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 127권, 세종 32년 윤1월 3일 무신
직집현전(直集賢殿) 성삼문(成三問)·응교(應敎) 신숙주(申叔舟)·봉례랑(奉禮郞) 손수산(孫壽山)에게 명하여 운서(韻書)를 사신에게 묻게 하였는데, 삼문(三問) 등이 관반(館伴)을 따라 뵈니, 사신이 말하기를, "이분들은 무슨 벼슬을 하는 사람입니까." 하니, 김하가 말하기를, "모두 승문원 관원이고, 직책은 부지승문원사(副知承文院事)입니다." 하고, 수산(壽山)을 가리키면서, "통사(通事)입니다." 하였다. 정인지(鄭麟趾)가 말하기를, "소방(小邦)이 멀리 해외(海外)에 있어서 바른 음(音)을 질정(質定)하려 하여도 스승이 없어 배울 수 없고, 본국(本國)의 음(音)은 처음에 쌍기 학사(雙冀學士)에게서 배웠는데, 기(冀) 역시 복건주(福建州) 사람입니다." 한즉, 사신이 말하기를, "복건(福建) 땅의 음(音)이 정히 이 나라와 같으니 이로써 하는 것이 좋겠소."하였다. 하가 말하기를, "이 두 사람이 대인(大人)에게서 바른 음(音)을 배우고자 하니, 대인(大人)은 가르쳐 주기를 바랍니다." 하였다. 삼문(三問)과 숙주(叔舟)가 《홍무운(洪武韻)》을 가지고 한참 동안 강론하였다. 사신이 과거 제도(科擧制度)를 묻되, "역시 향시(鄕試)와 회시(會試)가 있습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모두 명나라 제도를 모방하였습니다." 하였다. 사신이 말하기를, "장원한 자를 무엇이라 부릅니까." 하매, 대답하기를, "을과(乙科) 제1인(第一人)이라 합니다."한즉, 사신이 말하기를, "어째서 갑과(甲科)라 부르지 않고 을과(乙科)라 부릅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명나라에서 갑과(甲科)라 부르는 까닭으로 감히 같게 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그렇소." 하였다.
○命直集賢殿成三問、應敎申叔舟、奉禮郞孫壽山, 問韻書于使臣。 三問等因館伴以見, 使臣曰: "是何官也?" 金何曰: "皆承文院官員, 職則副知承文院事也。" 指壽山曰: "此通事也。" 鄭麟趾曰: "小邦遠在海外, 欲質正音, 無師可學。 本國之音, 初學於雙冀學士, 冀亦福建州人也。" 使臣曰: "福建之音, 正與此國同, 良以此也。" 何曰: "此二子, 欲從大人學正音, 願大人敎之。" 三問、叔舟將《洪武韻》講論良久, 使臣問科擧之制曰: "亦有鄕試會試乎?" 答曰: "悉倣朝廷之制。" 使臣曰: "爲魁者, 何以爲號?" 答曰: "乙科第一人。" 使臣曰: "何不稱甲科, 而稱乙科乎?" 答曰: "朝廷稱甲科, 故不敢比擬也。" 使臣曰: "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