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의 3대 관광지는 흔히 카파도키아, 셀축의 에페소와 파묵칼레를 이야기한다. 한국의 한 휴대폰 광고에도 나와서 잘 알려진 목화의 성과 그 뒤로 로마유적지인 히에라폴리스가 있는 곳, 대부분의 관광객은 반나절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기에 시간이 짧은 여행객들은 밤 버스를 타고 와서 잠깐 둘러본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숙소에서는 샤워가능이라고 한글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하고 특히 한국인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유독 한국 안내문이 많다. 특히 라면과 볶음밥이 된다고 한다. 숙소 역시 비수기라 그런지 아니면 잠깐 돌아보는 곳이라 방이 많다. 아침저녁을 숙소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점심정도는 아이들이 해결하기로 하였다.
파묵칼레는 작은 마을이다. 대부분의 버스는 데니즐리까지 이동하며 다시 작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무료버스는 없다. 몇 달 전에 왔기 때문에 이 지역을 잘 안다. 하지만 작은 버스운전사는 인원이 많은 우리가 타서 그런지 계속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그러더니 파묵칼레를 거의 다 올 무렵 다른 차로 갈아타야한다고 내리라고 한다. 분명 조금만 더 가면 숙소가 많은 곳이 나오는데 왜 여기에 내리라고 할까? 계속 더 가자고 하고 내리지 않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출발한다. 터키에서는 이렇게 영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론 운전사와 짜고 그럴 듯하게 여행자를 유혹하며 처음은 숙소예약한 후 여러 투어를 하라고 강요한다. 사실 세계 어디를 가고 이런 여행사들의 사기들이 많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보를 모르는 것을 이용해 바가지를 씌운다. 여행서를 읽다보면 이런 사기들은 더 많다. 나 또한 자주 여행을 다니지만 당한다. 갈수록 수법은 진화되고 여행자는 속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지나친 호의와 공짜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자주 당하기도 한다. 외국인과 여행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간혹 이런 사기 당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어떤 여행지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말한다. 한국인은 처음 만나면 나이, 직업 그리고 숙소가 얼마나 싸고 좋은지 먼저 묻는다. 물론 경제적인 것도 참 중요하지만 너무 지나친 효율만 강조하는 느낌이 든다. 이해는 충분히 된다. 한 달 정도 여유를 가지고 오는 경우와 직장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보기 위해서 경제적인 면과 효율적인 것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빨리 빨리~~외국 여행 와서도 빨리 빨리~~ 간혹 여행가이드가 한국말로 재촉한다. 빨리 빨리. 그러면 난 늘 그 나라 말로 느리게 느리게를 배워 외친다. 터키에서는 야와시 야와시~~
파묵칼레에 도착하여 숙소를 구했다. 숙소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제법 식사를 맛있게 잘 할 것 같은 곳을 골랐다. 아침저녁 함께 먹기로 하였다. 저녁은 볶음밥이다. 간단히 흉내만 낸 듯 한 한국요리이지만 한 달 동안 못 먹었던 한국음식이다. 또한 닭고기 스프는 한국의 닭죽과 유사해서 오랜만에 국물 있는 음식을 먹었다. 정신없이 잘 먹는다.
다음날은 그리웠던 라면이다. 아침에 뭔 라면이라고 하지만 속을 푸는데 이만한 음식이 또 있으랴. 봉지라면이 아니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컵라면을 국물 넉넉하게 끓여주는 라면 맛은 잊지 못하리라. 한 방울의 국물도 남김없이 다 먹는다. 겨울 우기라 그런지 어제부터 내린 비는 오늘까지 계속 이어진다. 다행히 비는 오후에 그쳤다.
점심 먹으라고 나누어준 돈을 재민이가 한결이랑 석준이 돈까지 함께 가지고 있었다. 같은 방을 사용하기 때문에 같이 사용한다며 제일 나이가 많은 재민이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재민이가 칫솔을 잃어버려 칫솔을 구입하고 아이들과 먹을 것을 더 구입하였다. 다음날 점심을 먹는데 돈을 계산하다보니 석준이와 한결이가 먹을 점심값이 부족한 것이었다. 이런~~그래도 한결이와 석준이도 착해서 그렇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책임감 때문에 힘들었는지 눈물을 글썽인다. 끼리가 나서서 다독여주고 나니 어느 정도 괜찮아졌나보다. "재민아~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것이 자신이 알면서도 실수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의도하지 않는 실수도 있다. 동생들도 너 마음 잘 알거야. 괜찮아~~토닥토닥"
그렇다면 아이들은 굶었는가. 답은 아니다. 한 번도 돈이 없어서 굶은 적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다 해결한 것도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 계산은 하였지만 모두 계산하지는 않았다. 그게 함께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히에라폴리스 북문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 대략 원형극장까지 30분 정도 걸었다. 천천히 걸어면서 터키에서 처음으로 보는 로마 유적,
도로와 수로 그리고 입구에서 맞이하는 묘지와 로마시대 건물들은 당시 번영했던 로마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동로마 유적지가 대부분 무역의 이점이 있는 해안에 위치했지만 이곳 히에라폴리스는 목화성에 흐르는 온천이 있어서 질병치료와 휴양이 목적이라고 한다.
각자가 알아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유적지를 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도착한 원형극장,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열광했을 당시의 군중집회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새하얀 석회층과 온천수가 흘러내려 웅덩이는 파랗게 보이는 파묵칼레의 상징 목화의 성,
석회층을 보호하기 위해 맨발도 다녀야 한다. 겨울이라 따뜻한 온천수가 흘러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 터키 여행에서 기대하고 기다렸던 곳이 이곳이야~~"
석회층의 하얀색과 온천수가 고인 물 웅덩이의 파란색은 신비로움을 더한다.
온천수량의 감소로 물의 양을 조절한다고 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온천수가 많이 흘러나왔다.
석회층 두께가 4.9㎢ 매년 1㎜ 정도씩 증가한다고 하니 석회층 나이가 1만 4000년, 그 규모에 놀란다.
거의 다 내려올 무렵 아이들은 말한다. " 아~~벌써 끝난 거야. 더 있고 싶은데 즐거운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야"
인생 다 배웠다. 즐거운 시간은 늘 빨리 가는 법, 터키 여행도 이제 종반으로 가고 있단다. 셀축에서 2박 3일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마지막을 보내면 한국으로 돌아간단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아이들. 왜 한국이 싫을까? 어른들은 늘 이야기한다. 학창시절이 참 좋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늘 말한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요즘 어른들은 말한다. 어릴 때 제대로 많이 배워야 어른 되어서 고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은 더 놀아야한다고, 너무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어른들 본인도 요즘 아이들과 비교해보자. 정말 살인적인 공부가 아닐 수 없다. 본인들은 어릴 때 그만큼 공부하지 않았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는 법, 그때는 당신들이 말려도 아마 밤새워 공부할 것이다.
(셀축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첫댓글 두발만 담그고 족욕했던 기억을 더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