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제가 존경하는 마취과 전문의 샘의 글입니다.
지난번 출산교실때 무통분만에 대한 질문이 있어 퍼 왔습니다.
요사이 유행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무통분만입니다. 특히 가임여성이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임산부라면 더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단어입니다. 아이를 낳을때 고통이 없다면 아니 최소화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무통분만은 말 그대로 분만할 때의 아픔을 없애주는 것을 말합니다.
첫부분에는 무통분만에 대한 개요를 말씀드리고 뒷부분엔 자세한 시술과정과 합병증?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개요> 우리는 흔히 무통분만이란 말을 여러가지 경로를 통하여 들어보았지만 그러나 정작 내용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흔히 무통분만을 수술의 일종으로 알고 있거나 마취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아와 산모의 안전을 도모하고 분만에 따른 각종 합병증을 줄이는 자연분만의 일종입니다.
무통분만 중에는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고 명료한 의식 속에서 아기를 낳는 전과정에 산모 본인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통분만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1854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일곱번째 아기인 레어폴드 왕자를 낳으면서 클로로포름 마취를 받아 무통분만을 했고 이것은 그때까지의 관습으로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클로로포름은 학생때 개구리 해부실습에서 쓰는 마취제로 지금은 쓰지 않습니다. (간독성이 아주 심한 마취제이며 개구리에게나 사용하지요^^)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보면 인류의 어머니 이브가 뱀(사탄)의 유혹에 빠져서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은 후 하느님께 받은 제일 큰 형벌이 분만의 고통이었습니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 분만의 고통은 계속되었고 곧 태어날 사랑하는 아기를 위해 기꺼이 감수해야하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던 때, 영국 교회의 수장인 여왕이 한나라의 왕자를 낳으면서 아픈것을 못 참았다는 것은 성직자와 귀족들, 그리고 백성(주로 여성) 들의 분노를 사기에 모자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로부터 약 백년이 지난 후에도 동방의 예의지국인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절대로 무통분만을 안하겠다고 굳게 다짐하던 산모가 점점 분만이 진행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통증의 반복에 지쳐 무통분만을 하게 되는 순간, 남편과 친정엄마의 아쉬운표정과 산모의 자책감을 필자가 종종 느꼈다면 저의 주관적인 생각일까요?
무지하게 아파서 낳아야한다는 생각은 타파해야합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적당한 진통으로 낳는 것은 바람직합니다만 옛날 여자들이 겪었던 극심한 통증을 지금도 반복해야한다는 것은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초산부의 경우 이미 무통을 시작할정도되면 어느정도 통증을 겪은 상태이기도 합니다....(아주 아주 못참는 산모들이 종종 있긴 합니다....^^) 원래 의학의 시작은 통증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고 통증이란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불쾌한 모든 것, 즉 병을 의미합니다.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고통은 병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수도승들의 고행이 여기에 속할 수 있을 것이나 분만의 통증이 병에 속하지 않기에는 너무 아프고 오히려 산모와 태아, 보호자 모두에게 너무 이득이 되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술방법및 효과>그리고 궁금해하는것들....
1. 시술부위.
가장 많이 하는 부위가 허리뼈 5개중 2,3,4번째의 척추뼈 사이를 바늘로 접근합니다. 이 경우 통증은 피부 마취할때에만 따끔하지요.. 이후 조직엔 통증신경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뼈 사이를 지나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척추강)바로 앞부분인 경막외강에서 바늘을 멈추고 이 부위에 가느다란 관을 집어 넣습니다. 이때에 다리쪽으로 찌리릿 하는 감각이 느껴질수 있습니다. 이것은 가느다란 아주 부드러운 관이 척추신경의 가지를 스치는 느낌이며 다른 후유증이나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제 위치에 제대로 시술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2. 사용되는 약. 병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합성마약인 펜타닐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것은 아주 소량을 맨 처음 식염수와 섞어서 투여한 이후 시간당 정해진 양을 지속적으로 연결된 관에 주입합니다.이경우 환자의 상태나 진행을 보아가면서 속도 조절하기도 합니다. ** 아마도 지금 같이 계신 이명화 선생님은 무통분만을 많이 보시고 많이 하셨기에 잘 아실겁니다...^^**
3. 효과 대략 5분 정도가 지나면 진통이 사라집니다. 이것은 마취가 아닙니다. 운동 신경은 그대로 이며 감각신경 즉 산모가 통증을 느끼는 신경만을 약제의 농도 조절로 차단 시키는 겁니다. 배가 뭉치는 것을 그대로 느끼지만 통증만이 없어지는 겁니다.경막외 무통분만은 대략 1987년 정도에 시작되었으며 시술 초기엔 약 농도의 조절에 상당한 애로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기록이나 시술시엔 무통분만에 의해 분만이 지연된 사례가 가끔씩 있었습니다만 옛날 이야기입니다. 세계적으로 제대로된 연구가 시작된 이후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약에 의해 힘을 못주거나 아기를 낳지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4. 시술시기 맨 처음 경막외 무통분만이 시작될때엔 산모의 분만 촉진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제대로 분비되는지를 확인 하고 투여하기 위해 초산의 경우 자궁 경부(아기나오는길)직경이 4-5센티, 경산의 경우 대략 3-4센티에서 시작하였습니다만 지금은 규칙적인 진통이 오면 이러한 자궁경부의 열림과 상관없이 무통분만을 시작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그만큼 무통분만이 보편화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통증을 줄이고 편안히 아기를 분만하려는 많은 시도는 이것뿐만이 아니고 라마즈 분만,그네분만,수중분만,전기자극등등 아주 많습니다만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 경막외무통입니다. 물론 인위적인 주사를 놓는 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5. 장점 일선에서 겪었던 장점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a. 고통을 못이겨서 수술하는 일이 없어집니다. (요즘 신세대 산모들에게 참 많습니다....진통이 오면 남편 머리 쥐어 뜯습니다만...진통이 없어지면 랩쏭 부르고 있습니다...ㅎㅎ..참 우습기도하고...) 하지만 무통분만을 하면 편안히 호흡이 가능하며 내진이나 아기의 위치를 바꾸는 일이 훨씬 편해집니다.
