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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창조가 세상의 신화들과 비슷한 것이 아니고,
오직 진리인 성경을 사탄이 희석시키려하여
세상의 많은 신화들을, 사탄이 신화들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 요루바 - 서아프리카
『태초에 세상은 일정한 형태가 없는 카오스였다. 물기는 많았지만 바다도 육지도 아닌 습지였을 뿐이다. 그 위의 하늘에는 최고의 존재인 올로룬이 신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올로룬을 받드는 신들 중에는 위대한 신이라고 불리우는 오리샤 늘라도 있었다.
올로룬은 오리샤 늘라를 자신의 처소로 불러 세상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굳은 땅을 만들 때가 된 것이었다. 올로룬은 오리샤 늘라에게 임무를 수행하라고, 마법의 흙이 담긴 달팽이 껍질과 비둘기 한 마리, 그리고 발가락이 다섯 개 달린 닭 한 마리를 주었다. 오리샤 늘라는 카오스로 내려와 카오스를 재편성하는 일에 착수하였다.
그는 마법의 츩을 한켠으로 던졌다. 그러자 비둘기와 닭이 마법의 흙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비둘기와 닭이 계속 흙을 파헤치자 마침내 바다와 육지가 완전히 분리되었다. 땅을 만드는데 나흘이 걸렸고, 다섯째날 오리샤 늘라는 일에서 손을 떼고 휴식을 취했다. 이 번에는 올로룬은 오리샤 늘라를 통해 나무를 심게 했다. 기름야자나무도 이 때 심어진 것이다. 올로룬은 씨앗들에 수분을 주기 위해 하늘에서 비를 내렸다. 이 씨들이 자라서 거대한 숲을 이루었다. 하늘에서 올로룬은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흙으로 사람을 빚은 것은 오리샤 늘라였지만, 이 사람들에게 생명을 준 자는 최고의 신인 올로룬이었다.』
▶야쿠트족(Yakut)
- 알타이 산맥과 바이칼 호수 북쪽의 시베리아에 분포
『옛날에 하느님 이린 아지 토존(YrynAjyTojon)이 넓은 바다 위에 고기의 부레같은 것이 떠 있는 것을 보시고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온 누구냐?"
"바다 밑에 있는 땅에 사는 귀신입니다."
"바다 밑에 땅이 있다면 조금만 가져 오너라."
귀신은 물 속에 들어가 흙을 가지고 나와서 하나님에게 드렸다. 하느님은 그 흙을 바닷물 위에 띄워놓고 그 위에 앉으셨다. 귀신은 하느님을 바다에 빠뜨리려고 흙은 밟았다. 하느님이 말씀하시기를,
"흙아, 커져라. 커져서 땅이 되어라."
그러자 흙이 점점 커져서 큰 땅이 되었다. 땅에 산과 골짜기가 있고 울퉁불퉁한 것은 귀신이 차고 밟은 자리이다.
하느님은 땅을 만드신 후 돌로 사람 형상을 만드시고 그 속에 숨을 넣어 주셨다. 하느님이 처음 만드신 사람은 하얀색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구경하며 걸어다녔다. 동쪽에 가보니 넓고 밝은 벌판에 높은 산이 있고, 그 꼭대기에 큰 나무가 있었다. 나무의 꼭대기는 일곱층의 하늘 위에까지 솟았고, 뿌리는 땅 밑에 있는 깊은 나라까지 내려갔다. 나무에서 흐르는 진이 나무 아래 괴어 있는데, 아주 맑고 향기로왔다. 그 나무는 생명나무였다. 사람은 그 생명의 나무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무의 신령님, 땅의 신령님, 숨 있는 모든 것이 짝을 지어 살며 가지를 치고 있는데, 사람인 저만은 짝이 없이 혼자 회롭게 살고 있습니다. 이게 어디 사는 것이라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머리 숙여 무릎 꿇고 비오니 제게도 짝을 보내 주십시오."
