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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고금 출생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2006년 <시사사회> 3대 회장
2006년 <이형기문학상> 제정에 참여
2007년 <시인의 눈> 편집위원
시사사회, 현대시회, 경찰문인회 회원
현재 서울영등포경찰서 마약수사팀장
백색가루 1
- 길 없는 강
나는 뽕쟁이다.
번뜩이는 눈빛에 늘 감시당하고 있다.
두루마리 휴지 뜯어
송송 뚫린 가슴을 꼭꼭 막는다.
살갗에 핀 열꽃 속에서 스멀거리는 벌레
떼끼*가 스쳐간 구멍난 주머니
이미, 연줄도 끊어졌다.
지하실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루로 흩어진 빛을 찾아 허우적거리지만
메아리가 오지 않는 절벽만이
앞에 있을 뿐이다.
한순간 터져버린 볼록 거울,
조각난 목련의 선혈은 조금씩 숨이 가빠지고
멀어져간 울음 밖으로
갓난아이 호흡은 끝내 들리지 않는다.
앞만 보며 사람들은 강을 건넌다.
알을 낳고 떠난 이슬의 여인, 드로소필라*,
내 등짝은 하얀 알집의 곳간이었다.
*떼끼 : 소매치기 *이슬의 여인 : 과실파리
백색가루 2
- 질경이
우글우글
이끼 위로 기어 다니는 쓰레기 더미들
깨진 가로등 아래서 더듬이를 꽂고
연료통 가득 하얀 혈액을 채운다.
매캐한 떨, 습지에 자욱하고
움푹 패인 눈, 빛을 잃어 숨소리 거칠다.
그믐달 아래 질경이 풀
짓밟고 돌아서면 고개 들어
비릿하게 웃는
저 질기디 질긴,
TV꺼,
나를 들어오라잖아,
들어봐,
좀 벌레가 내 등을 갉아먹는 소리,
사각사각 들리지?
저건 누구야.
빨리 아스팔트 속으로 꼬리를 감춰.
파리 떼가 오고 있어.
에이 씨팔 떴군.
백색가루3
- 유혹
관목 줄기에 머물렀다가
부드럽고 하얀 손길로 내 안에 들어온 그는,
구름 속 침실에서 유희를 가르친다.
작은 구멍으로 구름이 걸어오고
하늘이 내게 안긴다.
순간, 生의 조각들이 모든 허물을 벗어 던지고
빛은 노래를, 소리는 춤을 부른다.
나는, 광야에서 밧줄을 타고
하늘을 오르내리는 야훼, 무지개를 걸쳤다.
어둠의 그림자가 내 울타리로 내려앉는다.
살려 주세요.
제발,
딱!
한 모금만,
핏발 서린 두 눈이 마황麻黃을 닮아가고
먼지도 바람도 가루로 보인다.
너,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모시나비 날갯짓 그 아래 깨진 조랑박,
비늘잎의 증류수 0.03mg,*
혈관을 검게 흐른다.
*0.03mg : 1회 투약량
가슴을 울리는 시
시의 두 중심 축은 묘사와 진술이다. 묘사 중심의 시는 산뜻함을 생명으로 한다. 새로움의 기지가 필요하다. 진술 중심의 시는 시적 감동을 생명으로 한다. 잘 형상화된 세계관이 그 생명이다. 묘사가 머리라면 진술은 가슴에 해당된다. 둘은 상보적이다. 둘은 다 새로워야 한다. 시적 긴장이 흘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만으로 된 시는 좋은 시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머리만으로 된 시가 너무 많다. 가슴이 없는 시, 머리만으로 된 시는 둥둥 떠다니기 쉽다. 그러나 그 뿐이다. 1회용인 경우가 많다. 시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평론가들은 대개 이런 시를 즐겨 다룬다. 할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슴만으로 시를 쓸 수가 없다. 머리만으로 시를 쓸 수는 있지만 가슴은 늘 머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여기 고석종씨의 작품들은 적어도 이 둘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백색가루”는 ‘마약’을 나타내는 상징어다. 직업적 체험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는데 10편으로 된 이 연작은 시적 긴장감이 거의 전 편에 고르게 유지되고 있어 믿음직 스럽다. 독특한 체험이 있으면 시적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고 판단된다. 무미건조한 것이 오늘의 삶이라 할지라도 늘 가슴을 울리는 큰 시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시인으로 대성하길 바란다.
첫댓글 고석종 여기서 보네 반갑네 아마 기억하고 있을까 ?
바이올렛 잘 알지요..그런데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그냥 심심해서 여기 저기 헤메이다 놀러왔더니 시인이 되어 이렇게 뵙네요.귀한삶 누리시구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