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봉작사 한복남작곡 김정애의 노래로
1957년에 발표된 '앵두나무처녀'라는 제목의
이 대중가요 가사야말로 개국이래 수천년 이어져온 농업국으로서의
패러다임이 전란이후의 복구와 건설과정에서
서서히 '서울공화국'으로 변해가던
우리나라의 전반에걸친 '모
더니즘'열풍속의 대표적인 풍경을
4절4음의 세줄짜리 가사3절속에
압축시킨 빼어난 수작이다.
2차대전 수행을위해
수탈에 혈안이되었던 일제가 쫓겨가고
준비도 없이 밀어닥친
정치와 경제의 급격한 자유화로인한 혼란속에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재차 초토화된 우리의 국토,
얼마간의 공산치하를 경험했던
많은 북한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남쪽에 잔류함으로서 휴전과함께
이미 거대도시가 되어버린 서울은
외국의 원조나, 경제개발을 표방한
혁명정부의 역량이 집중 될 수밖에 없었고
명절의 민족대이동 풍습과
막 보급되기 시작한 라디오 매체의 영향으로
서울은 평등과 기회가 보장된 이상향으로
온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한편
농촌지역 마을 공동의 우물은
부엌일에 소바라지에 들일까지,
해도 해도 끝이없는 노동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절망하던 이팔청춘 동네처자들의
푸념과 정보교환의 장이었다.
"누구네집 누구네언니는
양복매무새가 말쑥한
신랑감을데리고 인사를 왔네
누구는 편지에서 전차를타고
창경원 밤벚꽃놀이를 갔다더라."
풍문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을 입방아찧다가
우물 가장자리쯤에 십중팔구는 있게 마련인
키작은 앵두나무까지
눈높이에서 연분홍의 꽃잎을 펼쳐내면
그러지않아도
진달래에 복숭아꽃 살구꽃 휘황찬란한
봄꽃들의 향연에
울렁울렁 인내력의 경계에서 흔들리던
처녀가슴에 불을 질러
물동이와 호미자루를 내 던지고
야반도주 지난 설에 왔었던 동네 언니
주소하나 달랑 들고 서울행 기차를 타게 했으니,
그저 제 소임을 위해
작은 가지에 띄엄띄엄 수수한 꽃을 피워 냈을뿐인
앵두나무로서는
울고싶던 차 뺨을쳐 준 격이 되어
억울한 누명만 쓰게 되었다.
처녀들이 떠난 후
의욕을 잃어버린 농촌의 총각들까지
지게를 벗어던지고 상경하여
눈감으면 코베어간다는 요지경세상 서울에서
찾아낸 이뿐이의 현실은
그들이 상경할때 꿈꾸었던
이상향의 도시만은 아니었으니..
이 노랫말은
참으로 쉬운 말 만을 이어놓은
한편의
서사시이다
전문가도 해석에 논란을 부른다는
난해한 단어들로 쓰여져
서구 모더니즘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T.S엘리엇의 'The Waste Land(황무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쉽게그려낸 한시대의 현상과 그늘..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중략)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한번 덤테기 쓴
누명초차도 억울하기 그지없는데
1978년에 미남가수 최헌이 부른
'앵두'라는제목의 노래가사에선
한껏 유혹해놓고는 흔적도없이
떨어져버리는 사랑의 변절자로서
비유되고있으니
그저 수수하고 보잘것없는 떨기나무로서
크지도, 그다지 맛있지도않은 열매를
맺었을 뿐인 앵두나무로서는
영향력있는 로펌에라도 의뢰해
'명예훼손 청구소송'이라도 내야 할 판이다.
"내가 뭘 어쨌냐고요~"
첫댓글 좋은글과 그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