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양구콩만 사용합니다”
양구재래식 손두부
사명산은 서남방향으로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 서북방향으로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동북방향으로 양구군 양구읍 월명리, 동남방향으로 양구읍 수인리, 웅진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사명산의 정상에 올라 보면 사방으로 웬만한 산과 양구군을 비롯하여 인제군, 춘천시, 화천군쪽 마을이며 지세가 두루 잘 보이기 때문에 사방이 밝다는 사명(四明)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양구읍 수인리와 웅진리가 산행의 주 나들목인데, 이 나들목에서 멀지 않은 곳 춘천과 양구, 학조리 마을과 심포리 마을 사거리 한쪽에는 양구군이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다는 ‘양구재래식손두부(033-482-4475)’집이 있다. 이 집은 칠순을 넘긴 지영순 할머니가 철저하게 국산 콩(양구산)만을 고집하며 재래식방법으로 직접 손두부를 만들어낸다. 순두부, 모두부, 두부전골, 들기름두부구이, 감자전, 도토리묵, 메밀묵, 동동주 각 5,000원. 가까운 곳에 류인석전적비가 있다.
추곡약수터에 동양화와 방석
명신시골밥상
사명산 산행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곡리를 하산지점으로 즐겨 선택한다. 특히 안내산악회가 그러하다. 양구읍 웅진리를 산행 들머리로 하는 경우 산행할 대원들은 이곳에다 내려 주고, 산행하지 않을 사람들은 추곡리로 이동시켜 준다. 추곡리에서 몇 시간 머물러야 할 이 사람들은 추곡약수터에서 약수를 마신다. 그러고는 약수터 바로 앞에 있는 ‘명신시골밥상(033-243-1516)’에 들러 탄산성분의 약수로 지은 약수밥을 먹고 동동주 한 잔까지 마신다.
그렇지만 산행대원들이 하산할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 무료하게 보낼 시간이 너무 길다. 자연스레 주인에게 음식이 아닌 다른 주문 하나를 더 하게 된다. 동양화와 방석을 달라고. 여기서 말하는 동양화란 화투의 별칭이다. 집주인 김향미(56)씨는 얼른 판을 펴 준다. 판에 둘러앉은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희희낙락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자리에 앉아 3시간이고 4시간쯤 보내다 보면 사명산을 올랐던 동행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성질이 급한 동양화파는 참지를 못하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판에 끼어들기도 한다. 취재길 주말 낮 시간에 찾아가서 살펴본 명신시골밥상의 풍경이다.
간판이고 메뉴판이고 어느 곳에도 전화번호가 보이지 않는다. 주인에게 전화번호를 물었더니 “간판사진을 찍으실 때 보셨잖아요” 한다. 밖으로 나가서 간판을 다시 보니 옥호 아래쪽에 화투장 10장이 그려져 있다. 화장실 표시도 11월 큰 화투장 한 장을 그려 놓았다.
이 식당의 약수밥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먹을 수 없는, 오직 설악산 오색의 남설악식당과 자신의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밥이라며 집주인의 자랑이 대단했다. 김향미씨는 젊은 날 속병을 앓은 적이 있었는데 이곳에 약수를 먹으러 왔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며 약수의 효능에 대한 연설을 늘어놓는다. 민박손님을 받는 작은 방 3칸에 식탁 4개로 영업을 하는 허름한(?) 음식점이지만 언제나 만원사례를 해야 할 처지라는 40년 전통(?)의 집이다. 약수밥 6,000원, 동동주 6,000원, 토종닭(백숙,도리탕) 35,000원.
춘천권 산행 베이스캠프
소양예술농원
- 춘천이라는 지명은 막국수와 닭갈비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소양강 처녀까지 따라 붙는다. ‘소양강 처녀’라는 노래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애창곡으로 국민가요의 반열에 올라 있는 트로트의 대명사급 노래다. 의암호 상류 소양2교에는 소양강처녀상이 서 있고, 의암호 속의 상중도에는 소양강처녀노래비도 세워져 있다.
이러한 분위기의 의암호에서 양구 방향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소양댐이 나온다. 소양댐은 1973년 다목적 댐으로 건설되었는데, 이 댐 건설로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소양호가 생겨났다. 계절마다 빼어난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소양호 물길 따라 춘천에서 양구로 가는 수상관광은 아주 특이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가 있다.
소양댐에서 배편으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소양예술농원(033-242-4555)’이 있다.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486-1. 찻길이 없는 육로 산길을 타면 춘천까지 4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곳이지만 소양강 선착장에서 전화를 걸면 농원에서 즉각 배를 가지고 촌장으로 호칭되는 농원 주인 최인규씨가 마중을 나온다. 배를 타고 농원으로 들어가면 농원에는 언제나 농원 식구들과 농원을 찾아온 손님들뿐이다. 문자 그대로 별천지다.
파란 잔디가 깔린 넓은 야외공연장에서 예술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굿판이 벌어지고 때로는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기도 한다. 또 어느 날에는 잔잔한 실내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시 낭송회가 열리기도 하는 물가 산속의 예술공간이다. 전통연희축제 연간공연계획이 짜여져 춘천시민들이 배를 타고 들어가 소중한 추억 만들기를 하는 문화공간이 되어 있다. 7월 공연은 7월31일 한누리예술단의 양주별산대 공연이 잡혀 있다.
통나무로 지은 여러 동의 건물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우륵, 왕산악 등 음악가들의 이름이 붙었다. 캠프파이어에 바비큐, 산노래가 이어지는 한쪽 통나무 테라스와 벤치에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헤아리다 보면 금세 짧은 여름밤은 지나고 새벽이 온다. 아름다운 새벽, 눈앞에 펼쳐진 소양호에는 물안개가 은은히 피어 오르고 댐 건너편으로 삼악산 능선이 눈에 잡힌다.
소양예술농원은 이미 월간山에 소개된 바 있다. 주방시설과 홈바, 침구까지 갖추어 놓은 방들을 춘천권 산을 오르는 산꾼들이 1박 하면서 단합대회를 하는 캠프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농원 안주인 이정주씨의 설명이다. 한여름 오후 매미들의 우렁찬 합창소리를 들을 수 있는 농원, 그리고 모터보트를 타고 소양호를 유람할 수 있다는 것! 여름 산행길 소양예술농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