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말 이름짓기 ABC

[마굿간]

  말 이름짓기, 우리 아기 이름짓기보다 더 고민되네요~

  내 것이지만 나보다 남이 더 많이 쓰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이름'입니다.

이름은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말들의 세계에서도 그러해서 경주마들은 모두 자기만의 고유한 이름 즉, 마명(馬名)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의 이름이 개인의 운명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마명도 경주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좋은 마명을 갖는다고 좋은 경주마가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경주마는 좋은 마명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맞는 말 같습니다.

 좋은 마명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요즘 말혈통정보 홈페이지(http://www.studbook.co.kr)에서 열리는 '마명공모제'로 많은 분들이 마명에 관해 궁금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마명'이라는 것이 다소 주관적일 수는 있지만, 좋은 마명을 짓기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지요.

 첫 돌이 지나 받는 생애 첫 선물 - 마명  

지난 3월 제주경매 최고가(일억천만원) 우드페임의 자마

 말들은 사람처럼 출생신고를 하면서 이름을 가질 수 없습니다.

마명은 혈통등록이 된 만 1세 이상의 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 이름을 갖기 전까지는 엄마의 마명은 혈통등록이 된 만 1세 이상의 말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 이름을 갖기 전까지는 엄마의 이름을 따라 '*** 자마'로 불리게 됩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아무개의 딸(아들)'로 불리는 것이죠. 아빠 이름을 딸 수 없는 이유는 아시죠? 같은 아빠를 가진 망아지는 한 해에도 너무 많이 태어나기 때문이죠.

 망아지의 주인(소유자)은 짓고 싶은 마명을 선호도 순서대로 '마명부여 신청서'에 적어서 제출합니다. 제출된 마명은 '마명부여 규정'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동일마명과 유사마명까지 확인한 후 확정됩니다.(비용 없이 공짜!) 드디어 마명을 가진 당당한 한 마리의 말로 거듭나 말 대접을 받게 되는 순간이죠!

 나의 예명은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삭"

 전래동화에서 손이 귀한 집 아들의 장수를 기원하며 지어진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로 시작되는 이름. 과연 말에게도 지어줄 수 있을까요? 말 이름은 글자수가 제한되어 있어 이렇게 길게 이름을 지을 수 없습니다. 만약 긴 말 이름이 가능하다면 10마리의 마명을 단 한번씩만 부른다해도 경주는 끝나버리겠죠?  

내 이름은 부움!

 그럼 한 글자로 된 마명은 가능할까요? 한 음절로 신청한 마명은 마명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온 'BOOM'이 '붐'이 아닌 '부움'으로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죠. 마명의 글자수는 한글은 여백 없이 6자(영문 표기시에는 알파벳 18자) 이내이고, 외국에서 부여된 원마명을 한글로 표기할 때에는 여백 없이 8자 이내로 해야 합니다.

 장수를 기원하는 길고 긴 이름은 예명으로 그냥 집에서 부르세요~

 동명이마(同名異馬), 어떻게 부르지?

 새학기가 되면 종종 같은 반에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있어 항상 성을 함께 불러야 하거나, 성까지 같으면 'A, B'나 '큰, 작은' 같은 별칭을 붙여 부르곤 합니다.

그렇다면 경주마들은 똑같은 이름을 가질 수 있을까요? 국적이 같다면, 경주마의 세계에선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역 경주마가 사용하는 마명과 같거나 유사한 마명은 등록할 수 없거든요. 설사 겨 경주마가 더 이상 경주마로 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말의 경주성적 등에 따라 그 마명은 일정기간 동안 사용이 제한됩니다.

 유명한 말의 경우는 그 마명이 '국제보호마명'으로 등록되어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제한되며 보호받게 됩니다. 네이티브댄서(Native Dancer)나 이클립스(Eclipse) 같은 마명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은 이유이자, 이들의 이름만 대더라도, 단 한 마리만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마명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티브댄서와 이클립스

 ♡ 이클립스(Eclipse, 1794, 영국) : 개기일식이 있던 날 태어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럼 '윈드레이디'는 왜 두 마리일까요?

부산에서 뛰고 있는 윈드레이디(016787)는 2002년 일본에서 태어났고, 서울의 윈드레이디Ⅱ(021722)는 2004년 미국에서 태어난 말입니다. 즉, 마명은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부여해주었던 것이죠. 공교롭게도 두 마리가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같은 시기에 경주마로 활약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마멸 뒤에 Ⅱ로 표시하여 구분하고 있습니다.

 장동건도 안 돼요~ 이효리도 안 돼요~~

 좋아하는 탤런트, 유명한 위인들의 이름… 정말 멋지고 부르기만 해도 기분이 좋죠?

하지만 말 이름으로는 공인이나 유명인의 이름과 별호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용하고자하는 의도는 좋을 수 있지만, 당사자가 된다면, 당사자의 후손이라면 그 분의 명예에 큰 누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테니까요.

 존경하는 분에게는 마음 깊이 존경의 마음만 간직하세요. ^^

나는 광고판이 아니라 이름 있는 말!

 마케팅 방법 중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고객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지는 구전효과라고 하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하기 위해 브랜드명이나 회사명을 마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의 의미가 있는 단어는 말 이름이 될 수 없습니다.

 최고경영자는 있고, CEO는 없는 곳

 씨이오… 참 멋진 단어이지만 마명으로는 쓸 수 없습니다. CEO는 최고경영자(Chief Exeutive Officer)를 나타내는 약어입니다. 영문 이니셜을 우리말 발음대로 표기한 마명은 사용을 못합니다. 아이오유(I.O.U. = I Owe You) 같은 마명도 이런 표기 상의 이유와 의미(사전 상 의미는 '차용증서)로 마명으로 제한받고 있습니다.

 쾌도난마, 정확히 알기  

쾌도난마(快刀亂麻)

 말 이름을 지을 때 가장 주의할 사항 중 하나는 절대 말을 의미하는 '말'과 '마(馬)'는 물론, 호스(Horse), 목장, 트랙, 자키 같이 경마나 생산계에서 상용되는 용어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주마로 활약했던 '쾌도난마(快刀亂麻)'는 '잘 드는 칼로 헝클어져 뒤엉킨 삼가닥을 단번에 잘라버린다'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여기서 '마'는 말 마(馬)가 아닌 삼 마(麻)라서 가능했습니다.

 그 밖에도 널리 알려진 문화예술의 작품명이나 운동경기명, 현존 국가명과 같거나 유사한 마명, 아라비아 숫자를 포함하거나 사행성이 강한 단어는 마명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데 마명짓기가 사람 이름짓기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마명제한 규정들 때문이지요.

 경주마는 세계 공통의 품종기준을 갖고,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한다는 것 때문에 1마 1마명의 원칙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만약 말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면 그 말의 경주성적이나 혈통 같은 중요한 자료가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런 규정들은 우리나라만의 규정이 아니라 대부분의 혈통등록기관의 공통된 규정이고,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그냥 흘려보았던 경주마의 이름들, 지금부터는 한 번 다시 살펴보겠죠?

[애드]

뽕이, 비실이, 황돌이, 얌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