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베누아 잘롱과 움베르토 나폴리타노가 함께 창립한 프랑스의 LAN 아키텍처는 오늘날 파리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건축회사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언제나 프로젝트의 맥락에 깊이 천착하는 이들의 작업은, 주거용 다락방부터 사무용 고층빌딩까지 다양한 규모를 아우른다. ‘지역 건축 네트워크(Local Architecture Network)’의 머리글자를 딴 LAN 아키텍처는, 부지의 조건이 사회적인지 환경적인지 도시적인지 그 성격을 측정하고 전략적으로 분석하면서 디자인 과정을 밟아나간다. 일관된 형식과 정직한 작업을 보여온 이 젊은 건축 스튜디오는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40세 이하의 유럽 건축가 40인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들은 현재 세계 각지를 무대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입니까?
u: 아침에 일어날 때 같아요. 제 스쿠터를 타고 스튜디오에 오면서 매일매일 다른 노래를 듣지요. 이 순간이 정말 좋습니다. 그날 하루의 ‘사운드트랙’인 셈이죠.
b: 저 같은 경우는 저녁 8시가 지나 집으로 향할 때요.
주로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요?
u: 정말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최근에는 엠퍼러 머신(The Emperor Machine)이라는 일렉트로닉 밴드를 알게 됐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에요. 스투지스(The Stooges)나 핑크 플로이드 같은 록의 고전들로 정말 좋아하죠.
b: 저는 요즘 블랙 키즈(The Black Keys)의 음악에 빠져버렸어요.
LAN 아키텍처, ‘어린이 장난감 도서관(Children’s Toy Library)’
보뇌이유 쉬르 마른느(Bonneuil-sur-Marne), 프랑스, 2005 (1)
LAN 아키텍처, ‘어린이 장난감 도서관(Children’s Toy Library)’
보뇌이유 쉬르 마른느(Bonneuil-sur-Marne), 프랑스, 2005 (2)
라디오도 듣습니까? 사무실에서는요?
b: 아니요, 라디오는 듣지 않아요.
u: 저도 마찬가지예요. 베를루스코니의 스캔들 뉴스를 들을 때라던가, 운전을 할 때 외에는 듣지 않습니다.
b: 전 운전도 안 하니까요.
침대맡에 두고 보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u: 제 습관은 서너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거예요. 그날그날에 따라 읽는 책이 바뀌죠. 요즘은 펑크 음악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나를 죽여줘 Please Kill Me>라는 제목의 책이죠. 그전에 읽은 건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Alessandro Baricco)의 <엠마오 Emmaus>라는 책이었고요.
b: 저는 프랑스 작가나 미국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어요.
LAN 아키텍처, ‘식물원 온실(Jardin des Plantes Greenhouses)’, 파리, 2010 (1)
LAN 아키텍처, ‘식물원 온실(Jardin des Plantes Greenhouses)’, 파리, 2010 (2)
디자인이나 건축 잡지를 읽나요?
u: 네. 업계 현황 정보를 얻기 위한 방법이죠. 그래서 온갖 잡지를 다 봅니다. 정기구독하고 있는 잡지도 많아요. 건축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정보를 얻기에 좋거든요. 진짜 읽을 만한 건 별로 없지만요.
b: 맞아.
u: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변화는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의 건축 Architecture d’Aujourd’hui>이라는 잡지가 새로 나왔는데,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 있더군요. 건축 평론이나 읽을거리도 많고요…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에서 모든 걸 다 볼 수 있잖아요. 전 그런 추세가 맞다고 봐요. 간편하고 빨라서 좋죠.
새로운 뉴스 같은 것은 어디서 얻습니까?
u: 베누아한테서요 (웃음).
b: 인터넷이죠. (운전을 안 하니까) 아침에 출근하면서 신문도 보고요.
