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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11박12일 등산기
이글은 2014년 6월 부산산악포럼에서 펴낸 MOUNTAIN FORUM 통권제6호에 실린
필자의 글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11박12일 등산기를 편집하기전 원고를 그대로 부산시민등산아카데미 카페에 옮겨 싣습니다. 킬리만자로 등산이나 간접경험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킬리만자로에 대한 보다 많은 사진은 다음블로그 '산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항목중 '킬리만자로 1,2'에 수록돼 돼 있습니다.
2012년 7월26일 목 맑음 첫째날
그렇게 그리던 킬리만자로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카고백(무게14kg)을 들고 배낭을 메고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로 들어섰다. 이제 정말 아프리카로 가는 걸 실감한다. 공항까지 태워준 이상민 수목산악회 회원이 너무 고맙다.
부산서 출발하는 15명이 탑승수속을 끝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지 않고 김해공항에서 모두 했다. 인천공항에서는 환승이라 면세품 상점이 즐비한 탑승대기실에서 기다리면 된다.
킬리만자로 등반계획은 5년 전에 했다. 이를 주변에 알리건 2010년 1월 밀포드트레킹을 하고 난 뒤다. 나를 포함한 14명을 확정(동행하는 여행사 대표 제외) 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때 24명에 육박하던 희망자가 어느날 갑자기 10명으로 줄었다. 그래서 이 거창한 꿈, 평생소원 하나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자 인원이 14명으로 불었다. 이래서 아프리카 행은 성사됐다. 11박12일에 회비는 550만원이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14:00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2층 집결
16:30 인천행 탑승시작 대한항공 KE1406편
17:05 김해공항 이륙
17:50 인천공항 착륙
<인천공항 안에서 환승수속, 면세점에서 탑승대기>
21:45 탑승시작 대한항공 KE959편
23:08 이륙
7월27일 금 맑음 흐림 둘째날
13시간 동안 하늘에 머물렀다. 어제 저녁 11시에 인천공항을 떠났다. 비행기가 인천-서해-남태평양을 거쳐 인도양을 지나 아프리카로 날아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비행기 좌석에 붙어 있는 영상판에 나온 코스는 서해-북경-고비사막-타림분지-파키스탄-아라비아해-오만-홍해-에디오피아-케냐 나이로비 였다.
공항에 내리니 세상이 달라졌다.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은 지시하고 안내하고 도와주는 사람 모두 흑인이다. 넥타이에 양복차림의 키 큰 신사도, 가슴을 반쯤 드러낸 멋쟁이 여성도 모두 흑인이다. 대단히 더울 것이란 예상 했는데 그게 아니다. 선선하다.
밤11시 서울을 떠나 13시간을 날아왔는데도 아침6시라니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다. 공항 청사 밖은 더 시원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공기를 깊이 들여 마신다.
주차장에는 각종 차들이 얽혔고 사람들도 파시다. 활기가 넘친다. 우리가 탄 버스는 짐을 버스 지붕위에 실은 뒤 얽힌 차 사이를 용하게 빠져나간다.
적도 아래라 무척 더울 것이라 여겼는데 한국의 초가을 아침 같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태양이 바로 머리 위해 떠 있는 적도 밑이라 덥지 않고 시원한 것인가.
우릴 태운 버스는 나이로비에서 킬리만자로가 있는 탄자니아로 간다. 도시를 벗어난 버스는 들판을 달린다. 사바나지대다.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나무가 듬성 듬성 서있고 시든 것처럼 보이는 풀이 뒤덮은 들판은 황량하다고 할까 막막하다고 할까. 지금은 건기라 나뭇잎도 시든 것처럼 보인다.
산 그림자조차 없는 드넓은 들판에는 마치 황토물이 흐르는 강처럼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뻗어있다. 차는 먼지를 구름처럼 일으키며 달리고 가끔 염소와 소 떼를 몰고 가는 흑인 목동(?)들이 보인다. 이 넓은 땅을 그냥 저렇게 버려두다니 안타까운 생각이 자꾸 든다.
