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자의 정의
점자點字)란 말 그대로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를 말합니다. 점자는 종이에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작은 점을 찍어서 글자를 만들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읽고 쓰기에 가장 적합한 문자입니다.
이러한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문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게 자신감과 독립성, 그리고 동등권을 줍니다. 점자를 능숙하게 읽고 쓸 수 있는 시각 장애인은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들보다 취업률이 높고, 더 높은 자기 존중감을 갖는다고 합니다(임안수, 1997). 따라서 일찍부터 점자를 가르치는 것은 시각장애아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2. 점자의 유래
(1) 점자의 발명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문자로 처음부터 잠자가 사용된 것은 아닙니다.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문자가 여러 사람에 의해 발명되었지만, 한결같이 정안인(正眼人: 시각장애인과 구별하여 정상 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만들어 낸 문자였기에, 시각장애인들이 읽고 쓰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읽고 쓰기에 가장 쉬운 글자인 점자를 발명한 사람은 Braille(브라이유)입니다. 그는 세 살 때 아버지의 공방에서 칼을 가지고 놀다가 실명을 하게 되었고, 따라서 어느 누구보다 시각장애인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 낸 점자가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적합한 문자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Braille가 점자를 발명하게 된 것은 당시 프랑스의 군 장교였던 Barbier가 발명한 야간 문자에 기초를 둔 것이었습니다. Barbier는 밤에 군사용 메시지를 전달할 목적으로 손가락으로 읽을 수 있는 점으로 된 문자를 생각했습니다. 그의 야간 문자(Ecriture Nocturne)는 위에서 아래로 6점, 좌우 두 줄로 모두 열 두 개의 점으로 구성되었고, 점자 필기도구는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점자판, 점필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Barbier는 시각장애인들이 그의 야간 문자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1821년 파리맹학교에서 그 문자를 시범해 보였는데, 이것이 Braille가 점자를 생각해 내게 된 운명적인 기회가 된 것입니다!
당시 파리 맹학교에 재학 중이던 Braille는 야간 문자를 보고 위에서 아래로 6점을 한 번에 지각하기에 너무 길다는 것을 발견하고, 점칸을 반으로 줄여, 위에서 아래로 3점, 좌우 두 줄, 모두 6점으로 점칸을 구성했습니다. 후일의 연구에서 6점의 배열이 손으로 읽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니, Braille는 선견지명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드디어 Braille는 1824년에 점자를 발명했고, 1829년에 자신의 문자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1837년에는 다시 수정하여 발표했습니다(임안수, 1997). 그러나 당시의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점자를 인정하려하지 않았습니다. 정안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점을 가지고 묵자(墨字: 점자와 구별하여 정안인이 쓰는 문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모양의 글을 만들어 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각장애 학생들은 필기를 하거나, 책을 점역 점역(點譯): 묵자로 된 내용을 점자로 옮기는 일함으로써 점자를 계속 사용했고, 결국 점자는 Braille가 죽은 2년 후인 1854년에 파리맹학교에서 공식 시각장애인용 문자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지금은 우리나라 말을 비롯하여 거의 다른 모든 언어에도 점자가 사용되게 이르렀습니다.
(2) 점 전쟁과 약자 전쟁 하나의 물건이 새로 나오면, 그 물건과 비슷한 유사품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점자도 이와 마찬가지였는데, Braille가 점자를 발명한 뒤에 다른 여러 사람에 의해서 서로 다른 방식의 점자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때 벌어진 큰 전쟁 두 가지가 있었으니, '점 전쟁'과 '약자 전쟁'이 그것입니다.
점 전쟁(The War of Dots)은 Braille식 점자와 4점형 뉴욕 점자(New York Point), 그리고 빈도 수가 높은 글자에 점의 수가 적은 점형을 배정한 미국 점자(American Braille)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말합니다.