공모 당선작인 사무용 빌딩, 릴, 프랑스, 2010 (1)
공모 당선작인 사무용 빌딩, 릴, 프랑스, 2010 (2)
여성들의 패션에 관심이 있으실 것 같은데, 특별히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면요?
u: 제게 작은 문제가 하나 있는데, 모든 여자를 다 좋아한다는 거예요. 정말 선택을 못하겠는데… 좀 복잡한 문제죠. 캐주얼한 것도 좋고, 우아한 것도 좋고, 섹시한 것도 좋고, 다 벗은 것도 좋아요. 정말 다 좋아요.
b: (웃음)
u: (베누아에게) 너는 어때?
b: 아, 나는 여성다운 옷차림이 좋아. 치마나 하이힐 같은 것.
특별히 피하는 옷차림이 있다면요?
b: 좋은 질문이네요. 소매가 짧은 셔츠는 안 입어요. 너무 싫더라고요.
u: 펑퍼짐한 바지요. 정말 우스꽝스러워 보이거든요.
한 사옥 건물, 생 메스메(Saint Mesmes), 프랑스, 2006 (1)
한 사옥 건물, 생 메스메(Saint Mesmes), 프랑스, 2006 (2)
한 사옥 건물, 생 메스메(Saint Mesmes), 프랑스, 2006 (3)
어릴 적부터 건축가 되는 게 꿈이었나요?
u: 제 꿈은…
b: 가수였지!
u: 아니, 그건 더 나중 얘기지.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 후에 뮤지션이 되고 싶었고요. 건축을 알게 된 건 18살 때였던 것 같아요.
b: 저는 더 늦어요. 22살쯤이던가? 2년 동안 의학을 공부하다가 건축을 하기로 결심했죠.
LAN 아키텍처, ‘다락방 XX(Loft XX)’, 파리, 2005 (1)
LAN 아키텍처, ‘다락방 XX(Loft XX)’, 파리, 2005 (2)
작업은 주로 어디서 하나요?
u: 어디에서나 하죠. ‘특별한 공간’ 같은 건 없다는 뜻입니다… 제 뇌의 일부분이 제 머릿속 숨겨진 곳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으로써 언제 어디에서나 사물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거죠. 친구들과 술집에 있을 때나, 저녁을 먹을 때나, 잠자리에 들 때도요. 어디에서나 가능합니다.
b: 맞아요, 어디나 가능해요.
다른 건축가나 디자이너들과 작업에 대한 논의를 하나요?
u: 깊숙한 얘기를 하느냐는 질문이라면, 대답은 ‘노’예요. 건축에 대해 가벼운 얘기 정도는 하려고 노력하죠. 친구들과 스튜디오에서 월례 컨퍼런스를 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시작한 지 5, 6년 되었습니다. 서로의 프로젝트를 보여주며 얘기를 나누는데… 아주 심층적인 대화는 아니에요. 그저 “아, 난 이걸 만들었어.”라고 하면, 다른 누군가가 “나도 이런 걸 했어.”라고 말하는 식이죠. 하지만 의견은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는 오딜 데크(Odile Decq)와 필립 람(Philippe Rahm)을 초청하기도 했죠. 많은 이들이 저희 스튜디오에 와서 작업에 대한 평가해주지만, 사람들이 다들 너무 외교적이라 서로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일은 결코 없어요. 결국은 그저 평범한 회의가 되고 말죠. 요즘은 ‘27, 현대 건축 여행(27, A Journey Through Contemporary Architecture)’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럽 전역에 걸쳐 저희들의 짝이 될만한 건축가와 그들의 건축 작품을 찾아나서는 작업이죠.
LAN 아키텍처, ‘117 주택단지(117 Housing Units)’, 무보(Mouvaux), 프랑스, 2010 (1)
LAN 아키텍처, ‘117 주택단지(117 Housing Units)’, 무보(Mouvaux), 프랑스, 2010 (2)
두 분의 스타일을 어떤 말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친한 친구가 설명한다면 어떻게 표현할지요.
u: 어떤 좋은 친구요?
b: (웃음)
u: 잘 모르겠어요. 그저 저한테 들은 대로 표현하지 않을까요. 늘 저희 작업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은 다들 건축과는 상관없는 친구들이거든요...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측면에 대해 연구한다고 얘기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는 프로젝트마다 고유의 정체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매번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죠. 조금은 고고학자의 작업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파악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적, 지리적, 역사적 맥락을 파헤치거든요. 그런 것이 저희 작업의 아이디어 같습니다. 형태라든가 표현법 같은 나머지 부분들은 그 결과일 뿐이죠. 너도 그렇게 생각해?
b: 나도 동의해.
