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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경도 굴하지 않는 담쟁이처럼 담쟁이 _ 도종환 저것은 벽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더러는 절망하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형형색색 사람마다 모습이 다르듯 절망의 종류와 부피가 다를 뿐, 절망하는 순간의 참담함은 누구나 똑같으리라. 이런 순간 잠시라도 누군가 희망을 준다면 더없이 값진 일이 될 것이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가 절망의 벽을 말없이 수천개의 잎을 끌고 힘차게 올라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이 글에서, 담쟁이 잎 하나는 새 시대를 이끄는 선구자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여 지난 대선 때는 사람들 입에서 회자되며 훌륭한 지도자를 염원하는 말로 인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 글 8연에서의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는 구절은 협력과 화합을 통해 절망을 극복하는 의지의 표현으로써 기업체에서 사원들의 협력과 사기 함양을 위해 인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기사를 통해 알려진 내용으로 모 증권회사에서는 사장이 이 시를 낭독하고 사원들이 담쟁이를 구호로 외치기도 하였고, 또 모 건설회사에서는 이 시를 담은 액자를 회사 내 곳곳에 걸어놓고 기업정신의 원동력으로 삼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이 글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을 주는, 분명 이 시대가 요구하는 좋은 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세가 불안하여 나라가 어수선하거나 경제가 불안하여 기업과 서민이 술렁이는 때라면 더욱이 이런 종류의 글을 사람들 마음에 심어 간접적으로나마 국민정서와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글귀 하나가 사람의 일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하지 않는가. 때문에 이렇게 낭송으로 보급함 또한 보람과 기쁨으로 여겨진다 할 수 있겠다.
이 글의 낭송을 듣다 보니 또 하나의 기억이 맴돈다.
그 때 단상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며 이 글을 전하는 동안, 딸아이는 물론 졸업을 앞두고 심호흡을 한 수백개의 눈동자들이 놓치지 않는 희망의 눈빛을 발하며 전해 듣는 것 같은 느낌에 스스로 전율했던 기억이 이 낭송을 듣고 있는 지금 새삼 진한 행복감으로 밀려온다. 아마도 내가 시를 낭송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순간이었으리라.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담쟁이처럼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품어 푸르게 절망을 극복해내는 힘, 그 힘을 상징으로 비유되는 담쟁이는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의지요 꿈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여러 가지로 변화로운 격동기에 이르는 요즘같은 때엔 한 번쯤 더 읽어보고 크게 소리내어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시낭송이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킬 뿐 아니라 교화하고 정신력을 더욱 부추기고 북돋울 수 있음은 분명한 문학의 또 다른 축복이다. 문학이란 틀 속에 살아 있는 훌륭한 잠재의식을 바깥으로 당당히 끌어내는 힘, 이것이 바로 낭송의 커다란 장점이기 때문이다.. 마치 담쟁이 잎 하나가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벽을 넘듯 당당하게 문학의 벽을 넘는 힘이라고 하면 과언일까.
새로운 소망을 싹 틔우는 화창한 봄이다. 파란 잎이 여기저기 돋아나는 이 때 희망과 협력의 정신을 품고 당당하게 벽을 오르는 담쟁이를 그려보며 오늘은 스피커의 볼륨을 최대한 높여 커다랗게 이 낭송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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