뉴욕 점자는 뉴욕 맹학교 교장이었던 웨이트(William Bell Wait)가 고안했는데, 이는 위에서 아래로 두 점, 좌우로 두 점, 모두 네 점으로 구성되었으며, 알파벳에 따라서는 두 칸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네 칸으로 만들 수 있는 점형은 고작해야 16개뿐이었으므로(24=16), 빈칸을 제외하면 15개의 점형이 남게 됩니다, 그런데 영문 알파벳은 26자이고, 여기에 각종 문장부호를 함께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뉴욕 점자로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미국점자는 퍼킨스 맹학교 음악 교사인 스미스(Joel Smith)가 개발한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거의 같은 수의 시각장애 학생들이 뉴욕 점자, 미국 점자, Braille식 점자, 보스턴 선(線) 문자 등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문자들이 경쟁하며 발전하고 있을 때, 시각장애 학생들은 여러 개의 문자를 사용하고 배워야 했으므로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약자 전쟁(The War of Contraction)은 미국과 영국이 서로 다른 점자 체계를 사용한 데서 온 논쟁입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읽고 쓰기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 부피가 너무 크고 읽기 속도가 묵자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점칸을 하나라도 줄여서 글자를 나타내기 위해 '약자'(略字) 라는 개념을 사용했는데, 그 약자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미국과 영국이 서로 달랐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자(正字) 점자 외에 1.5종 약자(약자의 수가 적음)를 사용했고, 영국에서는 2종 약자(약자의 수가 많음)를 사용했습니다. 미국은 영국의 2종 점자에 약자가 많아 어렵다는 입장이었고, 영국은 2종 점자에 충분한 약자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길고 지루한 투쟁이 있은 후, 영국의 2종 점자를 표준 영어 점자로 채택함으로써, 영어 점자가 단일화되었습니다.
(3) 점자 천하 통일의 공신 - 점자 타자기 점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동안 일리노이서 맹학교 교장 홀(Frank Hall)은 1892년 최초로 점자 타자기를 개발했고, 뉴욕 점자나 미국 점자의 사용을 막고, Braille식 점자로 통일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홀은 또한 아연판에 점자를 찍어 인쇄하는 점자 제판기와 점자 인쇄기도 개발했습니다.
1920년 미국 맹인 제단은 점간(點間) 제판기를 개발함으로써 40%의 경비와 부피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최근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개발되어 더욱 시각장애인들의 문자 생활을 용이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서양의 시각장애아 교육 역사를 보면 디드로가 시각장애인 교육에 불을 붙였고, 아우이는 그를 실천했으며, Braille은 그 수단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점자의 특성
점자는 묵자와 다른 여러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점자를 배우기 위해서는 점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 점 번호와 점형 점자는 6점(세로로 3점, 가로로 2점)으로 구성되고, 왼쪽 위에서 아래로 1-2-3점,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4-5-6점의 고유 번호를 붙여 사용합니다. 이 여섯 개의 점은 각각 찍힌 상태와 찍히지 않은 상태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이 여섯 개의 점이 가지는 상태를 조합하면 64(2의 6승=64)개의 점형(點形)을 만들 수 있는데, 그 점형에 의미가 부여된 문자가 바로 '점자'입니다.
이 64개의 점형 중에서 점을 하나도 찍지 않은 것은 빈칸으로 사용하며, 이 빈칸은 묵자에서와 같이 단어 사이를 띄우는데 사용됩니다. 빈칸을 제외한 63개의 점형을 이용하면 비로소 글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2) 점형의 중복 사용 63개의 점형으로 이 세상의 모든 글자를 다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점자로 글을 나타낼 때에는 하나의 점형이 여러 개의 의미를 갖는 글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2-4점'을 한글로 읽으면 'ㅋ'이 되고, 숫자로 읽으면 '6'이 되며, 영어로 읽으면 'f'가 되고, 일본어로 읽으면 히라가나의'え'가 됩니다.
(3) 두 칸 이상의 점자 63개의 점형이 만들어내는 한 칸으로는 글자를 충분히 나타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점자에서는 자주 쓰이는 글자는 점자의 한 칸에 쓰고, 그다지 자주 쓰이지 않는 글자나 기호들은 두 칸 이상을 배당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글의 경우에는 낱 글자 하나에 해당하는 점자가 하나씩 배당되고, 따라서 보통 하나의 글자는 두 개 내지 세 개의 칸으로 이루어집니다. 한자와 같이 복잡한 글자를 점자로 나타내려면, 여섯 개 정도의 칸을 할당해야 한다고 합니다.
