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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의 푸른금석문, 시사아집(詩社雅集)
일제 강점기. 일본은 우리문화 말살 정책을 펴나갔습니다. 이 때 섬마을 임자도의 유림들은 일본의 기도에 맞섰습니다. 항일의 의사표현으로 전통의 문화를 지키고자 하였습니다. 그들은 정기적 시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모임을 시사(詩社)라 합니다. 섬마을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문화항일 운동이 벌어진 것입니다. 민족의 정체성이라 할 전통문화를 고수함으로써 죽어버린 조선에 기사회생의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하였습니다. 1939년 기묘년 한해동안 활동의 결과가 책으로 엮였습니다. ‘시사아집’이라는 아담한 책자입니다. 상하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시모임에서 얻은 아름다운 시모음’이란 뜻입니다. 시사아집에 수록된 시의 형태는 칠언율시입니다. 수록규모는 130수, 제작시기는 기묘년 구월입니다. 그해 임자도의 유림들은 압구정모임, 도림모임, 전춘운(봄을 보내며) 모임, 광산모임, 장동모임 등 모두 5회에 걸쳐 시모임을 가졌습니다. 시사에 참석한 맹원은 ‘성헌장 김신수’ 등 신안군 임자도 주변 도서 유림 74인이었습니다. 시사아집은 섬마을 유림들이 전통문화를 사수하려던 간절한 염원을 푸른 돌에 새긴 금석문입니다. 시사아집 원본은 장동 마을 출신 김영회에 의해 소장되고 있습니다.
시사아집 내용
압구정시회운
押鷗亭詩會韻
1
수십명의 선비들이 남쪽나라 임자도 압구정에 모여왔다. 글 하는 이 모임 좋은 평판 얻고 있다. 훈풍 솔바람 가야금을 연주하고 해는 뜨거워져 세상이 밝다. 서생 헛되이 나이만 먹었으니 애석함이 그지없고 모처럼 벗을 만나니 다정도 다정할사. 보리 노랗게 익어가는 시절 시를 높이 부르고 향기로운 술자리 대하니 날은 차츰 기운다. 청전 靑田
拾翠人來赤帝城 以文此會好傳聲 松琴自奏薰風到 燈市方濃火德明
십취인래적제성 이문차회호전성 송금자주훈풍도 등시방농화덕명
虛老書生尤可惜 稀逢印友最多情 麥黃時節詩歌唱 且對芳樽盡日傾
허로서생우가석 희봉인우최다정 맥황시절시가창 차대방준진일경
2
구산 마을 노닐어 산 기슭 정자에 올랐다. 일대의 선비들이 모여 시 읊는 소리. 미쳐 보내지 못했는데 봄날은 늦었고 문득 깨달으니 여름날 해는 밝다. 술을 따름은 시절의 근심을 잊고자 함이요 시 벗들을 만남은 옛정을 나누고자 함이다. 멀리 바라보이는 곳 보리비는 무심히 내리고 담담한 말들 해는 서산에 기운다. /동산 同山
鷗山徜作泰山城 一代靑襟會有聲 如昨未餞春色晩 于今方覺夏燈明
구산상작태산성 일대청금회유성 여작미전춘색만 우금방각하등명
酒盃亂酌忘時慮 詩友適因講古情 麥雨無心人望處 淡淡細語日西傾
주배란작망시려 시우적인강고정 맥우무심인망처 담담세어일서경
3
벗을 찾아 내를 건너 옛 정자에 올랐다. 동구쪽 바라보니 발자국 소리 들려온다. 숲은 무성해지고 꽃 떨어지니 봄날은 가고 넓은 벌 연하 걷히니 사월이 밝아온다. 술은 붉게 타 익어가니 신선들의 멋이요 시재를 겨루니 세상의 어려움을 잊음이다.악기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점축형가 만나는 자리 회포는 끝나지 않았는데 해는 서산에 기운다./월계月溪
訪友過川上古城 洞門喜見有跫聲 千林花落三春去 大野烟晴四月明
방우과천상고성 동문희견유공성 천림화락삼춘거 대야연청사월명
紅蕉酒熟多仙趣 白戰詩爭却世情 漸筑荊歌相會席 餘懷未了日西傾
홍초주숙다선취 백전시쟁각세정 점축형가상회석 여회미료일서경
4
봄꿈 깨어 느즈막 마을을 나서니 노란 꾀꼬리 지저귀며 거문고를 타는 구나. 수양버들은 문 위에 덮개처럼 늘어져 있고 흐르는 물 티끌 씻어 앉은 자리 청명하다. 시를 비교하는 선비들 모두 논리가 정연하고 시 읊어 떠들썩한 자리 슬픔을 깨치도다. 뜬 구름 인생이 신선의 멋을 훔치고 있으니 바라건데 긴 실로 지는 해 매달기를./송산 松山
春夢已醒晩出城 黃鸝百囀奏絃聲 垂楊如盖當門翠 流水無塵入座明
춘몽이성만출성 황리백전주현성 수양여개당문취 유수무진입좌명
詩較漢家多健策 歌吟燕市動悲情 浮生偸淂仙人趣 欲以長絲繫日傾
시교한가다건책 가음연시동비정 부생투득선인취 욕이장사계일경
5
갈매기에게 길 묻고 지팡이 내짚어 강마을 정자에 찾아오니 장포 바람에 고기잡이 피리소리 실려온다. 부처님 욕불행사는 흘러 내려온 풍속 이 세상 뜬구름 인생 밝게 깨달아지이다. 웃으며 모임자리에 들어서서 옛 일을 이야기하고 인연 깊은 시 짓는 자리에서는 오늘의 느낌을 드러낸다. 만가지 회포 풀어내기 어려워라 오래토록 술 주고받으니 백일 서산에 기운다. /청하 淸河
問鷗放杖下江城 長浦風傳漁笛聲 諸天浴佛流來俗 伊世浮生覺在明
문구방장하강성 장포풍전어적성 제천욕불유래속 이세부생각재명
笑入酒筵論古說 緣深詩榻吐今情 萬端懷緖總難叙 酬酌遲遲白日傾
소입주연논고설 연심시탑토금정 만단회서총난서 수작지지백일경
6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늦으막이 정자로 내려왔다. 난정의 옛모임이 또 오늘 열렸구나. 정원의 새들은 맑은 소리로 지저귀고 들판의 경치는 밝은 햇빛으로 비쳐온다. 만가지 미친 풍진이 오늘의 일들이요 이 자리 강론은 모두가 시정이다. 좌중의 뜻이 혼연히 합해지고 돌아갈 길 잊었는데 해는 이미 기울어/도은 桃隱
追友江南晩下城 蘭亭古契又今聲 園禽囀舌淸音爛 野景滿眸白日明
추우강남만하성 난정고계우금성 원금전설청음란 야경만모백일명
萬狂風塵如今事 一床講論總詩情 座中氣味渾然合 却忘移程日已傾
만광풍진여금사 일상강론총시정 좌중기미혼연합 각망이정일이경
7
늦으막 푸른 풀 밟고 바닷가 정자에 들었다. 압구정 사월 또 꾀꼬리 소리 들리고.숲은 우거지고 봄은 다해 정원에 녹음이 짙어지고 보리가 익어가니 들판은 밝아진다. 버드나무와 꽃을 찾아 꿈속 길을 걸어들어 시 짓고 이를 읊으니 기쁨이 아니더냐. 친구 만난 감회를 다 풀지 못했는데 서산에 해 이미 기울었다. /백촌 栢村
晩踏草靑入海城 鷗亭四月又鶯聲 深林春盡園生綠 大麥秋來野受明
만답초청입해성 구정사월우앵성 심림춘진원생록 대맥추래야수명
問柳訪花徒惱夢 賦詩舒嘯是歡情 相逢知己還多感 未盡言懷日已傾
문류방화도뇌몽 부시서소시환정 상봉지기환다감 미진언회일이경
8
지난 모임은 파도 꽃피는 마을에서 열렸는데 다시 오늘 날을 잡아 시모임을 열었다. 질박하고 정직함은 어찌 ‘급암’을 당하며 문장은 어느 누가 ‘도연명’을 앞지를까. 의로움은 지사에서 생겨 군색함이 없으며 정은 친한 이에게 생겨 끊임이 없도다. 그윽한 정 풀어내며 담소 짓는 이 자리 어느덧 해 기울어짐도 깨닫지를 못했네 /구정 鷗亭
前期曾上瀾花城 更卜此辰始有聲 質直何傷爲汲黯 文章誰可學淵明
전기증상란화성 갱복차진시유성 질직하상위급암 문장수가학연명
義生志士無窘我 情自親人不懈情 欲叙幽懷談笑席 於焉忘却日西傾
의생지사무군아 정자친인불해정 욕서유회담소석 어언망각일서경
9
푸른버들 십리길 외로운 정자 벗을 찾는 노란 꾀꼬리 또다시 우지짓네. 피비린내 나는 강산에는 모두 다 전쟁준비에 바쁜데도 별천지 이곳만은 홀로 문명이 빛난다네. 화원의 약속을 어찌해서 저버렸나, 풀 덮힌 의자 선비들이 다정하다. 옛날일 회고하며 오늘을 바라보니 감개가 솟구쳐 장차를 기약하며 백주한잔 기울인다. /농산 農山
綠楊十里是孤城 求友黃鸝復有聲 腥雨江山皆武備 別天日月獨文明
녹양십리시고성 구우황리부유성 성우강산개무비 별천일월독문명
花園負約曾何事 草榻蓋簪亦有情 懷古視今多感慨 謨將白酒一樽傾
화원부약증하사 초탑개잠역유정 회고시금다감개 모장백주일준경
10
천천히 길을 걸어 버드나무 무성한 정자에 이르니 날아가는 꾀꼬리 소리 친구를 찾는구나. 주루에서 마신 술 아직도 취해 있는데 우연히 얻은 시모임 눈빛 갑작이 밝아온다. 향기로운 풀 들판 걸어 자주 꿈속에 들어가니 꽃은 어제 지고 이미 정을 잊었다네. 노년에 이같은 즐거움 다시 없으니 말 잊은 오늘의 모임 햇빛이 저문다. /후산 後山
緩步徘徊楊柳城 流鶯巧似喚吾聲 行尋酒肆身尙醉 隅得詩筵眼忽明
완보배회양류성 유앵교사환오성 행심주사신상취 우득시연안홀명
芳草平原頻入夢 洛花昔日已忘情 老來滋味無如此 休說今遊日色傾
방초평원빈입몽 낙화석일이망정 노래자미무여차 휴설금유일색경
11
봄을 보내고 여름 맞은 녹음 짙은 정자 바람 불어와 보리물결 일렁이는 소리.풀은 정원에 푸르고 장대끝에 걸린 해는 공중에서 밝아있다. 슬기로운 선비들은 고아한 학문을 이야기하고 속된 선비들은 세상사 느낌을 무단히 이야기한다. 내 이것 외 무엇을 찾아 즐기랴. 시 짓고 읊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화계 華溪
餞春迎夏綠陰城 風氣初生麥浪聲 八葉蓂芽庭上碧 數竿燈火半空明
전춘영하녹음성 풍기초생맥랑성 팔엽명아정상벽 수간등화반공명
智人有意運纓數 俗士無端論世情 吾遊此外救何事 詩以咏之酒以傾
지인유의운영수 속사무단논세정 오유차외구하사 시이영지주이경
12
산으로 에워싸인 압구정 정자 친한 벗들 모여 시 읊는 소리들 낙화 친구를 보내니 봄빛은 저물고 방초는 벗들을 맞이한데 해는 어찌 밝아오는가. 물은 흘러 기세는 천년의 자취요 산이 우뚝 섬은 만고의 정이다. 백세 이어지는 놀이 즐겁지 않음이 없으니 술좌석 취하는 자리 해는 서쪽에 기운다. /눌암 訥菴
山繞鷗亭前後城 親朋會席又詩聲 落花送客春光暮 芳草迎人何日明
산요구정전후성 친붕회석우시성 낙화송객춘광모 방초영인하일명
水流氣勢千年跡 山立精神萬古情 百世此遊無不樂 酒樽醉席日西傾
수류기세천년적 산립정신만고정 백세차유무불락 주준취석일서경
13
만 마리 꾀꼬리 곳곳에 나는 산 마을 정자. 압구정 들어가니 친구를 부르는 소리
물과 돌은 나그네의 취향을 맞이하고 구름은 사람을 기쁘게 한다. 계곡가 수양버들은 아침 연하 속에 서있고 울타리 아래 엄나무는 백옥처럼 빛난다. 때는 임자도 욕불일이 되었고 놀이는 이어지는데 해는 장차 기운다. /화수 華峀
萬鶯處處一山城 趁入鷗亭喚友聲 水石種靈邀客趣 需雲甘味悅人情
만앵처처일산성 진입구정환우성 수석종령요객취 수운감미열인정
溪邊楊柳朝烟薄 籬下刺桐白玉明 時値廣陵僧浴佛 吾遊長往日將傾
계변양류조연박 리하자동백옥명 시치광릉승욕불 오유장왕일장경
14
욕불일 오늘 향기로운 풀 속 압구정. 기약이 있어 서로 모여 시 읊는 소리 파도는 돌을 천년 갈아 여울 돌 흰빛 띄고, 밟는 모래 십리길 붉게 핀 해당화. 가는 비 내리는 맑은 강 고기잡이 흥이 나고 밭에 가득찬 보리는 농부들의 마음 정겹게 한다.
뜻이 높은 벗들과 맺은 모임 빼어난 자리 쌓인 회포를 풀어가려는데 해는 다해 기울어 가고. /남중업 南仲業
浴佛今辰芳草城 有期相會放詩聲 磨石千年灘齒白 踏沙十里海棠明
욕불금진방초성 유기상회방시성 마석천년탄치백 답사십리해당명
細雨淸江漁子興 滿田大麥野人情 高朋結社勝遊席 欲叙積懷盡日傾
세우청강어자흥 만전대맥야인정 고붕결사승유석 욕서적회진일경
15
버드나무 바람소리 들으며 산마을 압구정에 올랐다. 꾀꼬리 소리는 벗을 부르는 소리로다. 시 읊지 않은 날 없으니 이태백과 같고 오래도록 취하니 도연명과 같도다.
