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 아침의 소망
여태까지 우리 문학계에 수많은 동인지가 얼굴을 내밀었다가 자의 반 타의 반의 사연을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저간의 사정을 꿰뚫고도 문학에 유별난 열정을 불태우며 새로운 지평을 갈구하던 도반들이 오달진 각오로 굴기하여‘ 풀무문학회’를 결성하고 동인지를 내기로 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정신과 뜻을 비롯하여 고유한 색깔을 생각한다.‘ 풀무문학’은 문학의 본령을 망각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문학 정신을 올곧게 정련(精鍊)할 용광로를 달굴 불을 지피는‘ 풀무’ 역할을 기꺼이 자임하려고 각오를 다진다. 그 원동력은 동도제현의 친화력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견지에서 오랫동안 지란지교를 꿈꿔왔던 지기(知己)를 주축으로 모꼬지를 구성했다. 초심이 영롱하게 꽃피리라는 희망은 회원 사이에 한결같은 믿음과 공감에서 우러나는 자신감이다. 게다가‘ 풀무’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상생을 지향하는 관계로 누구든 동참해 동행할 영지이며 열린 공간이다. 아울러 혼돈에 휩싸여 침체를 거듭하는 우리 문단과 문인의 정체성 정립을 위해 미력한 힘이라도 보탤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며 고민할 것이다.
장광설로 글의 필요를 얘기하고프다. 영생의 길은 남가일몽일까. 아프리카 스와힐리족(swahili people)에서 그 답의 실마리가 엿보인다. 그들은 사람이 죽었어도 누군가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승이 아닌 사사(sasa)의 시간에 머문다고 여긴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아무도 그를 기억하는 이가 없어지면 자마니(zamani)의 시간에 들어가 저승으로 간다는 믿음이다. 죽어서도 생존하는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길은 위대한 업적이나 불후의 명작을 남기는 위업이 아닐까. 세파에 찌들어 진실을 경원시하고 희망이 부담스러워 피하며 소통을 시큰둥하게 여기는가 하면 자유의 향유마저도 배척한다면 누구라도 자마니의 시간으로 추락할 것이다. 자신의 올곧은 영혼이 글을 통해 영원히 빛을 발할 꿈의 실현이‘ 풀무’가 추구하는 철학이며 이상이다.
혼탁한 세상에서 참된 나를 찾는 성찰로서 글을 쓰는‘ 풀무’이다. 우리사회에는 하찮은 한 줌의 성취를 한껏 부풀리고 현란하게 포장하여 뭇 사람을 현혹시키며 선각자나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표변하여 팔색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제대로 여물지 않아 빈 쭉정이 같은 이룸이나 성취를 신분의 수직 상승을 위한 사다리로 활용해 권력이나 부(富)의 계층으로 옮겨가는 얄팍한 술수를 빼어난 수완이라 으스대는 꼬락서니에 열통이 나고 역겹기 그지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왜 험준하고 지난한 길만을 고집하며 그 손쉬운 길의 존재를 외면하는 걸까. 그것은 진리가 아니고 참에 어긋남 때문이다. ‘ 풀무’의 길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적용될 덕목에 해당하며 추구해야 할 이상의 근원을 망각할 수 없기에 덧붙이는 사족이다.
천지창조에 버금갈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가 축복이다. 열성을 다했어도 완벽은 무리이며 욕심일 게다. 더하거나 채워야 할 아쉬움은 빠짐없이 바로잡아 갈 참이다. 천지신명께는 축복과 가호를, 강호제현께는 따스한 격려와 더덜이 없는 충언을 간곡하게 당부 드리며 동인지 출간을 자족하련다. 신묘년(辛卯年) 만추청일(晩秋靑日) 한판암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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