그러자 그 나무가 딱 하고 갈라지더니, 나무 속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나와 유방을 드러내고 먹으라고 동작으로 일러 주었다. 그 젖을 먹으니 원기가 샘솟는 기분이었다. 나무에서 나온 신령님은 그 사람에게 온갖 복을 주고 물, 불, 쇠 등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하였다.』
▶피마 - 아메리카
『태초에 세상에는 어둠과 물뿐이었다. 어떤 곳에서 어둠이 뭉치더니, 그 어둠 덩어리에서 창조주가 만들어졌다. 창조는 하릴없이 물 위를 떠돌아다니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심장 속으로 손을 넣어 마법의 창조 지팡이를 꺼냈다. 그는 이 마법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걸어다녔다. 지팡이 끝에 나뭇진이 맺히자 그것을 조금 떼어 내 발로 굴려, 완벽한 공모양으로 만들었다. 창조주는 나무진을 굴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나는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본다.
세상이 완성되는구나.
나는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본다.
세상이 완성되는구나.
구르거라, 굴러
구르거라, 앞으로!
그가 노래를 부르자 공은 점점 커지고 커져 마침내 현재의 지구 크기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지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위에 예를 든 신화들과 성서와의 공통점은 우선 태초에는 혼돈만이 가득했다는 점이다. 피마의 신화에 나오는 '창조주는 하릴없이 물 위를 떠돌아다니며'라는 구절은 성서의 '그 물 위에 하나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는 구절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둘째로 세상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성서에 나타난 것처럼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은 창조했다라는 부분과 야쿠트족의 신화에서 하느님이 땅이 커져라고 말하는 부분과 일치하며 피마족의 천지창조 신화에 나타나는 창조주가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셋째로 인간의 창조에 대해서도 요루바와 야쿠트 신화와 성서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인간을 흙으로 창조한다라고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야쿠트 신화에 등장하는 생명나무 역시 성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지능인이 지상에 처음 발을 내딛인 것은 약 3만5천년 전이라고 한다. 그 때의 인간들도 지금과 같이 힘센 존재는 아니었다.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당시의 인간들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에 무조건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노예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고할 줄 아는 자였고, 자신들이 무조건 복종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의문들을 가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막연한 인과관계를 감지했을 것이다.
마빈 해리스의 말처럼 한가지 그럴듯한 대답으로서, 인과적인 행동이나 사물에는 관찰된 효과를 달성하도록 하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애니미즘으로부터 다신관으로 진화했고-성서에서도 다신관적인 색채를 살펴볼 수 있는데 위의 신화에서 인간을 창조하는 부분일 것이다-, 다시 이로부터 마침내 유일신관에 이르렀다고 한다.
생명과 정신에 대한 집요한 추구, 자연의 신비에 대한 매혹, 물질의 내적 구조를 관통하고자 하는 노력 등, 이러한 모든 추구와 충동은 원초적이고 본래적이어서 다른 지역에 살았던 다른 민족이었지만 비슷한 신화를 만들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타락도 신들의 책임인가?
인간의 타락에 대해서도 성서와 유사한 해석을 하고 있는 신화들이 있다. 성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제일 간교한 것이 뱀이었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나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여자가 뱀에게 대답했다.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동산에 있는 나무열매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따 먹되, 죽지 않으려거든 이 동산 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 그러자 뱀이 여자를 꾀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나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따 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리웠다.
하나님이 사실을 알게되고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너는 저주를 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어야 하리라.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그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이리라."
그리고 아담과 하와에게는 노동과 출산의 고통고통을 겪게 하셨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가 생명나무 열매를 따 먹고 끝없이 살게 될까 그들은 에덴 동산에서 내쫓으시고 생명나무의 길목을 지키게 하셨다.』
▶야쿠트족
『하느님이 돌로 사람형상을 일곱 개 만들어 놓고 사람형상들에 넣어주실 숨을 가지러 하늘로 올라가셨다. 하느님이 떠난 후에 마귀가 날마다 찾아와서 사람의 형상을 구경시켜 달라고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허락하지 않으므로 마귀는 닳지도 않고 갈아입을 걱정도 없는 좋은 털옷을 줄터이니 보게 해 달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사람은 이를 승낙하였다. 마귀는 사람 형상을 보다가 똥을 누어서 칠해 놓았다.
