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은지도 참 오래된 것 같다.
호수는 말라 가고 새들은 호수를 응시하며
안타까움으로 저곳 저곳을 배회하는 날개짓이
애처롭다.
물고기는 점점 활기를 잃고 낛시꾼들의 낛시대는
점점 저수지 밑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작년 말에 마련한 컨테이너의 한 면을 한달 전에 나무로 둘렀는데
이름표를 아직 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최근에 드는 생각은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교육이나
예,체능 교육을 할 수 없다고 은연 중에 생각했는데
내 자신의 게으름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아이들이랑 한달 동안 샬롯메이슨 학교를 함께 연구하고
계획을 짜서 실행에 옮겨보자고 제안했다.
물론 다 큰 딸은 혼자 공부하는 것에 익숙한데
학교 스타일로 운영하는게 싫단다.
SMS(샬롯 메이슨 학교)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내세운 탓인가???
최근에 이곳 경기도 안성, 평택의 네트웤 모임의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은 네트웍을 위한 노력과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4명인데 마음 만 독하게 먹으면(???)
참 재미있고 즐거운 홈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홈 & 스쿨을 좀 더 이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샬롯으로부터
얻었기에 아이들과 함께 예쁘게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원곡과 공도 지역의 아이들에게도 우리 처럼 헤매고(^^)있는
자녀들과 부모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이전에는 홈스쿨러들과 연대하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면
이제는 자녀들과 가정에 좀 더 많은 관심과 마음의 집중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홈스쿨과의 연대 못지 않게 일반 가정의 교육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려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곳 칠곡저수지는 그러한 면에서 매우 훌륭한 교육적 장소이다.
아인 작은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고 멋진 호수의 풍광과 뒷산의 정겨운 산책로,
그리고 느리고 여유로운 전원 생활이 어우러진 곳이기때문이다.
이곳에서의 6개월의 정착기는 이것 저것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홈스쿨러들은 여러 모양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서로가 안고 있는 고민들을 내 보이기 쉽지 않아서이지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지는
않을까?
얼마 전 천안의 강아지똥 자연학교에 다녀왔다.
하종중 선생의 열정적 삶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실재적으로 돕는 방법을 찾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목회자적 마음을 읽었다.
목사들 중 일부는 제 교회 키우기에 혈안이고 각 생명에 대한 열정과 초점 보다는
조직과 프로그램에 더 집중하는 상황에서 강아지똥은 부모 교육에 초점을 잘 맞추어
가장 필요한 자녀 교육의 기초교육에 힘쓰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도전과 묘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아내는 요즘 앞뒤 마당에 호박, 상추, 토마토, 고구마 등을 돌보느라 저녁 밥도 늦게 줄 때가 있다.
3주 동안 19년을 참아왔던 허리 디스크의 협착이 심해져 몸을 숙이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내대신 큰딸 희연이는 아내와 뒷 텃밭을 자주 들여다 본다. 시골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농작물이
커간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의 6개월이 약각은 갇힌 듯 답답하고 힘겨운 듯 하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그나마 활동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고는 있지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주어진 직업 소명을 발견하길 고대한다.
이곳에 와서 제일 감사한 것들 중의 하나는 두 딸이 재능 기부를 받아 일주일에 3번 정도
피아노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10여년 정도 쓰던 3/4 바이올린에서 주변의 도움으로 4/4 바이올린을
기증받아 쓸 수 있게되었다는 점도 아이들에게는 큰 감사였다.
최근에 허리가 아프면서 새벽 등산도 못하고 몸은 쳐져 몹시 힘겨운 시간들이었지만
집 앞의 아인작은 도서관을 이용해 꾸준히 말씀 연구와 묵상에 시간을 쏟게 됐던 점은
나만의 커다란 즐거움이자 고통에 대한 치료제였다.
안좋았던 점은 아내에게 짜증을 내는 횟수가 늘었고 그 이유도 불분명해졌다는 점이다.
