 논쟁하더라도, 모두 편안하게 바로 서도록 하고, 바른 견해를 가지게 해서, 차례로 보살행의 문에 들어갈 수 있게 할 것이며,
열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만약 중생이 갖가지 법률에 얽매이거나 매를 맞거나, 옥에 갇혀서 죽을 지경에 이르거나, 한없는 재난에 슬픔과 근심에 싸여 마음과 몸이 고통을 받거든, 이러한 중생들이 나의 복력을 가지고 일체 모든 고뇌에서 해탈하게 할 것이며,
열한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만약 중생 중에 굶주려서 불에 몸을 태우고 밥을 얻기 위해서 모든 범죄를 저지르거든, 나는 그곳에 가서 먼저 보기 좋고 영양이 많은 음식으로 그 몸을 배부르게 먹이고, 뒤에 진리의 양식(法味)을 가지고 끝내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세워 줄 것이며,
열두 번째는, 내가 다음생에 깨달음을 얻을 때, 만약 중생 중에 가난하여 의복이 없어서 추위와 더위와 모기와 벼룩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아니하고 괴롭히거든, 내가 그 사람이 입고 살아갈 옷을 주되, 여러 가지 색을 갖추어 그가 생각한 대로 가지게 하며, 또한 갖가지 보물을 가지고 장엄하게 꾸미며, 향수를 바르며, 북과 음악과 연예인들이 모든 중생의 뒤를 따르게 하며, 그것에 소요되는 기구를 갖추어 모두 만족함을 얻게 할 것이다.
이 열두 가지 큰 서원은 저 약사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께서 보살도를 행할 때 과거생에 세우신 것이었다.
또한 문수동자여, 약사여래께서 세우신 모든 서원과 저 나라 불국토의 공덕이 장엄함은 이 우주가 끝나도록 설한다 해도 다 설할 수 없다. 저 불국토는 항상 깨끗하고 여인의 형체가 없어서 모든 욕심과 악행으로부터 벗어나며 또한 지옥과 같은 고통 소리도 전혀 없느니라. 땅은 유리로 되어 있고, 성곽과 담장과 창문과 부대시설과 기둥과 용마루와 온갖 장식들은 모두 일곱 가지 보배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극락국의 정유리 세계와 같아서 장엄함이 이와 같다.
그 나라 가운데 두 분의 보살마하살이 있는데, 한 보살의 이름은 일광日光이고 또 한 보살의 이름은 월광月光이다. 저 무량하고 무수한 모든 보살들 가운데 지도자가 되어서 저 약사여래의 정법의 창고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문수동자여, 신심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은 저 부처님의 국토에 태어날 것을 발원하는 것이니라.” 이때에 부처님께서 다시 문수동자에게 말씀하시었다.
“문수동자여, 혹 중생 가운데에는 선과 악을 알지 못하고, 아무리 많이 탐해도 싫어하지 아니하며, 보시와 보시로 생기는 과보를 알지 못하고, 어리석고 무지하며 믿음이 없어서, 재물을 모으되 너무 인색하여 나누고 보시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중생은 보시할 마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구걸하러 오는 사람을 보고서 그 마음에 싫어하는 것이 자기 몸에서 살을 베어 내는 것과 같다. 또한 그보다도 더 심하게 인색하고 탐하는 사람이 있어, 자기에게 불필요하여 쓰지 않는 것이라도 부모나 처자에게조차도 주고자 하지 않거든, 하물며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서 쓰게 하고 남는 것이라도 걸인에게 나누어 주겠는가.
이처럼 나눔에 인색한 사람들은 인간의 수명이 다한 뒤에 굶주리고 헐벗은 아귀도에 태어나거나 혹은 축생도에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옛날 인간 세상에 태어나 살았을 때 한번쯤 약사여래의 명호名號를 들었기 때문에 혹은 굶주리고 헐벗은 아귀도에 떨어졌거나 혹 축생도에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여래의 명호를 잠시나마 생각해 내어서 머리에 떠올리게 되면 그 생각을 하자마자 곧 그 곳의 수명이 다한 후에 인간 세계에 환생하게 되리라. 숙명통을 얻으면 지옥·아귀·축생에 태어남을 두려워해서 욕락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지혜롭게 보시 행하기를 좋아하며, 보시하는 사람들을 찬탄하고,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일체를 다 버려서 보시하다가 점차로 머리나 눈이나 수족이나 피와 살이나 목숨까지도 다 구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거든 하물며 그 밖의 재물이겠는가.
또한 문수동자여, 모든 중생이 비록 부처님을 받들고 경전을 받아서 지니더라도 계행을 범하고 정견正見을 파괴하기도 하며, 혹은 경전을 배워서 계율을 지킨다 하더라도 법문을 듣지 아니하여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 중에 내포된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며, 혹 또한 법문을 듣기는 하였으나 교만하여 자기 주장만 옳다고 억지로 우기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고 배척하며, 정법正法을 혐오하고 비방해서 마귀와 한패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어리석은 사람과 그밖에 다른 수많은 중생들로서 삿된 도邪道를 행하는 사람은 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러한 중생들이 지옥에서 계속 윤회하게 되는 것은 저 약사여래의 명호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지옥이라 하더라도 위신력이 있는 부처님의 명호를 잠시나마 생각하여 떠올릴 수만 있다면 즉시 지옥에서 벗어나 인간세계에 환생해서 정견을 가지고 정진하며, 마음을 깨끗하게 해서 문득 집을 버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출가해서 도를 배우며, 점차로 보살행을 수행하게 되리라.