하느님이 와서 사람 형상에 마귀가 똥칠을 해 놓은 것을 보시고는 마귀의 말을 들은 사람을 개로 만드셨다. 그리고 사람 형상은 안팎을 뒤집어 놓고 숨을 불어넣어 산 사람이 되게 하셨다. 사람의 속이 똥처럼 더러운 것은 그 때문이다.
하느님은 이렇게 만드신 사람 일곱 중에서 넷에게만 여자를 주어 부부가 되게 하고 셋에게는 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에 간음이 있게 되었다. 네 여자가 딸 하나씩 낳자 아내가 없던 세 남자도 아내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자 하나가 남았다. 남은 여자는 창녀가 되었다. 그래서 세상에는 창녀가 있게 되었다.』
▶갈말족의 신화 - 중앙아시아 아스트라칸 지방
『땅이 처음 생겨난 그 옛날 사람들은 빛나는 사람이었으므로 해도 달도 필요치 않았다. 그래서 해도 달도 없었다. 그런데 하느님이 먹지 말라고 하신 열매를 먹은 후부터 사람들은 빛을 잃고 세상이 캄캄하게 되었다. 그해서 하느님이 해와 달을 주셨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끝없이 오래 살았다. 그러나 살아오는 동안에 여러 잘못을 저질러 수명이 짧아졌다. 1백 대(代)에 한 해씩 수명이 짧아져서 지금은 사람의 수명이 60년 가량으로 되었다. 앞으로 더 짧아져서 결국엔 10년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키도 처음에는 하늘만큼 컸으나 점점 줄어들어서 지금처럼 되었다. 앞으로 더 작아져서 사람의 키가 우리의 엄지손가락만큼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미륵부처님이 보내신 이가 오셔서 모든 사람을 구원해 주신다. 그래서 사람의 목숨도, 몸도 다시 처음과 같이 되게 해 주신다.』
잉카의 신화에서 살펴보면 어둠에서 세상을 만든 창조주인 콘이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기 위해 지상을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놓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콘이 자신들에게 베푼 은혜를 잊고 반란을 일으키게 되고, 그래서 콘에게 벌을 받게 된다. 콘은 그들에게 더 이상 비를 내려 주지 않게 되어 가련한 인간들은 악취가 코를 찌르는 말라빠진 강바닥에서 한 방울의 물이라도 끌어올리려고 고된 노동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타락의 원인에 대해서 신화는 대채로 두가지 형태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책임 소재가 인간 자신에게 있다는 쪽과 반대로 신의 섭리에 반하는 악마(마귀)에 의한 쪽이라는 것이다. 성서는 대채로 이 두가지 형태가 혼합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인간을 현혹하여 죄를 짓게 만드는 악마와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같이 나타고 있기 때문이다.
야쿠트족의 신화에서는 그 책임을 전적으로 마귀에게 떠넘기고 있으며, 그로인한 인간의 타락이라고 해석하고 있는반면, 잉카의 신화와 갈말족의 신화는 후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갈말족의 신화는 성서와 너무도 비슷한 인상을 주고 있다.
