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9구간(추계2리-머그네미마을-오지재갈림길-극정봉-명우산-절대봉-서재-차동고개)
1.일시: 2012년 6월 16일 토요일
2.날씨: 산행하기는 다소 더웠지만 능선상의 시야는 좋았고 간헐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옴.
3.참가인원: 전과동
4.소요시간및 거리: 능선 진입 거리 포함 약 7km이고 알바 포함 소요 시간 7시간 40분.
출발
정맥이 수도권에서 점점 멀어지다 보니 진입과 탈출시 소요 시간이 정맥을 산행하는 시간과 거의 맞먹는, 그야말로 효율적으로 따지면 제로 효율에 가깝다. 맨탈적인 문제를 무슨 수학공식처럼 더하고 빼는 것은 아니지만,
정맥을 접근하기 위해서 4시간, 또 탈출해서 집으로 가는 시간 4시간, 도합 8시간을 길에다 흘려 버린 것이다.
이번 구간의 순수 산행 시간은 고작해야 3시간 남짓이다.
이윤으로 따지거나 효율적인 면을 따져도 정말 밑지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왜 우리는 이런 밑지는 장사를 사서 하는 것일까?
그것도 이 더운 날씨에 무거운 배낭을 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 이건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한가지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골수에 박혀 이놈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원격 조종하는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풀냄새, 이름 모를 새들의 합창 소리, 더운 땀을 식혀주는 한줄기 산들 바람, 맑은 하늘과 아스라이 보이는 능선의 파노라마들, 그리고 이심 전심으로 통하는 산친구들, 그들이 있기에 매번 이 힘든 정맥의 산길들을 뚜벅 뚜벅 이어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절대 요소들이 하나라도 빠지면 그야말로 이빨 빠진 동그라미다. 굴러 가지 못하는 동그라미!
산행중 간헐적으로 "여름에는 정맥 산행은 하지 말아야 해! 무리야!"라며 '딱선생' 이 궁시렁거리는 소리도 이런 필수 요소중에 꼭끼는 아이템중에 하나이고,
덧붙여 "나 어제 밤에 한잠도 못잤어! 오늘 장거리 못해!" 하고 한마디 거드는 '바람'의 옹알거림도 약방의 감초격임에 틀림없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모여 모여 이 힘든 정맥 산행을 우리 모두는 이겨 나가는 것이고!!
오늘의 만날 장소는 아산 터미널로 오전 8시 30분 집결인데 다들 우리팀 보다 일찍 도착한 모양이다.
아산터미널에서 유구가는 직행 버스가 9시에 있어 그걸 예매했는데, 우리가 내려야 하는 추계 2리에는 직행버스라 정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엄청난 과오로 인해 시간과 돈을 허비할 뻔했다.
부랴 부랴 버스표를 취소하고 이전에 우리가 탔던 100번 버스를 타러 다시 고속버스 터미널 건너편으로 이동하니,
마침 8시 50분 경에 이곳 정거장에서 유구행 시내 버스가 지나간단다. 인당 3,900원 버스비를 1,300원짜리로 바꿨 탔으니, 만오천원 이상을 세이브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추계 2리 정거장까지는 약 4-50분 정도 걸렸다.
이주전에 산에서 내려올 때는 모내기가 안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이미 모내기가 다 끝난 상태다. 전국이 가물어서 난리들인데 어떻게 모내기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밤나무꽃들.
한적한 시골길.
이것이 무우씨라는 것이다. 시골 촌로가 도랑가에 앉아 계시다가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 무우씨는 한해를 묵혀야 농사가 잘된다고 한마디 거드신다. 어떻게 그런걸 다 알고 계실까? 생활의 내공?
이것이 보리여 밀이여 아시는 부~ㄴ.
드디어 '딱선생'이 한건했다. 산삼 닮은 애기 더덕 채취! 이건은 나중에 유구터미널에서 깨끗이 씻어 6등분해서 먹었다.
드디어 지난 구간 탈출했던 오지재에 도착 11시 20분. 벌써 11시 20분이다 산행을 시작도 안했는디...
'청학'은 벌써 졸고 있다 어젯밤에 도대체 뭐 한겨?
예산군 방향의 전경.
나리꽃.
