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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쓱 쉽게 그리 듯 보이지만, 아이의 포실한 종아리와 힘찬 갈매기의 날개짓에서 습작의 오랜 내공이 느껴집니다. | 누구나 꿈꾸는, 그러나 닿지 못할....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현실을 알게 되는 거라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던 소년이 사랑도 변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연애의 단꿈에 젖어 결혼한 아가씨가 현실의 고달픈 이해관계와 맞닥뜨리는 순간, 우리는 곧 알게 되지요. 꿈과 현실의 그 커다란 간격에 대해. 하지만 정작 우리가 놀라게 되는 건 그 다음입니다. 영원한 사랑도, 완벽한 사람도 없는 줄 알면서… 계속 찾아 나서게 되는 아이러니. 우리는 왜 계속 꿈꾸는 걸까요? 작가 이수지 씨의 새 그림책 『파도야 놀자』를 보며 꿈과 현실을 떠올린 건 아마 이 바닷가의 한적함 때문일 겁니다. 아이와 갈매기, 그리고 파도. 등장인물도 단출하거니와 쓰인 색도 파랑과 하양, 딱 두가지 뿐입니다. 참으로 비현실적인 공간입니다. 이 고즈넉한 바닷가에서 소녀와 파도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탐색을 시작합니다. 처음엔 도망가기 바쁘던 소녀,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으르렁~ 위협도 해봤다가 차츰 발끝으로 무릎으로… 마침내 철퍼덕, 바닷물 안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첨벙 첨벙, 푸드덕 푸드덕, 바다와 소녀와 갈매기의 한바탕 신나는 춤사위. 어느새 하늘과 바다도 푸른색으로 하나가 됩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바닷가 풍경을 보며, 오랜만에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 안에도 이런 풍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한 사건과 몇 가지 사실만 또렷하던 그 시절, 특별한 꿈을 꾸지 않아도 저는 그 현실 안에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꿈과 현실이 한 지점이던 그 곳. 이제 돌아갈 수 없게 되어서일까요? 그 시절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 도서2팀장 송은주 (ducia@yes24.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