또한 문수동자여, 혹 중생 가운데는 시기심 때문에 다만 자기 자신만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모든 중생들은 자기만 높이고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기 때문에 지옥·아귀·축생에서 수많은 세월 동안 모든 고통을 받게 되리라. 수많은 세월을 지나고 난 뒤에 그곳의 수명이 끝나더라도 축생도에 태어나 소나 말이나 낙타나 당나귀가 되어 매를 맞으며 굶주림에 고통을 당하고, 몸에 무거운 짐을 실은 채 길을 따라 가고 온다. 가령 인간세계에 환생을 하더라도 항상 흙수저 신세를 면할 수 없어서 남의 노비가 되어 다른 사람으로부터 매를 맞으며 일을 하게 된다. 만약 과거생에 사람으로 있었을 때 저 약사여래의 명호를 들은 적이 있어 약사여래의 이름을 떠올리는 자는 그 선근으로 인하여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총명과 지혜가 있고 부유하게 태어나서 항상 선근 공덕을 쌓고, 좋은 벗을 얻고 사귀어 항상 서로 따라다니며 나쁜 무리의 유혹을 끊고, 어리석음의 껍질을 깨부수고 지혜로워지며, 번뇌를 없애고 일체의 삶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과 슬픔과 근심의 고뇌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또한 문수동자여, 모든 중생이 서로 싸우고 송사하는데, 이러한 무리들은 악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좋아해서 몸과 입과 뜻에 항상 모든 악을 짓는다. 욕심 때문에 서로 해치고 시기하여 각각 항상 이익되지 아니하는 일을 서로 시킨다.
혹은 숲의 신이나 나무의 신이나 산신이나 무덤의 신 등 갖가지 다른 신에게 기도하고, 온갖 동물들을 죽이며, 그 고기와 피를 가져다가 야차나 나찰이나 고기와 피를 먹는 무리에게 제사를 지내며, 원망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생년월일을 쓰고, 아울러 그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서 갖가지 주술을 행하며, 사람들의 생명을 죽이고 가정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사유리광 여래의 명호를 들은 일이 있게 되면 이 모든 악한 일들이 그를 해치지 못하며, 끝내는 모두 사랑하는 마음과 유익한 마음을 내게 되며, 미워하고 의심하는 일이 없어져서 각각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서로 화합하게 되느니라.
또한 문수동자여, 이 모든 사부중인 비구 스님과 비구니 스님과 모든 불자들과 다른 신심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여덟 가지 계율을 받고 다시 일 년이나 혹은 삼 개월 동안 모든 계율을 수지하면, 이러한 선근 때문에 가는 곳마다 기쁘고 즐거우며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으리라. 만약 서방 극락세계인 아미타 여래가 계시는 곳에 왕생하고자 하면 저 약사유리광 여래의 명호를 얻어 들은 까닭으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서 수명이 다할 때 여덟 분의 보살이 공중으로 날아와서 길을 가르쳐 주며, 곧 극락세계의 갖가지 화려한 연꽃 속에 저절로 태어나게 된다.
또한 이 사람이 극락에 태어나고자 하면 곧 극락에 태어나게 된다. 과거생에 성취한 선근의 공덕이 커서 다시는 지옥·아귀·축생 등 나쁜 세계에 태어나지 아니하리라. 천상의 명이 다하면 다시 인간 세계에 태어나서 덕이 높은 왕인 전륜성왕이 되어 세계를 자기 뜻대로 다스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열 가지 좋은 일만 있는 세상에 살도록 할 것이니라.
혹은 왕족이나 귀족이나 부잣집에 태어나서 금은 곡식과 비단이 창고에 가득하며, 형상과 행색이 모두 우아하고, 지혜롭고 용맹스러워서 귀공자와 같을 것이다.
또한 만약에 여자가 약사여래의 명호를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수지하면 이 사람은 다음생에 영원히 여자의 몸으로 바로 성불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문수동자여, 저 약사유리광 여래가 깨달음을 얻을 때 과거생에 세운 서원의 힘으로 모든 중생을 보니, 하나같이 지은 죄의 업장이 크고 무거워서 큰 병고를 만나서 몸이 수척해지거나, 학질이 걸렸거나, 당뇨병에 걸렸거나, 까닭없이 몸이 마르거나, 황달과 열병 등에 걸려 있을 뿐 아니라 혹은 삿된 주술에 걸려서 더러는 단명하고 더러는 횡사하기도 하느니라. 나는 이러한 무리들의 병고를 말끔히 구제해 주고, 구하는 것을 원만하게 이루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약사유리광 여래께서 삼매에 들어가시니, 그 삼매를 ‘일체중생의 고뇌를 소멸하는 삼매’라고 불렀다. 이미 삼매에 들어가시니 머리의 정수리에서 큰 빛이 뻗어 나왔고, 그 빛 가운데서 대다라니大陀羅尼를 연설하시었다.
그 다라니의 내용은 이러하다.