간식 타임. 머그네미 마을에서 능선 진입하기 전에 '구름'님이 싸오신 참외랑 떡을 이미 먹었는데,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 먹구 가자고 자꾸들 꼬드긴다. 에라 모르겠다! 시간도 널널한데 푹 쉬었다가 막걸리로 목도 축이고 천천히 가지 뭐!
'바람'은 여기서 한술을 더 떠서 밥을 아예 먹구 가잔다. 배터진다 배터져!
딱 먹기 좋을 만큼만 시원한 막걸리와 묵 그리고 '하늘'님표 부침개랑 '구름'님이 싸오신 삶은 감자와 갖은 양념을 버무린 것(이거이름이 뭔가요?)고추와 독이 오른 마늘쫑에서 부로콜리까지, 오늘따라 '바람'이 막걸리를 한병 추가하여 도합 네병을 가져 온 덕분에 배가 미어지게 먹었다.
극정봉 도착 12시 58분.
여기 이 400봉에서 우리의 불행은 싹트기 시작했다. 400봉 오름길에서 직진해야 정맥길인데, 좌측 명곡리 방향으로 빠지는 바람에 한동안 내리막 길을 걷다가 표지기가 없어, 내가 척후로 다시 되짚어 400봉에 올랐는데 착각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다시 올라오라고 '그윽한 미소'에게 전화하니 득달같이 올라왔다. 여기서 명우산 방향으로 직진해야 했는데 왕착각을 하는 바람에 극정봉 정상을 다시 밟은 것이다. 나를 천천히 따라만 왔어도 이렇게 극정봉을 두번 밟지는 않았을텐데...
부지런도 병인양 하여라!
이때의 시간이 1시 50분. 왕복으로 알바를 하는 바람에 1시간을 홀랑 까먹었다. 그래도 웃음이 나오는 '그윽한 미소'!
미소라는 닉네임이 결코 허명이 아님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여태까지 알바를 숱하게 했지만 이렇게 한봉우리를 같은 날 두번 밟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생에 분명 이 극정봉하고 나하고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리 도저히 설명이 안됨메!
초장에도 헤매더니만 으이구! 오늘 왜이랴?
절대봉 도착 2시 55분. 이름만큼 절대적으로 조망이나 뭐 볼 것이 없다! 단지 이봉우리 바로 밑에 절대적으로 깊은 바위굴이 있다는것 외에는...무엇에 썼던 굴인고?
절대적으로 깊은 바위굴.
그래서 우리는 이 절대봉에서 절대 밥을 먹지 않을 수가 없어 절대적으로 먹고 가기로 했다.
아! 어디서 이렇게 절대적으로 먹을 것이 자꾸 나오는 것일까? 이놈의 절대봉이 절대적으로 사람을 망치는구만!
왜 절대적이란 말이 자꾸 나오는 게지? 절대적 절대적 절대적... 상대가 없다는 말인데 너무 외롭고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앞으로 '절대적'이란 말은 쓰지 말자! 뒤로 쓰자! 절대봉에서 절대적으로 미쳤나 보다!
충남 오지의 산군들!
서재 도착 4시 44분. 화장실 뒤로 언듯 천주교 성모 마리아상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성지인 것 같다. 이길로 내려서면 명곡 저수지를 거쳐 공주시 유구읍으로 빠진다.
명곡 저수지 전경.
잡목숲 구간으로 발 밑이 보이질 않고, 산초나무 가시며 키작은 떡갈나무 잎들이 칼날이 되어 반팔 위로 긁고 지나간다.
여기서 '딱선생'의 한마디가 튀어 나온다. "아! 여름에는 정말 정맥을 하지 말아야 해!"라고
길이 없다 키작은 나무들로 발밑이 보이지도 않고 앞으로 나가려니 저항이 만만치가 않다. '딱선생'말이 옳다!
여름엔 정맥하지 말아야 혀! 씨!
차동고개까지의 마지막한 고비.
유구터미널에서 서초동 남부터미널까지 가는 마지막 버스가 6시라 중뿔나게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여름 정맥 산행은 정말 고역이긴 고역인가 보다. 덥고 지치고 잡목들 저항도 심하니 타겨절의 산행보다는 두어배는 더 힘이 드는 것같다. 물도 가지고 다니기 무겁고...
차동고개 도착 5시 34분.
유구택시 두대를 콜해서 유구터미널로 이동함. 택시비 7,000냥.
