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제 2 권
제 사. 신해품
제 5 장
저희들은 오늘에야 부처님의 말씀 듣고
기뻐서 펄쩍 뛰며 일찍이 없던
희유함을 얻었나이다.
성문도 성불한다 부처님께서 설하시니
위없는 보배더미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었나이다.
비유컨대 어린 아들 철이 없고 무지하여
아비 떠나 도망 나가 타향 땅에 멀리 가서
여러 나라 떠돌면서 오십여 년 되었거늘
그의 아비 걱정하며 사방으로 찾았나이다.
찾고 찾다 지친 끝에 어떤 성에 머물러서
큰 집을 지어놓고 오욕락 속에 빠져 지냈는데
그 집 주인 큰 부자로 여러 금과 은과
자거와 마노와 진주와 유리며
코끼리 . 말 . 소 . 양과 가마 . 수레들과
논과 밭에 하인들 문객들도 많았으며
들고 나는 이익들이 타국까지 두루 퍼져
장사치와 고객들이 이곳저곳 문전성시
천만억의 사람들이 주위에서 떠받들고
왕이나 왕족들마저 항상 그를 우대하고
신하들과 호족들도 다 같이 존경하니
이런 저런 인연으로 오고가는 사람 많았나이다.
이처럼 부유하고 큰 세력도 지녔건만
나이 들어 늙어가니 아들 생각 더 간절
하여밤낮으로 생각하길 '눅을 때가 다가오는데어리석은
그 아들은 헤어진 지 오십여 년 되었으니
창고에 쌓인 모든 재물들을 어찌하면 좋을건가.'
그 무렵 궁한 아들 옷과 밥을 구하려고
이 고을 저 고을로 이 나라 저 나라로
어느 때는 얻어 먹고 어느 때는 얻지 못해
굶주리고 야윈데다 몸에는 옴과 버짐 생겼으며
이곳저곳 다니다가 아비 사는 성에 닿아
품을 팔고 전전하다가 아비 집에 이르렀나이다.
그때 부호 장자 자기 집의 문안에서
보배휘장 둘러치고 사자좌에 앉았는데
권솟들에 둘러싸여 하인들의 시중받거늘
어떤 사람 금과 은 각종 보물들을 계산하고
들고 나는 재물들을 장부에 기록했나이다.
아버지의 존엄함을 궁한 아들 바라보며
'저 분은 국왕인가 아니면 왕족인가.'
놀라고 두려워서 '이 곳을 왜 왔는가.'
다시 또 생각하니
'여기 오래 머물다간괴롭힘을 겪으면서 강제 사역 당하리라.'
이렇게 생각 들자 도망치듯 달려가며
작은 마을 찾아가서 품팔이를 하려 했나이다.
바로 끄때 장자는 사자좌에 올라앉아
멀리서도 자기 아들 바로 알아보고
즉시 사람 보내서 쫓아가서 데려오게 하니
빈궁한 아들 크게 놀라 혼절하여 넘어지며
'이 사람이 날 잡으니 이제 나는 죽었구나.
먹고 살기 무어라고 내가 여기 왜 왔는가.'
장자가 생각하니 어리석고 못난 아들
자기 말을 믿지 않을 뿐더러
아버지도 몰라보는 것을 알고
곧 방편으로써 다른 사람 보내는데
애꾸눈에 볼품없는 못난 사람 시켜 말하기를,
'네가 가서 함께 품을 팔면
똥거름이나 치워주고 품삯은 배로 준다고 하여라.'
궁한 아들 그 말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똥거름도 치우고 온 집안을 청소했나이다.
장자가 창 틈으로 항상 아들을 바라보니
어리석고 못난 자식 천한 일을 좋아하여
이에 장자는 허름한 옷 갈아입고
똥거름 치는 기구 들고 아들에게
다가가서 방편으로 하는 말이,
'부지런히 일 잘하면 품삯도 더 올려주고
발에 바를 기름과 음식도 넉넉하게 주고
자리도 따뜻하게 해주리라.'
다시 간절히 타이르며,
'마땅히 부지런일 일을 잘하게.'
또 부드러운 말로 '너는 마치 내 아들과 같다.'
장자가 지혜로워 점차 그로 하여금 출입시키면서
이십 년을 지내도록 집안일 보게 하고
금과 은과 진주와 파려 등 보배들을 보여주며
들고 나는 모든 재물 다 맡아서 처리하게 하였으나
아들은 여전히 대문 밖 초가집에서 살아가며
스스로 가난하다 생각하여 '내 것은 하나도 없도다.'
아버지는 점차 아들의 마음 넓어짐을
알아보고 재산을 물려주려
친족들과 궁와 . 대신 . 찰리 . 거사들을
모아놓고 대중들에게 말하되,
'이 사람은 내 친아들로
나를 떠나 타향 가서 오십 년을 지내다가
우연히 날 찾아와 만난 지 이십 년이 지났구려.
옛날에 한 성에서 이 아들 잃고 나서
두루 찾고 다니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니
나의 모든 재산들과 집과 하인 등을
모두 다 그에게 물려주어 뜻대로 쓰게 할 것이오.'
