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유물의 진위 감정에 앞서 고미술품은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문화 유산이다. 따라서 함부로 깨거나 파괴하여 감정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 안타깝기는 유물은 스스로 누가 만들고, 얼마나 오래되고, 누가 소장했던가를 말하지 못한다. 그 결과 진위 감정은 주관성이 강하다. 학자는 학자대로, 골동상은 골동상대로 제각기 자기 기준에 맞추어 시대와 가치를 따진다. 문제는 학자와 골동상간에 서로 견해가 달라, 진짜가 가짜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기도 한다.
학자적 측면은 ‘유물은 그 시대의 문화사와 미술사를 통해 감정해야 합니다. 가방 끈이 짧은 사람들이 어떻게 유물의 가치를 판단할 수가 있겠오?’라 말하고, 골동상들은 ‘유물의 감정은 경험이 중요합니다. 한 점에 인생의 승부를 거는 것이 이 세계입니다. 밥을 먹으나 잠을 자나 오직 그 생각으로 최소한 몇 달을 보내며, 나중에는 유물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이 열리는 겁니다.’라하며 학자를 깔본다. 하지만 승자는 언제나 학자들 편이다. 왜냐하면 고미술품을 문화재로 지정 받으려면 문화재 전문위원들이 해당 유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또 그것을 근거로 문화재 위원들이 심의하여 지정하기 때문이다. 문화재 전문위원이나 문화재 위원은 모두가 대학을 비롯한 학자들이 대부분이다, 일반 골동상은 참석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무리 가치 높은 고미술품도 그들의 눈에 벗어나면 인정받지 못한다.
1997년 문화유산의 해에 ‘귀함별황자총통사기사건’이 발생하였다. 1992년 해군이 인양한 이 총통은 형태도 온전하고 또 명문까지 판독할 수 있어 국보 제 274호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 총통은 공명심에 눈이 먼 군인이 가짜를 구입하여 명문을 새겨 넣고는 이를 바다에 빠뜨리고 몇 일 후 다시 건져 올려 이를 임진왜란 때 거북선에 장착했던 대포라고 거짓으로 발표한 조작극이었다. 세상이 놀라 삿대질을 해댔지만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일은 이 총통을 국보로 지정한 절차와 내용이다. 유물을 국가지정문화재(국보나 보물)로 지정하려면 조사보고서와 문화재위원의 심의평가가 있어야 한다. 이 총통에 대한 보고서는 공모자가 조사했으니 논외로 치고 이를 심의 평가한 문화재위원들도 문제는 있다. 당시 위원 중에는 총통을 비롯하여 무기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출토지가 확실하고 발굴기관이 해군이어서 무턱대고 진품이란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하면 유물의 진위여부를 ‘감(感)’으로만 심의평가하였다는 말이다. 또 다른 잘못은 총통의 금속성분을 분석한 관계기관에도 있다. 이 총통에는 조선시대 다른 총통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아연이 8%나 함유되었는데 의심은 커녕 같은 이유로 묵살해 버린 것이다. 이 역시 과학적인 분석보다 ‘감’을 우선시한 문화행정의 일면을 잘 보여 주었다. 그럼 일반인도 쉽게 금속유물을 감정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그것도 상식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정확한 방법이다. 초보자는 대개 녹에 두터우면 금속 유물이 오래되고, 얇으면 시대가 떨어진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렇지가 않다. 금속은 물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청동에는 푸른 녹이 생기고 철에는 빨간 녹이 생긴다. 그런데 녹이 슨 정도는 유물이 매장됐던 보존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령 물이 없는 곳에 있던 유물은 비록 오래되어도 녹은 적고도 얇다. 또 동전같이 사람이 사용하는 것은 닳아 없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파손된 정도나 녹의 형성만 가지고 금속 유물의 진위를 감정하는 것은 일차적인 방법일 뿐, 크게 믿을 것은 못된다.
1.육안 감정
①유물을 물에 넣으면 오래된 것은 작은 물방울이 오래도록 뽀글뽀글 올라온다. 이것은 청동의 내부에 생긴 기공으로 물이 스며들며 생기는 공기 방울이다. 위조를 한 것이나 최근에 만든 것은 공기 방울이 금방 끝나거나 생기지 않는다
②유물에 혀끝을 대면 오래된 것은 혀가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금속 안에 있는 기포의 압력이 모세혈관 현상으로 혀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만약 화공약품(초산, 염화암모니아)을 사용해 강제로 녹을 낸 것이라면 독 때문에 수분만에 목에 가래톳이 붙거나 심하게 아프다.
