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일본에서는 '고(GO)'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웨이치(Weichi-圍 棋)'라 부른다. 서양인들에겐 바둑이 '고(The Game Go)'로 알려져 있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이 서양을 상대로 동양3국 중 제일 먼저 바둑을 보급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서양인들은 '단수'를 '아다리(Atan)', '젖힘'은 '하네(Hane)', '빵때림'은 '본누키(Bonnuki)'등 일본용어들을 그들 바둑 일상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 들은 최근까지 바둑을 일본문화의 소산이라고 알고 있었다. 근년에 와서 한국과 중국바둑이 국제무대로 진출하고 나서야 서양인들은 바둑이 중국에서 기원했으며 동양3국 문화의 일부로 흡수되어 수천년간 전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양인들은 바둑용어중 영어화 할 수 있는 것들은 영어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포석'을 전에는 'Fuseki(후세키)'라고 썼으나 지금은 'Opening', '시조(축)'은 'Ladder', '무리(無理)'는 'Overplay', '세키(빅)'는 'Draw'등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그들은 바둑용어중 적당한 동의어를 못 구한 것들은 일본말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Atan(단수), Ko(패), Byo-Yomi(초읽기)등이 그 예이다. 우리에게도 수입 스포츠인 농구나 야구에서 덩크슛(Dunk shoot), 홈런(Home run)등이 우리말처럼 쓰이고 있듯이 Go, Atan가 외래어로 서양사회에 위치를 굳힌 지 이미 몇십 년이 흘렀다. 고민은 여기서 비롯된다. 영문판에 쓸 바둑용어에 대한 의견은 대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첫째 보수논리. 당연히 우리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나 서양바둑계의 현 상황과 환경을 고려할 때 국수주의적인 감상에 치우칠 우려를 다분히 안고 있다. 우리가 내는 영문판 책에 우리 바둑용어들만 영어로 표기해 쓴다면 일본어로 배운 서양인들에게 혼란을 줄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자기네 용어로 된 영문판 책자를 앞으로 내기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둘째 수용논리. 일본이 바둑을 먼저 보급한 공로로 서양인들이 일본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면 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어야 옳다고 보는 견해다. 기득권에 대한 아무런 아량도 없이 무조건 국수주의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세계바둑계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세째 온건논리, 주요 용어 몇 개(예를 들면 '바둑')만 우리 것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일본용어로 굳어있는 그 나머지조차 이 기회에 영어화시켜 주자는 측이다. 영어화시켜 영문권 문화로 돌려주자는 타협논리는 가장 합리적인 듯하나 여기에는 몇 가지 난관이 따른다. 먼저 그 동안 적절히 대치할 만한 용어를 찾지 못한 그들에게 새로 영어화하여 제시하는 말들이 얼마큼 먹혀들 것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그런 용어를 정립하기까지 거쳐야 할 검토와 시간의 문제. 필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극히 짧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동양3국과 서양바둑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바둑용어 세계통일안에 합의를 보는 방법도 생각해 봄직하다. 임시변통이긴 하나 필자는 우선 '바둑'은 'Paduk(Go)'하는 식으로 표기하고 주요 용어들은 사용 때마다 괄호에 친절하게 우리말을 넣어주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리고 기타 다른 우리 용어들은 따로 1-2쪽 할애하여 소개하고.... 혹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묘안이 있으면 의견을 구하고 싶다. 첫 단 추를 잘못 꿰었다가는 후세에 길이 욕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바둑용어 문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