뻐꾸기 우는소리에 여름이 옴을 알겠고 엄나무 꽃이 피니 봄날의 정이 느껴진다. 난정 옛일을 오늘 다시 보게되어 모임자리 즐기느라 해 기움도 잊었노라. /이공숙 李公淑
聞風隨柳上山城 鸎語堪聽喚友聲 無日不吟同太白 有時長醉似淵明
문풍수류상산성 앵어감청환우성 무일불음동태백 유시장취사연명
布穀鳥鳴知夏節 刺桐花發感春情 蘭亭古事又今見 却忘遊筵日已傾
포곡조명지하절 자동화발감춘정 난정고사우금견 각망유연일이경
16
들 초막 버드나무 심어진 압구정, 제비 꾀꼬리 나는 속에 친구들의 노래소리. 꿈결처럼 꽃이 지니 봄을 어찌 믿겠으며 들에는 풍년이 드니 보리가 빛을 받는도다. 오늘 잔돌리며 시읊는 모임 세상의 어려움을 잊게 하고 오늘 안개 낀 달은 민초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의기투합 상봉하여 먼저 술을 부르고 백번 취한들 사양하랴 잔 기울여 권하네. /권윤석 權潤石
平野草鋪柳作城 鷰賓鶯友弄歌聲 落花如夢春無信 滿野登豊麥受明
평야초포류작성 연빈앵우농가성 낙화여몽춘무신 만야등풍맥수명
此日咏觴忘世味 幾時烟月樂民情 相逢意氣先呼酒 百醉何辭勸數傾
차일영상망세미 기시연월낙민정 상봉의기선호주 백취하사권수경
17
남쪽나라 봄 지난 후 압구정에 올랐다. 늦봄 계절을 어찌 믿을 수 있으랴. 한 마리 새도 울지않아 산은 정을 다하였고 안개는 잦아들어 낮하늘은 밝아왔다. 어린 모 푸르러지니 물댈 때가 되었음을 알겠고 늦보리 익어가니 보릿고개가 풀림을 알겠도다. 녹음 방초 좋은 계절 호기어린 술자리 서로 잔을 기울인다. /수암 守菴
江南春後又登城 晩節豈圖有信聲 一鳥不啼山盡情 漲霞消盡午天明
강남춘후우등성 만절기도유신성 일조불제산진정 창하소진오천명
穉秧漸翠知灌力 遲麥垂黃解饉情 際是綠陰芳草節 樽前豪氣好相傾
치앙점취지관력 지맥수황해근정 제시녹음방초절 준전호기호상경
18
수양버들 노란 꾀꼬리 우거진 풀 압구정, 님 찾는 소리소리 즐겁게 들려온다. 강남에 비 그치니 풀빛이 새롭고 들판 바깥 온화한 바람 보리가 빛 오른다. 우리들은 유학을 익히고 행인들은 세상사람들의 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의관 갖춘 많은 선비들 단란하게 앉아서 시짓고 화합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노기섭 盧己燮
垂柳黃鸝蓼下城 聲聲求友喜聞聲 江南雨歇草生色 野外風和麥受明
수류황리요하성 성성구우희문성 강남우헐초생색 야외풍화맥수명
居子常修君子道 行人莫說世人情 衣冠濟濟團欒座 詩以和之酒以傾
거자상수군자도 행인막설세인정 의관제제단란좌 시이화지주이경
19
풍광이 잘 펼쳐진 높은 정자에 오르니 제비 지저귀고 꾀꼬리 울음은 음악타는 소리로다. 만가지 꽃 시들어 가니 봄빛도 저물고 가을이 오기 전 보리가 익어간다. 책상에 앉아 다른 사물에 빗대 시를 지음은 맑고 한가한 정취요 의자에 앉아 칼날같이 직설적으로 논함은 호협의 마음이라. 난정 옛모임이 얼마나 자주 열렸으랴, 님들과 함께 취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남순희 南順熙
風光收拾上高城 鷰語鶯歌奏巧聲 萬花瘦處春光暮 大麥黃前秋氣明
풍광수습상고성 연어앵가주교성 만화수처춘광모 대맥황전추기명
書床寓意淸閒趣 刀榻論心豪俠情 在席幾多蘭契會 與君同醉一盃傾
서상우의청한취 도탑논심호협정 재석기다난계회 여군동취일배경
20
둘쭉날쭉 풀빛 강마을 압구정 나뭇잎 저 뒤에서 꾀꼬리 벗을 찾아 울고 간다. 보리가 산밭에 노랗게 익어가 등 따스하고 배두들기는 풍년가가 들려오고 풀은 무성히 우거지며 붉게 타오른다. 바람이 수양버들을 스치니 정녕 봄은 지나가고 비는 황매화에 떨어지니 여름의 정취가 느껴진다. 매단 연등 깊은 인연, 불자들 일심으로 욕불하는 초파일. /김낙범 金洛凡
參差草色萬江城 隔葉流鶯求友聲 黃麥山田歌飽煖 秀蓼時節煩朱明
참치초색만강성 격엽유앵구우성 황맥산전가포난 수요시절번주명
風生垂柳非春事 雨滴黃梅感夏情 八日觀燈緣底意 禪家浴佛一心傾
풍생수류비춘사 우적황매감하정 팔일관등연저의 선가욕불일심경
21
일찍이 임자도에 압구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높은 선비들 마주 앉아 한소리로 시 읊는다. 천산에 비 그쳐 방초가 푸르고 관등일 야밤에는 집집이 밝아있다. 개나 말 다니는 시골길 뜻 없음을 구하고 어질 인 벗들은 정답게 이야기하네. 화려한 모임 맑은 여흥 족하니 서산에 해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김상호 金相浩
曾聞亭在荏湖城 高士連襟詩一聲 霽雨千山芳草綠 觀燈中夜萬家明
증문정재임호성 고사연금시일성 제우천산방초록 관등중야만가명
犬羊塞路求無意 朋友補仁論以情 華榻淸遊如是足 於焉不覺日西傾
견양새로구무의 붕우보인논이정 화탑청유여시족 어언불각일서경
22
녹음짙은 압구정 산길 구비구비 시 읊는 소리. 동서에 꽃 지니 봄은 이미 저물었고
남북에 보리 익어 여름이 분명하다. 수양버들 옛마을에서 바람 앞에 취하고 중천에 매달린 해, 달 아래의 정. 넓은 들 경치 본 후 동자 불러 술잔 기울여./김상민 金相敏
于今始上綠陰城 山路轉聞詩以聲 花落東西春已暮 麥黃南北夏分明
우금시상녹음성 산로전문시이성 화락동서춘이모 맥황남북하분명
柳垂古洞風前醉 燈掛中天月下情 大野景光看盡後 且呼童子酒盃傾
유수고동풍전취 등괘중천월하정 대야경광간진후 차호동자주배경
23
풀 밟아 찾은 사월 정자, 늦 꾀꼬리는 님을 찾아 운다. 노란 벌 흰나비 봄은 저물어 가고 수양버들 찾은 꽃에 한낮이 밝아온다. 풀 우거진 산길은 자연의 절서를 따르고 보리 익은 들판에는 풍년정취 느껴진다. 서로 만나 인의를 이야기하는 자리,
갈매기 노는 정취에 해지는 줄 못했다네. /김진성 金振聲
踏草人來四月城 晩鶯求友好傳聲 黃蜂白蝶前春○ 垂柳訪花午日明
답초인래사월성 만앵구우호전성 황봉백접전춘○ 수류방화오일명
蓼秀山程乘節序 麥黃田野感豊情 高談仁義相逢席 不覺鷗情夕暉傾
요수산정승절서 맥황전야감풍정 고담인의상봉석 불각구정석휘경
24
맑고 시원한 압구정 올라앉아 흉금을 여니 매우에 듣는 빗소리 들려온다. 지난 봄을 송별하니 꽃은 시들었고 초여름 다시오니 풀밟는 정취 새롭다. 거문고 뜯는 마음을 같이 하니 남풍에 취하고 술을 함께 하니 한낮이 밝아온다. 창바깥 아름다운 자연에 따르고자 갈매기 구산마을 시에 기울여 담는도다. /박기주 朴基柱
胸襟欲灑坐江城 樓閣淸凉梅雨聲 前春已送看花○ 初夏更生踏草情
흉금욕쇄좌강성 누각청량매우성 전춘이송간화○ 초하갱생답초정
琴心共與南風醉 酒禮相從午日明 景物欲隨窓外出 鷗山此席總詩傾
금심공여남풍취 주례상종오일명 경물욕수창외출 구산차석총시경
25
사월 지팡이 짚고 수양버들 나부끼는 압구정에 오니 소리소리 백조요 꾀꼬리 울음 들려온다. 풀은 향기롭고 나무는 푸르러 산은 저물며 산은 희고 보리는 노란빛이 드니 들은 밝아지고자 한다. 강산을 보니 옛모습 그대로고 풍월을 읊으니 새로운 정이 느껴진다. 시와 술 노래와 춤, 언제 해가 기울었는고. /백용기 白龍起
四月携笻細柳城 聲聲白鳥又鶯聲 草芳樹綠山如暮 山白麥黃野欲明
사월휴공세류성 성성백조우앵성 초방수록산여모 산백맥황야욕명
瞻彼江山依旧態 咏斯風月覺新情 詩而且酒歌而舞 於焉不知日已傾
첨피강산의구태 영사풍월각신정 시이차주가이무 어언부지일이경
도림시사운 사월
道林詩社韻 四月
26
향기로운 풀 사람을 부르고 길이 동쪽으로 나니 작은 수레 술을 싣고 동쪽 들길로 가고 있다. 지난번 기약 등한히 하여 때가 늦어졌으나 아름답게 빛나는 전통문화는 해가 중천에 나있다. 날아가는 꾀꼬리 후원에서 울고 제비는 남풍을 향하여 하늘높이 오른다. 향산 옛모임 오늘까지 이어지니 깊은 맹약 앞으로도 끝까지 이어지리./청전 靑田
芳草要人路出東 小車載酒野行東 前期汗漫時惟晩 見禮光華日正中
방초요인로출동 소거재주야행동 전기한만시유만 견례광화일정중
○○流鶯啼後院 ○○新鷰向南風 香山古社今來續 有始深盟永許終
○○유앵제후원 ○○신연향남풍 향산고사금래속 유시심맹영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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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하늘 북두칠성 동으로 다시 돌아오나 절서는 그때그때 서로가 같지 않다. 꾀꼬리는 그윽한 골짜기에서 게을리 울고있고 소는 저녁구름 가운데에서 울고 있다. 대나무는 태울 수 있어도 계절은 태우기 어렵고 나무는 그릴 수 있어도 바람은 구하기 어렵다. 온화하고 맑은 깨끗한 시 모임자리 흥취 다함이 없으니 해는 이미 저물었다. /청암 淸菴
斗柄春天復回東 節序隨時各不同 黃鳥賴鳴幽谷裡 廐牛叱駕暮雲中
두병춘천부회동 절서수시각부동 황조뢰명유곡리 구우질가모운중
可焚竹也難焚節 能畵樹兮未畵風 詩詞和暢淸遊席 興趣無窮日已終
가분죽야난분절 능화수혜미화풍 시사화창청유석 흥취무궁일이종
28
동서의 시인들이 박자를 맞추고 울창한 풀 속 온화한 연하는 들빛과 같다. 향기로운 이웃들과 차후를 기약하여 아름다운 시구절 짓고자 한다. 항상 일천 수의 시를 읊조려 달아래 노닐고 술 세잔을 얻으니 바람 또한 움직인다. 석양길 서로 헤어지려 서있자니 정회를 다 풀지 못해 차마 끝내지 못한다네./죽파 김경환 竹坡 金京煥
騷人擊節自西東 鬱草和烟野色同 欲接芳隣期此後 願成佳句在其中
소인격절자서동 울초화연야색동 욕접방린기차후 원성가구재기중
詩吟千首常遊月 酒得三盃又動風 夕陽步步相分立 未盡情懷各不終
시음천수상유월 주득삼배우동풍 석양보보상분립 미진정회각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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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래 작은 집 지게문은 동쪽으로 항하고 지난 봄 시모임 약속 여름에도 열렸다. 달과 나와 내 그림자 적선삼영 시 읊으며 거울 속의 백발을 깊이 탄식한다. 꿈길 못에 드니 방초에 비 내리고 근심 속 꽃잎들은 바람에 떨어진다. 친함에는 노소가 없으니 망년지교 맺은 자리, 도를 주고받음 시종토록 진중하네 /농산 農山
山下小廬戶闢東 經春遊事夏相同 謫仙三影吟樽畔 潘氏二毛嘆鏡中
산하소려호벽동 경춘유사하상동 적선삼영음준반 반씨이모탄경중
夢入池塘芳草雨 愁隨原隰落花風 親無老少忘年席 交道珍重愼始終
몽입지당방초우 수수원습낙화풍 친무노소망년석 교도진중신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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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바다의 서쪽에 있고 정자는 섬의 동쪽에 있다. 여러 해 모임의 즐거움 모두 오늘과 같았다. 새로운 시 토하는 이야기 끝이 없고 술잔을 주고받아 취하도록 마신다. 버들은 푸르고 산 꾀꼬리는 사월을 찾고 들의 보리는 남풍을 받아 빛난다.