(4) 쓸 때와 읽을 때의 차이 점자판으로 글을 쓸 때에 특히 발생하기 쉬운 특징으로, 점자를 쓸 때와 읽을 때의 방향이 반대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글자는 기본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원칙이므로, 점자도 이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점자판은 그 구조상 점필로 종이를 눌러서 점을 찍는 방식이므로, 점자를 읽으려면 종이를 뒤집어야 합니다. 따라서 점자를 쓸 때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야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점자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읽을 때와 쓸 때의 방향이 반대가 되므로, 자연히 점의 번호도 바뀌게 됩니다. 원래의 점 번호는 왼쪽에 '1-2-3'점이 있고, 오른쪽에 '4-5-6'점이 있지만, 점자를 쓸 때에는 반대로 오른쪽에 '1-2-3'점이 있고, 왼쪽에 '4-5-6'점이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점자를 읽기만 하다가 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4. 점자의 장점과 단점 점자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에 대해서 간단하게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점자의 장점 점자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① 시각장애인들의 중요한 의사 소통 수단입니다. 이는 아주 당연한 말인데,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는 유일한 글자가 점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②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쓸 수 있는 글자입니다. 정안인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하여 묵자를 양각하여 만든 '선 문자'나 '양각 문자'는 시각장애인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글자입니다. 그러나 점자는 점자를 쓸 수 있는 간단한 도구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만약 양각 문자로 글을 써야 한다면, 시각장애인은 구리판에 글자를 만들기 위해 실이나 조각도, 인두와 아연판 등을 들고 다녀야 할 것입니다.
③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중복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의사 소통 수단이 됩니다. 들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모르더라도 음성 언어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지만,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손상을 입은 사람에게는 점자가 거의 유일하고 확실한 의사 소통 수단이 됩니다. 헬렌 켈러 역시 점자를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수행했습니다.
④ 책을 언제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정안인이 대신 묵자책을 읽어주는 경우는 책의 내용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독이 곤란하고, 책을 다시 읽어야 할 경우는 타인의 도움을 또다시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점자의 경우에는 필요할 때에 언제든지 다시 읽을 수 있고, 책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소설이나 수필처럼 가벼운 내용의 책이라면 책의 내용을 듣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연구 서적이나 교과서 등의 경우는 아무래도 직접 읽는 것 보다는 듣는 것이 더 불편합니다.
⑤ 맞춤법을 익히는데 도움이 됩니다. 문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경우는 음성 언어를 통해 듣는 말의 맞춤법을 익히기가 매우 어려우나, 점자를 문자로 사용하게 되면 철자를 익히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맞춤법을 모르는 사람은 '부억'과 '부엌'이 어떻게 다른지 구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점자의 단점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과 같이 점자를 사요하면 여러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지만, 반면에 다음과 같은 단점들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점자를 사용할 때에는 이러한 단점들을 생각하고 최대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① 읽기 속도가 목독이나 청독보다 현저하게 느립니다. 시각보다 촉각이 감지되는 속도가 더 느리기 때문에 눈으로 글을 읽는 것보다는 점자를 이용한 촉독이 많이 느리고, 따라서 남이 대신 읽어주는 청독보다도 점자 읽기 속도가 떨어집니다.
② 점자 도서나 간행물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점자 도서나 간행물의 제작 방법이 묵자 도서나 간행물의 제작 방법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며, 따라서 묵자 도서나 간행물보다 점자 자료의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또한 이미 발간되어 있는 묵자 도서 및 간행물의 경우는 따로 점자로 옮기는 점역(點譯)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점자 자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입니다.
③ 점자 도서의 제작비가 비쌉니다. 잉크를 주로 사용하는 묵자 인쇄 매체에 비해 점자 인쇄는 아연판에 점자의 본을 뜨고, 종이에 인쇄해야 하므로 추가 비용이 듭니다. 또한 묵자 인쇄물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기 때문에 점자 자료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④ 점자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므로, 휴대하거나 보관하기가 어렵습니다. 세계의 베스트셀러인 성서 한 권을 점역하면 점자책으로 약 30권 정도의 분량이 되고, 백과사전의 경우에는 커다란 책장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랄 만큼 점역된 분량이 많습니다. 묵자의 경우 글자의 크기를 줄여서 쇄하면 많은 양을 한 권의 책에 담을 수 있지만, 점자의 경우는 지나치게 점형이 작으면 촉각으로 읽기가 곤란해집니다. 그리고 묵자의 경우는 얇은 종이에 인쇄해서 부피를 줄일 수 있으나, 점자의 경우는 점자가 쉽게 지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므로 부피를 줄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⑤ 부호의 중복 사용으로 혼란이 생기고 글자를 읽기가 어려워집니다. 다양한 모양이 존재하는 묵자에 비해, 점자는 6개의 점을 이용하여 모든 글자를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같은 모양의 점자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뜻을 가질 수 있습니다.
