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위장이 편하지 못하였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더듬어 올라가자면 아마 이십대 초반 부터 였던 것 같으니 어언 삼십년이다. 그렇다고 위병이 생겨서 특별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 설사를 자주 하였고 왼쪽 아랫배가 차고 약간 거북한 그런 느낌이 있어 저녁을 먹고 나면 늘 손이 그 부분에 가 있곤 하였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음식을 먹으면 내가 속이 쓰리고 설사가 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특히 우유가 든 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들은 거의 먹고 나면 화장실에서 고생해야 하였기에 근래엔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노력하였다.
원래 못하는 술은 조금 마셔도 몸에서 받지를 않아 되도록이면 피하였고, 담배는 이십대 초반에 잠깐 피우다고 머리가 아파서 끊었으니 술이나 담배가 내 위장을 약하게 만든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도 의사들 가운데는 우리가 그동안 들은대로 소화장애, 위궤양 등을 딱히 고칠 수 없는 병으로 알고, 적당한 이런 저런 약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또한 일시적으로 그 약들은 듣기 때문에 환자들은 나았다가 다시 아팠다가를 반복하는데, 나 또한 그렇게 지난 삼십년을 살아왔었다.
십여년 쯤 전에 배탈이 나곤 하여 잘 아는 의사를 찾았다가 그 분이 내게 주던 작은 알약을 다시 처방을 받으면서 물어보았다. 그 약이 당시 매스컴에서 들었던 위 속에서 사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이냐고. 한데 그 분이 답하기를 그 약은 속이 울렁거릴때 진정시켜주는 작용을 하는 약이라고 했다. 어쨌던 그 약으로 몇년 동안은 크게 곤란을 당하지 않고 지낼 수가 있은 적도 있다.
내가 그렇게 의사에게 질문까지 하였는데도 그 의사는 그 약을 처방할 뿐 왜 나에게 헬리코박터 치료약을 주지 않았을까? 아마도 대다수의 의사들은 자신이 늘 치료해 오던 방법으로 환자들을 대하는데 익숙하여 새로운 발견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어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또한 환자들을 그들이 당하는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도 운전을 배우고 컴퓨터를 배우는 등 살아가는 동안 배움을 중단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자신의 환자들을 위한 공부를 게을리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엔 그런 의사들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근거로는 다른 예들도 있겠지만 한가지만 말한다면 오늘의 주제대로 나 자신의 헬리코박터 극복에 있어서 내가 만났던 의사들은 단 한번도 헬리코박터가 원인일 것이라고 진단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이 따로 있는데 증세만 완화시킨다면 그 질병은 다시 재발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것 아닌가? 이미 세상에 발표된지 몇해가 지났고 매스컴을 통하여 나 또한 들은 바 있어 의사에게 질문까지 했지만 그 의사는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던 것이다.
작년에 호주의 워런 박사와 마셜 박사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의 발견과 치료에 공헌함으로 노벨 의학상을 받음으로 헬리코박터 균이 다시금 매스컴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었고 나 또한 나의 잦은 배앓이의 원인으로 그 균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결국 지난 2월에 의사를 찾아서는 증세를 설명하고 헬리코박터 검사를 받겠다고 하여 피검사를 하였는데 며칠 후에 연락이 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있으니 처방하는 항생제를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내 진단이 맞아서 보다도 이제 그 원인을 확인하였으니 분명히 치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이곳 미국 의사가 처방한 약 이름을 올린다.
OMEPRAZOLE 20 MG CAPSULE 28개 14일 분 항생제를 먹을때의 위장 보호제로 사용
AMOXICILLIN 500 MG CAPS 56알 14일 분 항생제
CLARITHROMYCIN 500 MG TABS 28알 14일 분 항생제
위 세가지 약을 먹는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항생제란 원래 균을 죽일만큼 강한 약이니 나 자신에게도 기운이 빠지고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 더 열심히 음식을 먹으면서 겨우 겨우 버티어 약을 다 먹었다.
투약한 결과는 당장 그 다음 날 부터 나왔다. 근래에 들어서 아무리 자주 양치질을 하고 입냄새 제거하는 방법을 써도 고약한 입냄새가 나던 것이 다음 날 부터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아랫배에 손을 얹던 버릇도 사라졌고 변도 훨씬 편하게 보게 되었다.
우유가 든 음식은 피하기만 하였는데 이제 우유를 조금 마셔도 큰 탈이 없다. 가끔 설사를 하지만 뱃속이 뒤틀리는 그런 통증이 이젠 사라졌다. 그래 음식을 이젠 가려서 먹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지난 삼십년간 나를 괴롭히던 위장 장애는 이제 완전히 극복하였다. 좀 더 일찍 좋은 의사를 만나 십년 쯤 전에 헬리코박터 균을 박멸하였다면 내가 얼마나 더 건강한 몸으로 살았을까? 그래도 좋은 세상에 태어나 훌륭한 과학자의 덕분으로 원인도 모르고 소화제를 먹으며 뱃속 통증을 달래던 일에서 해방되었으니 그것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위장병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든지 헬리코박터를 일단 의심해 보기를 바란다. 위장병의 제일 큰 원인이 바로 이 병균이란 것이 이젠 세상에 드러났지만 아직도 의사들은 옛날 방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