오늘 좋은 자리 모임 맹약 그 누가 바꾸랴 진중한 담소 끝남이 없어라 /동산 同山
地在海西樓在東 多年會樂總期同 新詩吐話無邊外 樽酒勸盃有醉中
지재해서루재동 다년회락총기동 신시토화무변외 준주권배유취중
柳綠山鶯尋四月 受明野麥自南風 今席遊盟須可變 笑談眞重未猶終
유록산앵심사월 수명야맥자남풍 금석유맹수가변 소담진중미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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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또 동쪽에서 수 많은 선비들 정을 나누고 이야기하며 서로 함께 즐기네
해가 기울어 나무 그림자 창밖에 지나치고 흥에 겨운 시소리 자리에 가득 찬다.때는 포곡조 울고 방초는 낭떠러지 언덕에 우거지며 꾀꼬리 다시 날고 푸른 버들은 바람에 날린다. 어지러운 세상일 님이여 말하지 마오 이 놀이 이 즐거움 석양에 끝나가네 /월계 月溪
多士自南又自東 故情吐論喜相同 日斜樹影過窓外 興發詩聲滿座中
다사자남우자동 고정토론희상동 일사수영과창외 흥발시성만좌중
布穀時鳴芳草岸 流鶯復在綠楊風 世事紛紜君莫說 此遊此樂夕陽終
포곡시명방초안 유앵부재녹양풍 세사분운군막설 차유차락석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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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사는 곳이 산동쪽에 있다. 세속의 때에 찌든 마음을 열고 모두 함께 앉아있다. 좋은 술 자주 기울이며 깨었다 취했다 하는 가운데 흰머리 서로 만나니 기쁨과 슬픔 교차한다. 풀섶 지팡이 돌리니 이슬은 옷에 젖어들고 소나무에 몸 기대니 얼굴에 불어오는 바람 시모임 따뜻한 이야기 해는 항상 짧고 가슴속 품은 천가지 이야기 다 풀 수가 없구나 /송산 松山
仙源一面在山東 始解塵襟如坐同 綠酒頻傾醒醉裏 白頭相遇喜悲中
선원일면재산동 시해진금여좌동 녹주빈경성취리 백두상우희비중
笻廻草地侵衣露 身倚松壇拂面風 遊社情談常日短 胸懷千緖未能終
공회초지침의로 신의송단불면풍 유사정담상일단 흉회천서미능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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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버들 서쪽에 있고 늙은 잣나무는 동쪽에 있는데 산사람 들손님 옷깃 같이해 앉아있다. 붉은 꽃 떨어지고 나니 봄을 보내는 노래 다하였고 내리쬐는 햇빛 속에는 비를 기다리는 소리 높도다. 젊은이들은 일취월장 신식을 받아들이는데 나는 전통을 지켜 고풍이 쇠하여 감을 부끄러워 하도다. 어찌하던 시 모임은 끝남이 없을 것이며 시와 술 함께 한 평생도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 /민헌 敏軒
垂柳西邊老柏東 山人野客座衿同 送春歌盡紅花後 待雨聲高白日中
수류서변노백동 산인야객좌금동 송춘가진홍화후 대우성고백일중
小兒就日明新式 愧我當年老古風 如何遊事多無限 詩酒平生永未終
소아취일명신식 괴아당년노고풍 여하유사다무한 시주평생영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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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은 서쪽 남쪽 나는 동쪽 해제에서 와, 한 자리 따뜻한 이야기 옛날과 같도다. 매우 내린 뒤 즐거운 일 정자는 높고 백운 가운데 시소리 마을밖으로 나온다.어제저녁 걸어오니 화산마을엔 달떠오고 오늘 아침 느즈막이 이 곳에 오니 대나무 바람소리 들린다. 많은 현인과 선비들 단란한 모임 자리 유학의 노래소리 종일토록 끝이 없다. /해제 쌍청 海際 雙淸
君自西南我自東 一場情話古今同 喜事亭高梅雨後 詩聲洞出白雲中
군자서남아자동 일장정화고금동 희사정고매우후 시성동출백운중
踏來昨夜花山月 晩坐今朝竹樹風 群賢多士團團會 鄒魯絃歌永日終
답래작야화산월 만좌금조죽수풍 군현다사단단회 추노현가영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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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서북으로 돌고 물은 동으로 흘러가 빛나는 도림마을 천고에 변함없다. 들판에 우는 개구리 여름을 환영하고 아름다운 새소리는 봄날을 그리워한다. 붉은 꽃 시들어 가고 황매에 비내리니 나무 푸르름 바람속에 짙어간다. 시와 술 충분하니 백발은 흥이 나고 한자리 담화에는 따뜻한 회포 끊임없다. /구정 鷗汀
山廻西北水流東 生色桃林千載同 大野鳴蛙迎夏節 一聲好鳥戀春中
산회서북수류동 생색도림천재동 대야명와영하절 일성호조연춘중
百花紅瘦黃梅雨 萬樹綠肥解慍風 詩酒足供白髮興 一場談話情懷終
백화홍수황매우 만수녹비해온풍 시주족공백발흥 일장담화정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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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에 따라 주인과 손님들이 서쪽과 동쪽에서 모여와 한번 웃고 한번 이야기하니 취미가 같다. 붉게 타는 술 익어가니 남은 꽃 떨어지고 꾀꼬리는 세류 중에 베틀북 처럼 오고간다. 술잔 앞 많이 모인 선비들은 한나라와 당나라의 선비들과 같고 시 읊는 높은 소리는 추나라와 노나라의 풍모로다. 이 모임이 쇠해가는 세상의 일이냐고 묻지를 마오, 쌓인 회포 함께 푸니 석양이 끝나도다. /호은 湖隱
有期賓主會西東 一笑一談趣味同 蕉紅釀酒殘花後 黃鳥擲梭細柳中
유기빈주회서동 일소일담취미동 초홍양주잔화후 황조척사세류중
樽前多會漢唐士 詩上高吟鄒魯風 莫問斯筵○世事 蘊懷共敍夕陽終
준전다회한당사 시상고음추노풍 막문사연○세사 온회공서석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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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산의 서쪽 나는 동쪽에 있어 취미를 따라 모여 논다. 위의가 정대하고 의관이 단정하며 말은 온화하고 학문은 갖춰있다. 방초 밟아오니 경치는 좋고 푸른 숲 앉아서 쉬니 시원하고 맑은 바람 분다. 노소가 봄가을 계를 지어 만나니 어떻게 해서 잘 끝낼까 그것이 두렵다. /도은 桃隱
君在山西我在東 隨其趣味會遊東 威儀正大衣冠整 言語溫容學問中
군재산서아재동 수기취미회유동 위의정대의관정 언어온용학문중
芳草踏來題好景 綠林休坐灑淸風 相逢老少春秋契 只恐如何鮮克終
방초답래제호경 녹림휴좌쇄청풍 상봉노소춘추계 지공여하선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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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의 물거품이 산의 동쪽으로 흘러내려 먼지묻은 지팡이 짚고 들어와 앉아있다. 마을과 골짜기 깊고 바깥은 조용한데 흰 구름 푸른 산 그 속에 앉은 사람. 방초는 그윽하게 가는 비를 받아들이고 수양버들은 긴 바람을 끌어들여 마음대로 움직인다. 지난 밤 달을 보며 님을 그리워 하였고 섬마을 남은 흥 님과 더불어 끝을 내네
/수선 睡仙
桃源一抹漏山東 四會塵笻入座同 洞深溪闊容從外 雲白山靑人在中
도원일말누산동 사회진공입좌동 동심계활용종외 운백산청인재중
芳草幽情含細雨 垂楊任意引長風 他夜相思如見月 吳洲餘興與君終
방초유정함세우 수양임의인장풍 타야상사여견월 오주여흥여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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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놀이 모임 임자도에 있어 유림과 선비들이 지란처럼 향기롭다. 구름 뚫는 소나무는 비를 머금은 채 청산 속에 서있고 보리 이삭은 가을을 기다리며 백일 중에 서있도다. 바라보며 인사함은 예의 풍속이며 시서를 즐김은 어진 풍속이다. 짙푸른 작은 풀처럼 정이 무수히 많으니 잔 돌리며 시 읊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수정 守亭
遊約津津荏海東 鴻儒碩士芝蘭同 雲松含雨靑山裏 穗麥欲秋白日中
유약진진임해동 홍유석사지란동 운송함우청산리 수맥욕추백일중
揖拜相看多禮俗 詩書以樂動仁風 綠深針芥情無數 但願觴吟不願終
읍배상간다례속 시서이락동인풍 녹심침개정무수 단원상음불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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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계절 동쪽의 정자에 오르니 좌우의 모든 손님 뜻들이 모두 같다. 이 모임 이름이 천리밖 진동하니 맑은 모임 취향이 섬마을에 있도다. 산사람이 내려와 평원의 안개 쓸어내고 들 늙은이 걸어와 수양버들 바람을 잠재운다. 시와 이야기 끝나지 않았는데 해는 저물어 오는 가을에 다시 모여 남은 이야기 끝내자 약속한다. /청재 淸齋
綠陰時節上樓東 左右諸賓意思同 此會名振千里外 淸遊趣在一鄕中
녹음시절상루동 좌우제빈의사동 차회명진천리외 청유취재일향중
山人下掃平原霧 野叟來休細柳風 詩談未盡日將昏 更約來秋餘事終
산인하소평원무 야수래휴세류풍 시담미진일장혼 갱약래추여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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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돌아 길이 꺾여 동쪽에 작은 정자, 계모임 약속으로 노소가 모여왔다. 꾀꼬리 날아들어 깊은 숲에 노닐고 예쁜 보리 들판에서 풍년을 약속한다. 익은 술 따르는데 해는 장차 기울고 절창 시읊는 소리는 멀리까지 날아간다. 사물의 이치와 사람의 정은 모두 운수에 있으니 시 모임 시작하였으면 부지런히 하여 끝을 내자. /후강 後崗
山回路轉小城東 契飮有期老少同 黃鸝復在深林上 秀麥豊登大野中
산회로전소성동 계음유기노소동 황리부재심림상 수맥풍등대야중
方濃酒傾氣斜日 絶唱詩聲落遠風 物理人情將有數 始動此事又勤終
방농주경기사일 절창시성낙원풍 물리인정장유수 시동차사우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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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길이 동쪽으로 나있다 하였다. 온화한 바람과 씩씩한 기상 누구와 더불어 같이하랴. 꽃은 천개 봉우리 빈 하늘 가운데 떨어지고 나무와 풀잎은 무성히 푸르르다. 산은 정자를 에워싸 밝은 달 떠있고 배 떠나보낸 바닷가에는 순풍이 불고 있다. 아쉽게 석별해야 하는 많은 선비들 빼어난 즐거움이 취하는 가운데 끝났다 하네./황학성 黃鶴性
聞道東君出越東 和風豪氣與誰同 花落千峯空寂裏 葉靑萬樹葳○中
문도동군출월동 화풍호기여수동 화락천봉공적리 엽청만수위○중
圍局山亭帶朗月 送舟海岸承順風 强將惜別多小士 相話逸遊醉日終
위국산정대랑월 송주해안승순풍 강장석별다소사 상화일유취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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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밟고 사람들이 서쪽 동쪽 모여오니 시모임 내려온 풍습 예나 지금이나 서로 같다. 아름다운 지란 모임 시읊는 곳이고 버드나무 외로운 마을 길 가운데 서 있다. 꾀꼬리 노래 비 내린 아침 나그네 걸음 걸음 낮바람 불어. 진종일 술 따라도 술은 떨어지지 않고 권하는 가운데 마무리하잔 말 서로들 하지않네 /곽원영 郭元永
踏草人來西復東 詩坪遺事古今同 芝蘭勝會長吟處 楊柳孤村一路中
답초인래서부동 시평유사고금동 지란승회장음처 양류고촌일로중
鶯歌流轉經朝雨 客步遲還帶午風 盡日相酬盃酒足 勸君此裏莫言終
앵가유전경조우 객보지환대오풍 진일상수배주족 권군차리막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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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그네가 바다 동쪽으로부터 찾아왔다. 시모임이 열렸으니 그 뜻은 모두 같다. 봄이 지나갔으니 꽃은 떨어져 물에 흘러가고 사월 풀은 향기롭고 연하는 평화롭다. 애오라지 그윽한 흥취 때의 어려움 잊으리니 흔연히 취하는 맑은 인연 속된 풍속이 아니로다. 많은 선비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마음마음 비단에 수놓음이 어찌 끝이 있으랴 /함평 문재석 咸平 文在錫
尋眞客自海之東 詩社高開意味同 落花流水三春後 芳草和烟四月中
심진객자해지동 시사고개의미동 낙화유수삼춘후 방초화연사월중
聊將幽興忘時事 渾醉淸緣非俗風 多士津津圓會處 錦心繡肚豈無終
료장유흥망시사 혼취청연비속풍 다사진진원회처 금심수두기무종
전춘운
餞春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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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길이 난 들의 동쪽에 목로집이 있다. 쇠약해지고 게을러짐이 해마다 같지않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봄 술 다하여 옛이야기 속 사람들과 같은 모임 끝내자니
오늘 같은 놀이 얼마나 더 할 수 있으랴. 깊은 계곡 흐르는 물 버드나무는 푸르러
비 바람속 꽃은 오래도록 피어라. 명년이 오면 다시 모이자는데 아미산 바깥에는 석양빛 저문다. /동명 東溟
爲開祖道野壚東 更覺衰慵歲不同 兼送故人春酒盡 幾回此日旅遊中
위개조도야로동 갱각쇠용세부동 겸송고인춘주진 기회차일여유중
水連柳綠深溪壑 天欲花遲小雨風 也識明年還復到 峨嵋山外夕暉終
수연유록심계학 천욕화지소우풍 야식명년환부도 아미산외석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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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같은 나그네들이 구름처럼 서쪽과 동쪽으로부터 와 말과 뜻과 글이 있는 곳 생각함이 모두 같다. 담박한 시정의 즐거움 술 가운데 있고 어지러운 세상사는 전쟁 속에 있다. 제비는 긴긴날 다하도록 들보 위에서 일을 하고 꾀꼬리는 수양버들 속에서 맑은 바람을 희롱한다. 노소 손을 잡고 술잔 돌리며 시 읊는 단란한 즐거움 끝내기가 어려워라. /김형숙 金亨淑
如雲仙客自西東 言志墨場意思同 淡樂詩情樽酒裏 紛紜世事戰爭中
여운선객자서동 언지묵장의사동 담락시정준주리 분운세사전쟁중
鷰役畵樑窮永日 鶯聲垂柳弄淸風 老少咏觴携手席 團團興味總難終
연역화량궁영일 앵성수류롱청풍 노소영상휴수석 단단흥미총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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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막신 신고 훌쩍 나서 동쪽으로부터 와 노소간 친한 벗들 함께 만났다. 봄이 지난 후 꽃을 제목으로 시짓는 늙은이 사월 풀을 밟아 정은 더욱 깊어진다. 은거하는 곳 뜰에 많은 대나무 자라고 높은 선비 모임 자리 소매에 바람 가득히 들어온다. 아름다운 시모임 다시얻기 어려워라. 우리들의 마음은 끝내려고 아니한다. /강봉수 姜鳳秀
飄然短屐自來東 老小親朋邂逅同 題花詩老三春後 踏草情深四月中
표연단극자래동 노소친붕해후동 제화시노삼춘후 답초정심사월중
隱倫居處多庭竹 高士筵前滿袖風 如此佳遊難再得 一團心許愼其終
은륜거처다정죽 고사연전만수풍 여차가유난재득 일단심허신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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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길 산을 돌고 물은 동으로 흘러 사방에서온 지팡이와 나막신 길은 서로 같다.
