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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6일, 월요일, Arvairkheer, 유목민 ger 텐트
(오늘의 경비 U$9: 숙박료 3,000, 아침 1,000, 점심 1,100, 저녁 1,000, 식료품 4000, 전기 500, 환율 US $1 = 1,160 togrog)
어제 밤에는 잘 잤다. 낡은 침대가 있었으나 침대에서 안 자고 매트리스를 바닥에 깔고 잤다.
아침을 푸짐하게 먹고 8시에 떠났다. 오전에는 비가 제법 많이 왔다. 길 한곳에는 물이 너무 많아서 잘못하면 차바퀴가 진흙탕에 빠질 것 같아서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고 나가서 진흙탕을 조사한다. 우리 차 뒤에 차들이 3대 더 와서 서고 운전기사들이 모두 나와서 함께 진흙탕을 조사한다. 지나가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이 났는지 우리 뒤에 있던 차 한 대가 앞장서서 진흙탕으로 들어가고 다른 차들도 뒤를 따른다. 별 사고 없이 진흙탕을 통과했다.
오전 11시쯤 2,200m 고도의 Altan Am 고개에 도착하니 안개가 몰려오고 제법 춥다.
Arguit라는 마을에 도착해서 어느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는 동안에 음식점 옆에 있는 잡화상점에서 컴퓨터와 카메라 배터리 충전을 했다. 떠날 시간이 되어서 충전을 중지하고 떠났는데 얼마나 충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잡화상점에 있는 TV에는 한국 TV 프로그램이 상영되고 있었다. 중동 여행기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한국 TV 연속극만 인기인줄 알았더니 연속극 아닌 한국 프로그램들도 인기인 모양이다.
음식점에는 덩치가 큰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순해 보이기도 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한다. 좀 친해 보려고 고기 덩어리 하나를 내 손바닥에 놓고 주니 처다 보기만 하고 먹지를 않는다. 음식점 여자 주인이 던져 주란다. 가이드 Garoaa는 개가 손을 물면 어떻게 하느냐고 빨리 던지란다. 던져 주니 순식간에 먹어치우고는 더 주나 하고 나를 쳐다본다. 우유 차를 주었더니 안 먹는다. 좀 친해 진 것 같아서 궁둥이를 한번 만져주었더니 가만있었다. 그런데 손바닥에 놓고 줄 때는 왜 먹지를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훈련을 받은 것일까?
오후에는 초원의 풀이 점점 좋아진다. 이제는 황량한 사막이 아니고 정말 푸른 초원이다. Gobi 사막 근처의 황량한 평원과는 전혀 다르다. 가축들도 점점 많이 보인다. 오늘은 계속 북쪽으로 달린다. Gobi 사막을 떠나서 이제는 울란바토르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온 길을 다시 가는 것은 아니고 다른 길로 해서 간다.
오후 5시경 도시가 나오는데 제법 커 보인다. 인구 2만 3천의 도청 소재지 Arvarkheer라는 도시다. 이 도시에서 오늘밤을 묵고 가는 줄 알았더니 도시를 지나서 유목민 ger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참을 찾아도 찾지를 못한다. 있어야 할 곳에 없는 모양이다. 운전기사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물어본다. 언덕 같은 곳에 차로 올라가서 운전기사가 망원경으로 ger를 찾는다. 결국 찾지 못 하고 어느 유목민 가족 ger에서 하루 밤을 묵었다.
오늘 밤을 잔 유목민 가족 ger가 재미있다. 진짜 ger 생활을 경험한 것이다. 저녁을 먹기 전에 말 우유 짜는 구경을 하고 “아이릭”이라는 말 우유 대접을 받았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마셔본 시금털털한 알코올 농도 2%의 음료다. 빵과 함께 나온 버터는 맛이 좋았다. 우유를 끓여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버터란다. 버터라기보다는 크림치즈 같다.
덴마크 부부는 Damel Dansk라 불리는 덴마크 전통 술을 대접한다. Old Danish라는 뜻이란다. 알코올 농도가 40%가 넘는 독한 술이다. 덴마크 남자들이 추운 겨울날 아침에 사냥을 나가기 전에 마시는 술이란다. 우리의 인삼주 비슷한 맛이다.
태어난 지 3개월 되었다는 어린 양이 ger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 사람 저 사람 품에 안기는 것이 꼭 강아지 같다.