나무 바가바제 비살사구로 벽류리바라바
아라사야 다타아다야 아라하제 삼먁삼불타야 다나타
옴 비살서비살서 비살사삼모아제 사바하
그때에 정수리에서 나오는 빛 가운데서 이 주문을 설하여 마치시니, 우주가 크게 진동하고 큰 광명이 널리 비추어서 병으로 고통받는 중생들이 모두 치유되어 편안하게 되었다.
문수동자여, 만약 남자나 여자가 병으로 고생하는 자가 보이거든 오직 진실한 마음으로 그 병든 사람을 위해서 깨끗하게 양치질하고, 몸을 씻은 뒤 깨끗한 정화수를 떠놓고, ‘약사여래불’을 108번 외운 뒤 병자에게 그 물로 약을 먹게 하면 이제까지 병자가 가지고 있던 병이 다 소멸될 것이니라.
그 밖에 다른 소원이 있어서 구하거든 지극한 마음으로 ‘약사여래불’을 부르면 모두 뜻대로 얻어져 병 없이 오래 살게 된다.
또한 이 사바세계의 수명이 다한 뒤에는 저 동방의 정유리세계에 태어나 물러나지 아니하고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는 데 도달할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문수동자여, 만약 남자나 여인이 있어 저 약사유리광 여래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은중하고 공경하며 공양하는 사람은 당연히 ‘약사여래불’을 부르게 되리라.
또한 문수동자여, 만약 바른 신심을 갖춘 남자와 여인이 있어서 약사유리광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의 명호를 얻어 듣고 들은 대로 외우되, 새벽에 일어나서 양치질하여 입안을 깨끗하게 하고, 가루 향, 태우는 향, 바르는 향과 모든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여 부처님의 형상에 공양하고,
이 경전을 만약 자신이 직접 쓰거나 또는 남을 시켜서 쓴 뒤 마음으로 수지하거든, 그 내용을 듣고, 그 법사스님에게 공양을 바치되 일체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모두 보시하여 줄 것이며, 조금이라도 생활하는 도구가 부족하게 하여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게 해서는 아니 된다.
이와 같이 할 것 같으면 문득 약사여래의 가피를 입어서 구하는 것을 뜻대로 원만하게 얻을 것이며 끝내는 부처님처럼 무상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라.”
이 때 문수 동자가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였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후세에 저 약사유리광 여래의 명호를 신심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에게 여러 가지 방편으로 유포시켜 듣게 할 것이며, 잠자는 중이라도 약사여래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부처님 명호를 들은 그 귀를 깨닫게 할 것입니다.
만약 이 경전을 수지해서 독송하거나 잘 설해주고,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용을 분별하여 해설하며, 스스로 쓰거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쓰게 하거나, 또는 경전을 가지고 오색의 깨끗한 비단으로 보기 좋게 잘 싸서 깨끗한 곳에 편안하게 두며, 갖가지 꽃과 갖가지 향과 꽃다발과 보배깃발과 일산을 가지고 공양하면 그때 사대천왕에게 그 권속과 다른 수많은 천상의 사람들과 함께 모두 그곳에 나타나서 도와주게 할 것입니다.
이 경전이 유통되는 곳에 또한 사람이 있어서 이 경을 독송하거나 가지면 저 약사여래의 명호와 과거생에 발심한 뛰어난 큰 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다시 잘못된 죽음이 없으며 또한 모든 귀신에게 혼백을 빼앗기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설사 귀신들에게 이미 혼백을 빼앗긴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시 회복되어 옛과 같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고 그렇다, 문수동자여. 너의 말과 같다, 문수동자여. 신심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만약 저 약사여래께 공양하고자 하면, 이 사람은 여래의 형상을 만들고 7일 밤낮 동안 여덟 가지 계율을 받으며, 청정한 음식을 먹고, 청정한 곳에 갖가지의 꽃을 뿌리며, 갖가지 향을 태우고, 갖가지 비단과 갖가지 깃발로 장엄하게 그 곳을 꾸미고, 몸을 목욕하여 정결하게 하며, 새로 지은 깨끗한 옷을 입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며, 성내거나 남을 해하게 할 마음이 없어야 하느니라.
또한 일체 중생에게 유익한 마음과 자비롭고 기뻐하는 마음과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북치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 불러 찬탄한 뒤, 불상을 오른쪽으로 돌며, 저 여래의 과거의 큰 서원을 생각하고, 아울러 이 경을 해석하면, 이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되게 하고 원하는 대로 되게 하며, 일체 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원만하게 얻게 되리라. 장수하기를 구하면 장수를 얻고, 복을 구하면 복을 얻으며, 구하는 것이 자재하면 얻는 것도 자재하여 남자나 여자를 구하면 남자나 여자를 얻게 된다.
혹 또 사람이 갑자기 악몽을 꾸었거나 혹은 온갖 악한 모양을 보았거나 혹은 사는 곳에 괴이하게 생긴 새가 모여들어서 여러 가지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갖가지 공양거리로 저 약사유리광 여래를 공경하고 공양하면 일체의 악몽과 악한 모양과 길상하지 못한 일이 모두 없어지리라.혹 물에 대한 공포증이나 불에 대한 공포증이나 칼과 연장에 대한 공포증이나 독에 대한 공포증이나 험한 곳에 매달리는 공포증이나 사나운 코끼리와 사자, 호랑이, 곰이나 독사나 독 있는 벌레들과 같은 것에 대한 공포증이 있거든 저 약사여래를 생각해서 공양하게 되면 일체의 두려움에서 해탈을 얻으며, 또한 다른 나라 사람이 침입해서 시끄럽게 하거나, 도적이 반란하는 공포가 있을 때도 저 약사여래를 생각해서 공경하고 존중하면 공포에서 벗어나리라.