술 빚는 정 단란한 좌석 마음가운데 시가 지어진다. 평원의 향기로운 풀에 아침비 내리고 옛집 뜰 남은 꽃에 질풍이 분다. 님에게 이 시절 약속 저버리지 말자고 청하노니 이야기 길고길어 날은 이미 저무네 /김달천 金達天
十里山回流水東 四來杖屐路相同 酒是釀情團座上 詩將賦物自心中
십리산회유수동 사래장극로상동 주시양정단좌상 시장부물자심중
平原芳草添朝雨 古院殘花老疾風 請君勿負斯時約 談話支離日已終
평원방초첨조우 고원잔화노질풍 청군물부사시약 담화지리일이종
49
약속 따라 동서에서 오신 손님 옛날의 모임이 오늘날과 같다. 유한한 정 다함이 없어 시를 짓고 읊는데 맑은 취향 새로워 술잔을 다시 쥔다. 옛집 버드나무엔 벗을 부르는 꾀꼬리 노래소리 들리고 풍년이 든 보리 이삭은 남풍에 춤을 춘다. 노소간 상봉하여 담소하는 자리 재미는 유유한데 오늘 해가 끝나도다. /소계 小溪
來賓隨約自西東 依古此遊今又同 閑情未盡吟詩上 淸趣更新把酒中
내빈수약자서동 의고차유금우동 한정미진음시상 청취갱신파주중
喚友鶯聲歌院柳 登豊麥穗舞南風 相逢老少笑談席 滋味悠悠此日終
환우앵성가원류 등풍맥수무남풍 상봉노소소담석 자미유유차일종
50
높은선비 구름처럼 동서에서 찾아들어 악수하며 정 나누니 취미가 모두 같다. 애오라지 정원에서 시든 꽃을 바라보노니 수양버들 속에서 꾀꼬리 다시 운다. 들 보리 빛을 받으니 여무는 시절임을 알겠고 하늘의 동남풍 구름 비를 내리려 하고 시 짓고 술 물결 오가는 자리 놀이에 빠져들어 해 기운 줄 몰랐네. /이공숙 李公淑
如雲高士自西東 握手論情趣味同 聊看花瘦前園裏 復有鶯聲細柳中
여운고사자서동 악수논정취미동 료간화수전원리 부유앵성세류중
野麥受明知稔歲 雲天欲雨東南風 詩題酒瀾逍遙席 未覺此遊日已終
야맥수명지임세 운천욕우동남풍 시제주란소요석 미각차유일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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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계절이 나를 불러 동쪽 누각에 도착해 옛날 모임 이어가니 모두의 뜻이 같다. 잔을 기울이니 주흥이 피어나고 시를 짓자하니 시흥이 물결처럼 밀려온다. 소나무 심고 기름은 장부의 절개요 대나무를 완상함은 군자의 풍모로다. 모임에 정이 깊어 다음을 약속하니 옛사람들을 말하지 마오 저녁 햇살 저문다. /김춘섭 金春燮
佳辰要我到樓東 更續舊緣意自同 酒情已發傾盃後 詩興瀾生題𨋀中
가진요아도루동 갱속구연의자동 주정이발경배후 시흥란생제축중
種松皆作丈夫節 看竹應知君子風 此會慇懃多後約 故人莫說夕暉終
종송개작장부절 간죽응지군자풍 차회은근다후약 고인막설석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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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떨어진 누각 손님들 동에서 오고 뜻이 십분 모두 같다. 누가 시모임 상상밖 성대하다고 말하는가 놀이의 정 시읊고 술잔돌림에 자족한데. 대지의 생령들엔 지금이 가뭄인데 하늘에 비 내리려는 기운 가는 바람에 실려있다. 도도한 즐거움 이같음 없으니 길고 긴 담소 해질 때까지 계속된다. /김창년 金昌年
樓隔野隅客自東 十分氣味一般同 會事誰云思想外 遊情自足咏觴中
루격야우객자동 십분기미일반동 회사수운사상외 유정자족영상중
大地生靈時有旱 滿天雨意細和風 陶陶行樂無如是 談笑支離日與終
대지생령시유한 만천우의세화풍 도도행락무여시 담소지리일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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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종령 동쪽 땅 반가운 손님은 백마를 타고 왔다. 봄이 지나니 꽃감상 꿈에서 깨어나고 때는 4월 풀을 밟는 정 깊어간다. 화려한 빛 전통문화를 지키는 선비들 고아하고 도타운 문명을 본받는 유학의 풍조 존경하는 이름들 정취 새삼스럽고 회포 면면한 가운데 해는 저문다.
/박태의 朴泰儀
水石鐘靈此地東 嘉賓白馬自來同 看花夢斷三春後 踏草情深四月中
수석종령차지동 가빈백마자래동 간화몽단삼춘후 답초정심사월중
優遊文藻漢唐士 敦尙衣冠鄒魯風 仰望名下多情趣 懷緖綿綿是日終
우유문조한당사 돈상의관추노풍 앙망명하다정취 회서면면시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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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산 동쪽의 띠집에 와 지란과도 같은 붕우들 서로 함께 모였다. 풀빛은 들 저쪽까지 연이어 있고 새들은 푸른 숲 속에 스스로 즐겁다. 떨어지다 남은 꽃은 봄비를 무서워하고 보리는 4월 바람에 노랗게 물들어 간다. 난정의 모임을 추억하는 계모임 후세 사람들도 이 놀이에 감격하리 /윤자성 尹滋聲
來坐回山茅屋東 蘭朋芝友會相同 草色細連平野外 禽聲自樂綠林中
내좌회산모옥동 란붕지우회상동 초색세련평야외 금성자락녹림중
殘花已怯三春雨 大麥初黃四月風 追憶蘭亭修契事 後生亦感此遊終
잔화이겁삼춘우 대맥초황사월풍 추억란정수계사 후생역감차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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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은 열려 물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데 손을 잡아 이끄니 소리가 기운차다. 길은 들판으로 들어가 방초 속에 사라지고 누각은 높아 흰구름 속 진경이 아름답다. 두견 울어 꽃은 비에 떨어지고 꾀꼬리는 날아왔는데 수양버들은 바람에 나부낀다. 인간세상 즐거움은 기약없으니 떠나가는 망아지 이별노래 두렵도다./남여성 南余成
山門始闢水西東 携手相應聲氣同 路入平原芳草裏 樓高眞境白雲中
산문시벽수서동 휴수상응성기동 로입평원방초리 루고진경백운중
杜鵑啼送落花雨 黃鳥飛來垂柳風 人間行樂無期約 只恐離駒數曲終
두견제송낙화우 황조비래수류풍 인간행락무기약 지공이구수곡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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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 산 첩첩 바위 옛마을의 동쪽 일대의 문장들이 약속을 지켰다. 술을 권함은 1등을 사양하나 시에서는 적수를 만나 지지않고 열심이다. 화분의 꽃이 봄과 작별하니 붉은 꽃비가 내리고 마을 버드나무 신록이 짙어가며 바람속에 흔들린다. 빼어난 흥취 유유한데 때는 다해가고 헤어지는 양관일곡 정히 끝내기 어려워라 /윤상원 尹相元
層巒疊石古城東 一代文章守約同 酒有濡頭謙讓處 詩逢敵手琢磨中
층만첩석고성동 일대문장수약동 주유유두겸양처 시봉적수탁마중
盆花辭舊多紅雨 港柳漲新任好風 逸興悠悠時欲盡 陽關一曲正難終
분화사구다홍우 항류창신임호풍 일흥유유시욕진 양관일곡정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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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세상처럼 서와 동에서 모여들어 늙은이와 젊은이 서로 뒤를 좇는다. 먼하늘 백로 연하 낀 모래 위에 내려앉고 말은 십리 들길에서 발길을 돌린다. 바둑이 장차 끝나가니 여름날 해는 길고 시 모임 어이 고인들의 풍모에 뒤지랴. 덧없는 인생 진실로 기약 없으니 첨부터 끝까지 게으르지 말자. /노기섭 盧己燮
如今世道各西東 老少追從意氣同 遠天鷺下烟沙上 十里馬廻野路中
여금세도각서동 노소추종의기동 원천노하연사상 십리마회야로중
碁局將消長夏日 詩枰豈負古人風 浮生敬合無眞約 有始也應不怠終
기국장소장하일 시평기부고인풍 부생경합무진약 유시야응불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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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라! 지팡이 짚고 나막신 신고서 와 동에서 찾아왔다. 화기가 가득찬 누각 노소가 함께한다. 봄날 정원에서 새로운 시 읊었는데 여름 모임에서도 다시 서로 만났다. 하늘은 비내리려 구름 어루만지고 마을의 수양버들은 바람에 못이겨 나부낀다. 학문과 덕을 연마하는 이 자리 지금 세상 찾아보기 어려우니. 첨부터 끝까지 게으르지 않고 오로지 부지런하리. /김손관 金孫寬
惠然笻屐自西東 和氣一堂老少同 新詩幾咏春園上 樽酒相逢夏日中
혜연공극자서동 화기일당노소동 신시기영춘원상 준주상봉하일중
天抹歸雲如欲雨 洞門垂柳不禁風 斯筵講磨難今世 毋怠惟勤始與終
천매귀운여욕우 동문수류불금풍 사연강마난금세 무태유근시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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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들 지팡이 짚고 나막신 신고 동과 서에서 모여옴이 모두 이 자리 모임을 위해서다. 봄이 지나 새는 울지 않고 푸른 풀밭 가운데 늙은이는 한가로이 누워있다. 호수 고요히 바라보니 본디의 성품이 생겨나고 선원에 이르니 맑은 바람 불어온다. 이 모임 다만 시구나 얻으려함 아니요 영원히 도를 나누고자 함이리니/수암 守菴
群賢杖屐自西東 爲是一場講會同 好鳥不啼春去後 老中閑臥草靑中
군현장극자서동 위시일장강회동 호조불제춘거후 노중한와초청중
靜觀湖水生眞性 一到仙源有素風 遊償但非詩句得 且將交道天無終
정관호수생진성 일도선원유소풍 유상단비시구득 차장교도천무종
60.
불갑산 동쪽 아름다운 때 4월의 밤 면내 사림들이 멀리서들 모여왔다. 꾀꼬리는 눈아래 수양버들에 앉아 울고 나비는 고요한 정원 꽃속에서 춤을 춘다. 술잔을 들고 시를 읊는 자리 반송에 옷걸어 놓고 누우니 맑은 바람 불어온다. 지난 봄 약속이 금년 봄 이루어지듯 세월 흘러가도 인물 또한 이리하리./눌암 訥菴
佳辰四月夜山東 一面士林來遠同 鶯坐垂柳啼目下 蝶歸靜院舞花中
가진사월야산동 알면사림래원동 앵좌수류제목하 접귀정원무화중
呼酒執盃歌草榻 攀松掛衣臥淸風 去春所約明春在 人物亦然萬歲終
호주집배가초탑 반송괘의와청풍 거춘소약명춘재 인물역연만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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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마을 깊은 곳 길은 돌아 동쪽으로 나고 늙은이 젊은이 뜻을 같이 해 만났다. 세상사 쇠하고 성하는 가운데 변천해 가고 사람의 마음은 취하고 깨는 가운데 바로잡혀 간다. 봄놀이 다하지 않았는데 꽃은 떨어지고 장마비 오지 않았는데 보리는 바람에 물결친다. 문장은 도처에서 모두가 빼어나고 이 모임 해마다 시종일관 이어지리/전봉근 田奉根
桃林深處路回東 老少相逢意氣同 世事變遷消長裏 人心收拾醉醒中
도림심처로회동 노소상봉의기동 세사변천소장리 인심수습취성중
未盡春遊花落地 不成霖雨麥浪風 文章到處多形勝 此會年年有始終
미진춘유화락지 불성림우맥랑풍 문장도처다형승 차회년년유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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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따라 작은 수레타고 마을 동쪽에 왔으니 어디에서 이 모임 구하랴 모두 뜻이 동일하다. 촌락은 소나무와 계수나무 속에서 천년을 열려있고 사람들은 시 읊으며 사월에 모여 논다. 숲속 꽃은 지난 비에 싸라기 눈되어 떨어지고 보리이삭은 이는 바람에 물결친다. 흰머리 서로 만나기 어려우니 길고 긴 여름날 담소가 끝이 없네 /백촌 栢村
小車隨友下城東 何所求之志氣同 村闢千年松桂裏 人遊四月咏觴中
소거수우하성동 하소구지지기동 촌벽천년송계리 인유사월영상중
林花成霰多經雨 麥穗翻濤自起風 白首稀逢相不拾 遲遲夏日笑談終
임화성산다 경우 맥수번도자기풍 백수희봉상불습 지지하일소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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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짚고 풀을 밟아 길이 동쪽으로 났는데 시 읊고 술잔 잡으니 뭇 신선들이 이와 같다. 따뜻하고 추움이 알맞고 문필도 노소간 갖춰졌다. 사월 황매 많은 밤비 산에는 푸른 나무 스스로 이는 청풍 옛사람들의 취향을 얻으니 긴 날 끝나고 돌아갈 길 잊었어라. /정자문 鄭子文
踏草行笻路出東 詩歌樽酒列仙同 遊斯適合喧凉際 文筆俱存老少中
답초행공로출동 시가준주열선동 유사적합훤량제 문필구존노소중
四月黃梅多夜雨 一山碧樹自淸風 登○剩淂古人趣 忘却歸程永日終
사월황매다야우 일산벽수자청풍 등○잉득고인취 망각귀정영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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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임 동쪽마을에서 뒤늦게 이루어지니 남쪽 나라 많은 선비 같이 생각하며 모여왔다. 청산 아래 노을은 담담하게 흐르고 푸른 숲 계곡새는 어지러이 울음 운다.동 두꺼비 주전자 술 따르는 소리는 빗소리로 들리고 티끌없이 하얀 연적 사슴이 청풍 속에 앉아있다. 무성한 숲 녹음은 꽃피는 계절 보다 아름답고 시읊기 끝나지 않았는데 지난 봄을 한탄하랴. /정창균 鄭昌均
詩社晩成一野東 南州多士會想同 流霞淡落靑山下 谷鳥亂啼碧樹中
시사만성일야동 남주다사회상동 유하담락청산하 곡조란제벽수중
酒瀉銅蟾聽細雨 塵晴玉규坐淸風 繁陰猶勝花時景 何恨三春咏未終
주사동섬청세우 진청옥규좌청풍 번음유승화시경 하한삼춘영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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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시원한 마음을 기약하며 불갑산의 동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산수 모습은 고금에 동일하다. 옅은 구름 희미한 노을은 하늘 끝까지 드리워 있고 푸른 풀 가벼운 연하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천년 무궁화 땅 모두 변화를 맞았으나 유림의 모임만이 홀로 맑은 바람이 되어있다. 정답고 친절한 모임 해는 기울어 저물고 떠나려 몸 일으켰으나 말은 미처 못 끝냈네 /금재 錦齋
簫洒襟期步嶺東 光水山色古今同 淡雲微靄連天外 芳草輕烟勝畵中
소쇄금기보령동 광수산색고금동 담운미애연천외 방초경연승화중
槿域千年皆變化 儒林一社獨淸風 遊情款曲斜陽暮 臨發遲遲語未終
근역천년개변화 유림일사독청풍 유정관곡사양모 임발지지어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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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향기로운 들 물은 동으로 흘러가니 끝없이 펼쳐진 광경 모두가 이와 같다.