오늘 충전한 전원을 사용해서 컴퓨터 일을 좀 했다. 오늘 찍은 사진을 카메라에서 컴퓨터로 옮기고 백업을 했다. 나는 백업을 철저하게 충분히 한다. 컴퓨터 안에 있는 SD 카드에 하고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니는 USB 메모리에 또 한다. 그리고 가끔 다른 USB 메모리 두 개에도 더 한다. 모두 네 겹으로 하는 셈이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놓인다.
컴퓨터 일이 끝나고 전원이 남아 있어서 몽골에서 찍은 사진들을 슬라이드 쇼로 돌렸다. 윈도우즈 미디어 플레이어로 배경 음악도 넣었다. 옆 ger 천막에서도 사람이 오고해서 덴마크 부부까지 10여명이 함께 보았다. 아주 좋아한다. 아마 세 번은 돌린 것 같다. 60년대 한국에 TV가 처음 들어왔을 때 동네 사람들이 TV가 있는 집에 모여서 TV를 보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사진 슬라이드 쇼를 보느라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다. 우리 여행자 셋은 침대를 차지하고 가이드와 이 집 식구 4명은 땅바닥에 자리를 깔고 잤다. 오늘밤은 잠이 금방 안 와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소변을 보러 조용히 일어나서 나가는데 자는 줄 알았던 이 집 여주인이 따라 나와서 내가 소변을 끝낼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소변을 끝내고 못 본 척 하고 들어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혹시 내가 가끔 사람을 문다는 사나운 옆집 개에게 물릴까봐서 나왔단다. 정말 사람 사는 곳 같다.
덴마크 부부 Svenn과 Margaret이 내가 유럽 여행을 할 때 자기네 집에 꼭 들려가라고 연락처를 알려준다.
Merethe (Margaret) Thorsen Svenn Stensgaard Fredriksen Maribovej 298 DK 4953 Vesterborg, Denmark (45) 549393 svstensgaard@yahoo.com svenn@ungudvej.dk
이곳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가이드 Garoaa에게 보내서 가족에게 전해주기로 했다. 사진을 빼서 우편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이 유목민 가족은 주소가 없단다. 정말 유목민이다. 그러나 좀 믿기가 어렵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주소가 없단 말인가.
참고로 이 유목민 가족의 가축 숫자를 물어봤더니 말 30, 소 10, 양 200, 염소 200, 새끼 양과 염소 150, 개 2 등 모두 약 600마리인데 다른 유목민 가족에 비교해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간이란다. 많은 가족은 1,000마리, 적은 가족은 200마리란다. 매년 70 마리 정도 팔아서 휘발유, 옷 등을 사는데 쓰는데 받는 가격은 한화로 환산해서 양 35,000원, 염소 25,000원, 말 13만원, 소 35만원 이란다. 이 집 식구는 부모와 애들 다섯이다.
진흙땅을 지나가기 전에 조사를 하고 있다
착해 보이고 친절하기는 하나 때로는 좀 멍청한 가이드 Garoaa
2,000m 고개 위에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ibex 양을 운 좋게 보았다
이젠 사막은 사라지고 초원으로 바뀌었다
초원 풍경
휘발유를 빼내고 있다
점심을 먹은 음식점 겸 잡화점, OTAM 표지판이 보인다
점심 먹는 동안 컴퓨터와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잡화점은 손님들로 붐빈다
특이한 머리 스타일의 소녀
운 좋게 독수리를 찍었다
만든 지 얼마 안 되는 듯한 포장도로가 갑자기 나타났다
초원 풍경
초원 풍경
유목민 ger 텐트에 도착했다
젊은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배구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말 젓을 짜고 있다
두 마리 말이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는 듯하다
엄마 말과 망아지
망아지 뛰는 모습이 귀엽다
천국 같은 곳이다
우유과자를 말리고 있다, 너무 딱딱해서 먹기가 힘들다
말 우유를 삭인 술 “아이릭” 대접을 받았다, 알코올이 2% 정도 들어있다
Margaret이 덴마크 전통 술 Damel Dansk를 대접하고 있다
어린양은 강아지 역할을 한다
내 컴퓨터로 그동안 찍은 몽골 사진들을 슬라이드 쇼로 만들어서 배경 음악과 함께 보여주었더니 큰 인기였다
초원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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