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시로 명지대와 서울산업대에 합격한 박가람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2학년 초까지 미술특기생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공부에 큰 뜻을 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술에 대한 특별한 재능이나 열정도 없었습니다. 그저 답답한 학교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어디에든 매달리고 싶은 다급한 심정이었습니다. 전 집안에서나 학교에서나 제일 열등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포기가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미술 특기생을 관두고 어영부영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문학 특기생이라는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쓰는 것을 좋아하였습니다. 그래서 막연히 문학 특기생을 도전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소설을 써서 공모하고 백일장도 나갔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망연자실해질 무렵 한 선배의 소개로 백두산 선배를 알게 되어 광주 문학아카데미에 가보았습니다. 처음 최금진 선생님을 뵈었을 때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낭만이나 그리는 시인이 아니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언가 특별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소설을 쓰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를 써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듣고 저는 시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접해보지 않은 시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겨울방학동안 실력을 나름대로 쌓은 것 같습니다.
3학년이 되고 학교 아이들은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집을 펴들었습니다. 저는 저의 길을 확고하게 생각해 놓았기 때문에 공부를 거의 안 한다는 죄책감을 받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저를 믿지 못하였습니다. 헛짓거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말하였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특히 백일장에 나갈 때 고3이 정신 나갔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꿋꿋하게 제 길을 밀고 나갔습니다.
전국을 쏘다녔습니다. 부산 강원도 전주 공주 인천 하루 만에 대한민국 끝에서 끝을 가기도 하였습니다. 하도 차를 많이 타다보니 유스퀘어가 집 같고 서울에서 광주는 잠깐 눈 붙이면 도착하는 거리처럼 느껴졌습니다. 피곤하였지만 즐거웠습니다! 돈들이고 욕먹어가면서 갔는데 상도 못타고 집으로 오는 날도 많았습니다. 백일장마다 내 고교 마지막 백일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초조하였습니다. 백일장의 달인 5월엔 부모님께 차비 타기가 죄송한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힘들어도 행운아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행운이 따라주어 상을 타는 날엔 정말 뿌듯한 마음에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낡은 간판을 보고 소재를 떠올리는 나날이었습니다. 물론 마음대로 시가 풀리지 않아 제 자신이 한심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최금진 선생님의 평가가 두려워 시를 숨기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게으른 편인데 그것 때문에 놓친 것도 많았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게으르면 안 된다고 스스로 느꼈습니다.
일 년 내내 다른 수험생들은 겪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백일장 다니다보니 다른 지역에서 글 쓰는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대산 캠프에 가서 만난 인연들도 정말 좋았습니다. 다들 가슴에 자기 나름대로의 열정을 불태우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그것보다도 중요한 올해 동기 친구들! 학교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친구를 사귀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고 가끔은 질투하기도 하면서 항상 함께해준 벗.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하나로 뭉친 고3친구들이 없었다면 올해를 매우 힘들게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학원 선배님들의 많은 도움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선생님들. 저에게 글 쓰는 것이나, 글 쓰는 자세뿐만이 아니라. 제 인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해주신 분들입니다. 이것저것 항상 챙겨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문지원 선생님이 계셔서, 저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신 최금진 선생님이 계셔서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횡성수설 써나가서 엉터리 후기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작년에 선배님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내가 언제 후기를 써보는 날이올까 한숨쉬던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금방가네요. 저는 제게 열린 새로운 시작점 앞에 서있습니다. 잘해나가야겠지요. 문학 특기생을 도전해야하나 고민하는 후배들. 두드리면 열립니다.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