봄 가자 예쁜 꽃 지고 4월이 오니 꾀꼬리 다시 우네. 맑은 하늘 시짓는 정자 노래는 흰눈처럼 깨끗하고 물 흐르는 자리에 훈풍이 불어온다. 아름다운 때 이별하기 너무도 아쉬워라 서산에 해 졌음 깨닫지도 못하였네 /임연수 任燃琇
勝日尋芳野水東 無邊光景一齊同 名花已盡三春後 黃鳥復啼四月中
승일심방야수동 무변광경일제동 명화이진삼춘후 황조부제사월중
天朗詩亭歌白雪 水流○席動薰風 佳期相對難相送 不覺西山日已終
천랑시정가백설 수류○석동훈풍 가기상대난상송 불각서산일이종
광산시사
光山詩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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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구월 높은 누각에 올라 호연지기는 거침이 없구나. 오늘 날 세상 물정 너무 쉽게 과거를 잊어 상처받은 시심으로 옛 풍류를 회고한다. 국화향기 술에 어려 입안에 향긋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은 바람에 흔들리네 모임은 점점 아름다워지는데 님이 그만 가자하니 이 모임 언제 다시 얻을 수가 있을까. /농산 農山
廣陵九月上岑樓 志氣浩然無所幽 覽物便忘今世道 傷詩回憶古風流
광릉구월상잠루 지기호연무소유 람물편망금세도 상시회억고풍류
菊香泛酒須甘口 楓美勝花愛點頭 遊償漸佳君請去 不知此會更何求
국향범주수감구 풍미승화애점두 유상점가군청거 부지차회갱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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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물의 서쪽 누각에서 이어 열려 들일 옷차림 옛날 의관들 거침없이 흥이난다. 하루에 세 번 반성해야 함은 사람의 마음이나 ‘하늘에 사사로움 없다’는 변함없는 진리지. 수많은 지란들 섬돌아래 피어있고 크고 높은 송죽은 산 정상에 자라있다. 전통의 문물제도 어디로 갔느냐 이 모임 다시 이루어짐 후학들이 구함이다. /동산 同山
遊期復在水西樓 野服古冠興不幽 有意人心三省日 無私天道四時流
유기부재수서루 야복고관흥불유 유의인심삼성일 무사천도사시류
狼藉芝蘭連砌下 盤桓松竹繞山頭 典章文物歸何處 此契復成後學求
낭자지란연체하 반환송죽요산두 전장문물귀하처 차계부성후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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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물 하늘처럼 푸르다, 강위의 누각. 맑고 서늘한 모임 정이 다해 그윽하다. 울타리 아래 황국화 중양절에 이르렀고 동두꺼비 주전자 백주는 가는 비처럼 흐른다. 세상사 추위를 재촉하고 서리 점차 밟히는데 서생은 헛되이 늙어 머리에 눈발만 쌓여 있다. 가야금 소리 시 읊는 소리 노년의 즐거움인데 어찌해 세속의 이익 탐내 분주히 돌아치랴/송산 松山
秋水如天江上樓 淸凉遊趣盡情幽 黃花籬落重陽至 白酒銅蟾細雨流
추수여천강상루 청량유취진정유 황화리락중양지 백주동섬세우류
世事催寒霜漸履 書生虛老雪盈頭 琴詩只可終年樂 功利營營奚所求
세사최한상점리 서생허로설영두 금시지가종년락 공리영영해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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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산과 부흥산 사이 누각 하나 신선들이 지팡이 짚고 그윽한 숲속에 이르렀다.
남쪽하늘 가을은 다해 바람이 북쪽에서 일어나고 산을 돌면 서쪽바다 물은 동쪽으로 흘러간다. 계곡물 길위로 사람들을 영접하고 뜰의 꽃 모두 절하며 손님들을 환송한다.오늘의 맑은 모임 이 같은 일 없었으니 아름다운 노래소리 어찌 다시 구하랴./눌암 訥菴
佛甲復興間一樓 仙笻來到升林幽 秋盡南天風北起 山回西海水東流
불갑부흥간일루 선공래도승림유 추진남천풍북기 산회서해수동류
溪流迎人垂路上 庭花送客謝階頭 今日淸遊過無此 ○歌以外更何求
계류영인수로상 정화송객사계두 금일청유과무차 ○가이외갱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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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보던 높은 분들 이 누각에 모여와 교제는 담담하고 흥은 거침없다. 봉우리 첩첩 눈앞에 펼쳐지고 가는 비 시내되어 누각아래 흐른다. 비 개인 달 속에서 백년의 맑은 놀이, 바다같은 학문에 힘쓰는 마음. 호탕한 정 그침 없어 술잔을 다시 잡고
이 자리 아니라면 어디서 시 읊으랴. /호은 湖隱
仰瞻高士上斯樓 交契淡淡興不幽 衆峰疊出眼前闢 細雨成溪轞下流
앙첨고사상사루 교계담담흥불유 중봉첩출안전벽 세우성계함하류
百年淸趣中霽月 一片靈臺學海頭 豪情未了更把酒 非是詠歌意外求
백년청취중제월 일편영대학해두 호정미료갱파주 비시영가의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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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따라 억지로 누각에 올랐다. 옛날로써 오늘을 근심하니 뜻이 다시 그윽하다. 옛담장을 바라보니 매화만 공중에 달려 있고 비인 누각에는 물흐는 소리만 들려 온다. 단풍잎 숲이 되어 산을 단장하고 국화 향기 그윽한 맛은 술잔에 엉겨있네 만국 군사들의 함성소리에 개탄스런 마음이나 나의 가야할 길은 이에서 구하리./수암 睡菴
欲從知己强登樓 以古傷今意更幽 古墻但見梅空在 虛閣惟聞水自流
욕종지기강등루 이고상금의갱유 고장단견매공재 허각유문수자류
楓葉成林粧岳色 菊香和味凝樽頭 萬國兵聲多感慨 不如吾道此中求
풍엽성림장악색 국향화미응준두 만국병성다감개 불여오도차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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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이 옷을 걷어부치고 이 누각에 모여와 옛날 일을 논하니 흥은 거침 없다. 나라의 근심 첩첩한데 구름도 같이 쌓여 있고 계모임 정은 깊은데 물길도 깊이 흘러간다. 갈매기는 무심히 조개 위에서 날고 있는데 산은 어찌하여 자라목 처럼 서 있느냐. 점축형가 옛일처럼 시읊고 취한 자리 이 모임 여기 아니면 어디서 다시 구하랴./월계 月溪
摳依多士上斯樓 古事今論興不幽 國憂疊疊雲同積 契誼深深水共流
구의다사상사루 고사금론흥불유 국우첩첩운동적 계의심심수공류
鷗本無心飛蜃口 山何有氣立鰲頭 漸筑荊歌混醉席 此遊以外更何求
구본무심비신구 산하유기입오두 점축형가혼취석 차유이외갱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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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바람 늦가을 구월의 누각, 국화 노랗게 핀 정원의 뜨락. 우의 깊은 교제는 쇠도 가히 자르고 우리 마음 맑고 맑아 물과 같이 흐르리라. 술을 마시면 주기 항상 오르듯이 시를 이야기하면 시정이 솟아난다. 나 세상에 숨어 이처럼 자족하리 뜬구름 부귀영화 어찌 다시 구하리오. /화계 花溪
金風已晩九秋樓 菊有黃兮庭不幽 友誼深交金可斷 人心淸淡水幷流
금풍이만구추루 국유황혜정불유 우의심교금가단 인심청담수병류
酒氣常生飮酒後 詩情多出論詩頭 遁世吾遊如此足 浮雲富貴更何求
주기상생음주후 시정다출논시두 둔세오유여차족 부운부귀갱하구
75
나그네들 누각을 방문했다. 길은 솔밭 사이로 들고 대나무 숲속 그윽하다. 구름과 연하 속에 선비들은 기뻐하고 세월이 흐르는데 백발을 누가 막으랴. 높은 산 찬서리 단풍들이 떨어지고, 큰 바다에 바람 부니 조수는 울음운다.벗들과 일찍이 약속했지. 술 마시고 시 읊으며 일생을 보내자고./후산 後山
客來訪問主人樓 路入松間竹裏幽 靑衿惟喜雲烟合 白髮誰禁歲月流
객래방문주인루 로입송간죽리유 청금유희운연합 백발수금세월류
霜寒葉落高山額 風動潮鳴大海頭 酒友詩朋相贈約 一生不負此中求
상한엽락고산액 풍동조명대해두 주우시붕상증약 일생불부차중구
76
행운이 있어 이 모임을 얻어 옛 누각에 올랐다. 강하고 시 읊는 자리 꿈결속에 그윽하다. 산은 천층으로 두손 맞잡고 북쪽에 서있고 물은 만번 꺾여 동쪽으로 흐른다. 바깥 계곡 물소리 귀에 크게 들려오고 세상의 일들은 뇌리에 가득 찬다. 단풍 황국 좋은 모임, 내년에도 봄이 되면 꾀꼬리 벗을 구하리라./도은 桃隱
幸得此遊上古樓 席西講誦夢中幽 山岳千層拱北立 江河萬折必東流
행득차유상고루 석서강송몽중유 산악천층공북립 강하만절필동류
戶外溪聲來聒耳 世間時事入搔頭 丹楓黃菊好時會 又有明春鶯友求
호외계성래괄이 세간시사입소두 단풍황국호시회 우유명춘앵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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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마을 넓은 들 누각이 있다. 그윽한 바다 사이에 둔 신선이 사는 곳 아닐까 의심했다. 산촌 마을 술이 익어 선비 벗들을 초대하니 벼는 들에서 노랗게 익어 기쁜 농심이 흐른다. 옥구슬 구르는 시소리가 귀에 가득 들려오고 아름다운 단풍은 눈에 가득 들어온다. 흰머리 선비들 취미가 한 가지니 옛사람 노닐던 일 오늘 다시 구하였네 /후강 後岡
洞深野闊有斯樓 疑是桃源隔海幽 酒熟山村招士友 稻黃田畝喜農流
동심야활유사루 의시도원격해유 주숙산촌초사우 도황전무희농류
聽來瓊韻將盈耳 看閱楓光晩擡頭 白髮靑衿同趣味 古人遊事又今求
청래경운장영이 간열풍광만대두 백발청금동취미 고인유사우금구
78
이 모임은 그 옛날 중양절의 모임이지. 술잔에 그윽한 회포 담아 권한다. 백설 그림자 속 사람들이 함께 있고 붉은 잎 쌓인 곳에 물이 스스로 흐른다. 따뜻한 날씨 마을길엔 국화 향 은은한데 산문은 그림 속처럼 조용하고 숲은 나무가 무성하다. 음력 시월 즐거운 놀이와 단풍을 완상함이 이러하니 시사모임 호탕한 술 서로 구하는 바이리라./수암 守菴
恰是重陽過去樓 强將盃酒遣懷幽 白雲影裏人同住 紅葉堆中水自流
흡시중양과거루 강장배주견회유 백운영리인동주 홍엽퇴중수자류
洞路天暄黃菊氣 山門畵靜茂林頭 小春遊賞正如許 詩社豪吟也相求
동로천훤황국기 산문화정무림두 소춘유상정여허 시사호음야상구
79
늦가을, 이야기 속 옛사람들처럼 누각에 올랐다. 더부룩한 대나무 성긴 소나무 그림자 문에 그윽히 비친다. 산은 멀리 연이어 있는데 나막신 선비들 놀이 즐겁고 가까이 물줄기는 소리내어 흐른다. 황화 시들어가는 포전에 국화향기 떠돌고 쇠해가는 유림 지사 흰머리를 탄식한다. 술따라 님에게 권하니 스스로 다시 즐거웁고
급변하는 세상사 따로이 구하지 않겠도다. /금재 錦齋
九秋晩上故人樓 苞竹疎松映戶幽 山色遙連遊屐翠 近帶水聲本源流
구추만상고인루 포죽소송영호유 산색요연유극취 근대수성본원류
黃花老圃浮香氣 志士窮林嘆白頭 酌酒勸君還自樂 蒼荒世事別無求
황화노포부향기 지사궁림탄백두 작주권군환자락 창황세사별무구
80
사방 도처에서 시인들 이 누각에 찾아오니 산촌의 길이 깊지 않음을 뒤늦게야 알았다. 구월의 노란꽃 가을세계 한 바탕 시싸움에 술 마시는 풍류 백년부귀 어찌 사람들이 탐낼까 일대 문장들과 노거두가 있는데. 오늘 님을 만나니 흥이 다함없구나
내년 봄 만나기를 다시 또 기다린다. /전봉근 田奉根
詩人到處有名樓 晩覺山村路不幽 九月黃花秋世界 一場白戰酒風流
시인도처유명루 만각산촌로불유 구월황화추세계 일장백전주풍류
百年富貴人何慾 一代文章老去頭 逢君今日興無盡 更待明春相與求
백년부귀인하욕 일대문장노거두 봉군금일흥무진 갱대명춘상여구
81
이곳 누각에서 훌륭한 일이 적당한 때 이루어지니 마음을 털어놓는 담소가 끊임 없이 이어진다. 천년을 지켜서있는 산은 연하의 빛을 띄고 만리의 구름은 걷히고 해그림자가 흐른다. 백주와 호쾌한 정은 서로가 악수 하며 노란꽃 피는 시절 손님들 함께 머리를 맞댄다. 신선과의 인연이 어찌 궁벽한 광산마을에 있었는가. 많은 선비들 이곳에서 신선됨을 구하네. /정병택 鄭秉宅
勝事適成是一樓 源源談笑不相幽 千年山立烟光垂 萬里雲消日影流
승사적성시일루 원원담소불상유 천년산립연광수 만리운소일영류
白酒豪情誰握手 黃花時節客幷頭 仙緣豈在光山辟 多謝詩人到此求
백주호정수악수 황화시절객병두 선연기재광산벽 다사시인도차구
82
짧은 지팡이 짚고 느린 걸음으로 이 누각에 올라 옛날 인연 다시 대하니 흥이 거침없다. 정원 앞 웃고 있는 노란 국화를 어여삐 여기고 언덕아래로 흐르는 단풍을 다시금 사랑한다. 백년 계모임 작별하기 어려워라 한자리 시판 어찌 1등을 양보하랴
님들이여 이별의 노래 부르지 마오. 즐거운 이 모임 어디에서 달리 구하리오 /김춘섭 金春燮
短笻緩步上斯樓 更對舊緣興不幽 堪憐黃菊庭前笑 復愛丹楓岸下流
단공완보상사루 갱대구연흥불유 감련황국정전소 부애단풍안하류
百年契中難分手 一席詩抨豈讓頭 諸君莫唱陽關曲 如此遨遊異所求
백년계중난분수 일석시평기양두 제군막창양관곡 여차오유이소구
83
물에 떠 사는 개구리밥을 좇아 바다를 떠다니다가 이 누각에 올랐는데 맑은 산 고운 물 거침없이 드러난다. 가을 빛은 봄빛보다 더욱더 아름답고 새들은 계곡 물 흐르는 소리 속 어지러이 울고 있다. 날이 다하도록 시읊고 술마시니 족하지 않은가? 늙은이와 젊은이가 머리를 맞대고 있음이여.이곳 맑은 놀이 신선의 취미에 가까운데 번화한 풍물을 어찌 다시 구하리요./최금봉 崔今奉
漂海萍蹤到此樓 山明水麗不相幽 秋色勝於春色好 鳥聲亂與澗聲流
표해평종도차루 산명수려불상유 추색승어춘색호 조성난여간성류
咏觴盡日惟爲足 老少忘年幷對頭 此地淸遊仙趣近 繁華風物更何求
영상진일유위족 노소망년병대두 차지청유선취근 번화풍물갱하구
84
가을 바람 부는 숲아래 한 누각이 열려있다. 문은 청산을 마주하였는데 궁벽하고 그윽하다. 신선이 옥같은 바다로 돌아오니 구름이 하늘에서 걷히고 스님이 불당에 돌아가니 물은 스스로 흐른다. 문물이 천추에 걸쳐 자취가 이어지는데 만국 군인들의 전쟁소리 머리를 들기가 어렵다. 과거의 충성스러운 혼백들을 꿈속처럼 회고하고 도가 오래토록 쇠해가니 어찌 다시 구해낼까./임준경 任俊京
秋風林下一開樓 門對靑山僻且幽 仙歸瑤海雲空歇 僧去佛堂水自流