③실로 매달아 막대기로 쳐보면 오래된 것은 둔탁한 소리가 나고 근래에 만든 것은 맑은 쇳소리가 난다. 이것은 금속 내부의 원소간에 결집력이 떨어져 전도율(소리․ 열)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할아버지와 어린애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이치와 같다. 또 오래된 것과 근래의 것을 동시에 귀 아래쪽에 대고 차갑기를 비교하면, 오래된 것이 덜 차갑다. 매우 확실한 진위 감정 방법이다.
④극약 처방도 해 볼 수 있다. 금속의 일정 부분을 구부려 보면 오래된 것은 쉽게 각을 이루며 구부려지거나 부러진다. 그런데 근래에 만든 것이라면 찌그러지거나 휘어지고 부러지지는 않는다.
⑤다음은 녹을 보아서 판별한다. 1밀리미터의 녹이 형성되려면 우리 나라의 습기와 토질로 보아 대략 200~250년이 걸린다. 그러나 전문가는 화공 약품으로 그 두께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녹을 가지고 감정을 할 때에는 두께가 아니라 녹이 전이한 현상을 보아야 한다. 30~50배의 확대경으로 관찰하면 표면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녹이 엷어진다. 화장지에 잉크를 찍어서 들고 있으면 아래쪽은 짙으나 위쪽은 엷은 원리와 같다. 따라서 녹의 색깔이나 두께가 안과 밖이 고르면 가짜다. 그리고 표면에는 녹이 고태스러우나 도금만 벗겨 내면 본래의 청동이 반짝인다면 그것도 가짜다. 녹도 전이되어 속까지 슬기 때문이다.
2.성분 분석 감정
다음은 과학적인 성분 분석이나 화학 실험을 통해 금속 내부의 원소가 변화된 상태를 보아 진위를 감정하는 방법이 있다.
①오래된 청동은 표면과 내부의 구리(Cu)의 성분 량이 다르다. 청동은 구리가 65~70%, 주석이 30%, 나머지가 기타 원소로 구성된 합금이다. 유물이 처음 만들어질 때면 표면과 내부의 구리 함량이 65~70%로 일정한데, 시간이 지나면 표면의 구리 성분은 부식되거나 날아가 버린다. 따라서 500년 정도 지나면 내부의 구리 성분은 그대로 70%정도인데, 표면은 30% 정도로 떨어진다. 따라서 진품이라면 내부와 표면의 구리 성분의 차를 가지고 시대까지 추정할 수 있다.
②오래된 금속 유물은 표면의 주석이 40%정도인데, 내부는 10% 정도로 낮다. 이것은 구리와 반대 현상이다. 내부의 주석 성분이 표면으로 이동해 기화되지 않은 채 쌓이고, 이 주석 성분은 수분과 산소를 차단하는 보호막(코팅) 역할을 한다. 로마의 청동 보일러가 현재까지 전해진 것은 비로 주석 성분이 표면에 코팅되어 보호하였기 때문이다
③고대 유물에서 아연(Zn)이 검출되면 가짜이거나 시대가 매우 떨어지는 유물이다. 고대에는 아연을 넣지 않았으며. 아연을 넣으면 표면이 매끄러워진다. 또 비스무트(Bi)는 합금을 낮은 온도에서 녹게 하는 촉매제인데, 삼국 시대의 청동 유물에서만 검출되는 특이한 원소이다.
④금속 내부에 무수한 공기 구멍(기공 현상)이 X-ray촬영으로 확인된다. 금속도 오래되면 노쇠하여 골다공증이 생기고, 이것은 내부에 기공 현상으로 나타난다. 젊어서 단단하던 뼈가 늙어 갈수록 칼슘이 부족해 속이 비는 현상과 같다. 그러면 열 전도율이 낮아지고, 음의 파장이나 음색도 변질된다.(참고: 백부영의 증언)
(사진:청동솥, 창녕 출토, 5세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