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강남의 와인 애호가 아줌마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일단 강남에 절대 살 필요가 없고요. 와인도 일일이 마셔볼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가처분 소득이 18억인데 조금 불만스럽네..
이런 이야기 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저 매뉴얼만 숙지하시면 됩니다.
음.. 와인 애호가 아줌마가 되기 위해 좋아해야 하는 와인들이 있습니다.
클래식 레벨에서는 알마비바와 샤또딸보를 절대 꼽아선 안됩니다.
그들을 꼽는 것은 다른 아줌마 전문가들에게 무시당할 수 있습니다.
제일 좋은 매뉴얼은 프랑스 중에서도 부르고뉴쪽입니다.
가급적 복잡한 동네로 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름은 가급적 외우기 쉬운것이 좋습니다.
레드는 에세죠, 화이트는 몽라셰 정도가 좋겠습니다. 어느 생산자의 것을 좋아하냐는 고상한 질문을 받으면 이것도 역시 외우기 쉬운게 좋습니다. 르로아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이쯤에서 부르르 떠는 집요한 분들이 계십니다.
그 와인들이 어떤 기억으로 남았던가요? 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와인을 마신 다음 남편하고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잘라 말하세요.
이 한마디면 그 누구도 당신을 이길 수 없습니다.
강조하지만 절대 마셔보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세글자로 된 단어 세 가지만 외우시면 됩니다.
에세죠, 몽라셰, 르로아. 참~쉽죠? 잉?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쪽으로 화제가 옮겨지면
킴크로포드, 클라우디베이 소비뇽블랑 보다는 작년 이맘 때 바르셀로나 해변가의
어느 바에서 마신 컬러풀한 샹그리아 한 잔을 언급해야 합니다.
만일 샹그리아가 흔하게 느껴지신다면 화이트 샹그리아를 언급하셔도 좋습니다.
이도저도 다 싫으면 이탈리아 프로세꼬가 괜찮더라 - 라고 한마디 해 주세요.
그리고 아줌마들이 모이면 샴페인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겁니다.
행여라도 아! 샴페인 그거? 오스카가 괜찮더라. 라는 치명적인 실수는 안하시리라 믿습니다. 진짜 샴페인중에서도 모엣샹동 보다는 뵈브끌리꼬를 언급해 주시는 것이
0.2% 더 센스있는 행동입니다.
딱 보시고 집에 선물 들어온 샴페인 1병 정도 마셔본 아줌마 대상으로는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공략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태리 스푸만테 정도로 슬쩍 언급해 주세요. 까바는 어감이 좀 그렇잖아요.
약간 저렴해 보인다고나 할까요.
나름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아줌마들이 살롱이나 크리스탈로 들이대면
어머, 그래요? 난 크뤽이 좋은데... 라며 말끝을 흐려주세요.
이 때 바퀴벌레 본 듯한 표정을 지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줌마들이 모인 자리에서 와인과 건강은 빠질 수 없는 토픽입니다.
탄닌과 안토시아닌, 그리고 폴리페놀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더라.
콜럼비아 크레스트 와인이 생로병사의 비밀에 나왔다며?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올겁니다.
모두 다 들어주세요. 안면의 미소를 끝까지 유지하시고요.
와인과 건강에 대한 대화가 잦아들때쯤 조용히 한마디 해 주세요.
'하하, 맞아요. 와인이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겨울에 몸 아플땐 시내몬과 클로브 넣고 따끈하게 끓인 뱅쇼 한 잔이 최고더라고요.
대학 시절 프랑스 샤모니에 스키 여행갔을 때 어느 마음씨 좋은 민박집 할머니에게서 배웠는데 그거 정말 인생의 지혜더라고요.. 여러분 생각도 비슷할 것 같아요..
안그래요?' 라고 언급해 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모두들 약 3분간 침묵을 유지할 것입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수리의 전망 좋은 어느 까페에서
몬테스알파를 마신 뒤 와인에 심취하게 되었다 - 라고 고백하시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이러시면 회복이 불가능해집니다. 영원히,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