b. 분만시간이 빨라집니다. 무통분만을 하면 대략적인 통계에 의하면 2~4시간 정도가 수월하게 앞당겨집니다.
c. 가족 특히 남편에 대한 불평 불만이 없어지며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분히 편안해 합니다.
d. 치질이 심하신 분들의 경우 분만후 통증 조절을 하면서 좌욕및 튀어나온 치질의 복원이 수월합니다.
e. 분만시 아기가 나오는 과정을 생생히 기억하실수 있습니다. 고통에 못이겨 정신을 못차리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6. 단점이라고 해야하나? 걱정스러워 하는 것들......
a. 시술후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 경막외시술방법은 통증크리닉에서 요통치료에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합니다만 이것에 의해 요통이 촉발되는 것은 없습니다. 가끔씩 시술부위가 눌러서 아픈 경우가 한달정도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것은 피하출혈이 있는 경우 그리할수 있습니다. 한달이 넘어서까지 지속되는 요통은 이 무통시술에 의한 요통이 아닙니다.
b. 산모의 요통 산모의 95%는 요통이 있습니다 .이는 임신중 척추뼈의 휨새가 임신전과 달라져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가끔씩 심하신 분들은 돌아서 눕지도 못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겐 오히려 이러한 무통분만시술이 자연분만을 도와줍니다. 특히 진통이 배로 오는 것이 아니고 허리로 오는 분들에겐 아주 왔따!! ^^ 입니다.
c. 아기에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 무통분만에 들어가는 약중 펜타닐이라는 합성마약은 일시적으로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대략 10% 정도 심장 속도가 느려집니다. 즉 아기의 심장 박동이 140이면 120~130 정도까지 약 1-3분정도 하강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아기의 예후와는 무관합니다. 무통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자궁 수축에서 아기의 심박수는 100이하까지, 분만 직전엔 80이하까지 떨어집니다. *** 맨처음의 초회량 이후 펜타닐이라는 약은 산모의 신체내에서 대사가 되어 버립니다. 경막외로 들어가는 양 자체가 워낙 소량이며 산모의 지방조직에 바로 흡수되어 버리기에 아기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의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즉 이래서 무통분만을 정맥주사로 못하는 이유입니다. 정맥주사를 하면 바로 아기에게 모든 약 성분이 전달 됩니다만 경막외무통의 경우엔 일차적으로 산모가 모두 흡수합니다.
7. 주의점및 알고 계셔야 할점들....
a. 반드시 경험 많은 마취과 전문의가 시술을 하여야 합니다. 척수강과 경막외강의 거리는 불과 수밀리미터입니다. 즉 창호지 한장 정도의 차이로 보면 됩니다.이러한 공간에 수월하게 넣을수 있는의사는마취과 전문의 이외엔 없습니다. 환자에 따라서 참으로 많은변형이 있기에 10여년간 만건이 넘는 경막외시술을 한 저도 환자에 따라서는 아슬아슬 할때가 있습니다. 척수강으로 바늘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척수강내에 바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모르고 약을 주었을때가 문제입니다. 마취과 의사가 아니고도 어설프게 배운 것으로 수십껀 정도는 무사히 넘어갈수 있습니다만...환자를 자신의 가족이라 생각하면 아마도 손 떨릴겁니다....
b. 반드시 무통분만의 경험이 많은 조산사나 간호사의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보통 무통분만을 하지 않은 산모의 경우 의료진들은 산모의 비명소리나 신음소리로 진행상태를 파악합니다...물론 모니터링기계는 보조적으로 작동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약의 투여및 중지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분만을 유도하기 위해선 분만 진행상황을 잘 체크하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c. 위의 사항을 지켰을때 무통분만을 하는 경막외시술은 아주 안전한 시술법입니다. 보통 전신마취의 사고율이 1/4만~5만이지만 이러한 경막외 시술에 의한 신경손상은 1/50만 정도입니다. ****************...
아무쪼록 여기 들리시는 모든 산모분들... 애기 날때 신랑 원망 마시고 순산하세유~~~~~~^^ Bye 궁금한점 있으시면 메일 주시고요..
멀리서......마취과 이경훈 올림... (텃밭에 배추 뽑으러 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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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무통분만하고싶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