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 동물의 세계와 같이 “경쟁을 가르치는 사회” 안에서 성장하여 왔고, 여전히 그러한 주장이 상존하고 계속되겠지만, 인간 세상은 경쟁보다는 협동과 공동선을 지향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들은 일등으로 도달한 사람과 함께, 어렵게 완주한 한계 극복의 주자들에게도 갈채를 보내지 않는가? 타인과의 경쟁은 극복하여야 할 비교 대상이 있겠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과 싸우는 마라톤과 같은 인생에서는 닮아야 할 역할모델(Role Model)이 필요하다.
역할 모델을 생각하고 있었던 시절인 1994년 4월 4일자 포춘(Fortune)지에서 필자는 평생의 화두를 발견하였다. 기사의 작자는 미래의 정보사회에서의 신지식인을 “하이퍼 스페셜리스트(Hyper-specialist)”라 명명하고, 하이퍼 스페셜리스트의 역량을 동서남북의 나침반으로 설명하였다. 즉, 전문지식(Specialist), 보편지식(Generalist), 정보력(Connected), 자립력(Self-Reliant)으로 보았다. 필자는 이러한 4가지 분야에 대한 역량의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나름대로는 균형 있게 에너지를 투입하려고 노력하여 왔다.
먼저, 스페셜리스트의 역량은 자신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일의 심도를 깊이 있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맡고 있는 일이 프로그래머, 시스템엔지니어, 산업전문가, 어플리케이션 전문가이든 누구든 한 분야를 깊이 공부하게 되면 해당분야의 문제해결, 창의력은 물론 타 분야도 이해하는 능력이 커진다. 때문에 학문의 심도 깊은 성취를 이루신 분들을 “협사”라 하지 않고, “박사”라고 부르지 않는가?
두번째,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현대의 업무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전공을 가진 멤버들과 의사소통하고 역량을 통합하기 위하여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각 분야의 기본적인 용어를 이해함은 물론, 경영과 마케팅 그리고 재무에 관련된 비즈니스 토픽도 익혀야 할 것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조직에서 제너럴리스트가 없다면 배는 산으로 올라갈 것이다. 프로젝트관리자에게 특히 필요한 역량이라 하겠다.
학습은 평생 계속되어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사장님은 1년에 200여권의 책을 보신다고 한다.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집착같이 보이기도 한다. 내 주위에서 전문가 소리를 듣는 동료나 선배 분들은 1주에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은 보통이다. “Connected” 라는 자질은 정보원과 연결된 정도를 의미한다. 웹, 전문잡지, 전문가그룹, 동아리, 카페, 블로그 등 자신의 전문분야나 비즈니스 토픽에 지속적으로 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정보원을 항시 유지하는 것이 세번째이다.
마지막 Self-Reliant는 기업가 정신과 상통한다. 직장에서 노비근성을 가진 사람을 종종 본다. 이들의 모니터에는 회사일과 상관없는 아이콘이 온 화면을 채우고 있거나, 근무시간 중에 게임이나 인터넷서핑으로 시간을 보낸다. 상사가 다가올 때 화면을 변경하는 자신을 느끼면 Self-Reliant와는 거리가 멀다 하겠다. 기업가 정신은 자신에게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는 사람이다. 결정을 내릴 때, “내 대신 사장님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까?”라고 생각하는 훈련이 된 사람이다. 이미 사장님과 같은 생각과 행동을 내제화하였으니, 독립하여 창업을 하던지 회사 내에서 성장하던 지 간에 좋은 성과를 내지 않겠는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조언을 구하고 모델로 삼을 멘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필자도 존경하는 멘토를 몇 분 모시고 있다. 그 중의 한 분은 故 김철수사장으로 안철수연구소 전임 사장님이셨는데 병으로 돌아가셨다. 동료에게 내가 하는 가장 애정 어린 칭찬은 “너의 이름을 지워 버리면, 내 인생은 설명할 수 없다”라는 말이다. 그분은 내게 그러한 분이었다. 그에게서 인간미와 부하직원에 대한 배려, 그리고 감성적인 리더십을 배웠다.
독자들이 위의 하이퍼 스페셜리스트의 4가지 역량을 지향하면서, 존경하는 멘토를 함께 가지고 있다면, 이미 인생의 반은 성공했다고 자신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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