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오전 4시 50분에 갑판장은 새벽 장을 보기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당일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후 가게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전 6시 30분경입니다. 그 때부터 장을 봐 온 횟감과 생태 등을 3~4시간 가량 손질을 해야 갑판장의 오전일과가 끝납니다.
그 날이 12월 5일(수)이었던가요? 아마 그 때 쯤으로 기억이 됩니다만 혹시 하루 정도는 날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암튼 이번 겨울들어서 제일 추웠던 날로 기억을 합니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갑판장은 오전 6시 30분경에 장을 봐 온 물건들을 가지고 가게에 도착했습니다. 그 날 따라 횟감에 생태, 피문어까지 갑판장이 오전에 손질해야 할 것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킁킁..이게 무순 냄새지? 혹시...'
맙소사!! 갑판장이 가게문을 여는 순간 가스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놀란 마음에 형광등도 켜지를 못하고 주방으로 달려 들어가니 역시나 가스렌지의 벨브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어제 밤 11시 30분경에 가게문을 닫았으니 무려 7시간 동안이나 LPG가스가 유출된 겁니다. 갑판장은 절대절명, 일촉즉발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게의 현관문과 주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가스가 저절로 배출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풍기가 있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환풍기를 작동시키는 순간 전기 스파크로 인해 가스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만 활짝 열어 놓은 겁니다. 그러고 30분간 밖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기다렸습니다.
벨브가 열려있는 가스렌지
오전 7시 10분이 되어서야 비로서 가게에 들어가서 오전에 해야할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겨울에 막회집의 주방에서 횟감과 생태를 손질한다는 것은 추위와 맞서 싸우는 것과 거의 같은 말입니다.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과 한데 엉겨있는 생선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노란색 고무장갑을 끼었다고는 해도 추운 날 3시간 가량 얼음에 손을 데고 있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손이 시려워서 도저히 참기 힘들 지경이 되면 커다란 양푼에 물을 끓여서는 그 속에 손을 잠시 담가두기도 하지만 그건 그 때 뿐입니다. 생선을 만질려면 기껏 녹였던 손을 다시 얼음물 속에 담궈 식혀야 하니까 말입니다.
냉기가 감도는 주방에서 서너시간 가량 얼음과 함께 생선을 다듬을려니 갑판장의 뼈속까지 서늘한 한기가 스며드는 느낌입니다. 뜨거운 물속에 몸을 푹 담그고 싶다는 것은 단지 갑판장의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러기에는 지금 갑판장이 해야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생태의 손질을 마쳤으면 이번에는 횟감을 다듬어 놓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피문어를 삶아야 하고요. 오늘따라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산적해 있는 일감 만큼 갑판장의 뼈속으로 한기가 깊게 파고 듭니다. 그럴수록 어젯 밤에 가스벨브를 잠그지 않고 퇴근을 한 선장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진해집니다.
오전 11시 30분이 되어서야 갑판장은 오전일과를 겨우 끝낼 수 있었습니다. 잠시의 휴식도 취하지 못한채 곧바로 점심 장사에 나서야만 합니다. 그 때 비몽사몽인 갑판장한테 달콤한 유혹의 말이 전해져 옵니다.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목욕탕에라도 가서 잠시 쉬었다가 와요."
"점심 장사는 어떻게 하고?"
"내가 혼자서 어떻게든 해볼테니 걱정하지 말고 잠시 쉬었다가 와요."
"그럼 그럴까..."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지 선장님이 지쳐있는 갑판장에게 잠시의 휴식시간을 줍니다. 점심 장사를 해야하지만 갑판장은 너무 지쳤기에 선장님의 달콤한 말에 쏠랑 넘어가서는 점심 장사는 선장님에게 홀라당 떠 넘기고 잠시 목욕탕에 가서 몸을 녹였습니다.
"일찍 오네."
"점심 때는 어땠어? 손님 있었어?"
"응. 손님이 서너 팀 있었는데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그냥 가라고 했어."
"벩!!!!!!!"
맙소사!! 테이블이 8개 밖에 안되는 강구막회의 입장에서는 저녁 장사만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기에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점심과 주말 장사를 활성화 시켜야하는데 기껏 내 가게에 찾아 온 손님을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를 내세워 그냥 돌려보냈답니다. 도데체 초보 선장님과 어설픈 갑판장은 언제쯤 프로 장사꾼이 될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일단은 화재보험부터 하나 들어 놔야 안심이 되겠습니다.
<갑판장>
첫댓글 큰일날뻔 하셨군요. 화재보험도 화재보험이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이니 이참에 안전확인 매뉴얼이라도 하나 만드세요... 출근시, 조리시, 퇴근시 등등 TPO에 따른 체크포인트를 마련해서 프린트해다가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시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부엌이 멋지게 변한것 같군요. 그나저나 가스 중간밸브는 항시 잠그고 퇴근하시길 바랍니다. 저 가스렌지는 안전장치가 안되어있으니 갑판장님이 음식 쓰레기 내놓으실때 필히 한번더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보일러 끄고 가시는것도 잊지마시고요.
아참. 세척기 전원도 꼭 체크하시구려.....우리도 명절때 한번 혼난기억이 ㅎㅎ
비상조치가 FM입니다. 그런데 자동밸브차단기가 의무설치사항이 아닌가요? 저희 유치원도 의무사항인데...
내가 화재보험장사하는거 알쥐? 말만해 설계서 가지고 언제갈까?
민방위훈련때 안졸고 열심히 시청하셨군요...^^
그간 파찌아빠의 블로그를 새털 같이 많은 날들을 훔쳐 보면서도 한 번도 댓글을 달지 않았던 제갈공명이라 합니다. 나름 식도락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4학년 5반 토깽이이고요. 오늘 모처럼 블로그에 들렀다 창업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격려차 들러서 처음 댓글 답니다. 부디 뜻한바대로 사업이 번창하시길 바라며 조만간 주말에 한 번 들르겠습니다. 화이팅!!!
자동밸브차단기...가스업체서 해줍니다...비용도 저렴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