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전용 - 교섭창구 단일화, 교섭중지와 부당노동행위
1. 2011년 7월1일이 되자 노조는 사용자로부터 교섭중지를 통보받았다. 그동안 노사는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수차례에 걸쳐 진행해 왔다. 그런데 7월1일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용자는 바로 교섭을 중지했다.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가 확정될 때까지 법에 따라 교섭이 중지된다"는 통지를 받았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개정 노조법은 이런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가 진행 중이던 교섭조차도 중지를 통보하고 교섭을 거부할 수 있는 것. 이런 것이라고 노동부는 업무매뉴얼로 발표하고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용자가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진행해 오던 교섭조차도 중지해 버릴 수 있는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무기다.
2. 그동안 진행해 오던 단체교섭을 사용자로부터 중지하겠다고 통보받게 되자 노조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사용자는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교섭을 중지하겠다고 하고, 이 나라 노조들은 황당해하다가 당황하고 있다. 복수노조 사업장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진행돼 오던 교섭에 관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한 후 교섭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요구를 해야 한다고 사용자는 노조에 통보하고 있다. 노동부 업무매뉴얼이 그렇게 정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경우는 교섭진행 중인 경우 사용자가 제멋대로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해서 있지도 않은 노조들에 교섭참가 신청을 하라고 공고하고 있다. 2009년 12월31일 현재 복수노조 사업장은 2012년 7월1일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행되니까(노조법 부칙 제6조) 일단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혼란은 더욱 심하다. 복수노조 사이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해서 나와야 사용자가 교섭에 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복수노조 사이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당장 문제다. 특히 소수노조는 그동안 보장받아 온 교섭권 행사가 이제 법에 의해 박탈될 위기에 빠졌으니 더욱 심각하다.
왜 이런 심각한 혼란이 벌어졌을까. 무엇보다 복수노조의 교섭권 행사방법을 제한한 개정 노조법이 문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법을 해석·집행하는 노동부가 무엇보다도 문제다. 혼란은 노동부가 노동부 업무매뉴얼로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노조들의 교섭권 행사를 관리하면서 시작됐다.
3. 도대체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한 노조법과 노동부 업무매뉴얼은 무엇인데 이처럼 혼란스러울까. 노조법은 명확하다. 첫째, 복수노조 사이에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서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라는 것이다(제29조의2 제1항). 따라서 복수노조 사업장이 아닌 곳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하는 절차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 노조는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에게 교섭에 응하라고 하면 된다. 이때 사용자가 그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다른 노조의 교섭참가를 받든 말든 노조는 사용자에게 교섭하자고 하면 된다.
둘째, 2011년 7월1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조는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조로 간주되므로 계속 교섭권을 행사하라고 했다(부칙 제4조). 즉 노조법 부칙 제4조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경우 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개정 노조법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행되는 2011년 7월1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조는 교섭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조법 부칙 제1조는 개정 노조법은 2010년 1월1일부터 시행하되, 다만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된 사항들은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정해서 시행일을 각기 분리하고 있다. 그러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시행과 관련해 교섭 중인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간주하는 노조법 부칙 제4조에서 말하는 시행일은 2011년 7월1일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7월 1일 이전에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던 노조는 그대로 교섭을 하면 된다.
셋째, 2009년 12월31일 현재 복수노조 사업장인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2012년 7월1일부터 적용되니 그때까지는 기존대로 교섭을 하면 된다(부칙 제6조).
이상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개정 노조법의 시행에 관한 규정이다. 이대로 법을 해석해서 집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것을 제멋대로 해석해서 노조의 교섭권 행사를 제한하고 박탈하려고 하고 있으니 문제다. 노조법은 헌법에서 정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고, 이를 위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 노조의 단체교섭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복수노조 사이에 단체교섭을 효과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용자를 상대로 하나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고, 쟁의행위까지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박탈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헌법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제37조 제2항). 그런데 노동부 업무매뉴얼의 개정노조법 해석대로라면 사용자의 교섭편의나 비용절감을 위한 입법취지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 일방을 위한 것이 공공복리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헌법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에 반하는 위헌법률이라는 것이 되고 만다. 이는 헌법합치적인 법률해석이 아니다. 노조법의 가장 기본적인 제정 취지대로 노조법을 해석해야 하고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동부는 노조법에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 경우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해석을 쉽게 채택해서 노동현장에 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노조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국가기관은 더욱더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방향의 법의 해석 운영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동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복수노조 업무매뉴얼에서는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한하고 금지하는 것으로, 노조법을 일방적으로 사용자 편의를 위해 해석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7월1일 당시 교섭 중인 노조에도, 복수노조 사업장이 아닌데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이행을 요구하며 교섭을 중지하고 있다. 노동부 업무매뉴얼에서 정한 바라며 당당하게 교섭거부라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 바야흐로 노동부 업무매뉴얼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매뉴얼로 전락해 버렸다. 결국 노동부 업무매뉴얼이 사용자에게 노조에 대한 무기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쥐어 준 것이다.
4.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로부터 교섭중지를 통보받은 노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문하는 노조 중 한 곳은 7월1일 이전부터 교섭을 해 왔음에도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했다. 또 다른 곳은 금속노조 소속 지회인데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응낙 가처분소송을 요청해 왔다. 두 곳 모두 복수노조 사업장이고 소수노조다.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할 것인지 노조들은 혼란스럽다. 전자의 방법은 일단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적용된다는 전제로 한 것이다. 그 절차 내에서 정한 바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통해 독자적인 교섭권 행사를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과거 두 개의 사업장이 통합된 곳이고 통합 이전에 존재하던 노조들이 지금까지 별도로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각기 체결하고 있는 곳이라 이 노조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곳은 새로 설립된 노조와 조직대상이 동일해 그 조합원의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없고, 고용형태도 동일하며, 별도로 교섭한 관행도 없다. 그러니 노조법 제29조의3에 따라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받기도 어렵다. 결국 노조법 부칙 제4조에서 정한 교섭 중인 노조이기 때문에 교섭대표노조로 간주돼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에 응하라는 가처분소송으로 대응하게 됐다. 사실 전자의 경우도 만약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의 결정을 해 주지 않는다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로 가든지 아니면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상의 법적 대응 외에도 만약 해당 사업장의 다른 노조가 교섭요구를 하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다시 이들 노조는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다. 교섭에 참가할지 말지, 교섭에 참가해서도 교섭대표노조의 선정에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 요구안과 교섭대표노조에 대한 입장 등 교섭과 쟁의, 협약체결과 협약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입장을 정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조들 사이에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노조들이 사용자를 상대로 함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함께 교섭하고 투쟁한다는 입장을 취한다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관한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의 무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노조의 교섭과 투쟁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비록 자본과 권력의 의지로 도입된 것이라고 해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동자의 의지를 자본을 상대로 관철할 수 있는 제도로 전용할 수 있다. 개정 노조법이 노동부 업무매뉴얼로 사용자의 무기로 방치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무기로 전용될 것인가. 노조에 달려 있다. 칼날을 쥐고 무너질 것인가. 칼자루를 쥘 것인가.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기덕 변호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