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104 차 산행기 - 윤산
2007년 1월 26일 온천장역 10시 15 분
오늘의 참여자 - 류근모, 류송자, 손관선, 이호기, 전흥, 정경권, 정상조, 조정 이상 8명
이 동네에 사는 남천 전흥 친구의 안내로 옛 오시개 장터 길을 통과하여 동현중 -> 서동 고개를 넘고 다리를 건너 윤산 들머리에 진입한 것이 10시 40 분.
부곡동과 서동을 가르는 산길 너른 곳을 택하여 발대식.
오늘의 산행 대장은 남천 전흥 친구 - 저 아래 보이는 금정 여고에 두 번이나 근무한 적이 있고 사는 곳도 부곡동 대우 아파트, 이 산에 자주 와서 산책도 즐기고 새들도 보고 사진도 찍는다.
11시 반에 1차 휴식.
적송 류송자 친구가 떡을, 여항이 사과를 제공.
죽암은 유머를 제공.
불륜스님이 있는 절은? -> 혼외정사
귀두스님이 있는 절은? -> 포경사
조임스님이 있는 절은? -> 옥문사
조루스님이 있는 절은? -> 아뿔사
11시 40 분에 윤산 정상 도착
윤산 (輪山) 은 본래 구불산 (구불구불하다고) 에서 구월산으로 불리다가 몇 해 전인가 윤산으로 확정되었다. 높이는 300 여 미터
금정구 9개동, 12 만 명이 휴식 공간으로, 심신 단련의 장소로 이용.
하루 수천 명의 시민이 즐겨 찾는 곳이다.
금정산, 옥봉산, 마안산, 장산, 아홉산, 개좌산, 금련산 등의 첩첩 산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저 멀리 수영강이 햇빛을 반사하며 하얗게 누워있고 광안리 앞 바다까지 보인다.
물론 가장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붙잡는 것은 회동 수원지 - 푸른 산그늘을 담고 산들 사이로 벋어있다.
도심 한 가운데 작지만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사진을 서너 판 찍고 태화 손관선 회장이 제공하는 국산차 한 잔에 밤 빵 하나씩을 먹다.
밝은 햇살이 빗겨드는 산길에는 잔돌들이 깔려 있어 발바닥 지압이 절로 된다.
윤산은 참나무들이 별로 없고 푸른 소나무 숲의 연속이어서 겨울에도 싱싱하게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좋은 산이다.
우리 민족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철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도 등산을 좋아하셨다. 마을 뒷산은 물론이고 좀 떨어진 청량산도 즐겨 찾아 벼슬살이의 곤고함과 학문연구에 지친 심신을 쉬시며 도산 12 곡이란 시조 12 수를 썼다.
그 중에서 가장 알려진 시조 한 수 외웁시다. (교과서에서 배운 적이 있지요.)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않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 상청하리라.
- 우리도 늘 이렇게 산처럼 싱싱해야 할 터인데.
오륜동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편안한 경사
수원지를 내려다보기 좋은 길가에 반원형 전망대를 만들어 놓을 정도로 이제 우리 지자체들은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잘 하고 있다.
임도에 깔아놓은 잔돌들도 크기가 밟기에 딱 알맞고 간간이 만나는 휴식 공간들이며 체육 시설, 화장실등도 신경을 써서 조성해 두었다.
다만 그걸 사용하는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아직도 낮다. 담배꽁초며 비닐 종이들이 날아다는 걸 보니.
저수지 가까이 내려 갈수록 숲이 짙어 진다.
여기는, 봄에는 꿩도 날고 다른 새들도 많다고 한다. (남천 전흥 친구의 말)
작년에 금정구에서 회동 수원지 일대의 윤산 자락에 국비 20 여억 원을 들여 반딧불이 등의 서식지를 만들어 15 만여 평의 생태 공원 ( eco-forest ) 을 만들기로 했다는 기사를 읽었던 생각이 난다.
1시에 오륜동에 내려서다.
길이 평지가 되자 푸른 왕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다리 굵기의 왕대들이 죽죽 서 있어 주변의 소나무들과 푸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선도의 시조 오우가가 생각난다.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오늘 회동 수원지에 오며 돌, 물, 소나무, 대나무 등 사우를 봤으니 밤에 호수에 뜨는 달을 보면 오우를 보는 셈이 아닌가. 오늘 밤이 음력 여드레니까 반달을 볼 수 있겠구나.
회동 수원지 호수 가에 있는 조그만 이 동네가 오륜동 (五倫洞)
옛날 이 곳은 사천이라는 시내가 있었고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이루어 동래 지방 선비들이 이곳에 놀러 와서 다섯 가지 윤리 덕목 (삼강오륜) 을 토론했다거나 혹은 그런 선비들이 여기 살았다고 해서 오륜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인구가 적어 동사무소도 없어지고 부곡동에 합동되었다.
삼미정에 들어갔다.
교대 4기 이용걸 후배의 부인이 경영하는 민물고기 음식점.
마당이 널찍하고 ㄷ 자 집이 정갈하다.
이용걸 후배는, 우리 동기 마산 사는 김용대 친구와 동서지간.
주식도 하고 사업도 하다가 돈도 좀 벌었지만 손해도 좀 보고, 등등의 인생 역정을 엮어 나가다 경상북도에 순위 고사를 쳐서 복직, 어느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데 방학이라고 집에 내려와 있다. 하얀 진돗개가 마당을 지킨다.
맵싸한 메기 매운탕을 시켰다. 오랜만에 민물고기 탕을 먹으니 별미다.
밥도 잡곡밥이고 반찬들도 깔끔하다.
선배님들 왔다고 얼굴이 동글동글한 - 선생이라기보다는 영판 음식점 주인으로 보이는 용걸 후배가 백세주 큰 걸로 세 병을 서비스한다.
2 시간 반 이상을 걷고, 맛있는 점심 먹고, 오래 살게 해주는 백세주 적당히 마시니 세상 부러운 것들이 다 사라진다.
이만 하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겠지.
죽암과 남계가 제공하는 과일로 마지막 입가심을 하고 일어난 것이 2시경.
마을버스를 타고 장전역으로 향하며 다음 주 만날 것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