결혼해서 처음으로 18주년 결혼 기념일을 그냥 넘겼다.
아이들이 속해있는 오케스트라의 1박2일 캠프에 참석해서
아내는 그날 하루 종일 식당 담당 뒷치닥거리를 하며 보내야 했다.
어쩌면 내 생애에 아내를 향해 가장 미안하고 가장 우울한 결혼 기념일을 보낸 것 같다.
차마 미안하고 캠프 핑계로 챙겨주지 못한 마음에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는데
아내도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른 척 넘어가버렸다!
여보! 미안하오!
요즘 남자 아이들은 나보고 놀아달라고 난리다.
허리 아픈 아빠의 장기적 탈퇴에 아이들의 놀이는 후퇴하고 있다.
볼멘 소리는 커가고 나는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이거 꼭 초보 아빠같은데.. 하면서 말이다.
요즘 같아선 좀 더 일직 결혼할 걸.. 좀 더 건강 관리를 잘할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8, 9살 남자 아이들의 활동성과 단합된 힘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참 그런데 내 자신이 목사인데 자녀들 키우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힘을 쏟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곤 한다. 그럴 때 이런 생각을 한다.
"내 자녀들에게 집중하지 못하면서 교인들에게 그렇게 집중할 수 있을까?"
더 깊고 더 넓은 곳으로 가는 훈련이라고 의식하면서 집중한다면
초점을 잃지 않고 작은 교회인 내 가정을 유기하지 않고,
작은 공동체에서 좀 더 큰 공동체로 나아가는데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잃지 않은 체,
교회 공동체를 사랑으로 섬겨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홈스쿨러들로 구성된 교회공동체를 지향하려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아는 한 분이 내게 홈스쿨러들과 함께 교회를 이루어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하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교회공동체는 다양해야 하고 특화된 체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초기공동체의 구성이 그 공동체의 철학과 성격을 규정하기 쉽기때문입니다."
이러한 대답은 시간이 지날 수록 분명해지고 확고해 진다.
교회공동체가 다양하면 좋겠다. 가정 안에도 다양함이 있고 그 다양함이
인정되어야 하듯이 말이다.
그런 면에서 홈스쿨 조차도 아이들에게 선택의 문제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뒤늦은 감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홈 & 스쿨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아인교회 공동체는 공동체 내에서 대안학교와 홈스쿨과 공립학교와 유학, 취업 등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인정하고 수용하고 연합하는 그런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러면 사역자인 내 입장에서는 가정에서 그러한 고민과 철학이 만들어 지고 연습되고
문화로 자리잡아감으로써 훌륭한 연습장을 갖게 되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요즘 어름홈스쿨은 그러한 면에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정리가 필요한 혼란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고
이러한 혼란은 온 가족이 힘과 마음을 합쳐 주님이 주신 힘과 지혜로
슬기롭게 대화와 공부를 통해 정리를 하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흥미있는 여행 길에 만나는 모험을 통해 끙끙거리는
탐험가가 된 것 같다~!
그러니 어찌 생각해 보면 참 신나는 일이다^^
첫댓글 송목사님~!올려주신 글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허리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도 가끔씩 하고 있는 중이지만...
건강이 잘 회복되었으면 좋겠네요.
이목사님 고맙습니다~^^ 모임 때 한번 가족들과 놀러가지요~ 모이실 때 연락 한번 주셔요^^
송목사님의 단상이 잔잔하면서 깊은 공감이 갑니다.
한번 뵙고 싶었는데, 연락하려먼 시간이 이렇게 늦은시간이되네요.
낮에는, 옥수수 돌보느라 조금만 조금만...더...하다보면 어느새 밥때가 되고...
어느새 저녁이 됩니다. 고단한 하루하루 지만,
그속에서 기쁨이 있습니니다.
내일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평택안성지역 홈스쿨 네트워크 모임에 대한 이야기로...요.
많이 바쁘시지요? 내일 연락한번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