⑥ 약자를 사용함으로써 맞춤법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점자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개의 글자를 몇 칸의 점자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방식을 '약자 표기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 약자를 쓰게 되면 맞춤법에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⑦ 어구, 문장, 도서 체제, 그림의 전체적인 형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료의 내용을 한 번에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시각의 경우는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으나, 촉각의 경우는 손으로 느껴지는 부분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장의 천체 내용을 파악하려면 앞에서 읽은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해야하며, 따라서 상당한 기억력과 이해력이 필요합니다. 기억력이 짧아서 줄 처음의 내용을 잊어버리게 되면, 줄 끝에서 다시 줄 처음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⑧ 일부 중복 장애 아동과 뇌졸중, 당뇨병 등의 환자들은 점자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점자 자체가 가지는 혼란성과 어려움 때문에, 정신지체와 시각장애를 겸한 중복 장애아동들에게 점자를 가르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뇌졸중과 당뇨병 환자의 경우는 손가락의 경련 및 촉각의 둔화로 인해 점자를 읽고 쓰기가 매우 어려워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점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언뜻 보면 점자에 상당히 많은 단점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아직까지 점자를 대체할 만한 의사 소통 방법이 개발되어있지 않고 있습니다. 점자가 가지는 장점은 많이 발전시키고, 단점은 좀 더 개선하는 방향으로 점자의 발전 방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5. 점자를 쓰기 위한 도구들 손으로 점자를 쓸 때에는 종이, 점판, 점관, 점필이 필요하고, 점자를 쓸 수 있는 점자 타자기와, 컴퓨터로 점자를 쓸 수 있는 워드 프로세서도 있습니다.
(1) 점자판으로 점자 쓰기 가장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점자판'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점자판'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점자지, 점판, 점관, 점필이 필요합니다. ① 점자지: 점자를 찍기에 적합한 용도로 특수 제작된 중이를 가리킵니다. 종이의 무게는 120 내지 150 파운드이고, 묵자를 적을 때 사용하는 종이보다 조금 두껍습니다. 묵자를 쓰기 위한 종이에도 물론 점자를 찍을 수는 있지만, 한 번 쓴 점자가 쉽게 지워져 버리기 때문에, 알맞은 두께로 제작된 점자지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② 점판: 묵자를 쓸 때 사용하는 책받침의 역할을 하는 도구입니다.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점자판은, 가로 약 18cm, 세로 28cm의 합판으로 되어 있습니다. 점판의 맨 위에는 점자지를 끼울 수 있는 '종이 집개'가 있는데, 이 종이 집개에는 작은 경첩(장식)이 달려 있어서, 종이를 끼운 후 닫아 두면 종이가 고정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점판 윗면의 맨 왼쪽과 맨 오른쪽에 각각 하나씩의 구멍을 뚫어서, 점간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③ 점관: 가로 약 20cm, 세로 약 2.8cm의 두 개의 금속판을 위·아래로 붙여서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위쪽 금속판에는 직사각형의 점칸 32개가 두 줄로 있고, 각 칸에 해당하는 점칸의 아래 금속판에는 여섯 개의 오목한 구멍(직경 1.5mm, 깊이 0.7mm)이 있습니다. 이 두 금속판으로 된 점관 사이에 점자지를 샌드위치처럼 끼우고, 점필에 달린 가는 심으로 위쪽 금속판에 뚫린 직사각형의 점칸을 누르면, 아래쪽 금속판에 뚫린 여섯 개의 구멍에 점필심이 들어가게 되고, 그 때 점자지에 생긴 점을 읽게 되는 것입니다.