또한 문수동자여, 만약 신심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형체가 다해서 죽을 때까지 삼귀의례를 받고, 다른 신을 받들지 아니하며, 혹 오계를 지키거나 혹 십계를 지키거나, 혹 보살의 104가지의 계를 지키거나, 또한 출가해서 비구의 250가지의 계를 받아서 지키거나, 또는 비구니가 500가지의 계를 받아서 지키다가, 잘못으로 계율을 무너뜨리고 범해서 지옥 등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되었더라도 만약 저 약사유리광 여래를 공양하게 되면 결정코 지옥·아귀·축생 등 삼악도의 업보를 받지 아니하리라.
혹 여인이 출산할 때 극심한 고통을 받더라도 저 약사유리광 여래의 명호를 부르거나 공양하게 되면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며, 낳은 아기의 신체가 구족하고 얼굴이 단정해서 보는 사람마다 기뻐할 것이며, 총명하고 건강해서 병이 적으며, 그 어떤 악한 무리라도 그 혼백을 빼앗지는 못하리라.”
그때 부처님께서 아난 존자에게 말씀하시었다.
“아난아, 내가 칭찬한 저 약사유리광 여래의 가지신 공덕을 너는 믿고 받아들이겠느냐? 너는 이와 같은 제불여래의 너무도 깊으신 경계에 의혹이 생길 것이다.”
그 때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여래께서 설법하신 말씀에 대해서는 의혹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체 여래의 몸과 입과 뜻과 행은 청정하지 아니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이 해와 달은 이와 같은 큰 신통이 있으며 이와 같은 큰 위력이 있어서 수미산왕을 그 위에 떨어뜨리더라도 받아서 이동시킬 수 있음과 같이 모든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에도 차이가 없습니다.
큰 덕을 가지신 부처님이시여! 혹 중생 중에 믿음이 갖추어지지 못한 자 있어 여래께서 설하신 부처님의 경계를 듣고도 생각하기를
‘무엇 때문에 다만 저 약사여래의 명호만 부르면 저러한 공덕을 얻는다고 하는가’ 하여 마음으로 믿고 받아들이지 아니하며, 비방하는 마음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깊은 밤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유익함이 없고, 다음생에 악한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아난아, 만약 그러한 자라도 저 여래가 가지신 명호를 지옥에서나마 들으면 이 사람이 이미 악도에 떨어졌더라도 즉시 극락으로 바뀌리라.
아난아, 제불의 경계는 참으로 믿기가 어렵거늘 네가 지금 믿고 받아들이니 모두 이것은 약사여래의 위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체 성문과 벽지불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 믿고 소화시킬 일이 아니며, 오직 부처님의 일생보처 자리를 맡을 위대한 보살들의 할 일이니라.
아난아,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기는 어렵고, 삼보를 만나 믿고 공경하고 존중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며, 또한 저 여래의 명호를 듣기는 이보다도 배나 더 어렵다.
아난아, 저 약사여래의 헤아릴 수조차 없는 보살의 행과 헤아릴 수조차 없는 모든 교묘한 방편과 헤아릴 수조차 없는 광대한 서원을 내가 일 겁(수많은 시간) 동안 설하고자 해도 설하지 못할 것이며,
만약 일 겁을 지낸다 해도 저 여래의 보살행과 원을 다 설하지 못할 것이며, 이 겁의 수가 다해서 없어지는 데 이르더라도 저 약사유리광 여래께서 과거생에 행한 보살행과 수승한 큰 서원을 다 설하지 못할 것이다.”
이때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었는데 이름을 구탈이라 했다.
그 보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인 뒤 부처님을 향해서 합장하고 사뢰어 말하였다.
“위대한 덕을 갖추신 부처님이시여! 미래 세상에 중생들이 중병이나 오랜 병에 걸려서 몸은 파리해지며, 먹지 못해서 굶주림과 갈증 때문에 입술과 목이 지독하게 마르고, 초죽음이 되어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을 때 부모와 친지와 친구와 아는 사람이 주위에 둘러서서 울부짖으면서 임종을 지킵니다.
병든 사람에게 죽음이 다다르면 염라대왕이 사자를 시켜서 그 사람의 혼과 마음을 인도하여 염라대왕 앞에 꿇립니다. 이 사람의 등 뒤에는 동생신同生神이 있어서 그가 일생 동안 한 일을 죄면 죄, 복이면 복이라고 그대로 기록하여 염라대왕에게 바치는데, 그 때 염라대왕은 그 사람을 심문해서 그가 지은 선과 악을 계산하여 처분하게 됩니다.
이러할 때 만약 누가 이 병든 사람을 위해서 저 약사여래에게 귀의하게 하고, 법에 정한 대로 공양하면 그 혼과 마음이 즉시에 회복되어 돌아오게 됩니다.