초원을 끝없이 달려 케냐-탄자니아 국경지대 나망가에 도착하니 10시40분. 케냐 출국, 탄자니아 입구수속을 하는데 40분정도 걸렸지만 까다롭지 않다. 두나라 관리들은 친절하다. 뚱뚱하면서도 진하게 검은 여인이 보내는 미소가 참 소박하다.
탄자니아도 끝없는 초원의 연속이다. 초원에 오아시스처럼 자리잡은 아루사라는 제법 큰 도시에 도착했다. 오후2시 점심을 먹었다. 기내식을 먹은 이후 처음 먹는 식사를 참 맛있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식사 후 방 배정을 했다. 오늘 여기서 하룻밤을 잔다.
잠시 호텔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는데 꽤 번화한 도시다. 가로수가 인상적이고 과일가게에서 고구마도 파는데 한국 것과 다를바 없다. 사람들은 활기차고 삼삼오오 짝지어 걷고 학생들도 자주 눈에 띈다.
이도시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 젊은이들은 자기가 렌즈에 담겼을 때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한다. 관광객들에게 자신들이 관광 상품이 아니라는 긍지와 자신감의 표현인가. 거기다 잘 사는 사람에 대한 질시와 부럼움도 작용한 것 같고.
탄자니아 초원에 있는 도시에서 아프리카 첫밤을 보냈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5:56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 착
(현지 시간임 한국보다 6시간 늦음)
07:30 나이로비공항서 짐 찾고 입국수속, 버스 탑승 후 출발
10:20 케냐-탄자니아국경, 케냐 출입국관리소 출국 수속 후 출국
10:40 케냐-탄자니아국경, 탄자니아 출입국관리소서 입국 수속
11:00 탄자니아 입국
13:00 탄지니아 도시 아루사(Arusha) 도착
13:10 임팔라(Impalla)호텔서 여장 품 식사
16:20 아루사 시내관광
18:00 시내 관광 후 호텔 도착
19:00 저녁 식사 중국식
7월 28일 토 흐림 3일째
아프리카와 킬리만자로에 대한 동경은 스펜스 트레이시 주연의 미국영화 노인과 바다(헤밍웨이 원작 소설)를 보고 난 뒤부터다. 늙고 가난한 어부가 매일 밤 꿈꾸는 아프리카 황금해안과 하얀 산, 원주민들이 내 가슴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 때 막 등산을 시작 할 때니 지금부터 40년 전쯤이다. 킬리만자로와 아프리카 여행은 내 소원의 하나가 됐다.
28일 킬리만자로 등산로 입구로 향한다. 이곳은 도로가 포장돼 있고 도로변에는 마을이 자주 자주 나타난다. 마을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참 많다. 바나나를 인 여성이나 물건을 머리에 인 남자들도 지나간다. 옥수수 밭과 바나나 숲이 펼쳐진다. 논에는 벼도 자란다.
한라산보다 높은 해발1970m에 등산관리사무소(마랑구 게이트)가 있다. 서늘하지만 그래도 여긴 여름이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입산 수속을 밟은 뒤 산행을 시작했다.
대단히 키 큰 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룬 열대우림이 이어진다. 나무마다 이끼가 더부살이를 하고 어떤 이끼는 길이가 1m가 넘는다. 흐린 날씨이지만 숲은 시원하고 공기가 건조하다. 꼬리긴 원숭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선두에선 이 원숭이를 보았다고 한다. 망구스가 어슬렁거린다.
숲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은 동료가 개미에 물렸다고 야단이다. 이곳 개미는 유독 잘 문다고 한다. 이 숲에는 뱀은 없다고. 너무 울창해 햇볕이나 바람이 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 열대우림이 계속 이어진다.
오후 5시5분 2,720m에 있는 산장 만다라에 도착했다. 날씨가 영 좋지 않다. 실비가 내린다. 저녁이 되자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 미역국에 김치를 곁들인 식사는 꿀맛이다.
구름이 물러나고 달이 보여 내일 날씨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금새 다시 구름이 덮고 실비가 내린다. 추워서 윗옷을 더 입는다.