'옛날에는 가난하고 뜻도 좁고 적었지만
지금은 아버지 집에서 귀한 보배와 집과
큰 재산을 모두 얻었다네.'
아들은 크게 환희하여 일찍이 없던희유함을 느꼈나이다.
부처님께서도 이와 같아
저희가 소승을 좋아하는 줄 아시고는
너희도 성불한다 말씀하지 않으시고
단순히 저희에게 여러 무루의 법 얻어
소승을 이룬 성문제자라고 말씀하셨나이다.
부처님이 저희에게 위없는 진리 설하시며
이 법을 닦는 사람 반드시 성불한다고 하셔서
저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며
보살들을 위하여 온갖 인연과 비유와 갖가지 말로써
위없는 진리 설했나이다.
그때 많은 불자들이 저희로부터 법을 듣고
밤낮으로 생각하며 부지런히 익혔더니
이때에 부처님들께서 그들에게 수기를 주시되,
'너희들은 오는 세상에 마땅히 부처가 되리라.'
모든 부처님들의 비밀스런 법을
보살들반을 위해 참된 실상 연설해주고
저희 자신들을 위해서는 참된 이치 설하지 않았으니
마치 저기 궁한 아들이 아버지를 가까이 모시고
비록 모든 살림 맡았으나 가질 마음 전혀 없었듯
저희들도 부처님의 보배 법장 연설하지만
내 것으로 삼으려는 뜻 없었으니
또한 이와 같았나이다.
저희들은 번뇌 끊는 것만을 스스로 흐뭇해하고
오직 그 정도만 만족하고 다른 일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불국토를 맑게 하고 중생들을 교화해야한다는 말씀을
듣고서도 도무지 기쁘지 않았나이다.
저희들은 오랜 세월 부처님의 지혜에는
욕심이나 애착 없고 마음으로 더 바리지도 않은 채
저희들이 얻은 법만이 구경이라 생각했나이다.
저희들이 오랜 세월 공한 법을 닦고 익혀
삼계의 고뇌와 근심에서 벗어나
최후의 몸 유여열반 얻었노라 생각하고
부처님의 교화 입고 참된 도를 얻었으니
부처님의 크신 은혜 보답했다고 여겼나이다.
절희들이 많은 불자들에게
보살법을 말해주어 불도를 구하게 했으면서도
정작 그 법을 원치 않았나이다.
도사께서 그냥 내버려두신 것은
저희들의 마음 관하여 다 아셨기 때문이니
처음부터 실다운 이익 있다고권하시지 않으셨나이다.
마치 아들의 뜻 못났음을 부호 장자 이미 알고
방편의 힘으로써 아들 마음 조복하고
그런 뒤에 모든 재산 물려준 것과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도 이와 같아 희유한 일 보이셔서
저희가 소승법을 좋아하는 것 아시고 방편력으로
마음을 조복하신 뒤에 대승 재혜 가르쳐 주셨나이다.
저희들은 오늘에야 일찍이 없던 희유함을 얻었나니
바라던 일 아니지만 저절로 얻었으니
궁한 아들 많은 보배 얻은 것과 같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도를 얻고 과위도 얻어
무루법에 대해 청정한 안목을 얻었나이다.
저희들이 오랜 세월 부처님의 청정 계율 지키다가
비로소 오늘에야 그 과보를 얻게 된 것이며,
법왕의 법 가운데서 오랜 수행 닦은 공덕으로
이제야 무루의 위없는 큰 과위를 얻었나이다.
저희들이 오늘에야 참된 성문이니
불도의 소리로써 일체 중생들 듣게 하겠나이다.
너희들이 오늘에야 참된 아라한이니
모든 세간 천신과 사람과 마구니와 범천 등
널리 대중 가운데에서 공양 받겠나이다.
제 6 장
세존의 크신 은혜 드물고 희유한 일로써
대비심으로 교화하시고 이익되게 하시니
무량억 겁에 누가 능히 그 은혜를 갚으리까.
손발 되어 받들고 머리 숙여 예경하며
온갖 것으로 공양해도 그 은혜 다 갚을 수 없으며
머리 위에 받들거나 두 어깨에 업고 다니며
항하사의 오랜 세월 마음 다해 공양하고
맛좋은 음식들과 한량없는 보배옷과
좋은 침구와 여러 가지 탕약으로 공양올리고
우두전단향과 여러 가지 보배로
탑묘를 헤우고 보배옷을 땅에 펼치는 등
이와 같은 온갖 것으로 항하사 오랜 겁을
정성 다해 공양해도 갚을 수 없나이다.
부처님들 희유하사 한량없고 가이없는
불가사의한 큰 신통력 있으시며
무루의 열반 지닌 일체의 법왕이시건만
못난 중생 위해 일승의 가르침 참으시고
상에 매인 범부 중생 근기 따라 설하셨나이다.
모든 부처님들 법에 자재하시어
중생들의 온갖 욕망과 의지력을 아시고
중생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한량없는 비유로써 미묘한 법 설히시되
여러 중생들 전세의 선근을 따라서
성숙한 근기인가 미숙한 근기인가 살피시어
갖가지로 헤아리고 분별하여 아시고는
일승도를 삼승으로 설하셨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