그 사람의 혼과 마음이 되돌아왔을 때는 꿈에서 깨어난 것과 같아서 모두 스스로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 7일을 지냈거나 혹 21일과 혹 45일과 혹 49일 만에 혼과 마음이 돌아온 뒤에도 자기가 받은 선과 악의 업보를 갖추어 생각해 내서 스스로 증명하기 때문에 그 뒤로는 죽을 때까지 악업은 짓지 아니할 것입니다.
이러므로 신심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은 약사여래께 공양해야 할 것입니다.”
이 때 아난 존자가 구탈 보살에게 물었다.
“선남자이시여, 어떻게 저 약사여래께 공양해야 된다고 하십니까”
구탈 보살이 말하였다.
“덕 높은 아난이여, 만약 환자가 있어서 중병에서 벗어나고자 하면 이 사람은 7일 밤낮을 여덟 가지 계를 받고, 음식과 갖가지 공양을 할 수 있는 만큼 장만해서 저 약사여래를 예배하고 공양하며, 이 경을 49번 독송하고 49개의 등불을 켜야 합니다. 저 약사여래의 불상 일곱 구를 만들고 하나하나의 존상 앞에 각각 일곱 개의 등을 켜며, 하나하나의 등잔의 크기가 수레바퀴 만하게 해서 49일을 지내도록 불이 꺼지지 않게 하며, 오색 채단으로 깃발을 만들되 길이가 49척이 되게 합니다.
또한 덕 높은 아난이여, 왕위를 물려받을 관정위灌頂位에 있는 찰리왕(덕이 높은 왕)이 다릴 때라도 다섯 가지 재난이 일어날 수 있으니, 그 재난이라는 것은 이른바 인민이 겪는 질병과 다른 나라에서 쳐들어오는 전쟁과 국내에서 일어나는 반란과 하늘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재난의 어려움과 일식과 월식으로 생기는 곤란과 때 아닌 비바람의 어려움과 때가 지나도록 비가 오지 아니하는 어려움들입니다.
이러할 때는 왕위를 물려받을 관정위에 있는 찰리왕이 일체 중생에게 자비심을 일으켜서 모든 죄수를 방면하고, 전에 설명한 방법에 의해 저 약사여래를 공양해야 합니다.
그 때의 왕위를 물려받을 관정위에 있는 찰리왕이 이러한 선근을 쓰게 됨은 저 약사여래께서 과거생에 발한 수승한 대원 때문이며, 그 왕의 나라는 곧 평온함을 얻고,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추어 와서 농사도 풍년이 들고, 국력이 풍족해질 것이며, 국내의 모든 백성들이 안락하고 기쁜 생활을 할 것입니다.
그 나라 안에는 야차와 나찰과 비사사 등의 모든 악귀 악신이 중생을 괴롭히는 일도 없어지고, 전부터 있던 악한 모습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저 왕위를 물려받을 관정위에 있는 찰리왕의 수명과 신체가 병 없이 자재로워져서 모두 이익됨을 얻을 것입니다.
아난이여, 만약 황제나 황후나 왕자나 공주나 대신이나 재상宰相이나 궁중에 있는 미녀들이나 정부의 관리나 백성들이 병으로 인해 고통을 받거나 다른 액난을 당하게 되거든, 이 때도 또한 약사여래의 형상을 공경을 다해서 조성하여 모신 뒤 그 앞에서 이 경전을 독송하고 등을 켜고 깃발을 만들어 세우며, 모든 생명을 방생하고, 공양하며, 향을 태우고 꽃을 흩어서 정성을 다하게 되면, 곧 병의 고통이 깨끗이 사라지며, 모든 액난에서 해탈을 얻을 것입니다.”
이 때 아난 존자가 구탈 보살에게 물었다.
“선남자이시여, 무엇으로 이미 다한 목숨을 다시 연장할 수 있다고 하십니까”
구탈 보살이 말하였다.
“아난이여, 그대는 어찌 여래께서 말씀하신, 갑작스런 죽음을 당하는 아홉 가지 횡사橫死가 있다는 말씀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이러므로 주문과 의약과 방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혹 중생이 비록 중병은 아니나 의약과 간병할 사람이 없고 또 의사가 치료하는 시기를 놓쳐서 죽지 않을 때 죽는 것을 첫 번째 횡사라 합니다.
두 번째 횡사는 죄를 짓고 국법에 의해 처형되는 것이며,
세 번째 횡사는 사냥이나 천렵을 좋아하고 여색을 탐하여 음탕하고 술에 취하는 것이 도에 지나쳐서 모든 귀신이 그 혼백을 해하는 것이며,
네 번째 횡사는 불에 타서 죽는 것이며,
다섯 번째 횡사는 물에 빠져 죽는 것이며,
여섯 번째 횡사는 사자와 호랑이 등 모든 사나운 짐승의 굴에 들어갔다가 죽음을 당하는 것이며,
일곱 번째 횡사는 굶주리고 목말라 고통을 당해도 음식을 얻지 못해 죽음을 당하는 것이며,
여덟 번째 횡사는 원한이 있는 사람의 기도나 독약으로 시체나 귀신을 일으켜서 해함을 당하는 일이며,
아홉 번째 횡사는 바위나 절벽에 떨어져서 죽는 일입니다.
