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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별 가공특성과 기능성을 살려 개발된 쌀 품종.(왼쪽부터 시계방향) 미연, 설갱벼, 홍국쌀, 고아미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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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리활성 기능 및 가공적성 맞춤형 쌀 품종 다양
지금도 식품별 가공특성과 기능성을 살려 개발된 쌀 품종은 매우 다양하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쌀 품종 ‘보람찬’은 제과용으로 적합하며, ‘희망찬’은 가래떡용으로 좋다. 특히 보람찬 쌀가루는 적성이 양호해 반죽이 쉽고 수분보유 능력이 좋으며, 노화가 늦어 맛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빵·제과용 밀가루 소비량을 일부 대체할 수 있도록 호두과자, 붕어빵 제조방법 등을 개발했으며, 최근엔 쌀가루 프리믹스도 선보였다.
특히 10a당 수량성이 733kg으로, 동일한 면적에서 다른 품종보다 많은 양의 쌀이 생산되므로 원료미 생산원가를 23% 정도 절감할 수 있어 쌀소비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쌀국수를 삶을 때 면이 퍼지는 부품현상이 낮아 질 좋은 단체급식 쌀국수로 적합한 ‘미면’도 있다. 쌀쌈(rice paper)과 쌀 파스타 제조가 가능한 국내 유일의 품종으로 밀가루 대체가 가능한 유망한 품종이다. 아울러 수분 흡수력이 적고 제빵 때 부피가 많이 늘어나 제빵적성에서도 매우 우수한 특성을 보여 쌀가루 업체의 관심과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개발된 ‘고아미’는 체내 중성지방을 감소시키고 혈당상승 억제 효과, 특히 난소화성 식이섬유가 일반 밥에 비해 3배 이상 함유돼 다이어트 효과가 우수하다. 임실치즈피자의 다이어트 피자도우로도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씨눈이 커 거대배아를 가진 ‘눈큰흑찰’은 항산화 활성과 미백효과를 입증 받아 기능성 식음료 원료로 개발되는 특수미다.
[표] 기능성 쌀의 종류와 특성
종류 |
특성 |
고아미4호 |
성장촉진용, 무기영양소 철, 칼슘, 아연 함유 |
고아미2호 |
저항성분이 들어있는 다이어트식품 가공용 쌀 |
고아미3호 | |
큰눈 |
거대배아미, 가바(GABA), 고영양 |
홍국쌀 |
거대배아미, GABA, 폴리페놀, 고지혈, 유색미, 항산화, 항암, 항노화 효과가 있으면서 성인병예방과 화장품 등에 이용 |
단미 |
당분 20% 이상 함유, 천연올리고당 함유 |
눈큰흑찰(밀양263호) |
일반 쌀에 비해 눈이 3배 큼. 주 기능성 성분은 안토시아닌 색소이며 감마 오리자놀은 1.5배 함유. GABA 성분이 일반 쌀에 비해 9배 많음. 폴리페놀, 고지혈, 유색미, 항산화, 항암, 항노화 효과가 있는 생활습관병 치료용 |
하이아미 |
필수 아미노산이 일반 쌀에 비해 31%, 라이신은 44%, 메치오닌은 48% 함유되어 있는 쌀. |
유색미(조생흑찰, 흑남, 흑향, 흑진주, 흑광, 흑설, 적진주, 홍진주, 건강홍미) |
항산화작용으로 스트레스 저항성 향상, 안토시아닌으로 피부와 뇌 노화방지 효과, 항당뇨, 항염증, 항암효과, 폴리페놀(포도주 기능성분)과 카테킨(녹차의 기능성분) 다량 함유 |
지자체가 쌀값 보조하는 일본 사례 벤치마킹 필요
가공적성 높은 특수미 개발·쌀가루 기술 R&D 절실
◇ 생활습관병 치료 예방 돕는 '메디라이스'도 선보여
생활습관병 치료와 예방효과를 갖는 메디라이스 개념의 기능성을 강조한 쌀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일반 쌀의 눈을 크게 키운 ‘큰눈’은 가바(GABA), 고영양이 특징이며 ‘홍국쌀’은 폴리페놀, 고지혈, 유색미, 항산화, 항암, 항노화 효과가 있다. ‘하이아미’는 필수 아미노산이 일반 쌀에 비해 31% 높고 라이신은 44%, 메치오닌은 48%가 많이 함유돼 있다.
‘유색미’는 항산화작용을 통해 스트레스 저항성을 향상시키고 안토시아닌으로 피부와 뇌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졌다. 또한 항당뇨, 항염증, 항암효과와 폴리페놀(포도주 기능성분)과 카테킨(녹차의 기능성분)을 다량 함유했다.
‘조생흑찰’은 추출물에서 위염균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됐으며, ‘홍국쌀’은 콜레스테롤 저하효능을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철, 아연 등 무기영양 성분함량을 증진시킨 ‘고아미4호’, 포도주의 폴리페놀과 녹차의 카테킨이 하나가 된 컬러쌀 ‘홍진주’ 등이 있다.