추풍림하일개루 문대청산벽차유 선귀요해운공헐 승거불당수자류
千秋文物倂陳跡 萬國兵聲難擧頭 憶昔忠魂如夢裡 道窮千載復何求
천추문물병진적 만국병성난거두 억석충혼여몽리 도궁천재부하구
85
높으신 선비들이 옷깃을 맞대고 이 누각에 모였다. 늦은 이 계절에 흥은 거침없다. 봉우리봉우리에는 노란 잎, 서리에 앞서 단풍 들고 소리소리 맑은 계곡 비온 후에 흐른다. 벽 넘어 벌레소리 바깥에 들리고 지는 해 고기잡이 피리소리가 강머리에 가득 찬다. 새벽 드문드문 별들처럼 우리들 벗들은 적어지는데 말세에서 갖는 시모임 놀이 일찍이 구하던 바라. /임연수 任然秀
高士連襟會此樓 際玆晩節興無幽 峰峰黃葉霜前老 曲曲晴溪雨後流
고사연금회차루 제자만절흥무유 봉봉황엽상전노 곡곡청계우후류
隔壁虫音聽戶外 斜陽漁笛滿江頭 吾儕落落晨星若 季世遨遊夙所求
격벽충음처오외 사양어적만강두 오제낙락신성약 계세오유숙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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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속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 사이 누각이 서있다. 시와 술로 노는 사람들 흥은 거침없다. 일만 구렁 단풍은 서리맞아 물들고 열흘동안 내린 비 푸른 시냇물되어 흐른다. 심원한 학문을 마음에 담아두었으나 세상길 기구하여 머리 들기가 어려웁다. 사람들이여, 어지러운 세상사 말하지 마오. 세상사 모든 것 이 모임만 못하다오./노기섭 盧己燮
蒼松綠竹雨間樓 詩酒遊人興不幽 霜楓萬壑丹楓染 霖雨挾旬碧澗流
창송녹죽우간루 시주유인흥불유 상풍만학단풍염 림우협순벽간류
學文深遠當留意 世路崎嶇難擧頭 傍人莫道紛紜事 事事莫如箇裏求
학문심원당유의 세로기구난거두 방인막도분운사 사사막여개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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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가려 시간을 내 누각에 오르니 이슬맞은 국화 서리맞은 단풍 추위에 더욱 그윽하다. 높은 산 정상 누각이 서있고 연못 가득찬 물 바깥으로 흐른다. 맑고 산뜻한 시놀이 지기가 됨을 허락하고 청허한 모임 모두 자기가 으뜸이라 말한다네 바다에 숨은 이곳 모두 자신의 일 바쁜데도 시읊고 술마시자는 옛날 약속 오늘 다시 이었다네 /김병섭 金炳燮
暇餘卜日步登樓 露菊霜楓更寒幽 岧嶢山頂城隅立 平滿池塘檻外流
가여복일보등루 노국상풍갱한유 초요산정성우립 평만지당함외류
澹泊詩遊同許己 淸虛敎會各言頭 海隱一區多別業 詠觴舊約又今求
담박시유동허기 청허교회각언두 해은일구다별업 영상구약우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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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 이 누각에 올랐다. 국화를 따고 단풍을 완상하니 흥 또한 그윽하다. 누각 뒤에는 층층 산은 기세 좋게 서있고 누각 앞에는 소리소리 산골물 흘러간다. 송학은 구름을 뚫고 동구밖에 날아들고 고기잡이 배 물을 따라 강머리로 들어온다. 오늘 서로 만나 시를 짓고 읊으니 놀이값 천금이라도 이를 구하지 못한다네/김손관 金孫寬
停車緩步上斯樓 摘菊賞楓興且幽 屋後層層山勢立 檻前曲曲澗聲流
정거완보상사루 적국상풍흥차유 옥후층층산세립 함전곡곡간성류
松鶴穿雲歸洞口 漁舟逐水入江頭 如今得見詩而咏 遊債千金莫此求
송학천운귀동구 어주축수입강두 여금득견시이영 유채천금막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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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루 다음에 이 누각이 있도다. 부흥산 빛이 누각에 흘러온다. 모든 봉우리들 첩첩히 구름 속 우뚝 섰고 계곡물 잔잔히 바깥을 흐른다. 서리맞은 노란 국화 단풍 홍엽 비단 병풍 이백이 말 타고 고래 타고 가버린 후에 강남의 풍월을 구하기가 어렵다네 /재원리 김길순 在遠里 金吉順
岳陽樓後又斯樓 復興山光入檻流 群峰疊疊雲中屹 溪水潺潺檻外流
악양루후우사루 부흥산광입함류 군봉첩첩운중흘 계수잔잔함외류
霜菊黃花今世界 丹楓紅葉錦屛頭 李白騎鯨一去後 江南風月不難求
상국황화금세계 단풍홍엽금병두 이백기경일거후 강남풍월불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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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소식 듣고 이 누각에 올랐다. 정은 깊고 흥에는 거침이 없구나. 주위 산경치는 더욱 푸르고 흐르는 계곡물은 스스로 흘러간다. 단풍 물든 숲 가을은 점차 다해가고 머리 들어 바라보니 국화는 뜰에 피어있다. 광산은 예로부터 신선이 놀던 곳이라 했으니 빼어난 기쁨 오늘에 잇는다네 /김창년 金昌年
喜聞斯會上斯樓 情不相疎興不幽 遊邊景致山猶碧 眼下情神水自流
희문사회상사루 정불상소흥불유 유변경치산유벽 안하정신수자류
楓染園林秋漸盡 菊垂庭畔客翹頭 匡陵自古仙源在 優樂不關是日求
풍염원림추점진 국수정반객교두 광릉자고선원재 우락불관시일구
장동시사
長洞詩社 辰新人濱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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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홍엽이 꽃보다 좋은계절 비단 폭에 붓으로 그린 경치가 신선하다. 때때로 익히는 아이놈들 세속에 물들어 만약 군자가 아니라면 사람을 다스리려 하지 마오. 제비가 지난 여름 기른 새끼들 이끌고 남쪽나라 향해 가고 기러기는 가을 바람 따라 북쪽 물가에서 날아온다. 지난날은 오지않고 온 날은 흘러가고 이 가운데 나이를 더해 흘러간 청춘이 안타깝다. /청암 淸菴
丹楓紅葉勝花辰 錦軔畵毫景裏新 時習兒童追染俗 若非君子莫治人
단풍홍엽승화진 금인화호경리신 시습아동추염속 약비군자막치인
鷰引夏雛向南國 雁帶秋風自北濱 去日不來來日去 箇中添壽惜靑春
연인하추향남국 안대추풍자북빈 거일불래래일거 개중첨수석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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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내려온 기러기는 서리계절을 보내주고 벼와 조의 드리워진 이삭은 천경의 논밭에 새롭다. 박잎 시들어 둥근 박이 열렸고 국화 짙은 자태 사람처럼 담담하다. 술마시고 노래부름이 황당한 세상을 바로 만나자 문인들의 맥이 처음으로 적막해변에 돌아왔다. 사슴마을 거위 호수 오늘날 앙모하니 우리 화목함 만년의 봄이로다. /청전 靑田
南來鴻雁報霜辰 垂穗稻粱千頃新 瓢葉簫然圓結子 菊花濃沫淡如人
남래홍안보상진 수수도량천경신 표엽소연원결자 국화농말담여인
酣歌正値荒唐世 文脉初廻寂寞濱 鹿洞鵝湖今仰慕 一團和氣萬年春
감가정치황당세 문맥초회적막빈 녹동아호금앙모 일단화기만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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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낙엽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니 누각에 올라온 나그네 감회가 새롭다. 님의 집 하얀 술 한가한 날 골라서 노란 국화 피는 이곳 옛이야기속 사람들이 모여있다. 외로운 누각 바깥에는 선비들이 모여있고 하늘높은 가을 계곡물에 붉은 단풍 떨어진다. 배는 이미 중양절을 스쳐 지나가 마을 정원에는 음력 10월이 되었구나/동명 東溟
搖落江山霜露辰 登臨詞客感懷新 君家白酒拈閒日 此地黃花有故人
요락강산상로진 등임사객감회신 군가백주념한일 차지황화유고인
依舊翠鬟孤塔外 高秋紅葉小溪濱 幷舟已過重陽節 將復鄕園又小春
의구취환고탑외 고추홍엽소계빈 병주이과중양절 장부향원우소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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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임 갖자고 기약한 계절이 왔다. 규성재 옛집이 오늘 다시 새롭다. 항상 천리를 점검하여 그에 따르고 백세를 거슬러 옛사람들을 본받는다. 산집에 의지하여 시를 소리 높히 부르고 가까운 물가에서 고기잡아 술을 낸다. 봄풀이 가을 서리맞아 노란 물 들고 우리 백발 선비들 마음은 청춘이다./동산 同山
社會設期際此辰 規成古閣更今新 四時點檢應天理 百世推看溯古人
사회설기제차진 규성고각갱금신 사시점검응천리 백세추간소고인
軔詩高唱依山屋 魚酒沽來近水濱 春草秋黃霜染樹 吾儒白髮老靑春
인시고창의산옥 어주고래근수빈 춘초추황상염수 오유백발노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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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개한 남아 불우한 때를 만나 언제 다시 새로운 정신이 들것인가. 논하고 교제함이 한이 많아 자취가 남지 않고 세상에 처함에 부끄러워 다른 사람들 같지 않네 하는 일은 맑고 크잖아 초야에서 김을 매고 착잡한 마음의 늙은이 먼 바닷가에 살고 있다. 하고픈 말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님은 그만 가자하니 부득이 내년 봄을 기약한다. /강촌 崗村
慷慨男兒不遇辰 精神何日更知新 論交多恨無成蹟 處世還羞不似人
강개남아불우진 정신하일갱지신 논교다한무성적 처세환수불사인
事業淡踈耘草野 心懷盤錯老遐濱 言論未了君云去 不得已期歲後春
사업담소운초야 심회반착노하빈 언론미료군운거 부득이기세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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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와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다. 붉은 잎 노란 꽃 나날이 새롭다. 삼월모임 지금 구월에 다시 열어 앞사람들을 본따 시를 짓고 읊어본다. 적적한 전원 닭은 섬돌 위에 울고 바다 위 해 높은데 해오라기 물가에 내려앉는다. 시회는 모름지기 함께 즐겨야 하는 법 백발 늙은이 말없이 청춘들과 어울린다. /농산 農山
秋來無日不佳辰 紅葉黃花面日新 三月遊情今九月 後人題咏倣前人
추래무일불가진 홍엽황화면일신 삼월유정금구월 후인제영방전인
田園寂寂鷄鳴砌 海日迢迢鷺下濱 社會須爲同樂好 休言白髮伴靑春
전원적적계명체 해일초초로하빈 사회수위동락호 휴언백발반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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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추움이 놀이에 알맞구나 여기의 풍광 모두가 새롭다. 천무 넓은 전답에 벼와 조가 익어가고 사방 산엔 단풍과 국화피는데 시 읊으며 돌아오는 사람 사서오경 가르침은 쇠잔해지고 서각은 비었는데 문화가 바닷가에 처했음을 들어본 바 없다. 단풍을 향해 바라보니 무심 사물이 아니구나. 반평생 흰머리 되고보니 다시 봄 되기 어려워라./백촌 栢村
暄凉適際可遊辰 況又風光無數新 千畝稻粱成孰日 四山楓菊咏歸人
훤량적제가유진 황우풍광무수신 천무도량성숙일 사산풍국영귀인
經殘弛敎空書閣 王作無聞處海濱 向葉搔頭非爲物 半生白髮更難春
경잔이교공서각 왕작무문처해빈 향엽소두비위물 반생백발갱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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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잎 물든 산이 꽃보다 좋은 때 시짓는 선비들의 맑은 놀이 새롭다. 오늘 술 향기 손님들을 대하는데 가을날 낙엽지니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푸른 대나무 숲 건너 물굽이를 바라보니 파리한 매화가 전통문화 살아있는 물가마을에 피었도다. 벗들이여 향기로운 풀이 다했다고 말하지 마오 추위에 국화 서너떨기 홀로 봄을 기다린다오 /남순희 南淳熙
染山紅葉勝花辰 詩士淸遊從此新 今日樽香相對客 前秋葉落未歸人
염산홍엽승화진 시사청유종차신 금일준향상대객 전추엽락미귀인
徛徛綠竹瞻淇隩 點點瘦梅傍漢濱 諸朋莫說芳菲盡 寒菊數叢獨蔕春
기기녹죽첨기오 점점수매방한빈 제붕막설방비진 한국수총독체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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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맞은 단풍과 국화 아름다운 때 지기 상봉하니 정이 더욱 새롭구나 이곳에는 군자라고 칭하지 않을 사람 없고 술마시며 시읊는 모임에서 이야기 속의 옛사람들이 만났다. 가을 하늘 날씨는 따뜻하자 갈매기 언덕에 날고 큰 바다 바람이 자자 백로 해변에 내린다. 이 세상 이 놀이 누가 다시 계속하리 내년 봄 다시 열자고 물음에 대답하네 /월계 月溪
霜楓菊令此良辰 知己相逢情倍新 無非是處稱君子 有酒詩場逢故人
상풍국영차양진 지기상봉정배신 무비시처칭군자 유주시장봉고인
秋天日暖鷗飛岸 大海風恬鷺下濱 此世此遊誰更續 問期復有又明春
