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제일의 미녀인 수로부인이 어느 따땃한 봄날에 비서장 삼식이와 시녀장 삼순이 등 수많은 똘마니를 거느리고(냉이, 달래 등 나물도 캐고,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도 볼겸) 소풍을 나갔습니다.
한참을 봄기운에 취해 돌아다니고 점심식사를 과하게 한 나머지 갑자기 장이 연동운동을 시작해 용변을 보러 으슥한 곳으로 갔습니다.
바닥을 고르고 앉아 주위를 보니 깎아지는 절벽 위에 너무나 아름답게 핀 한 무더기의 꽃무덤이 있었습니다. 용변은 까맣게 잊고 삼식이에게 달려가서 꽃을 꺾어달라고 했더니 절벽을 한번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가마 운전수, 포터, 셀퍼, 쿡 모두들 삼식이를 따라 고개를 좌우로 …….
그래서 그 예쁜 수로부인은 슬퍼졌고, 엉엉 울었지요.
이 때, 짠 하고 나타난 핸섬한 할아버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당대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시인이고, 플레이보이, 암벽등반가 아니면 달건이) 견우 노인이었습니다.
그 예쁜 수로부인의 슬픔을 들은 견우 노인, 즉석에서 시로써
"붉은 바위 끝에
암소 잡은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시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
하고 수로부인의 의사를 물었습니다.
수로부인은 꺾어달라고 했을 터이고 그 노인은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그 꽃을 꺾어다 바쳤겠지요.
상으로 수로부인의 따끈따끈한 키스도 받았을 것 같고.
이 견우 노인이 한국 문헌에 최초로 바위를 올라간 암벽등반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런 확보 장비도 없이, 암벽화도, 초크도 없이 온 사이트(on sight)로 그 짓을 해냈고, 또 그 예쁜 꽃을 꺾어서 바닥에 패대기를 치지는 않았을 테니, 그 꽃을 몸에 지니고 크라이밍 다운을 한 6.0 이상의 고단자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헌화가를 처음 접한 후에 산행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위 위에 피어있는 꽃만 보면 견우 노인이 생각이 나서 주위를 한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한결 여성 회원 여러분!
모두들 미모가 출중하셔서
"아, 저 꽃 무지무지하게 예쁘다."
하면 주위의 뭇 남자들 몰려들 테고 위험도 많이 따를 테니 바위 위에 핀 꽃은 절대로 소유하려 들지 말고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해 주십시오.
헌 화 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다가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 곁에는 높이 천 길이나 되는 돌산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바다에 닿아 있는데, 그 위에 철쭉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인 수로가 그 꽃을 보고 좌우의 종자들에게 그 꽃을 꺾어 바칠 자가 없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으므로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였다. 마침 그 곁으로 암소를 끌고 가던 노옹이 수로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고 또 가사를 지어 받쳤는데, 그 노옹이 누구인지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