농진청 식량과학원 신소재개발과 한상익 박사는 “현재는 메디라이스 연구의 시작단계로 쌀 고유 기능성을 밝히고, 기능성을 강화시킨 쌀을 개발하며 어떤 종류의 질병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향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활습관병 예방 효과가 있는 쌀을 개발, 보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식품기업 쌀가공식품 소비량 연간 40만톤…쌀가루가 70% 차지
식품 기업들도 정부 방침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쌀 가공식품 소비량은 약 40만톤으로, MMA 물량(40만톤)을 대체할 수 있다. 이중 약 70%는 쌀을 가루로 만들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농심, 아워홈, 대선제분 등은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선보이며 쌀 소비촉진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쌀 수급량 하락으로 인한 불안정한 쌀 가격은 기업의 쌀가루 공정라인을 멈추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4년 전부터 오르고 있는 쌀 가격은 현재 kg당 2200원에 달한다. 이 상태로 쌀 가공식품을 생산할 수가 없다. 특히 100% 쌀로 만드는 즉석밥의 경우 매년 30% 판매량 증가를 띠며 쌀 가공식품 중 가장 많이 팔릴 정도로 꾸준하지만 매출대비 이익을 보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상황에 어느 기업이 쌀 가공식품에 투자를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투자에 몸을 사리는 기업들로 인해 쌀가루에 대한 기술력도 답보상태다. 쌀 가공적성의 경우에만 보더라도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R&D 투자를 하는 곳이 없다.
쌀가루는 전분만 있고 점탄성 등 글루텐 성분이 없기 때문에 밀가루와 같은 반죽이 힘들다. 또한 전분조직이 매우 치밀해 까다로운 분쇄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고운 입자를 만들기 위해 미세하게 분쇄하면 빨리 굳어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형태상에서의 문제점도 있다. 쌀의 전분구조는 다각형으로 밀보다 경도가 높기 때문에 건식제분을 이용할 경우 손상전분이 많이 발생해 제빵 등을 만들었을 때 부풀지 않고 식감이 떨어진다. 즉 볼륨이 사라지기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쌀가공식품협회 이종규 상무는 “쌀가루가 밀가루 모방을 한다고 해도 상품성까지 모방하기는 솔직히 힘들다. 쌀가루만의 독특한 카테고리가 형성돼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지원·육성을 해야 하는데, 1~2년 R&D로 개선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꾸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상무는 “쌀이 원료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인 공급만 된다면 쌀 가공산업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정부가 천정부지로 오른 쌀 가격은 아랑곳없이 소비량만 늘리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소비량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하는 ‘계약재배’로 선순환 체계 만들어야
국내 시장으로 한계…기능성 쌀 메뉴로 해외 진출도
◇ 계약재배로 쌀수급 및 가격안정 도모해야
그는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상무는 “쌀의 안정적인 수급량을 맞추고 농가소득 안정화, 식량안보 기여 등 순기능을 통한 쌀 가공산업의 활성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는 기업과 농가와의 계약 재배가 활성화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보조 및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기업과 농가가 계약을 하면 지자체에서 기업에게 쌀 가격의 70% 가량을 보조해 기업은 쌀가루에 대한 R&D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점을 우리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쌀가공식품협회는 정부에서 개발한 가공적성 쌀 품종을 올해 농가와 3700ha 면적에서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여기서 추수된 쌀은 회원사로 공급된다. 이 상무는 “품질 좋은 가공적성이 있는 쌀만의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도 해법은 계약재배”라고 재차 강조했다.
◇ 쌀기능성에 고유 식문화 접목한 음식메뉴로 수출길 모색
해외시장 판로개척도 시급하다. 국내 쌀 가공식품 시장은 한정돼 있어 결국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쌀가루를 통한 가공식품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기능성 쌀을 통한 해외진출을 추진해야 하는데, 단순한 쌀만으로는 힘들고 한국 고유의 문화를 접목한 비빔밥 등 메뉴로 접근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CJ제일제당은 기능성 즉석밥 ‘햇반’을 CJ푸드빌의 글로벌 외식브랜드 비비고와 연계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농진청은 최근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쌀가루를 만들 수 있는 쌀의 특성을 밝히고 이에 적합한 제분기술을 개발해 쌀 가공식품업계에 희소식을 전했다.
농진청은 100여 가지 품종의 쌀가루 특성을 분석한 결과 쌀가루용으로 적합한 쌀은 전분과 분쇄된 입자의 형상이 밀가루와 같이 둥근 모양임을 알아냈다. 이와 함께 둥근형 전분 구조의 쌀에 공기기류속도 40Hz∼60Hz, 분급속도 5Hz∼15Hz의 건식제분기술을 적용해 쌀가루 입자가 70㎛(200메쉬) 정도로 제분이 잘 되면서 손상전분 함량도 10% 이하인 쌀가루를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밀가루와 유사한 고운 쌀가루가 제조되므로 제분비용을 기존보다 30∼50% 줄여 떡, 쌀빵, 쌀국수 등을 만드는 쌀 가공식품업체에서 고품질의 저렴한 쌀가루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 농진청에서 이 기술로 만든 쌀가루를 사용해 만든 식빵의 경우 부피가 크고 외관 모양이 우수했으며, 무게도 가볍고 부드러웠다.
농진청 김보경 답작과 과장은 “그동안 쌀가루 이용률이 낮은 원인으로 가공적성이 떨어지고 제분비용이 많이 들며 쌀가루 원료가격이 높은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농가와 가공업체간 계약재배가 원활하게 이뤄져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업체는 균일한 원료곡을 확보할 수 있어 쌀 가공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쌀가루용 전분 특성을 갖춘 초다수성 품종을 개발해 원료가격 문제도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역시 올해 쌀 가공용 보람찬벼, 현미쌀용 백진주벼 등 특수미 종자 585톤을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특수미 종자는 지난 5월 15~6월 12일에 강원도 횡성과 전북 김제, 익산 등 특수미 채종단지 110ha에 모내기를 끝냈고 10월에 수확해 건조, 정선, 조제 과정을 거쳐 농심, CJ, 안동농협 등 쌀 가공업체와 농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종자 585톤은 논 면적 1만4250ha에 재배할 수 있는 양으로, 농가와 쌀 가공업체에서는 2014년도에 약 7만1250톤의 기능성 및 가공용 원료 곡을 생산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