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면서
윤백중
각 대학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윤태일이 서울시장 일 때로 생각난다. 많이 모인 대학생들은 서울시장의 축사가 끝나자 시청 관계자의 호명으로 각자가 갈 곳을 배정받고 현지로 출발했다.
필자는 전라남도 완도군 금일면 금당도로 배정받았다. 목포 쪽으로 가는 일행과 함께 가서 각자 배정받은 지역으로 떠났다. 우선 완도군청 소재지로 가는 배를 탔다. 군청 근처에 사는 대학 친구를 찾아가 일박했다. 다음날 지정받은 금당도 가는 여객선을 탔다. 노선 배는 작은 섬 여러 곳을 들렀다. 얼마를 가니 망망대해가 앞에 보인다. 작은 배에 집채만 한 파도가 덮쳤다. 야, 이제 죽는구나하며 봉사활동 나온 것을 후회도 했다.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승객 아저씨께 물으니 한참은 더 가야 한다며 이곳이 파도가 심하기로 유명한 청산도 앞바다라고 설명해 주셨다.
몇 시간을 고생하고 금당도에 도착 해서 금당국민학교를 찾아갔다. 서울시에서 준 증서를 보여주니 꽤 높은 산을 넘어가야 된다고 했다. 금당도는 달걀 같은 타원형의 작은 섬인데 산이 제법 높았다. 동쪽이 중심지이고 산 넘어 서쪽은 50여 호가 사는 어촌이다. 지금은 금일면에서 분리되어 금당면이 되었다고 한다. 산짐승도 있다는 무서운 산 고개를 넘어 이장님을 만났다.
혁명정부에서 발행한 증서를 보여주고 1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금당도 전체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정부 시책을 설명했다. 방학중이라 많은 학생과 학부형들이 모여 강연을 들었다. 의심나는 점은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강연 내용은 가지고 간 교재를 중심으로 몇 번 설명회를 가졌다.
첫째는 혁명공약을 설명했다.
1.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 세를 재정비 강화한다.
2. 유엔헌장을 준수하고 국제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미국을 위시한 자 유 우방과의 유대를 더울 공고히 한다.
3.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피페한 국민 도의와 민족정 기를 다시 잡기 위하여 청신한 기품을 진작 시킨다.
4. 절망과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자주 경제 재 건에 총력을 경주 한다.
5. 민족적 숙원인 국토 통일을 위하여 공산주의와 대결할 수 있는 -----
6.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을 조속히 성취하고 민주공화국의-----
또 다른 교재는 당시 국가가 어려워서 농림 어촌의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농어촌 고리채 정리도 두꺼운 책자를 공부하고 대 운동장에서 몇 번 강연도 했다. 많은 질문도 받고 토론형식의 대화도 했다.
서쪽 동네를 가려면 깊은 밤에 산속을 혼자 넘어야만 했다. 산속에는 야생동물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알려주었다. 젊지만 겁이 났다. 산속 야생 동물들은 불을 무서워 하니 성냥을 기지고 가다가 머리가 쭈빗하면 성냥불을 켰다가 끄라고 하셔서 2번 불을 켰다가 끄기도 했다.
서쪽 국민학교 분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이 모두 10명이었다. 목포사범 나온 선생님이 복수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필자도 사범대학 재학 중이라 실습도 하고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일정을 마감하고 서울로 떠나는데 김 종부 이장님이 고맙다며 시골에는 가진 것이 없어 멸치를 선물로 드린다며 주셨다. 5키로 정도 되는 멸치 상자를 끈도 없어 두손으로 들고 다니니 힘이 들었다. 배를 타고 오다가 소록도를 들러보고 끈도 얻어서 등에 업고 다녔다. 전라남도 여수까지 왔다. 여기까지 온것도 고마운 선물이라 서울까지 가지고 와서 자랑하려고 했으나 너무 힘이 들어 여수에서 멸치상점을 찾아 싼값에 팔았다. 할인은 받았지만 교통비로 긴요하게 썼다.
문득 달력을 보니 5월도 중순이 지났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유권자의 날, 동학 농민혁명기념일, 식품 안전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발명의 날, 부부의날, 바다의 날이 있다.
16일에 5.16 군사정변(혁명)의 날은 없다.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2022년 5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