④ 점필: 묵자를 쓸 때 사용하는 연필과 같은 기능을 하는 도구입니다. 손아귀에 꼭 쥘 수 있을 만큼 적당한 크기의 자루가 있으며, 그 자루의 끝에는 가는 심('점심'이라고도 합니다.)이 박혀 있습니다. 오른손으로 자루를 움켜쥐고, 점간의 위쪽 금속판에 있는 점칸을 누르면, 점필의 점심이 점간 사이에 물린 종이를 뚫고, 점간 아래쪽 금속판의 해당되는 구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 점자지에는 점심이 뚫고 간 자취가 남고, 이것은 곧 점자로 읽혀지게 됩니다. 연필이나 펜을 오래 쓰다보면 심이 닳게 되는데, 점필도 오래 쓰다 보면 심이 닳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점필 심의 끝이 뭉툭해지거나 고르지 못하게 되면, 점형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점형이 거칠어서 읽기가 곤란해집니다.
이 밖에 요즈음은 점판과 점관이 일체형으로 되어있는 '회중점관', '수첩형 점관'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2) 점자 타자기로 점자 쓰기 묵자를 쓸 때 타자기를 사용하면 쓰는 속도를 많이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마찬 자기로 점자를 쓸 때 타자기를 이용하면 최고 두 배의 속도로 빨리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묵자 타자기가 여러 개의 글쇠(key)로 이루어 있어서, 각각의 글쇠를 누르면 해당하는 글자를 찍을 수 있는 것처럼, 점자 타자기도 여섯 개의 점을 찍을 수 있는 여섯 개의 글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묵자 타자기와 다른 점은, 찍으려고 하는 점에 해당하는 글쇠를 동시에 눌러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1-2-3-6점'을 찍기 위해서는 해당하는 네 개의 글쇠를 동시에 눌러야 합니다. 점자 타자기의 이런 동작 방식 때문에, 점자판으로 한 개씩의 점을 찍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점자를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점자판을 이용해서 점자를 쓸 때에, 이미 써 놓은 점자를 읽기 위해서는 일단 점판에 물린 종이를 빼내어 뒤집어 읽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글을 쓰면서 동시에 읽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퍼킨스 타자기'라고 하는 점자 타자기를 사용하면 점자를 쓰면서 바로 바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점자의 읽기와 쓰기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퍼킨스 타자기의 이러한 특징은 특히 수학 문제를 풀 때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점자 타자기 역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점자판은 크기가 작아서 휴대하기가 편하고,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점자를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점자 타자기는 부피가 커서 가지고 다니기가 어렵습니다. 둘째, 점자 타자기로 점자를 찍게 되면 점자판으로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따라서 조용한 곳에서 점자 타자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셋째, 점자판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점자 타자기는 점자판에 비해서 상당히 비싸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 되겠지요.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은 일반적으로 점자 타자기와 점판을 함께 사용합니다.
(3) 점자 문서 편집기로 점자 쓰기 요즘 들어 컴퓨터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문서 작성입니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점자 문서 역시 문서 편집 프로그램으로 작성하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점자 문서 편집기는 크게 “점형 입력식”과 “글자 입력식”의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점형 입력식은 점자 타자기를 컴퓨터에 그대로 구현해 놓은 것으로, 키보드의 글쇠 중 여섯 개를 사용하여 점자 타자기를 치듯이 점자 문서를 작성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키보드의 기본 자리에 있는 F, D, S, J, K, L의 여섯 개의 글쇠와 사이띄개 키를 사용하여 점형을 직접 입력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작성된 문서는 점자 프린터를 이용하여 인쇄할 수 있습니다.
글자 입력식은 묵자를 입력하여 기억하고 있다가, 점자 인쇄 요청이 들어오면 점역하여 인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점형 입력식 워드 프로세서보다 배우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컴퓨터로 완벽히 점역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오역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용할 때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점자 문서 편집기로는 “소리문”(BWD)와 “브레일 서울”이 있습니다.
또한 정안인들이 사용하는 PDA의 개념을 빌어서 점자를 입출력할 수 있는 PDA도 점차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외국에서 널리 쓰이는 Braille Lite와 Braille Note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한소네 브레일'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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