신의 명령을 어긴 인간의 삶은 고통으로 귀결된다는 이야기이다. 갈말족의 신화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을 할 때의 체구-현대인들의 체구와 비교해볼 때 신장은 비슷한 정도였으나, 근력은 훨씬 발달했다고 한다-보다 농경 사회가 되면서 인류의 체구는 몹시 외소해졌다는 것이다. '순수한 종교 현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종교 현상은 항상 사회적·경제적·심리적 현상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용서받을 수 없는 타락
인간이 저지른 죄로 인해서 신은 벌을 내린다. 이러한 형태의 신화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대홍수 신화일 것이다. 성서의 홍수신화는 다음과 같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가득 하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 하는 것을 보시고는, "내가 지어낸 사람이지만, 땅 위에서 쓸어 버리리라.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조리 없애 버리리라"하고 탄식하셨다. 그러나 노아만은 하나님의 마음에 들었다. 노아는 셈과 함과 야벳, 이렇게 세 아들을 두고 있었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네 온 집은 방주로 들어가라. 너는 모든 정결한 짐승을 암수 일곱씩, 부정한 것은 암수 둘씩, 공중의 새도 암수 일곱씩 취하여 그 씨를 온 지면에 유전케 하라. 지금부터 7일이면 내가 밤낮으로 40일을 땅에 비를 내려 내가 지은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 버리리라." 그래서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 위에 폭우가 쏟아졌다. 물이 불어나 땅은 온통 물에 잠기고 배는 물 위를 떠다녔다. 결국 마른 땅 위에서 코로 숨쉬며 살던 것들이 다 주고 말았다.
하나님께서 노아와, 배에 있던 모든 들짐승과 집짐승들의 생각이 나셔서 바람을 일으키시니,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땅에서 물이 줄어들기 시작한 지 백 오십일이 되던 날인 칠월 십칠일에 배는 마침내 아라랏산 등마루에 머물렀다.
사십일 뒤 노아는 자기가 만든 배의 창을 열고 까마귀 한 마리를 내보내었다. 그 까마귀는 땅에서 물이 마를 때까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노아가 다시 지면에서 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알아 보려고 비둘기 한 마리를 내보내었지만, 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이레 뒤 다시 비둘기를 내보내었고, 비둘기는 금방 딴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돌아왔다. 이레 뒤 다시 비둘기를 내보내었고, 이번에는 돌아오지 않자, 배두껑을 열고 내다보니 지면은 말라 있었다. 』
▶알타이 지방의 신화
『옛날에 큰 홍수가 나서 온 세상이 바다가 된 일이 있다. 하느님은 나마라는 어진 사람을 살려 주시려고 미리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얼마쯤 있으면 큰 홍수가 나서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도 짐승도 새들도 다 죽게 된다. 그러니 너는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어라. 홍수가 시작되면 너의 모든 가족과 짐승과 곡식의 씨앗을 가지고 그 배를 타고 살아남도록 하라."
나마는 나이가 많으므로 세 아들 소존눌, 살눌, 바릭스를 시켜서 큰 배를 만들었다. 홍수가 시작된 지 이레가 되니, 물이 산꼭대기까지 올라왔고 배가 떠 있었다. 또 여러 날 지난 후에 다시 내다보니, 이제는 모든 산꼭대기마저 다 물에 잠기고 하늘과 바다뿐이었다. 배는 오랫동안 물천지 위를 떠다녔다. 마침내 홍수가 그치고 여덟 개의 산꼭대기가 바다 위어 섬처럼 나온 곳에 배가 걸렸다.
나마는 배의 창문을 열고 큰 까마귀를 날려보내며 세상 형편을 알아보고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해가 져도 돌아오지 않았다. 둘째 날은 중까마귀를 날려보내며 세상 형편을 알아보고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해가 져도 돌아오지 않았다. 셋째 날은 작은 까마귀를 날려보냈으나, 돌아오지 않았다. 넷째 날은 비둘기를 날려보내며 세상 형편을 알아보고 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비둘기는 자작나무가지를 입에 물고 돌아왔다. 그래서 나마는 이제는 홍수가 그친 것을 알았다.
까마귀들은 모두 죽은 짐승를 보고 그것을 먹느라고 돌아오지 않았다. 나마는 까마귀들이 미워져서, 그런 것이나 먹고 살아라 하고 말하였다. 그래서 까마귀들은 오늘날까지도 죽은 짐승을 먹고 산다.』
▶아즈텍 -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신화에 의하면 지금까지 네 번째의 태양의 시대가 있었고, 지금 우리는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네 번째 태양인 물의 태양 시대에 사람들은 몹시 사악해져 신 섬기기를 소홀히 했다. 신들은 진노했다. 그리하여 비의 신 틀랄록은 홍수로 세상을 멸망시키리로 했다. 그렇지만, 틀랄록은 타타와 네나라는 착실한 부부를 어여삐 여겨, 그들에게 홍수가 날 것이라고 미리 알려 주었다. 틀랄록은 타타와 네나에게 커다란 통나무릐 속을 파낸 다음 옥수수 열매 두 개를 가지고 그 안으로 들어가되, 그 옥수수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일렀다.
