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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5일, 토요일, Krasnoyarsk, Hotel Gostiny Dvor
(오늘의 경비 US $51: 숙박료 850, 점심 160, 식료품 130, 버스 10, 화장실 6, 8, 인터넷 100, 환율 US $1 = 25 ruble)
오늘 오후 1시 정도에 Krasnoyarsk에 도착했다. 기차역을 떠나기 전에 화장실을 쓰면서 좀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웃기는 일을 저지른 사람은 나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화장실 사용료를 내는데 돈을 받는 직원이 10 ruble을 받고 2 ruble 짜리 동전 2개를 거스름돈으로 준다. 휴지를 집어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려 하는데 직원이 내가 낸 10 ruble 짜리를 보이며 무어라고 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다. 틀림없이 요금을 냈는데 요금을 받은 것을 잊어버리고 또 달라는 것인가 생각하며 무조건 들어가려 했더니 못 들어가게 하면서 무언가 두 개를 달라고 하는 것 같다. 10 ruble 짜리 둘을 달라는 것인가? 틀림없이 요금이 6 ruble인데 하며 10 ruble 짜리 하나를 더 보여주었더니 그것이 아니란다. 옆에 있던 손님 여자 한 사람도 무어라고 열심히 설명을 한다. 그러나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답답할 지고. 그러다가 어떻게 내가 거스름돈으로 받은 2 ruble 짜리 동전 2개를 돌려주었더니 내가 냈던 10 ruble 짜리를 돌려준다. 결국 돈 받은 것을 다 돌려줄 테니 나가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는 것 같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이곳이 여자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기차역에는 보통 화장실 입구가 하나이고 입구에 들어서면 돈 받는 여자가 있고 돈을 내고 들어가면 그 안에서 여자 화장실과 남자 화장실로 갈라지는데 이곳은 남녀 화장실 입구가 다르다. 좀 격을 높게 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기차역 화장실은 이곳이 처음이라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 웃기는 일인데 왜 직원과 손님 여자는 웃지를 않았을까? 직원은 내가 남자인 것을 돈을 받을 때는 몰랐다가 내가 휴지를 집을 때서야 알았던 것이다.
우선 선착장에 가서 내가 타려는 Yenisey 강 여객선 배표를 사려고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갔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아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걷는데 배낭이 좀 무겁게 느껴졌다. 앞에 멘 가방까지 13kg 밖에 안 되는데 왜 무겁게 느껴졌을까? 그리고 좀 지고 나면 목에 힘이 들어가는지 목이 뻣뻣해진다. 멜빵 조정이 잘 안 된 것일까?
선착장에 가보니 내일 아침 내가 가려는 북극해에 있는 도시 Dudinka라는 곳으로 가는 여객선이 정박해 있다. 웬 떡인가 하고 여객선 사무실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배표가 다 팔렸단다. 그리고 다음 배는 9월 10일과 14일에 있단다. 다른 매표원에게 물어보아도 마찬가지다. 9월 10일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어떻게 내일 떠나는 배를 타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매니저 같은 여자에게 사정해보니 안 통하는 말로 오늘 밤 8시경에 다시 와서 내일 떠나는 배 선장에게 직접 얘기해 보란다. 어디선가 선장은 직권으로 승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내일 아침에 떠난다는데 승객들이 오늘밤 8시부터 승선하는 모양이다. 밤 8시까지 선착장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근처에 있는 호텔에 가서 방에 들었다. 밤 9시경 선착장에 가보니 승객들이 배에 승선하느라고 아수라장이다. 짐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여객선인지 화물선인지 모를 정도이다. 슬그머니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 "In Siberia"에 이 배 여행에 관해서 얘기가 나오는데 한 마디로 경치는 하나도 볼 것이 없단다.
"Scenic cruise"는 아니고 "meditational cruise - 명상 유람선"이란다. 경치가 없다는 얘기다. Dudinka까지 간다 해도 돌아오는 것이 또 문제다. 타고 갔던 배를 다시 타고 오는 방법이 있겠지만 가는데 5일이니 왕복이면 10일 그리고 배가 얼마나 오래 Dudinka에 머물지 모르겠다. 10일 이라도 너무 길다. 10일 동안 무슨 명상을 한담. 다른 승객들과 말도 안 통하니 10일 동안 벙어리 노릇을 해야 한다. 원래는 돌아오는 것은 항공편으로 하려고 했는데 Lonely Planet에 Dudinka에는 못 가고 (permit이 필요한데 없어서) Igarka라는 곳까지 갔던 친구가 Igarka에서 Krasnoyask로 돌아오는 항공편 때문에 Igarka에서 10일을 기다렸다는 얘기를 읽은 생각이 나서 나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선장과 얘기라도 해보려고 배에 올라서 선장을 찾으려 했으나 배 안이 너무나 혼잡해서 선장을 찾을 생각도 슬며시 없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3층 갑판으로 올라가서 기념사진 두어 장 찍고 배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내일 북국해로 떠나는 것은 포기했다.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나면 9월 10일에 떠나는 배표를 사면된다. Baikal 호수에 갔다가 날짜에 맞추어서 Krasnoyask로 돌아오는 방법도 있다. 오고 가고 4일 정도 시간을 허비하게 되지만 정 북극해에 가고 싶으면 못할 것도 없다. 배표를 사고도 안 가고 싶으면 안 갈 수도 있다. 북극해를 보는 것이 쉽지 않다.
