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앙은 과연 잉꼬부부인가?
다른 암컷 넘보는 수컷
요즘에는 가을에도 봄철 못지않게 결혼식들을 많이 올린다.
그래서 인쇄소마다 청첩장을 찍으며 귀뚜라미와 함께 밤을 새운다고 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갓 혼례를 치른 신랑 신부에게 목각 원앙새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특별히 부부 간에 금실이 좋은 새라 여겨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라고 주는 정표일 것이다. 그런데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화려한 깃털을 지닌 게 원앙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종종 암수를 바꾸어 진열해 놓았다가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하지만 이렇듯 암수를 혼동하는 것은 사실 간단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이 일부다처제를 즐기는 동물들인데 반하여 대부분의 새들은 일부일처제의 번식구조를 가지고 있다. 뱃속에서 수정란을 일정 기간 자라게 하여 새끼를 낳은 후 젖을 먹여 키워야 하는 젖먹이동물들의 암컷들은 애당초 매우 공평하지 못한 결혼 계약을 맺었다.수컷들보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적 내지는 물질적 투자를 하고도 사뭇 불리한 계약인 것이다.
그러나 새들의 경우에는 암컷이 수정을 한 즉시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둥지 속에 누워 있는 알들을 내려다보며 나몰라라 할 아빠새가 그리 많지 않은 듯싶다. 포유류의 암컷이 태아를 뱃속에 지니고 있는 동안 암새들은 일찌감치 알을 둥지에 내려 놓아 남편도 품을 수 있게 한다.
새들 중에서도 갈매기만큼이나 암수가 공평하게 자식 양육에 동참하는 예는 그리 흔치 않다. 조류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갈매기 부부는 거의 완벽하게 열두 시간씩 둥지에 앉아 서로 알을 품는다. 그리고 나머지 열두 시간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바깥일을 본다. 바깥양반이나 집사람의 개념이 전혀 없는 사회다. 남녀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갈매기가 우리 인간보다 훨씬 앞선 동물이다.
갈매기 부부의 금실은 실로 탄복할 만하다. 갈매기 부부는 비번식기인 겨울에는 서로 헤어져 사리만 해마다 번식기가 되면 어김없이 같은 장소로 날아와 지난 여름 함께 신방을 꾸몄던 짝을 찾는다. 물론 지난 해의 결혼 생활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면 다시 말해서 자식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경우에는 미련 없이 서로 갈라서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자식들을 기른 부부는 애써 서로를 찾는다. 겨우내 또는 먼 바다로의 긴 여정에 둘 중 누구에게라도 불행이 닥쳐 돌아올 수 없게 되었을 때 며칠 씩 짝을 찾아 우는 소리는 우리 인간의 귀에도 마치 사랑하는 임을 그리며 통곡하는 절규처럼 들린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자식 양육에 힘을 모으는 새들의 수컷은 암컷이나 별로 다를 바 없는 깃털들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갈매기의 암수를 구별하기란 펵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왜 원앙의 수컷은 그렇게도 화려한 옷을 차려입었는가? 최근 동물행동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수원앙은 결코 믿을만한 남편이 못 된다. 아내가 버젓이 있는데도 호시탐탐 다른 여자를 넘보는 뻔뻔스런 남편이다. 자기 아내는 다른 사내들이 못 넘보게 지키면서 기회만 있으면 반강제적으로 남의 여자를 겁탈하기 일쑤다.
실제로 한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아비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남의 아내를 넘볼 수 있으면 남도 그럴 수 있다는 엄연한 삶의 진리는 새 둥지 속에서도 이렇듯 나타난다. 평생 한 지아비만을 섬기면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아름다운 꿈을 꾸는 새 신부에게 원앙은 그다지 어울리는 선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옛날 우리 할아버지들께서 겉으로는 충실한 남편인 양 행동하면서 일단 혼례를 올린 뒤에는 다른 여인들을 넘보는 수원앙의 속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사뭇 짓궂은 생각을 해본다.
일본에는 비너스의 꽃바구니라 부르는 바다 해면동물을 말려 결혼 선물로 주는 풍습이 있다. 재미있게도 이 해면 동물의 몸 속에는 새우가 들어와 산다. 그런데 이 새우는 어려서는 비너스 꽃바구니의 몸에 나 있는 격자무늬의 구멍으로 드나들 수 있지만 몇 번의 탈피를 거쳐 몸이 비대해지면 더 이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안에서 평생 살게 된다. 그래서 비너스의 꽃바구니를 우리말로는 한자어를 빌어 해로동혈 偕老同穴이라부보르기도 한다.
물론 새우는 비너스의 꽃바구니가 만들어준 아름다운 유리 격자 안에서 다른 포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편안하게 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가정이라는 창살 속에 갇혀 무료한 삶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같은 결혼 풍습만 보더라도 최근 적지않은 일본 여성들이 정계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왜 일본 여성들의 사회참여도나 여권이 대체로 우리나라 여성들에 비해 뒤지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