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서부1>
끝없는 벌판의 텍사스
텍사스는 면적이 77만㎢로 미국에서는 알래스카주 다음 두 번째로 넓은 주인데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거의 8배나 되는 셈이다. 텍사스는 미국이 독립한 후에도 얼마동안 멕시코 땅이었고 수많은 전투 끝에 결국 미국 땅이 된 역사 때문인지 중남미인들(히스패닉)이 많은 편이고 안내판이나 책자 등에도 거의 영어 밑에 스페인어를 같이 표기하고 있다.
텍사스주 지도 / 텍사스 땅모양의 엠블렘 / 포장마차 모형(서부 개척시대)
텍사스는 북쪽으로 오클라호마(Oklahoma), 서쪽으로는 뉴멕시코(New Mexico), 동쪽으로는 루지아나(Lousiana)와 아칸소(Arkansas), 남쪽으로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바다 및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인근의 루지애나, 미시시피, 조지아와 함께 미국의 남부지방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미국 남부기질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주도(州都)는 오스틴(Austin)이지만 인구가 100만 정도이고, 교통의 중심이자 케네디가 저격수의 흉탄에 쓰러진 동부지역의 대도시 댈러스(Dallas)는 인구 500만이 넘는다. 그리고 남부에는 관광도시 샌안토니오(San Antonio/150만), 항공우주센터가 있는 휴스턴(Houston/450만), 멕시코 및 뉴멕시코 주와 바로 인접한 남서쪽의 끝에 있는 요새도시 엘 파소(El Paso/60만), 그리고 북부 고원지대의 도시로는 아마릴로(Amarillo/20만), 그리고 그 조금 아래에 위치한 러벅(Lubbock/30만) 등이 주요도시라고 할 수 있다.
텍사스 중부와 북부는 대평원이며 평균 해발 1.000m 이상으로 메마른 건조기후를 보여 가축도 먹기 어려운 쓸모없는 거친 풀들이 듬성듬성 자랄 뿐이다. 기후는 사막기후와 비슷하여 비는 거의 오지 않고 기온이 높아 매우 뜨겁지만 공기가 건조하다보니 그늘에 들어가기만 하면 시원하다.
옛날 미국의 서부영화라고하면 주로 텍사스, 애리조나 지역이 등장하고 카우보이와 갱들, 커다란 밀짚모자(솜브렐로)를 쓴 멕시코인, 보안관, 소 떼와 말이 연상되는데 이곳이 바로 그 서부영화의 무대였던 셈이다. 텍사스 주의 별명은 '외로운 별(The Lone Star State)'로 엠블렘은 초승달과 별이 있는 벌판에 말 탄 카우보이가 있는 그림이고 주기(州旗)는 삼색바탕에 커다란 별이 있다. 옛날 서부를 "Wild Wild West" 라고들 부르던 기억이 있는데 내가 본 서부는 "Wide Wide West" 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었다.
러벅에서 댈러스까지 자동차로 6시간 정도 걸리고 동쪽 주 경계 부근에 있는 텍사캐나(Texarkana)까지는 8시간도 넘게 걸린다. 북쪽으로도 4시간, 남쪽 바다를 보려면 승용차로 8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하니 주가 아니라 국가라고 해도 큰 나라인 셈인데 아무리 달려도 산이나 강이 나타나지 않고 띄엄띄엄 호수들만 보인다. 끝없는 평원이 계속되고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2~3시간 달려도 집 한 채 없는 허허벌판의 연속이며 일직선의 도로가 지평선에 묻혀 아물아물 사라진다. 작은 마을이라도 있으면 그 근처는 목초지나 목화밭으로 일구어져 있고 나머지는 그냥 황량한 황무지이다.
끝없는 텍사스 대평원(목화밭) / 겨울이면 아주 드물게 폭설도 내리는데 금방 녹는다.
목초지나 목화밭이 있으면 틀림없이 커다란 바퀴가 수없이 달린 엄청나게 거대한 움직이는 농업용 급수차가 꼭 있다. 목화밭이나 목초지는 물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다. 가는 곳마다 드넓은 목장(Ranch)이 눈에 들어오고, 소와 말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많은 목장 중 가장 넓은 목장은 우리나라 경상남도의 넓이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워낙 넓다보니 가축은 물론 모두 방목하는데 소들이 아무 곳에서나 새끼를 낳으니 마릿수를 알 수 없어 항공기를 타고 가며 대충 어림잡아 헤아리고, 항생제를 넣은 사료도 자동차로 벌판에 뿌리거나 비행기로 투하한단다. 텍사스 농대의 한 멍청해 보이는 학생에게 교수가 물었다.
“자네 집 목장 크기가 얼마나 되나?” 머리를 긁적이던 대학생 대답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소는 몇 마리나 되나?” 역시 “잘 모르겠는데요....” 이 녀석 바보 아냐?
나중 알고 봤더니 텍사스에서 가장 큰 목장 집 아들이었다고... 당연히 모를 수 밖에...
록 허드슨,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추억의 미국영화 빅 칸츄리(Big Country)에서 텍사스의 대목장주였던 록 허드슨이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물어보는 말에 그렇게 “잘 모르겠는데요...” 했고 텍사스의 록 허드슨 집으로 오는 도중 목장 안에 남편 성을 딴 기차역이 몇 개씩 있어 놀라던.....
가장 부러웠던 것은 넓은 황무지에는 가는 곳마다 수많은 기름 퍼 올리는 기계들이 꺼떡거리고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탓으로 엄청나게 큰 바람개비가 돌며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수없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풍부한 자원 때문인지 텍사스 주는 재정이 탄탄하여 미국에서 유일하게 소득세(Income Tax)를 부과하지 않아 봉급쟁이들에게는 천국이라고 한다. 텍사스 토박이들은 자부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며 매너가 다소 거친 편으로 북부 출신들은 텍사스 사람들을 촌스럽다고 깔보는 경향도 있다고 하는데 묘한 악센트와 이상한 표현의 텍사스 사투리는 처음 들으면 조금 당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