이와 같은 아홉 가지 횡사가 가장 큰 것이며 그 밖에도 한없는 횡사가 또 있습니다.
또한 아난이여, 저 염라대왕은 세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은 악행을 기록한 장부를 가지고 모든 사람들의 불효와, 오역죄五逆罪와, 삼보를 훼손하거나, 욕보이는 일과, 국가의 법질서를 파괴하여 군신의 질서를 문란하는 죄와 계율을 파기하는 것과 같은 것을 기록해 두었다가 그가 저지른 죄의 경중에 따라서 염라대왕이 조사한 뒤에 벌을 주게 됩니다.
이러하므로 내 지금 사람들에게 등불을 켜고 깃발을 만들어 달며, 방생으로 복을 짓도록 권하고 청하여, 그들로 하여금 고통과 재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른 재앙을 만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때 대중 가운데 열두 야차대장이 있어 모두 모임에 참가하였다. 이른바 궁비라 대장, 발절라 대장, 미가라 대장, 안나라 대장, 안달라 대장, 마열라 대장, 인타라 대장, 바이라 대장, 마호라 대장, 진달라 대장, 초도라 대장, 비계라 대장이다.
이들 열두 야차대장들은 각각 칠천의 야차를 권속으로 거느리고 있었는데 모두 소리를 모아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의 위신의 힘을 입어 약사여래의 명호를 들었사오니, 다시는 악도에 떨어질 공포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해서 일체중생을 책임지고 옳고 의로운 일로 유익하고 안락하게 인도할 것이며, 어떠한 나라나 마을이나 사찰에라도 따라다니면서 이 경을 유포시키고, 저 약사여래의 명호를 부르며 친근히 하고 공양하는 사람을 저희들 권속이 호위하며, 그로 하여금 일체의 고난에서 해탈하게 하여, 모든 요구를 다 만족하게 들어줄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모든 야차대장의 말을 칭찬하여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구나, 야차대장아. 너희들이 만약 저 약사여래의 은덕을 생각하거든 일체중생을 이익되게 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 때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경은 무슨 경이며 어떻게 배워 믿고 받들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아난아, 이 경전의 이름은 ‘약사유리광 여래께서 과거생에 위대하고 큰 서원을 세운 경전(약사유리광여래 본석소발 수승대원藥師瑠璃光如來 本昔所發 殊勝大願)’이라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약사경을 배우고 믿고 받아 지녀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이름은 ‘열 두 명의 야차대장이 스스로 큰 서원을 세운 경전(십이야차대장 자서十二夜叉大將 自誓)’이라고도 하느니라. 이와 같이 약사경을 배우고 믿고 받아 지녀야 할 것이다. 또는 ‘모든 업의 장애를 맑혀주는 경전(정 일체업장淨 一切業障)’이라고도 하느니라.
이와 같이 약사경을 배우고 믿고 받아 지녀야 할 것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고 나자 모든 보살마하살과 모든 대성문과 국왕과 대신과 바라문 거사와 일체 대중과 아수라와 건달바 등이 부처님의 설하신 말씀을 듣고 기쁘게 받들어 행하였다.
우리말 약사경 끝
약사경 해설과 신앙의 형성
1. 약사여래 신앙
불교의 신앙 가운데 관음신앙, 지장신앙, 정토신앙 등과 함께 민간에 유행된 신앙의 하나로 약사신앙이 있다. 이는 약사여래의 본원에 의해 이루어진 신앙이다.
매월 음력 8일을 약사재일이라 하여 지금도 약사기도를 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예로부터 특정 불보살과 관계되는 재일을 정하여 기도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왔다.
6재일 혹은 10재일이라 하여 한 달에 6일 혹은 10일을 재일로 정해 나쁜 업이 지어지지 않도록 하고 몸을 조심하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재계를 닦아 왔다.
6재일은 매월 음력 8일, 14일, 15일, 23일, 29일 30일의 6일을 재일로 정하여 재계한다. 이 6재일은 사천왕이 천하를 순행하면서 사람이 짓는 선악의 업을 살피는 날이라 한다.
이중 8일을 약사재일이라 하고 14일을 보현재일, 15일을 아미타재일, 23일을 대세지재일, 29일을 약왕보살재일 30일을 석가여래재일이라 불러 왔다.
10재일은 6재일에서 먼저 초1일은 정광여래재일, 18일은 지장재일을 더한다.
다시 24일은 관음재일, 그리고 28일은 비로자나재일이라 하여 이 4재일을 추가하여 10재일이라 하였다.
8일 약사재일이 약사여래께 기도하는 날로 이해되어 왔으며, 이 약사신앙의 근거가 되는 경전이 바로 약사경이다.
약사경은 약사여래의 본원을 설해 놓은 경으로 한역본이 5가지가 있으며, 그 중에 3가지가 널리 유통되었다.
최초로 번역된 것이 7세기 초(615년)에 달마급다가 번역한 『불설약사여래본원경』이다. 1권으로 되어 있는 이 경은 다른 역본과 마찬가지로 약사여래를 믿으면 온갖 재앙의 화를 막고 복을 누릴 수 있다는 현세 이익을 설해 놓은 경이다.
7세기 중엽에 당나라 현장이 번역한 본은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으며 역시 1권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8세기 초에 의정義淨 삼장이 번역한 본은 『약사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으로 제목이 되어 있는데 상하 두 권으로 되어 있다.
