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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아름다운 7위 남유선
육상과 수영은 스포츠의 가장 기초 종목에 속합니다. 사실상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은 곁가지인 셈이죠.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되기 위해선 구기 종목보다는 기초 종목이 강해야 합니다. 육상과 수영이 바로 동맥이라면 구기 종목은 모세혈관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ㆍ중ㆍ일 삼국의 스포츠 경쟁력을 상호 비교해 볼 경우, 구기 종목은 3국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이 가장 뒤쳐지는 2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육상경기와 수영 종목이죠. 육상과 수영에 관한 한, 아시아권은 양강 체제로 굳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 양분한 파이를 좀처럼 집어 들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양강 체제를 깨트릴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습니다. 바로 여자 수영 400m에 출전한 남유선 선수가 7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올렸기 때문이죠.
한국 선수가 올림픽 결선 7위에 입상했다는 건 한국 수영사에 한 페이지를 새로 쓰는 것과 다름없는 쾌거입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도 ‘아시아 인어’ 최윤희도 넘지 못한 그 벽을 남유선이라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가 깨트린 겁니다. 한국 수영계 입장에서 볼 때 남유선 선수의 7위 입상은 금메달을 목에 건 것과 다름없는 대단한 경사입니다.
남유선 선수의 7위 입상은 동맥보다는 모세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그리고 기초보다는 응용이 우선시되는 한국 스포츠계의 구조적 왜곡현상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본격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아테네 8관왕을 꿈꾸는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인간 어뢰’ 이안 소프(호주)가 결코 부럽지 않은 ‘위대한 7위’ 남유선이 우리 곁에 나타났습니다. 2000년 시드니에서 무삼바니가 기니의 수영사를 새로 썼다면, 2004년 아테네에선 남유선 선수가 한국 수영사를 새롭게 썼습니다. 남자 수영 400m 1위를 차지한 펠프스의 금메달에 견줘도 결코 손색없는 7위, 태극낭자 남유선 선수의 쾌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일동(스포츠 칼럼니스트)
>>금메달을 못 따도 그들의 땀은 모두 귀중한거죠..
>>우리나라 대표팀 모두에게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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