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10 (한치재-광려산-대산-대곡산-무학산-마재고개)
06시에 시점인 마산역에서 첫차를 타고 07시에 종점인 대현에 내린다. 아침 안개 머금은 찬 바람이 몹시
불며, 보도 없는 찻길에 차들이 쌩쌩 달린다. 산행이 시작되며 바람은 사라지고, 차들로 불안했던 마음이
평온해진다. 쉬지 않고 한 시간을 올라서야 능선에 다다른다. 아직도 화려한 진달래에 철쭉은 숨도 못 쉬
고 눈치를 보며 대기 중이다. 삿갓봉에서 광려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아주 부드럽고 편하다. 떨어진 꽃으로
단장한 길과 아직도 풍성한 진달래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마누라 보다 더 예쁘고 아름답다. 대산으로
이어지는 길도 온통 진달래 밭이다. 아니 밟고 아니 갈 수 없는 꽃 길을 살며시 지르밟고 가는 것조차 이른
아침의 맑디 맑은 내 영혼이 허락하지 않는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바다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의 태곳적 소리가 들려 온다. 온통 봄 꽃으로 단장한 산의 숨소리가 들린다. 들풀, 들꽃의 숨소리가 들
린다. 새소리가 들리고, 봄바람 소리가 들린다. 바삐 그러나 조용히 거미줄 치는 소리, 나비들의 춤추는 소
리가 들린다. 개미들이 땀 흘리며 땅 파는 소리도 들린다. 나무 들풀 들꽃들이 땅 속 깊은 곳에서 물을 빨
아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유유히 떠가는 구름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바람을 만나 소식을 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의 숨소리를 듣지 못한다. 대산에서 멀리 무학산이 보이며 사방팔방이 무한대 넘어 우주의
끝이 보인다. 대산 넘어 이어지는 길도 끊임없이 진달래다. 절로 노래가 나오고 절로 춤이 춰진다. 나 혼자
사랑하기엔 너무도 아깝다. 마누라 품 속만큼이나 포근하고 아늑하다. 쌀재고개 지나 진달래는 사라지고
길은 평범해진다. 대곡산 오르는 800m의 거리가 꽤나 힘들다. 반팔에 반바지로 코디를 했건만 활짝 열린
땀구멍에 과부하가 걸린다. 무학산이 마산의 상징적인 산이어서 인지 탄탄대로다. 소나무 그늘 아래서 상
큼한 바람을 맞으며 속삭이듯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니 온 세상이 아름답기만 하다. 그런데 무학
산 정상이 가까워 지면서 단체 등산객들의 고성과 라디오소리에 기대했던 舞鶴은 사라지고, 29.5도나 되
는 날씨에 짜증스러워 잠시도 머물지 못하고 쫓기듯 하산을 서두른다. 그들은 마치 바닷가 횟집에서 번데
기통조림을 시켜놓고 맛있다고 떠드는 격의 사람들이다. 부분적으로 잊어버리면 오늘도 Happy한 산행이
다.
2014.04.15
i-San
첫댓글 떨어진 꽃 또한 다르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오. 요즘에는...
(나와 같은 신세라서?) ^-^
神의 造花라면 어떨까? 괜찮지 않나? 시들지 않는 조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