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아식품의 새로운 물결에는 기존의 대표적 새싹채소 알팔파(alfalfa)와 콩을 넘어 쌀과 밀 등 발아곡물도 포함된다. 물에 적셔 발아시키는 과정은 자양력(nutritive power)을 강화시다고 예찬론자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영양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다고 확신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토론토의 자연식품스토어 ‘빅캐럿(Big Carrot)’의 홍보담당자인 패트릭 코너씨는 “지난 2년 동안 발아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재래식으로 도정된 밀, 귀리 및 여타 곡물의 영양학적 가치와 소화능력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발아식품은 무글루텐(gluten-free) 경향의 여세를 틈타 주류 쪽으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홀푸즈(Whole Foods)’ 등 소매점들은 선반과 냉동실 공간을 발아식품에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발아현미에 대한 조리법을 특집으로 실으면서 “맛이 보다 좋고 부드러워 일반현미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년 초 샌프란시스코에 자리잡은 식품 및 제품개발회사인 ‘요리개발센터(Centre for Culinary Development)’는 요리경향 리포트를 통해 발효식품을 ‘제2단계’에 올렸다(‘주류식품’이 되기 위해서는 총 5단계를 거쳐야 한다. 2단계는 잡지와 특수스토어에서 주로 취급되는 식품들을 말한다).
이 회사의 추세(trend) 전문가인 카라 닐슨씨는 “요즘 사람들은 식품을 개발함에 있어 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소화가 큰 이슈이기 때문에 곡물을 먹는, 보다 나은 방법을 깨달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광범위한 건강 기대가 발아식품과 연관돼있다. 통곡을 물에 적셔 발아시키는 과정을 통해 비타민, 무기물, 섬유질이 증가하고 또한 당지수(GI·glycemic index)가 낮아지며 칼슘과 같은 특정영양소를 몸이 최대한도로 이용하는 능력(bioavailability)이 증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발아식품들이 과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까? 영양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구엘프대의 건강·영양학과(faculty of human health and nutritional sciences) 과장인 테리 그래햄 박사는 “발아식품이 인체에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연구가 아직 미흡하다”며 “발아곡물로 만든 식빵을 발아가 안 된 곡물로 만든 식빵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제분과정에서부터 빵을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성분과 제조공정이 영양학적인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발아공정의 효능을 분리하고 인체가 이들 영양분을 어떻게 흡수하는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론적으로는 곡물을 발아시키면 건강에 좋은 항산화제의 양이 증가하고 전분의 구조가 변화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적의 발아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서는 연구자료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사이먼프레이저대의 공인영양사(registered dietitian)인 로지 달리월씨는 “발아곡물로 만든 일부 빵들은 일반 빵에 비해 섬유질, 리보플라빈(riboflavin), 엽산(folate), 티아민(thiamine) 등이 많이 들어있는 만큼 영양학적 우월성이 단순히 ‘발아’로 인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도정을 심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흰 빵 혹은 통밀 빵과 달리 발아곡물은 밀가루로 전환될 때 섬유질이 풍부한 외피(outer layer)가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밀가루를 만들 때 발아 후 건조시킨 뒤 통째로 도정되기 때문에 낟알이 지니고 있는 영양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죠. 전곡 혹은 통밀로 만든 빵도 통째로 도정되면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햄 박사는 “발아식품을 먹는 그 자체에 해가 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문제는 발아식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마치 모든 종류의 건강상 이점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준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브앤드메일)
캐나다 한국일보
발행일 : 201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