그리하여 타타와 네나는 옥수수 열매 두 개를 가지고 통나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물이 빠지고 타타와 네나의 통나무가 마른 땅에 닿자, 두 사람은 너무 기쁜 나머지 틀랄록의 지시를 어기고 물고기를 잡아 먹고 말았다. 두 사람은 포식을 하고 난 뒤에야 틀랄록의 명령이 생각났다.
그 때 틀랄록이 나타나서 말했다. "너희 목숨을 구해 준 데 대한 보답이 이것이란 말이냐?" 이 말과 함께 두 사람은 개로 변했다. 신들이 세상을 파괴한 것은 지극히 선량한 사람까지도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다섯 번째 태양의 시대인 현재가 도래하게 되었다.』
▶바빌로니아
『신들이 우트나피시팀에게로 와서 무서운 홍수가 닥칠 거라고 경고했다. 신들은 우트나피시팀에게 하던 일을 멈추고 그의 집을 산산히 부순 다음 곧바로 커다란 배를 지으라고 일렀다. 그리고 그의 가족과 식량, 금과 은을 비롯한 장신구들은 물론, 온갖 종류의 짐승들을 수컷, 암컷 짝지어 모두 배에 태우라고 했다.
우트나피시팀이 배를 완성하고 나자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홍수가 어찌나 지독했던지 신들마저 겁을 먹을 정도였다. 홍수를 일으킨 물의 신 에아는 애초에 자기가 계획했던 것보다 사태가 훨씬 나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들의 회의에서 악담을 하여 홍수를 야기한 미의 여신 이시타르는 자신의 잘못으로 자기 자식들이 진흙으로 변하는 모습을 몹시 슬퍼했다.
여섯 날 낮과 밤 동안 바람이 홍수를 달랬고, 마침내 날이 갰다. 물이 빠지고 나서 보니 땅은 평평해져 있었으며,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우트나피시팀은 머리를 깊이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배는 마침내 북쪽에 있는 니시르산 꼭대기에 멈췄다.
배가 산꼭대기에 닿은 지 7일이 지나자 우트나피시팀은 비둘기 한 마리를 날려 보냈다. 비둘기는 내려앉을 만한 땅이 없었기 때문에 배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트나피시팀은 제비를 내보냈으나 제비도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그는 까마귀를 내보냈다. 까마귀는 내려앉아도 될 만한 땅을 발견했기 때문에 배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트나피시팀은 이제 배에서 나가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도
『아주 먼 옛날에 마누라는 남자가 몸을 씻고 있었다. 마누는 손을 씻으려고 물항아리 속으로 손을 넣다가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그 물고기가 마누에게 말했다. "내가 완전히 클 때까지 나를 보살펴주고 보호해 주면 당신한테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신을 지켜 드릴께요." 그러자 마누가 물고기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끔찍한 일이라니?" 물고기는 머지않아 심한 홍수가 나, 땅 위에 사는 모든 인간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물고기는 마누에게 자기를 흙항아리 속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마누는 물고기가 시키는 대로 했다. 물고기가 조금씩 자랄 때마다 마누는 물고기를 더 큰 항아리로 옮겨 주었다. 마침내 물고기는 다 자라 무사히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물고기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 축에 드는 가샤가 되었다.