껴입은 윗옷을 벗고 침낭으로 들어간다. 침낭은 곧 따뜻해졌지만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으니 내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울린다. 이게 고소증세인가. 갑자기 걱정이 된다. 이 소릴 듣지 않으려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보지만 여전하다. 나중엔 가족들을 떠올리고 숫자를 세고 그렇게 하다 어렵게 어렵게 잠이 들었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6:00 아침 식사 호텔 뷔페식 식사 후 짐 꾸림
08:10 임팔라호텔 출발
11:20 마랑구게이트(MaranguGate)도착. 킬리만자로 등산 들머리
12:00 마랑구게이트서 도시락으로 점심
12:25 마랑구게이트(해발1,970m)서 산행시작
17:05 만다라허트(MandaraHut 해발2,720m) 도착 숙소배정
19:00 만다라허트서 저녁식사 미역국 김치 밥 빵
21:00 취침 혹은 자유시간
7월29일 일 흐림 비 맑음 제4일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니 온통 안개다. 안개비가 이슬비처럼 쏟아진다. 어제 밤 잠자리를 괴롭히던 심장소리는 고소증세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하다. 심장소리는 이젠 들리지 않는다.
입김이 날 정도로 추운 날씨. 아침6시 포터들이 커피 코코아 꿀을 가지고 왔다. 커피 타임이다. 저녁 식사 후에도 커피 타임이 있다. 더운 물을 가져다 놓고 세수를 하란다. 물은 많지 않지만 고양이 세수는 할 수 있다. 백두산 높이인 2,720m에서의 환대다.
추위를 몰아내려는 듯 서둘러 아침을 먹고 산행에 나선다. 열대우림에도 실비가 내렸지만 슬그머니 사라진다. 해발3,000m를 넘어서자 열대 우림은 없어지고 키 작은 나무와 풀이 자라는 번번한 기슭이 한없이 계속된다. 관목지대와 황무지가 우릴 감싼다. 야생화도 많이 피었다.
해발3,200m를 넘어서자 구름이 발아래에 있다. 날씨가 좋아지고 햇볕이 쏟아진다. 눈(雪)을 하얗게 찍어 바른 큰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저게 킬리만자로인가 라고 물었더니 가이드가 마웬지봉 이란다. 산행 도중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해발3,720m인 호롬보 산장에 도착했다. 우린 구름 보다 높은 곳에 올라왔다. 햇볕이 쏟아지지만 바람이 싸늘하다. 일부 회원이 가벼운 고산증세를 보인다. 산장 뒤편으로 마웬지봉(5,254m)이 우뚝 솟았다. 산장 서쪽으로 킬리만자로 봉우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곳은 낮인데도 늦가을이다.
저녁을 먹고 나니 어둠이 깃들고 짙어 지는 어둠 따라 한기가 몰려온다. 갑자기 초겨울이다. 한 밤 밖으로 나오니 별빛이 쏟아진다. 눈과 바위가 조화를 이룬 마웬지봉은 밝은 달빛을 안고 하늘에 선채 하얀 구름을 목에 스카프처럼 둘렀다.
킬리만자로도 능선 넘어 하얀 봉우리로 우뚝하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마웬지봉 만큼이나 빼어나지 못하다. 밝은 달빛, 명멸하는 별, 달빛을 받아 더 하얀 구름과 눈을 덮어쓴 바위봉, 아름다움에 가슴이 울렁거린다.