추천일난구비안 대해풍념로하빈 차세차유수갱속 문기부유우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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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우 가득했던 마을에 구월이 와 단풍 늦은 숲 국화 꽃이 새롭다. 선비는 깊은 산속에서 산나물을 캐었는데 지금 세상에는 와신상담하는 이 없구나 촌로는 벼 익는 들판에 짐을 지고 걸어오고 어부는 고기 살지는 해변에 짐을 지고 걸어간다. 친구들 좋은 시절에 만나니 시모임이 어찌 지리할까 봄을 또 기다리리. /구정 鷗亭
風雨滿城九月辰 楓林晩又菊花新 深山徜有茹薇士 半世永無臥薪人
풍우만성구월진 풍림만우국화신 심산상유여미사 반세영무와신인
村老負來稻熟野 漁夫荷去魚肥濱 頻逢吾友逢時好 何事支離也待春
촌로부래도숙야 어부하거어비빈 빈봉오우봉시호 하사지리야대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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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단풍 좋은 계절 벼는 노랗게 여물고 술이 익으니 놀이가 새롭다. 물 나라 찬 하늘 기러기 날아오고 찬바람 백일에 신선들이 모인다. 후원에 새는 울고 지는 해 나무에 걸쳐 앞 포구 고기가 살지는 푸른 물가 곧은 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이니
흥겨운 님들은 기나긴 봄을 원한다. /눌암 訥菴
九月丹楓此好辰 稻黃酒熟也遊新 水國寒天來雁客 凉風白日到仙人
구월단풍차호진 도황주숙야유신 수국한천래안객 량풍백일도선인
後園鳥語斜陽樹 前浦魚肥綠水濱 修竹靑松千古節 興君相對願長春
후원조어사양수 전포어비녹수빈 수죽청송천고절 흥군상대원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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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이던가? 말하지 말라 아름다운 계절에 모였다. 술을 대작하니 날이 또한 새롭도다. 나이 찬 흰머리는 손님이 되기 우려우니 홍안을 공손히 절하며 영접하니 신선이 아니더냐 아침의 나무꾼 노래소리는 바위너설에 돌아오고 석양의 고기잡이 피리소리는 강변에 내려온다. 이 일 두 세 가지로는 오히려 부족하니 님들이여, 이별의 아쉬움 참고 내년 봄을 기약하자. /민헌 敏軒
何時勿論會佳辰 對酌樽前又日新 年深白首難爲客 拜受紅顔別有人
하시물론회가진 대작준전우일신 연심백수난위객 배수홍안별유인
早發樵歌歸石角 夕陽漁笛下江濱 此事二三猶不足 諸君忍別期明春
조발초가귀석각 석양어적하강빈 차사이삼유부족 제군인별기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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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서쪽 바다를 걷노니. 서리전 붉은 잎이 새롭다 청운의 꿈 사라지고 모두가 가난하고 세력없는 선비되어 흰머리로 만났으니 모두가 아는 얼굴 세상 풍진 모두 잊고 술의 나라에서 노니니 갈매기와 백로의 굳은 약속 늙은이들 강가에 모여왔다. 세상에 그윽하고 별천지가 있으니 이곳 청산을 가히 부춘산이라 할 것이다. /지도 양경묵 자 사진 智島 梁景 字 士振
散步西湖九月辰 霜前紅葉望中新 靑雲夢斷皆寒士 白首相逢舊面人
산보서호구월진 상전홍엽망중신 청운몽단개한사 백수상봉구면인
爲忘風塵遊酒國 結盟鷗鷺老江濱 世間別有幽閒地 是處靑山可富春
위망풍진유주국 결맹구로노강빈 세간별유유한지 시처청산가부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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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 중양의 구월 들은 백곡으로 가득 차있다. 단풍 마을 위 감상에 젖은 가을 나그네 술 앞 노란국화 술에 취한 사람들 깊은 마을 낮은 구름 깊은 들판의 입구 장천에 흐르는 물은 강으로 흘러 간다. 오로지 약속을 이어갈 것이니 우리 내년 봄에 다시 오리니 /후산 後山
最好重陽九月辰 滿田百穀總多新 丹楓城上傷秋客 黃菊樽前醉酒人
최호중양구월진 만전백곡총다신 단풍성상상추객 황국준전취주인
深洞低雲深野口 長川流水下江濱 惟吾繼續相尋約 又是明年更到春
심동저운심야구 장천류수하강빈 유오계속상심약 우시명년갱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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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좋은 계절 수많은 선비들 의기가 새롭다. 나의 졸시는 웃음거리가 되고마나 선비들의 아름다운 시구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네 나뭇꾼 노래 소리소리 창밖에서 들려오고 고기잡이 피리 소리소리 바닷가에 들린다. 홍엽이 산에 가득차고 서리는 내리는데 섬돌위 노란 꽃은 때아닌 봄이로다. /장경빈 張京彬
淸明秋月此良辰 多士彬彬意氣新 惟我拙詩爲笑饌 衆儒佳句忽驚人
청명추월차양진 다사빈빈의기신 유아졸시위소찬 중유가구홀경인
樵歌曲曲來窓外 漁笛聲聲到海濱 紅葉滿山霜下落 黃花階上不時春
초가곡곡래창외 어적성성도해빈 홍엽만산상하락 황화계상불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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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고 흩어짐에는 때가 있다. 함께 한 누각 모임 그 뜻이 새롭다. 시 읊는 여러 모임은 홍안의 손님들인데 오늘 술로 만나니 흰머리 사람들이네 구름은 막막한 푸른 하늘 끝으로 돌아가고 기러기는 넓고 푸른 물끝으로 날아온다. 이 때를 헛되이 보내면 언제가 즐거우랴. 산과 들의 빛과 색이 꽃피는 봄보다 아름다워. /청재 안덕수 淸齋 安德秀
惟吾聚散有其辰 共得此樓一念新 吟風多會紅顔客 對酌相看白首人
유오취산유기진 공득차루일념신 음풍다회홍안객 대작상간백수인
雲歸漠漠靑天外 雁到洋洋碧水濱 虛送此時何日樂 山光野色勝花春
운귀막막청천외 안도양양벽수빈 허송차시하일락 산광야색승화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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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국화 피는 때 숲에 단풍이 들어 만 나무가 새로 단장을 했다. 기러기 손님들은 남북으로 늘어 오고 적막 강산에는 시인들이 모여왔다. 지는 해 축을 연주하는 떠들썩한 자리 진정한 남아들이 전통문화 살아있는 물가마을에 모여있다. 만나면 시 읊고 술로써도 시읊고 취중 호기는 청춘과 비슷하다. /석헌 石軒
正當九月菊花辰 又是楓林萬樹新 南北修長來雁客 江山寂寞有詩人
정당구월국화진 우시풍림만수신 남북수장래안객 강산적막유시인
斜陽도筑多燕市 幾箇男兒老渭濱 逢則咏吟吟以酒 醉中豪氣似靑春
사양도축다연시 기개남아노위빈 봉즉영음음이주 취중호기사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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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 피는 구월 유림들의 아름다운 일 언뜻봐도 새롭다. 때 맞춰 맑은 가을, 수레를 멈춘다. 술 익자 서로 만나 갓을 벗는 사람들 서리맞아 물든 만산단풍 구렁에 가로지르고 돌아오는 기러기 소리 맑은 해변에 떨어진다. 제비와 매미는 갈마들며 이별하느라 분망하고 우리들은 명년 봄 다시 시모임을 약속한다. /수암 守菴
際是黃花九月辰 吾林勝事瞥然新 秋晴應有停車日 酒熟相看落帽人
제시황화구월진 오림승사별연신 추청응유정거일 주숙상간낙모인
萬染霜楓橫短壑 一聲歸雁落淸濱 鷰蟬遞謝忙如許 第族明年更賦春
만염상풍횡단학 일성귀안낙청빈 연선체사망여허 제족명년갱부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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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익고 고기 살지는 길한 때 단풍과 국화를 바라보니 만향이 새롭다. 산하에는 피 비린내 나는 전쟁하는 비상시국 시와 술 슬픈 노래 몇이나 불렀던가 구름 다한 푸른 하늘에는 한월이 있고 기러기 우는 가을 물가 갈대 꽃 하얀 바닷가 회포 푸는 얼굴에 세상의 풍진이 다하고 화기가 가득차니 모두가 봄이로다. /김정섭 金正燮
稻熟魚肥正吉辰 愛看楓菊晩香新 山河腥雨非常世 詩酒悲歌到幾人
도숙어비정길진 애간풍국만향신 산하성우비상세 시주비가도기인
雲盡碧空寒月上 鴻鳴秋水白蘆濱 暢懷一面風塵絶 和氣滿場都是春
운진벽공한월상 홍명추수백로빈 창회일면풍진절 화기만장도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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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익고 국화가 피는 구월 찬바람 얼굴에 불어오니 뜻이 오히려 새롭다. 일시의 즐거운 일 우리들은 찾고 천년 향기로운 이름 옛사람은 이야기한다. 맑게 서리내린 하늘에는 기러기 길이 열리고 구름 걷힌 바다가 백로와 갈매기 내려온다. 이 모임 헤어지자 말하지 마오 다음 봄 꽃필 때 화산마을 모여 시를 짓자 /권윤석 權允石
稻熟黃花九月辰 凉風吹面意猶新 一時樂事來吾士 千載香名談古人
도숙황화구월진 양풍취면의유신 일시낙사래오사 천재향명담고인
天畔霜淸開雁路 海心雲散鷺鷗濱 莫言此會相分去 以後花山共賦春
천반상청개안로 해심운산로구빈 막언차회상분거 이후화산공부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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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 구월 좋은 때 백곡이 익어가 들판 빛이 새롭다. 약자를 구제하려 인의를 베품은 마침내 큰손이 되나 권세에 의지하여 행세하면 바로 어리석은 사람이 된다. 주인 늙은이 술을 가져오니 소나무 그늘이 시장처럼 떠들썩하고 오신 손님 배를 묶어둔 물가 달만 비친다. 오늘 돌아가는 길 늦었다고 한탄하지 말라. 하늘 한 바퀴 돌아 내년 봄 다시 오면 또 만날 수 있으리. /이경률 李京律
黃花九月是良辰 百穀用成野色新 濟弱施仁終大手 依權行勢正愚人
황화구월시양진 백곡용성야색신 제약시인종대수 의권행세정우인
主翁沽酒松陰市 來客係舟月下濱 莫恨今時歸路晩 天公循理又明春
주옹고주송음시 래객계주월하빈 막한금시귀로만 천공순리우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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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노랗게 피고 벼가 익어가는 계절 만 구렁 단풍 또 다시 새롭다. 뜰에 술은 익어 물고기를 구하는 나그네 선비들의 우아한 자리 시구 고르는 사람들 제비 남쪽 나라로 돌아가는 가을 기러기 북쪽 바닷가에서 서리바람 타고 내려오고 포구의 물가 부평초 자취 물에 뜬 인생사 한조각 봄빛이구나 /전기중 全基重
菊黃稻熟此良辰 萬壑丹楓正又新 酒濃庭上求魚客 儒雅座中摘句人
국황도숙차양진 만학단풍정우신 주농정상구어객 유아좌중적구인
鷰歸秋日江南國 雁下霜風海北濱 自作港灌萍水跡 浮生事業片時春
연귀추일강남국 안하상풍해북빈 자작항관평수적 부생사업편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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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서 남에서 온 모든 분들 좋은 때를 빌었다. 모임 시작 인사 하니 정의가 새롭다. 변천하는 세상 술이 없다면 잊기가 어려우나 시가 있으니 이야기 속의 옛사람들이 될 수 있구나. 그윽한 회포로 단풍 숲을 거닐고 꿈을 이루려 애쓰면 얻어지는 글이 있는 바닷가 우리들이 모이고 흩어짐은 하늘이 정해놓은 바 오늘 이별하고 내년 봄을 약속하자. /김종열 金宗悅
東南賓主借良辰 揖相初筵誼倍新 無酒難忘今變世 有詩可似古遊人
동남빈주차양진 읍상초연의배신 무주난망금변세 유시가사고유인
幽懷遍踏楓林院 勞夢常淂學海濱 吾儒聚散皆天定 此日離筵更約春
유회편답풍림원 노몽상득학해빈 오유취산개천정 차일리연갱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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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가을 모든 꽃이 지고 있으나 곳곳에는 풍년가 날이 또 새롭구나 찬이슬 울타리 앞에 국화를 바라보는 선비 가을 바람 부는 숲 단풍을 완상하는 사람 벼와 조는 익어가고 고기가 살지는 벌판 물가 개구리 밥 여뀌 풀 가운데서 백로가 잠든다. 불갑산 아래 정자에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함께 있고 세월은 가지 말고 긴 봄날이 드리워라/이상섭 李相燮
九秋猶勝百花盡 到處豊謠日又新 寒露籬前看菊士 金風林下賞楓人
구추유승백화진 도처풍요일우신 한로리전간국사 금풍림하상풍인
稻粱方熟魚肥野 蘋蓼中分鷺宿濱 拂甲山亭松與竹 歲餘無改帶長春
도량방숙어비야 빈료중분노숙빈 불갑산정송여죽 세여무개대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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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날아와 구월을 알린다. 그림 속 경치는 눈앞에 새로워라 반평생 시놀이하며 지낸 손님들 함께 시를 읊고 헛되이 맞은 중양절에 다시 취하는 사람들. 벼 익고 고기 살지는 천경의 들판 단풍 속 만강 가에 백로는 잠들었다. 수레 멈춘 이 모임 흔히 있는 일 아니니 늦가을 노란 꽃 봄보다도 아름답다. /정자문 鄭子文