물고기는 이제 몇 달만 있으면 홍수가 날 거라며 마누에게 커다란 배를 지으라고 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마누는 밧줄로 자기 배를 가샤에게 묶었다. 물이 불어나자 가샤는 마누를 안전하게 인도했다. 물은 땅을 온통 뒤덮을 만큼 불어났다. 물이 빠질 때 가샤는 마누가 물에 쓸려 나가지 않도록 마누를 산꼭대기로 인도했다.』
홍수 신화들에서 우선 살펴볼 수 있는 공통점은 홍수의 원인이 인간들이 지은 죄로 인한 신들의 징벌이라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재앙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신을 섬기는 어진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홍수의 과정에서도 비슷한 줄거리를 볼 수 있는데, 계속해서 퍼붓는 폭우, 뒤이은 홍수, 그리고 생물의 재생과 부활, 그 안내자인 새의 출현등이다. 특히 알타이 신화의 경우는 성서와 차이점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원인에 대해서 어느 정신분석가는 잠자는 사람이 방광이 꽉 차 있을 때 꾼 꿈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어느 지역에서의 홍수신화이든 변혀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쪽이 옳을 것 같다. 또 실제 대홍수에 관한 고고학적인 증거도 있다.
대부분의 원시종교에서 볼 수 있는 통과의례의 집단적 해석으로서 대홍수 신화를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죽음을 통한 이전의 나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나로의 재탄생을 의미하는 통과의례의 개인적 차원의 고통을 인간이라는 자체가 가지는 타락의 과거 세계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고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통과의례에 가장 적당한 소재가 바로 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본의 창조신화에는 해저 깊은 곳에서 잠을 자다 깨어나는 거대한 잉어 이야기가 있다. 그 잉어가 격렬히 몸을 비틀며 물장구를 치는 바람에 엄청난 파도가 일고, 그 속에서 오늘날의 일본이 솟아 나왔다는 것이다. 그 반면에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버리는 바다의 요정 사이렌이나 켈트신화에 등장하는 온갖 작은 마귀들과 괴물들은 물 속에 산다고 한다. 이처럼 물은 창조와 동시에 파괴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며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인 것이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과연 신들이 보기에 흡족하였을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그렇지않다는 것이다. 많은 신화에서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의 죄악이 결국 세상을 파멸로 치닫게 한다는 내용을 하나같이 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식의 종말에 대한 강한 반발 또한 나타내고 있는데, 그것은 종말 이후에 있을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
▶인도
『인도의 신화에서는 세상은 네 개의 시대로 이루어지며, 그것이 한 주기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세상이 그 네 번째라고 한다.
세상은 수없이 창조되고, 파괴되고, 재창조되어 왔다. 인간의 네 시대는 당연히 생겨나고 반복된다. 마지막 시대가 왔다 갈 즈음이면 지구의 모든 자원이 완전히 고갈된다. 역사의 주기에서 이 시점이 바로 우주가 완전히 파괴되고 재창조가 준비되는 때이다. 비스누 신은 이제 천지 만물의 파괴자인 폭풍신 루으라의 형태를 취한다. 처음에는 혹독한 가뭄이 시작되어 100년 동안 지속된다. 이 가뭄으로 인해 지상에 있는 생명체 중 10분의 1이 죽는다. 그 다음 루드라는 태양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지상의 모든 물-지하수는 말할 것도 없고 바다, 대양, 호수, 강까지-이 말라붙는다. 모든 물이 지상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간다. 고대의 스승들은 이러한 현상을 루드라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마치 무슨 빨대 하나가 지상의 모든 습기를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지상에 남아 있는 것들은 과도한 태양의 열기에 모두 타서 없어진다. 이렇게 해서 지상과 우주의 모든 것들이 정화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루드라는 거대한 구름을 뿜어낸다. 이 구름은 지상에서 빨려 올라온 습기로 가득 차 있다. 루드라는 하늘에서 번개를 내려보내기 시작한다. 이 번개들은 1000년 동안 계속되면서 지상의 모든 불을 끄게 될 폭우의 전조이다. 폭우로 인해 물은 점점 높아져, 마침내 지표면 저 위에 자리잡고 있는 7현인들의 영역까지 차오른다. 그 때 브라흐마가 바람을 보낸다. 그러면 바람은 많은 양의 물을 마셔, 하늘에 구름을 형성해 놓는다. 세상은 이제 물의 심연, 혼돈의 바다가 되어 있다. 새로운 세상이 창조되기 이전의 원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노르웨이
『노르웨이 신화에서는 마지막이 되면 최고의 신인 오딘과 그를 모시는 신들이 거주하는 아스가르드와 요툰헤임에 거주하는 거인들, 오딘의 아들 발데르를 죽게해서 벌을 받은 로키와의 전쟁-라그나랙-이 일어나게 된다.