유구터미널에서 몸단장들을 깨끗이 하고 시원한 캔맥주 반캔씩 목구멍속으로 쓸어 넣고, 우리의 버스는 온양 천안을 경유하여 서초 터미널에 8시 30분경에 도착함.
시간이 늦은 관계로 '하늘'님과 '구름'님을 먼저 보내드리고 우리의 묵은 숙제를 위하여 당구장으로 직행함.
처음 시작부터 심한 반란을 하더니 결국 나의 집요한 추격을 뿌리치고는 '그윽한 미소'가 일등을 했다. 나는 간발의 차이로 분루를삼켜야 했다 쓰벌!
남부터미널 근처에 '순천식당'이라고 홍어탕과 홍탁 그리고 남도 음식들을 잘하는 집이 있어, 혹시 늦은 시간에도 하는지 걸어 올라가니 아직 영업중이다.
일단 홍어 삼합을 시키고 이어서 연포탕에 홍어탕까지, 그러나 홍어탕이 덜 강한 것이어서 더 강한 것을 부탁했다.
다시 내온 홍어탕을 '그윽한 미소'가 시식해 보고는 입에 안맞는다며 손사래를 친다. 나는 입에 맞는디 내가 비정상인가?
너무 배가 불러 다먹지도 못하고 조금 남겼다! 으! 아까운 홍어탕!
어제 올라 왔다는 무안 뻘낙지다. 쫄깃 쫄깃한 것이 감칠 맛이 있다 역시 신토불이여!
앉아서 더 먹고 싶은데 배가 불러 더이상 들어가질 않는다 거기다가 이제 시간은 바야흐로 11시로 넘어가고 있다.
남부터미널역으로 이동하여 나는 양재 방향 전철을 타려고 내려왔는데 '딱선생'이 '그윽한 미소'와 '바람'이랑 같이 갈 생각을 안하고 내쪽으로 내려 온 것이다. 불현듯 나도 착각을 했다 내가 잘못 내려 온 것인가 하고...
우리집을 따라 갈려고 그러나? 막걸리 몇잔을 먹더니 정신줄을 놓았나보다. 전철오기 전에 빨리 건너가라니까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가 보다. 정신 챙겨! 길에다 흘리고 다니지 말고 도대체가 왜 그러는겨?
나의집 도착 1시 정각. 광역버스 좋긴 좋구만!
첫댓글 읽을수록 감칠맛나는 청학님의 산행후기는 정말 장원감입니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의 심정으로
구름이는 걷고 있는 산이름도, 멀리 보이는 산이름도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걷습니다.
길잡아 주시는대로...
알바 시키면 시키는 대로....ㅋㅋㅋ
참고로 저 감자 버무린것은 우리집에선 감자샐러드라고 부름니다...
맛나게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쏴 감쏴합니다! 감자 버무린 것을 그냥 감자 샐러드라고 하는군요! 특별한 이름이 있는 줄 알았읍니다. 내려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산이 그리워지는군요!
더운 날씨에도 안빈낙도 산방님들 덕에 즐거운 산행을 했습니다.
이번에 채취한 취나물은 오이피클 담그듯 해보았는데 맛이 어떨지.....
먹을만하면 다음산행떄 가져가겠습니다. 먹을만하면요.....
취가 다소 뻗뻗해서 살짝 데쳐가지고 쌈싸 먹었는데 맛있던데요! 향이 장난이 아닙니다. 더운날에 고생하셨읍니다. 다음 산행을 위하여 화이링!
아 그이름모를 저수지가 명곡저수지였군..산행후기가 없는 산행은 아-으 정말 생각 하기도 싫다..오늘도 고생했네..글구 산행시간은 3시간이 아닌것 같혀!! 들머리 날머리 오고가며 느끼는 것들 이것이 다 정맥의 일부분이 아니고 무엇이것나!!!더군다나 좋은 벗들이 함꼐 하니...금북의 아홉수는 역시 고난이 따른것 같으이..이제 아홉수를 넘겼으니 다시 힘차게 10구간을 향해 출발!!!!!
그래 '미소' 말이 맞다. 들머리 날머리가 다 정맥의 일부분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산하 대지는 밟기만 해도 오줌이 잘금 잘금 나올 정도로 찌릿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