위 세 가지 번역본은 경 이름이 서로 조금씩 다르나 모두 줄여 약사경이라 한다.
2. 약사여래 부처님의 12가지 서원
이 경에 나오는 약사여래는 동방의 불국토인 정유리세계淨琉璃世界에 계시는 부처님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12가지 대원을 세운 부처님으로 설명된다.
아미타불이 법장 비구의 48대원에 의해 성불하여 극락세계를 장엄했다는 것처럼 과거세에 약왕이라는 이름의 보살이 있어 수행할 때에 중생의 고통을 소멸하고자 12가지 대원을 세웠다 한다.
① 자신의 광명이 두루 비쳐서 모든 중생이 자기와 같이 되게 하며
② 그 광명을 보고 중생이 어둠에서 벗어나 지혜로워지게 하며
③ 한량없고 가없는 방편을 통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필요한 것을 모두 얻게 하며
④ 삿된 길을 가는 중생들을 보살의 길로 가게 하며
⑤ 병든 이나 불구자들이 그 이름을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칭념하면 모두 낫게 하며
⑥ 모든 중생이 계율을 잘 지켜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⑦ 가난에 허덕이는 자들이 그 이름을 들으면 재물이 풍족해지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게 하며
⑧ 여인이 대장부의 몸을 얻어 보리를 얻게 하며
⑨ 마군의 그물에 얽히거나 사견에 사로잡힌 자들을 모두 정견을 얻게 하며
⑩ 감옥에 갇혀 고통 받는 자가 그 이름을 듣고 외우면 고통을 벗어나게 하며
⑪ 굶주림에 허덕이며 악업을 짓는 자가 그 이름을 외우면 배고픔을 면하고 온갖 즐거움을 누리게 하며
⑫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는 자가 그 이름을 듣고 외우면 원하는 대로 의복과 장신구를 얻게 해 준다.
이상 12대원은 모두 중생의 현실이익을 구체적으로 얻게 하는 내용으로 이에 의거해 약사신앙이 현세이익을 추구하는 신앙으로 민간에 퍼져 나갔다.
3. 약사여래경 요약
약사여래경은 통일신라 시대부터 유행하게 되었다.
약사여래는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미륵불과 함께 불교의 사대봉불四大奉佛로 자리 잡아 약사신앙의 주불이 되었다.
약사 부처님을 모신 법당을 약사전이라 하며 좌우에 일광 보살과 월광 보살의 협시보살을 모셔 이를 약사삼존불이라 한다.
우리나라 삼보사찰인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그리고 직지사에 약사 부처님을 모신 약사전이 있다.
약사전은 동방 정유리세계를 향하게 한다는 뜻에서 항상 동향으로 짓는다. 약사여래를 대의왕불大醫王佛, 즉 유능한 의사인 명의名醫 부처님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모든 중생들의 질병을 치료해 주고 재앙을 소멸시켜 준다는 약사불의 특징을 의왕으로 표현한 것이다.
약사경도 아미타경과 같이 염불을 권하는 경이다.
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부처님이 광엄성廣嚴城(바이샬리)의 낙음수樂音樹 밑에서 문수보살을 상대로 설법을 하고 있다.
동방으로 무수한 불국토를 지나면 약사유리광 부처님님의 세계가 있다 하고 그 부처가 보살로 있을 때 이름이 약왕 보살이었는데, 중생들을 질병과 재난의 고통에서 구제하고 누구나 부처가 되도록 하겠다는 12가지 서원을 세운 후 도를 닦아 부처가 되었다 한다. 이 약왕 보살은 『법화경』에도 등장한다.
근래의 정유리세계도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처럼 아무 괴로움이 없고 땅에는 유리 보석이 깔려 있고 궁전과 누각이 모두 보배로 이루어져 있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중생이 누구나 부처님의 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해야 한다고 하였다. 중생이 악업을 지어 악도에 떨어져 고통을 받는 것은 약사유리광 부처님의 이름을 듣지 못한 탓이라고 하면서 약사유리광 여래의 이름을 외우는 사람에게는 살아서는 온갖 화가 없어지고 죽을 때에는 여덟 명의 보살이 와서 부처님 세계에 가는 길을 가리켜 준다고 하였다.
또한 부처님은 약사여래의 불상을 모셔 놓고 이 경을 읽으면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면
장수를 누리고 부자가 되고 아들과 딸을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듯 이 경은 중생이 약사여래를 믿으면 중생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진다는 지극히 기복적인 현세 이익을 내세워 중생들을 부처님을 믿도록 인도하고 있는 경이다.
4. 약사여래 신앙의 성립
약사여래 부처님의 12가지 원 가운데 질병을 낫게 하는 이익은 이 경의 중요한 명제가 되어 질병 치료를 위해 이 경을 수지한 예도 많이 있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선덕여왕 때 밀본密本이 약사경을 읽어 왕의 병을 고쳤으며, 승상 김양도金良圖의 병도 밀본이 약사경을 독송하여 고쳤다 한다.