이제까지의 작업 중 특히 만족스러웠던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u: 모두 다죠. 이런, 모두 다는 아니군요… 가장 최근의 프로젝트는 끔찍했어요.
b: 최근 작업은 끔찍했지.
u: 정말 끔찍했어!
이유가 뭔가요?
u: 어제 완성한 공모전 출품작이 바로 그거예요. 저희 스튜디오가 이사를 하느라, 완성할 시간이 2주밖에 없었거든요. 원래 이사를 하면,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문제가 많이 생기잖아요… 그래도 가장 만족스러운 프로젝트는 ‘미나 엘 호슨(Mina El Hosn)’ 타워 같아요. 전에는 전혀 몰랐던 레바논의 문화를 조사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레바논의 문화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곳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그들의 문화에 접근해갔죠.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처음에는 완전히 겁에 질려서, 네다섯 달 간은 디자인을 할 엄두도 못 냈죠. 그렇지만 결국엔 해법을 찾아냈고,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LAN 아키텍처, ‘486 미나 엘 호슨(486 Mina El Hosn)’, 베이루트, 레바논, 2009 (1)
LAN 아키텍처, ‘486 미나 엘 호슨(486 Mina El Hosn)’, 베이루트, 레바논, 2009 (2)
첫 프로젝트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두 분의 작업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다 할 수 있을까요?
u: 그 점에 있어서는 정말 보잘것없다고 생각해요. 경력이 이제 겨우 8, 9년이니까요. 최고의 상태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전보다 체계가 더 갖춰지긴 했어요. 스튜디오도 더 효율적으로 굴러가고 있고, 기술적인 측면도 점점 더 나아지고 있죠. 이제는 대형 프로젝트나 새로운 작업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구상 과정은 여전히 만들어가는 중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위해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가요?
b: 좋은 질문이네요.
u: 저희 일에서 맘에 드는 점이 건물을 실제 사용하게 될 사람들을 저희는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그런 이유로 공공 건물 작업을 즐겨 하죠. 우리가 디자인한 건축물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에 대해 상상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그런 상상을 해보는 건, 사회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그래도 하나만 꼭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b: 특정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건물이 되겠죠. 아주 큰, 거대한 건물이요. 미국의 백악관처럼 말이죠.
u: (웃음)
b: 새로운 백악관이 어때서? 안될 거 없잖아.
u: 그래도 그건 좀 우습잖아. 나도 하나 있어. 저는 군대를 위한 작업을 꼭 해보고 싶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지하의 건물인데,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들. 그런 프로젝트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LAN 아키텍처, ‘120 주거용 아파트(120 Residential Apartments)’, 파리
LAN 아키텍처, ‘ZAC 소쉬르 퐁 카르디네(ZAC Saussure Pont Cardinet)’, 파리, 2010
과거의 건축가 중 특별히 높게 평가하는 이가 있다면요?
u: 정말 많죠. 명단이 끝도 없어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미스 반데 로에, 팔라디오(Palladio), 르 코르뷔지에…
그렇다면 현재 활동 중인 동시대 건축가 중에는 어떻습니까?
u: 페터 줌토어(Peter Zumthor)가 있고…
b: 일본의 몇몇 건축가들이요.
u: (웃으며) 난 별로던데. 저도 3, 4년 전까지는 정말 팬이었어요. 그 미학과 완벽한 조명, 완벽한 자재, 세부적인 것들까지 모두 좋아했죠. 하지만 이제는 좀 지루하게 느껴져요. 매번 똑같은 공식을 반복하니까요. 저는 렘 콜하스나 장 누벨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좋습니다.
파리에 위치한 LAN 아키텍처 스튜디오의 내부 모습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u: 글쎄요, 조언할 건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충고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정말 싫거든요. 그냥 저희 책을 구입해서, 어떻게 저희 같은 젊은이들이 건축가가 될 수 있었는지 읽어보세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요.
미래에 관해 근심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u: 저희는 정말 낙천적이라, 인간은 무엇이든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