Krasnoyarsk 기차역
Krasnoyarsk는 시원스럽게 아름다운 도시다
Krasnoyarsk 거리 모습
Yenisey 강 대교
Yenisey 강 선착장
Yenisey 강변 길, Yenisey 강은 Ob 강과 Lena 강과 더불어 Siberia의 3대 강 중의 하나다
Lenin 거리에는 내가 묵었던 호텔 건물 같은 아름다운 옛날 건물들이 많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토요일 밤, Yenisey 강변에는 Coca Cola 천막들이 많이 보인다
Yenisey 강 대교의 저녁 모습
내일 아침 북극해에 있는 Dudinka로 떠나는 여객선
배표가 매진되어서 못 가고 배에 올라 기념사진만 찍었다
2007년 8월 26일, 일요일, Krasnoyarsk, Lesosibirsk 기차
(오늘의 경비 US $92: 점심 150, 저녁 51, 콜라 23, 버스 6, 10, 10, 기차 466, 504, 573, 택시 300, 쾌속정 150, 짐 보관 50, 환율 US $1 = 25 ruble)
몸 컨디션이 안 좋다. 환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오늘 오전 10시 반의 밖 기온이 10도로 제법 쌀쌀한 날씨다. 옷차림을 좀 뜨듯하게 바꿔야겠다. 오늘 아침에 기차역에 가서 오늘 Krasnoyarsk-Lesosibirsk 기차표, 내일 Lesosibirsk-Krasnoyarsk 기차표, 그리고 모래 Krasnoyarsk-Abakan 기차표를 샀다. 모두 밤기차다. 앞으로 3일 밤은 기차에서 자는 것이다.
Lesosibirsk 왕복 기차표는 Yeniseysk라는 도시에 갔다 오기 위한 것이다. Yeniseysk는 Lonely Planet에서 좋다고 하는 도시라 가보는 것이다. Yenisey 강을 가는 여객선을 탔더라면 Yeniseysk를 지나가니까 따로 안 갔을 텐데 Yenisey 강 여행은 틀린 것이라 그 대신으로 가는 것이다. 2박 1일의 여행이다. Yeniseysk까지 가는 기차가 없고 Lesosibirsk에 가서 버스를 타고 45분 더 가야한다.
Abakan은 Tuva의 수도 Kyzyl에 가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역시 Kyzyl까지는 기차가 없고 Abakan에 가서 버스를 타야한다. 이렇게 해서 Abakan까지 가는 기차표를 모두 마련했다. 한 시름 덜었다.
기차표를 다 사놓고 짐을 맡기고 선착장으로 와서 11시에 떠나는 쾌속정을 타고 Krasnoyarsk에서 25km 떨어진 Divnogorsk 구경을 갔다. 일요일이라 쾌속정 손님이 제법 많았다. Divnogorsk에는 10 ruble 지폐 뒷면에 나오는 유명한 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어쩌면 영화 “Doctor Zhivago”에 잠깐 나오는 그 발전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발전소에는 별 흥미가 없고 Yenisey 강에 배를 타보는 기분을 좀 느끼려고 배를 탄 것이다.
Divnogorsk 선착장에서 발전소까지 불과 5km이고 걸어도 멀지 않은 거리인데 300 ruble을 내고 택시를 타고 다녀왔다. 좀 생각이 부족했다. 택시 기사는 돈을 더 벌어보려고 발전소 뒤쪽으로 가자고 조른다. 싫다고 해도 언성을 높이면서 요구를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자기 택시로 Krasnoyarsk까지 가자고 또 조른다. 왕복 배표를 샀는데 왜 택시를 타고 돌아간단 말인가. 아주 기분을 잡치게 하는 친구였다. 더 이상 돈을 못 벌겠으니 화가 난 표정으로 선착장에 내려준다. 오늘은 별로 할 것도 없고 기막히게 좋은 날씨인데 발전소까지 걸어서갔다 올 것을 참 잘못했다.
러시아에는 멋있는 여자들이 참 많다. 요새 전 세계적으로 날리는 러시아 여자 테니스 선수 Martina Navratilova는 테니스도 잘 치지만 얼굴과 몸매 때문에 더 날리는 것 같다. 러시아에는 그런 여자들이 널린 것 같다. 우선 인구 전체의 50% 이상이 금발인 것 같다. 가끔 가짜 금발을 한 여자들도 보이지만 미국의 어느 지역보다도 금발이 많다. 미국에는 Utah 주에 금발이 많다고 하는데 (영국과 북유럽 사람들이 많아서) 러시아에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이 잘 생겼으니 부럽다. 마음까지 따듯하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기차역에서 괜히 돈 내고 화장실을 썼다. 가만히 보니 기차표를 보이면 무료다. 그 동안 낸 것이 억울하지만 앞으로는 안 낼 것이다.
다리 너머로 보이는 산, 이곳에는 산이 보인다
Yenisey 강이 조용히 흐른다
산도 아름답다
거대한 발전소가 있다, 10 ruble 지폐에 발전소 그림이 나오는데 어쩌면 영화 "Doctor Zhivago"에도 나오는 것 같다
아마 발전소 때문에 생겼을 도시 Divnogorsk
물 좋고 공기 좋고 일거리만 있으면 천국이겠다
쾌속정에서 보이는 Krasnoyarsk 스카이라인
Hotel Krasnoyarsk 앞에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광장이 있다
발전소 가는데 타고 간 쾌속정
쾌속정 내부
Hotel Krasnoyarsk 앞 광장,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다
잘 복원해 놓은 옛날 건물들
Hotel Krasnoyarsk 앞 광장에는 음악회가 한창이다
Che Guevara 클럽, 쿠바의 Che Guevara와 Lenin을 인터넷 인기투표에 붙이면 Che Guevara가 이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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