그리고 경덕왕 때 755년 경주 분황사에 거대한 약사여래상을 봉안하여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 한다. 이 무렵으로부터 신라 하대와 통일신라 시대를 거쳐 약사신앙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약사신앙이 일어나고부터 동서남북 사방에 부처님을 모시는 사방불 신앙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사방에 부처님 국토가 있다고 믿는 불교의 한 유형으로 『삼국유사』 사불산四佛山에 관한 기록에 의하면 죽령의 동쪽 약 100리쯤 되는 곳에 높은 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진평왕 9년(587년) 별안간 사방이 5미터나 되고 사방에 부처님 상이 조각된 큰 돌이 떨어졌다. 사방에 부처님이 조각된 사방불은 붉은 비단으로 싸여 있었는데 왕이 이 말을 듣고 그곳에 가서 예배드리고 그 곁에 절을 세운 뒤 이름을 대승사大乘寺라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험한 일로 인해 신라에 사방불을 표현한 유물 유적이 많이 남겨지게 되었다. 경주 남산 칠불암의 사면석불, 굴불사지의 사방불, 금곡사지 사방불, 호원사지 사방불, 그리고 경주국립박물관에 있는 석탑의 사방불 등 사방에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가 일어난 것이라 볼 수 있는 예들이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보면 경덕왕이 백률사栢栗寺에 행차하기 위해 산 아래 이르렀을 때 땅 속에서 염불하는 소리가 들려 땅을 파게 하였더니 사면에 사방불이 새겨져 있어 이곳에 절을 창건 굴불사掘佛寺라 이름하였다 했다.
사방불의 사면에 어떤 부처를 모시는가에 대해서는 경전에 따라 다르다.
『금광명경』이나 『관불삼매경』에 의하면 동방에 아촉불, 남방에 보상불, 서방에 무량수불, 북방에 천고음불天鼓音佛을 모신다 했고, 『대보적경』에 의하면 동방에 집길상왕불集吉祥王佛, 남방에 사자용맹분신불獅子勇猛奮迅佛, 서방에 마니적왕불磨尼積王佛, 북방에 바라기왕불婆羅起王佛을 모신다 했다.
또 『공작왕주경孔雀王呪經』에는 동방 약사유리광불, 남방 정방불定方佛, 서방 무량수불, 북방 칠보당불을 모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외의 여러 경전에 모두 다르게 사방불의 명호가 나오고 있으나 우리나라 신라시대의 사방불 신앙 풍습은 특정 경전을 따르지 않고 동방에 약사여래, 남방에 미륵불, 서방에 아미타불, 북방에 석가모니불로 모신 형태로 남아 전한다. 중앙에는 보이지 않는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을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이것으로써 불국토를 표현한 것이 사방불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주불 신앙 가운데 약사신앙은 동방의 주불이 되며, 복덕과 무병장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타력적 현세 이익신앙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다.
특히 질병과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일반 서민대중의 심리에 결부되어 민중의 호응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신앙이었다.
근래의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약사신앙을 펴는 약사회 모임 등도 생기고 있다. 또 불교의 복지문제에 있어서도 약사신앙은 복지사상을 선도할 수 있는 중심 근거가 될 수 있는 신앙이라 할 수 있다. 질병 퇴치와 빈곤 퇴치가 사회복지의 주제인 만큼 이를 염원하는 신앙에 의해 복지운동의 응집된 힘을 모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약사경에 대한 연구는 그리 많이 되지 않았다. 이는 현세 이익추구의 신앙이다 보니 교리적 이론 연구가 이 경을 통해 크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백제 때 의영義榮 스님이 약사경 소를 지었다 하며 신라의 경흥憬興과 둔륜遁倫 스님이 역시 약사경 소를 지었다 하나 전해지지 않고 태현太賢 스님이 지은 『약사본원경고적기藥師本願經古迹記』만 전해지고 있다.
약사경이 비록 중생들의 현실이익을 설해 놓은 소원성취의 기복 경전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약사경의 중요한 대의는 보살도 실천이다.
유리광이란 명호 속에 들어 있는 말처럼 유리가 투명하여 속이 보이는 것처럼 안팎이 통철하는 부처님의 만덕을 성취하도록 하는 것이 약사경의 대의이다. 일체 만덕을 갖춘 것을 유리 보배에 비유하여 말해 놓은 것이 유리광琉璃光이란 말이다.
고려시대에는 약사신앙을 행하는 약사도량 개설이 자주 있었다 한다.
국가적 위기나 전염병 등이 돌 때 약사도량을 개설하여 재난극복을 위해 약사행법을 행했다는 것이다. 7일동안 8재계를 지키면서 주야 육시로 약사 부처님께 예배, 공양하고 약사경을 49번 독송하고 49개의 등을 달아 밝힌다.
또 약사여래상 7구를 조성해서 그 상 앞에 각각 49일 동안 7개의 등을 밝히고 5색 당번幢番을 49자가 되게 만들어 걸고 방생의식도 곁들였다 한다. 이렇게 하면 나라 안에 질병의 위험이 없어지고 외적의 침입 등 나라의 재난이 막아진다 하여 왕이 약사도량을 개설하도록 명하여 때로는 왕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한다. 일종의 호국법회인 셈이다.
또 선남선녀들이 약사여래상을 조석으로 모시고 꽃을 바치고 향을 사르면 장수를 누림은 물론 부귀와 관직을 얻게 된다는 믿음을 갖고 약사 부처님을 섬겼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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