이 때가 되면 땅에서는 인간들이 배고픔과 추위, 홍수와 지진을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 인해 무더기로 죽게 된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오딘도 그들을 돕지 못한다. 오딘도 자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싸워야 하는 까닭에 인간들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신들의 파수병 하임달은 나팔을 불어 로키와 거인들이 아스가르드에 쳐들어왔음을 알린다. 모든 생물들이 나팔소리를 듣고 두려움에 떤다. 오래 전에 신들에게 제압당했던 늑대 펜리르는 자유의 몸이 되고,바다의 거대한 물뱀 묘르문간드가 물 위로 솟아 오를 것이다. 피얄라르라고 불리는 붉은 수탉이 거인들을 향해 투쟁의 날이 시작되었음을 아리며 홰를 치고, 오딘의 전사들이 모여 있는 발할라궁에서도 황금볏을 지닌 닭 굴린캄비가 결전을 순간을 알리면 마지막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천둥신 토르가 거대한 뱀을 죽일 것이나, 마지막 순간에 바다뱀이 독액을 내뱉어 토르 역시 죽음에 이르게 되고, 오딘 역시 펜리르와의 싸움에서 펜리르와 같이 죽게 된다. 이렇게해서 최후의 결전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양측 모두가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로써 최후의 결전은 끝나고 우주는 한 차례 순환을 끝맺게 된다. 하지만 발데르-오딘의 아들-가 지옥에서 부활하여 지난 세상에서 꽃피우지 못한 지도력을 발휘하여 생명의 새로운 순환을 앞장서서 이끌어 갈 것이다.』
▶포니 - 북아메리카
『티라와 아티우스는 만물의 주인으로, 오직 티라와 아티우스만이 우주 만물을 결정할 수 있다. 이 세상이 시작될 때 티라와 아티우스는 커다란 들소 수컷 한 마리를 북서쪽 하늘 저 멀리에 앉혀 두었다. 한 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이 들소의 털이 한 올씩 빠진다. 들소의 털이 모두 없어지면 세상이 끝나게 된다. 들소 털이 떨어질 때면 유성이 비오듯 떨어지고 해와 달이 어두워진다. 태초에 티라와 아티우스는 북극성과 남극성에 운명을 조절하는 일을 맡겼다. 옛날, 북극성이 포니족과 직접 이야기를 주고 받던 시절, 북극성은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남극성이 아주 조금씩 북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포니족에게 귀뜸해 주었다. 남극성이 북극성을 완전히 따라접게 되면 세상이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최후의 종말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은 동, 서, 남, 북 네 신의 손에 들어 있다. 서쪽신이 종말을 지시하고, 동쪽신은 그 지시에 따른다. 그러면 하늘의 별들이 새 땅에 떨어져 사람이 되고, 파멸의 시기에 이 세상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하늘 높이 날아 올라 별이 된다.』
인도의 신화에서 말하는 종말에 대한 과정은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태양계의 소멸과정에 매우 흡사하다. 노르웨이 신화의 신들의 마지막 결전은 성서에서 말하는 인류 최후의 전쟁과 비슷하다.
이러한 종말 신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종말은 대홍수 때의 물과는 상반된 불의 개념이 강하다는 것이다. 노아의 홍수가 있은 뒤 하나님이 말하듯이 앞으로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으리라던 문구가 생각난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 최후가 영원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 같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헤매며 몇 백년을 보내는 구아라니 인디언 부족처럼 위의 신화들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세상이란 속의 세계에서 성의 세계에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현세와는 다르게 악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세상일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세계의 종말이라든가 우주적 재생, 또는 황금시대같은 향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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