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아는 건국대학교 학생입니다.^^
놀애 박인혜 <“청춘”을 노래하다!>를 보고.
의상디자인 200812947 이상아
음악을 좋아해 다양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지만, 국악에 대해서는 사실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으로 가득했던 나였다. 그래서 정식으로 국악 공연을 본 것은 부끄럽지만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첫 경험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23년동안 가지고 있었던 편견의 벽을 단숨에 깨줄 만큼 이번 공연은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이번 공연은 여성민요 그룹 아리수의 단원으로 있는 ‘박인혜’의 ‘청춘을 노래하다!’ 라는 타이틀의 단독 공연이었다. 전형적인 국악이 아니라 현대음악의 가벼운 느낌을 우리의 전통음악과 적적히 버무려 ‘퓨전국악’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풀어낸 공연이었는데, 나같이 국악에 대해 거의 무지한 현대인들이 국악의 길로 가볍게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공연으로 적극 권장할만한 공연이었다.
공연내용은 박인혜가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한 8가지 노래로 구성되어있었다. 한곡 한곡이 모두 애절하고 인상 깊은 그야말로 명곡들이었다.
우선 첫 번째 곡 “이 내 노래”는 영어로 ‘Inhye's Song’이라고 쓸 만큼 말 그대로 그녀의 노래였다. ‘세상이, 사람이, 사랑이 나에게 말하네. 노래하라고..’라는 가사는 노래가 삶, 그 자체인 박인혜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듯하다.
맨 처음에 이 곡을 들었을 때는 ‘내가 국악공연을 보러온 것이 맞나?’ 라고 생각 할 만큼 현대적이고, 모던 락을 듣는 듯 한 느낌도 받아서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국악만의 묘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갈수록 음악 요소요소에 스며들어서 퓨전국악이란 무엇인지 생생히 느끼게 해주었다. 피리소리와 기타소리에 박인혜의 특유의 음색이 어우러져, 정말 크나큰 에너지를 내뿜는 곡이었다. ‘꿈을 꾸려 노래하네, 노래하려 꿈을 꾸네.’라는 가사를 부를 때의 애절한 박인혜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두 번째 곡은 ‘귀연’이라는 곡이었다. 피아노, 가야금, 장구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첫 번째 곡보다는 좀 더 국악스러운 멋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초반에는 차분하고 오묘한 사운드로 시작하여 “인과 귀가 하나 되어 이세상 잔치가 열린다!”는 곡의 설명처럼 갈수록 신나지고 파워풀해져서, 마지막에는 정말 잔치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 전개 되어있는 곡이었다. 사람과 귀신의 소통을 모티브로 한 만큼 지상의 소리가 아닌듯한 신비한 분위기가 일품인 곡이었다.
세 번째 곡은 ‘두 이(二)자 이별’이라는 곡이었다. 이 곡을 노래할 때는 좀 특별하게 무대가 구성되었는데, 불이 꺼진 무대에 커다란 스크린 영상이 켜지면서, ‘우리가 헤어져야하는 진짜 이유는 헤어져야하는 이유를 극복할 만큼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텍스트가 나타나며 노래가 시작되었다. 노래를 들어보면 이 도령의 이별선언에 대한 춘향이의 반응이 가사로 표현되어있는데, 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기도 하고 매달려 보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춘향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노래였다.
네 번째 곡은 ‘헤어진 자리’라는 곡인데 멜로디도 멜로디이지만 가사가 너무 좋았다.
‘우리 헤어지면 무조건 헤어진 자리에서 다시 만나…….’ 이 짧은 내용의 가사가 왜이리 좋고 가슴을 울리는지. 집에 오자마자 이 노래가 너무 다시 듣고 싶어서,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이번이 초연이여서 그런지 아무런 자료도 찾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들으면서 무언가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정말 가슴을 울리는 곡이었다. ‘만남’ 그리고 ‘이별’, 하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까지. 이별이 주는 다양한 감정들을 한곡에 차곡차곡 잘 접어서 만든 듯한, 이번 공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었다.
다섯 번째 곡은 ‘2011 상좌다툼’이라는 곡이었는데, 현재의 정치계를 동물들의 모습으로 바꾸어 해학과 풍자로 풀어낸 재미있는 곡이었다. 누구나 높은 자리를 좋아하지만 과연 그 중 얼마나 ‘상좌에 떳떳이 오를 자격이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곡이었다. 이 곡은 풍자가 나타나는 가사들이 압권이었는데, 특히 무상급식을 빗대어 표현한 무상먹이를 물어주겠다는 너구리의 공약 부분에서는 모두 한마음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상좌를 위해 외치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과연 누구를 위한 공약인가. 이 곡을 들으며 생각해보았다.
그 외에도 흑백영화 <심청> 영화음악을 복원하여 연주하는 ‘그 전야’라는 곡, 죽음을 두려워하는 애절한 심청의 목소리가 솔직하게 표현된 ‘청, 바다가 되다’라는 곡. 청춘을 예찬하는 ‘청춘가’까지 8가지의 곡이 차례로 연주되며 공연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특히 마지막에 ‘청춘가’는 유독 힘들고 지치는 요즘 ‘청춘이란 원래 다 그런 것이야.’ 하고 내 어깨를 두들겨주는 듯한 위안을 받아서 인상깊었다.
앙코르 곡으로 판소리 심청가중 ‘심봉사 눈뜨는 장면’까지 알차게 들으며 3월 25일. 놀애 박인혜의 ‘청춘’을 노래하다! 공연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국악이라면 응당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점잖은 어르신들이 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에너지로 가득한 박인혜의 퓨전국악 공연은 문화적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너무도 긍정적인 그 충격은 나의 문화생활을 크게 바꿔놓을 좋은 에너지로 작용할 것만 같다. 앞으로도 좋은 우리의 국악을 많이 알고 싶고, 그동안 못들은 만큼 많이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다.
첫댓글 놀애 박인혜에게 박수를~!!!
아..감동적입니다. 행복합니다 ^^ 신동흔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