鴻雁來傳九月辰 畵中景物眼前新 浮遊半世同吟客 虛度重陽再醉人
홍안래전구월진 화중경물안전신 부유반세동음객 허도중양재취인
稻熟魚肥千頃野 楓丹鷺宿萬江濱 停車不是尋常事 晩節黃花猶勝春
도숙어비천경야 풍단로숙만강빈 정거불시심상사 만절황화유승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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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자 바람 서늘한 구월 호남의 시회 지금 스스로가 새롭다. 단풍 산 속 노니는 나그네 뜰 앞 향기로운 국화 오르내리는 사람 소나무는 푸르고 마을은 깊고 달은 밝고 바닷물 물러가는 갈대 우거진 해변 모임에 술 다하니 해는 기울어 어두워지고 다음 모임 틀림없이 내년 봄이렸다. /박정일 朴正日
雨歇風凉九月辰 湖南詩會自今新 丹楓山裡徘徊客 香菊庭前昇降人
우헐풍량구월진 호남시회자금신 단풍산리배회객 향국정전승강인
松碧洞深遲曙色 月明潮退出蘆濱 猶筵酒盡斜陽昏 後會分明約以春
송벽동심지서색 월명조퇴출노빈 유연주진사양혼 후회분명약이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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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만남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우리들 백발이 새로웁다. 단풍잎은 물들어 나그네들이 볼만하고 국화 피자 사람들은 그 옆에서 시 읊는다. 잔고기 산 아래로 돌아오고 지금 걱정스러운 때 해변에 돌아온다. 웃으며 술마시고 회포를 풀어대니 우리들의 따뜻한 이야기 청춘과 같도다./김상윤 金相允
諸家相會不多辰 況復吾生白髮新 楓葉能留遊觀客 菊花偏傍坐吟人
제가상회불다진 황부오생백발신 풍엽능유유관객 국화편방좌음인
子魚好德歸山下 方叔憂時入海濱 樽酒論懷兼笑語 一團和氣似靑春
자어호덕귀산하 방숙우시입해빈 준주논회겸소어 일단화기사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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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계모임 좋은 때를 골랐다. 우리 고향 좋은 일 이 가운데에서 새롭다. 강호 십년을 헛되이 보낸 나그네 시 읊으며 술마시며 함께 취하는 사람들 서리맞은 단풍 산골짜기에 연이어 있고 구름 끝 외로운 꾀꼬리 연하 물가로 내려온다. 뜻 높은 이야기 오가며 화합하는 자리에 스스로 위로함이 청춘과도 같도다./용경호 龍京浩
雅契相尋卜吉辰 吾鄕善事箇中新 江湖十載虛遊客 詩酒一床共醉人
아계상심복길진 오향선사개중신 강호십재처유객 시주일상공취인
霜下丹楓連洞壑 雲端孤鶯下煙濱 高談淸轉雍容席 自慰此身如坐春
상하단풍연동학 운단고앵하연빈 고담청전옹용석 자위차신여좌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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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익어가고 물고기는 살지는 아름다운 계절 천 숲 단풍이 오늘 다시 새롭다. 풍진 세상 시 읊는 소리 신선이 내려와 술 익는 산중에서 옛 이야기 속 사람들을 본받는다. 노란 꽃은 울타리 아래 지는데 버드나무 가는 가지 물가에 가득하다. 백발의 선비들 옷깃을 마주 앉았으니 놀이 빚은 항상 지난 봄과 같아라 /전민옥 全敏玉
稻熟魚肥際此辰 千林楓葉又今新 詩鳴塵榻來仙子 酒○山家效故人
도숙어비제차진 천림풍엽우금신 시명진탑래선자 주○산가효고인
黃花正色無籬下 弱柳簫條滿水濱 靑襟白髮連床席 遊債尋常似去春
황화정색무리하 약류소조만수빈 청금백발연상석 유채심상사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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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구월 가을에 모이니 시원한 천기 날씨는 새롭다. 세사에 골몰하는 가운데 거품이 이는 자 속세 바깥에 소요하며 시 읊으며 돌아온 이 맑은 놀이 기약한 꽃 피는 계절 전해오는 풍속이 푸른 바닷가에 이어진다. 백척단애에 기운 해는 더디지고 숲에 단풍 꿈처럼 물드니 봄과 같이 요염하다. /강춘석 姜春晳
會期不妨九秋辰 最適天凉氣味新 汨沒塵間浪起者 逍遙物外咏歸人
회기불방구추진 최적천량기미신 골몰진간랑기자 소요물외영귀인
淸遊已卜黃花節 遺俗尙存碧海濱 百尺斷崖斜日晩 楓林幻作艶陽春
청유이복황화절 유속상존벽해빈 백척단애사일만 풍림환작염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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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은 있으나 모임이 없으면 아름다운 때가 아니지. 술익고 노란 꽃 피니 그 맛이 새롭도다. 살쩍에 내린 서리 가을이 지난 뒤의 손님이 땅에 밤이 들고 꿈속을 걷는 사람 높은 산 골짜기에 안개가 끼어오고 넓은 바다 외로운 돛배 정그는 바닷가에 마주 보며 권하니 잔 속 흥은 그윽하며 백설이 소리쳐 노래하니 따뜻한 봄날이다. /송산 松山
有朋無會不佳辰 樽釀黃花味更新 鬂髮凋霜秋後客 乾坤入夜夢中人
유붕무회불가진 준양황화미갱신 빈발조상추후객 건곤입야몽중인
山高歸霧低當峽 海闊孤帆暮入濱 相見難禁幽盃興 狂歌白雪又陽春
산고귀무저당협 해활고범모입빈 상견난금유배흥 광가백설우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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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때 뜻 높은 벗 멀리서 찾아온다. 가득히 앉아 시를 이야기 하니 마음이 스스로 새롭다. 옛날의 문물은 얼마나 오래 되었으며 옛날의 선비들은 얼마나 되겠는가 단풍잎 밤서리 내리니 산록은 물들고 벼밭 가을비 들은 물에 젖었도다. 이같은 취흥을 얼마나 바랬던가 꽃 아래 새 나는 내년 봄에 또 만나자. /장윤석 張允石
高朋遠客際佳辰 滿座詩論心自新 如前文物幾年少 依舊衣冠總尤人
고붕원객제가진 만좌시론심자신 여전문물기년소 의구의관총우인
楓葉夜霜染山麓 稻田秋雨野成濱 如此醉興何時望 花下飛禽又明春
풍엽야상염산록 도전추우야성빈 여차취흥하시망 화하비금우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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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구월 아름다운 계절 좋은 벗 얻으니 나날이 새롭다. 서리단풍 정원, 수레를 세우는 손님들 노란 국화 향기로운 쟁반 술 따르는 사람 마을 입구 높은 누각은 산머리에 기댔는데 들 바깥 장천은 바다로 들어간다. 풀 뜯으며 떠나는 망아지를 님이여 돌아보지 마오. 은근히 아름다운 약속, 내년 봄 또 다시 만나자. /김춘섭 金春燮
時惟九月是佳辰 優得良朋日亦新 丹楓霜院停車客 黃菊香盤傾酒人
시유구월시가진 우득양붕일역신 단풍상원정거객 황국향반경주인
城頭高閣依山額 野外長川入海濱 食籗離駒君莫顧 殷勤佳約更明春
성두고각의산액 야외장천입해빈 식곽이구군막고 은근가약갱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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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 이처럼 좋은 때 다시 잡기 어렵도다 벼 익고 물고기 살지니 가을의 흥취 새롭도다 시는 당나라, 읊기는 시선과 같고 땅은 상산, 사람은 사호로다. 순박한 풍속은 남전을 본받고 글의 맥이 전통이 살아있는 이곳 바닷가 마을을 힘차게 관통하도다. 국화를 따 술잔에 띄우니 탕자라 이르지 마오, 때는 한조각 봄이라네 /후강 後崗
一年難再此良辰 稻熟魚肥秋興新 詩如唐世吟仙子 地似商山坐皓人
일년난재차양진 도숙어비추흥신 시여당세음선자 지사적산좌호인
淳風恭倣藍田俗 陽脉貫通泗水濱 須摘黃花仍泛酒 莫言蕩子片時春
순풍공방남전속 양맥관통사수빈 수적황화잉범주 막언탕자편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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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노란 국화 아름다운 때 정장한 선비들의 담소가 새롭다. 예에 대한 가르침은 젊은이에겐 많은 일 무릇 기쁜 정은 이 사람이나 저 사람. 금일 여러 말 없이 감미로운 술 따르면서 내년에 다시 바닷가에서 만나자 약속한다. 춤추는 벼 시 읊는 소리 유쾌한 즐거움 산천의 경치는 꽃피는 봄보다 아름답다. /김상범 金相範
丹楓黃菊是佳辰 相對衣冠談笑新 如干禮敎少多事 大抵歡情彼此人
단풍황국시가진 상대의관담소신 여간례교소다사 대저환정피차인
不云今日甘醪酌 更約明年會水濱 舞蹈詠歌必快樂 山川景色倍花春
불운금일감료작 갱약명년회수빈 무도영가필쾌락 산천경색배화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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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만나자는 약속한 때가 되었다. 농가는 시모임과 들의 풍년을 겸해 얻었다. 선비의 길은 천고에 변하지 않아 자취를 남기고 인간의 칠정은 백년에도 많은 변화를 남긴다. 행화촌 술집에서 술을 가득 채우고 물고기 뛰어오르니 어느 물가에서도 낚시한다. 시 읊고 술잔 돌리는 맑은 정취 좋은 평판이 많아 이 자리 내년 봄 약속하니 그러자고 끄덕인다. /장정기 張正基
會約互深擇一辰 農家兼得野豊新 士道有常千古跡 七情多變百年人
회약호심택일진 농가겸득야풍신 사도유상천고적 칠정다변백년인
樽滿酒杏沽遠店 盤登魚熟釣何瀕 嘯觴淸趣多聲價 一座点頭約以春
준만주행고원점 반등어숙조하빈 소상청취다성가 일좌점두약이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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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은 가을의 시모임 꽃보다 아름다운 때 울타리 국화 서리맞은 단풍 새로운 색을 자랑한다. 선비들이 찾아와 세속을 벗어났고 구름 낀 산 아름다운 집에 그림 속의 사람들 지난 여러 해 많은 책을 가까이 했고 쟁반 위 맛있는 안주는 낚시질해 온 것이다. 해가 지도록 회포 푸나 아직도 남아있고 못다한 이 놀이 내년 봄 다시 잇자. /곽원영 郭元永
高秋詩會勝花辰 籬菊霜楓矜色新 士友入門○外俗 雲山勝屋畵中人
고추시회승화진 리국상풍긍색신 사우입문○외속 운산승옥화중인
枷頭藏卷多經歲 盤上佳肴幾釣濱 盡日敍懷猶未足 餘遊更續後年春
가두장권다경세 반상가효기조빈 진일서회유미족 여유갱속후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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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 피었다 지니 좋은 때가 지났으나 사랑스러운 단풍 아름다움이 새롭도다.술의 나라에 깨끗하지만 하는 일 상식에 어긋나는 은사들 시모임 호탕한 기운 나의 사람들. 들판 길 돌아 베어놓은 볏단들 촌마을을 둘러싼 갈대 물가를 밟는다. 지기가 서로 만나니 그 정은 자약하고 만남 약속 언제인가 내년 봄을 기약한다./이종환 李鍾煥
黃花開盡過良辰 可愛丹楓美美新 酒國淸狂多隱士 詩壇豪氣有吾人
황화개진과양진 가애단풍미미신 주국청광다은사 시단호기유오인
路廻野疇收禾束 村繞兼葭踏水濱 知己相逢情自若 遊期何以待來春
로회야주수화속 촌요겸가답수빈 지기상봉정자약 유기하이대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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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철은 가장 아름다운 때 벼 익고 고기는 살지니 아름다운 맛 새로웁다.쇠락하는 세상 버리고 바다 마을로 돌아오는 귀거래사 나그네들 시 모임 언제 열리는가 뱃사람에게 묻는다. 술향기 술잔에서 피어오르고 십리 갈꽃은 눈처럼 해변에 가득하다. 서녘 임자도 유학의 기풍 날로 성해가니 문장의 따뜻함이 사시사철 봄이로다. /김병섭 金炳燮
年年秋節最佳辰 稻熟魚肥美味新 衰世惟多歸海客 何時渭渚問津人
연연추절최가진 도숙어비미미신 쇠세유다귀해객 하시위저문진인
一樽麯孽香生해 十里蘆花雪滿濱 西土儒風漸益盛 文章和氣四時春
일준국얼향생해 십리로화설만빈 서토유풍점익성 문장화기사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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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나에게 은혜롭게 노는 때를 주었다. 산과 물의 중간 만물의 빛이 새롭도다.
시골 집 바둑을 구경하니 신선을 부르고 술을 주고 받으니 이야기 속 옛사람들과 같도다. 멀리 풀피리 소리 붉게 단풍든 나무 바깥에서 들려오니 멀리 기러기 소리 흰 갈꽃 물가에 떨어진다. 만장의 손님들 흔연히 아름다운 일이라 하오리다. 서리바람 부는 오늘 봄과 같이 따뜻하다. /김손관 金孫寬
天公惠我一遊辰 山水中間物色新 看碁寓味招仙子 酌酒酬俵會故人
천공혜아일유진 산수중간물색신 간기우미초선자 작주수표회고인
草笛逈聞紅樹外 鴈聲遙落白蘆濱 滿座欣然稱美事 霜風是日暖如春
초적형문홍수외 안성요락백로빈 만좌흔연칭미사 상풍시일난여춘
/시사아집 상하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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