한참을 머물다 추위를 못견뎌 숙소로 뛰어들었다. 침낭에 들어가 다리를 쭉 편다. 침낭 안 공기가 서서히 데워지자 나도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5:35 일어남. 밖에는 안개비가 진하게 내림
07:00 식사 삶은 누룽지 빵 수프
08:15 산행 시작 짙은 안개 속을 걷다
10:15 해발3,000m지남 날씨 점차 맑아짐 먼지 많은 길을 걸음
11:40 눈을 덮어 쓴 마웬지봉(Mawenzi 5,254m) 보임
12:20 3,320m지점서 점심(도시락) 식사 햇볕이 쏟아지기 시작
16:10 호롬보산장(HoromboHut 3,720m)도착 방 배정
18:30 저녁식사 육개장 김치 햄 식사 후 자유시간
7월30일 월 맑음 5일째
추위 탓인가. 아님 침낭이 불편한가. 잠이 일찍 달아났다. 입고 잔 옷에다 두꺼운 등산 점퍼를 걸치고 겨울 모자를 쓴다. 랜턴을 들고 밖으로 나오니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
땅바닥이 반짝거려 랜턴을 켜 확인하니 물이 흘러내리면서 얼었다. 풀에다 물을 부은 것 같은데 풀이 마치 성난 고슴도치 털처럼 뻣뻣하게 일어선 채 작은 얼음기둥이 됐다.
마웬지 봉으로 가는 등산로는 꽤나 넓다. 걷다 멈춰 서 사방을 둘러보면 정면 마웬지 봉과 왼편 킬리만자로 외에는 하늘과 번번한 기슭이다. 너무 높은 곳이라 기슭 위에만 하늘이 있는 게 아니라 기슭 아래에도 하늘이 있다. 낮은 하늘엔 구름이 많지만 이곳은 구름보다 더 높은 땅이다.
해가 뜬다. 일출은 마웬지봉에서 뻗은 산줄기에 가려 시원찮다. 하지만 마웬지와 킬리만자로의 눈(雪)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면서 천년정적을 흔들어 하늘을 열고 땅을 깨운다.
동녘 하늘에 길게 번지는 주황색은 싱싱한 오늘이 다가옴을 알린다. 이 일출을 통해 우주의 실체가 조금 느껴진다. 참 대단한 광경이다.
잠에 잠긴데다 추위로 웅크려 아무도 나오지 않은 등산길을 동료 두 사람과 함께 여유로운 산책을 했다. 숙소에는 아침 커피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해 이 산장에 하루 더 머문다. 아침 식사를 한 뒤 배낭을 메고 마웬지 봉으로 등산을 한다. 오늘 새벽에 걸었던 그 길을 지났다. 1시간30분을 걸어 해발4,000m에 도착했다. 고소로 고생하는 동료가 눈에 띤다. 왼편 눈앞을 가로막는 긴 능선을 올라서야 오늘 목적지에 닿는다.
능선에 오르자 킬리만자로가 우뚝 솟았다. 광활한 황무지 건너 저쪽에 모습을 드러낸 킬리만자로 아, 킬리만자로. 거대한 봉우리 중 북쪽만 바위봉을 드러냈고 나머지 봉우리는 모두 눈에 파묻혔다. 비로소 킬리만자로를 실감한다.
해발 4,180m인 마웬지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4,000m 지점(제브락록)에서 35분을 걸었다. 마웬지봉 삼거리서 킬리만자로를 바라보고 기슭을 내려간다.
킬리만자로로 가는 등산로를 만난 뒤 우리는 하루를 묵은 산장으로 되돌아간다. 내려오는 도중 이곳에만 자생하는 독특한 나무인 스네시언 숲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부산을 떨었다. 킬리만자로 길은 내일 우리가 가야 길이다. 오후1시 산장에 도착했다. 오후 내내 휴식이다. 카메라를 충전하는 등 시간의 여유로움에 흠뻑 빠진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5:30 기상
05:45-06:45 마웬지봉으로 가는 길 산책
08:00 식사 삶은 누룽지 수프 빵 밥
09:00 호롬보산장서 마웬지 봉 향해 등산 시작
10:35 제브라록(ZebraRockg 해발4,000m) 지남
11:20 마웬지봉 삼거리 4,180m
11:40 하산 시작
11:52 키보 산장 즉 킬리만자로로 가는 길(4,015m)로 내려섬
13:00 호롬보산장 도착 라면 빵으로 점심식사
18:30 저녁 식사 빵 밥
7월31일 화 맑음 6일째
이틀을 머문 호롬보 산장을 떠나 해발4,700m에 있는 키보산장으로 향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키보산장은 킬리만자로 봉우리 정상을 오르는 들머리. 오른편으로 마웬지봉이 우리에게 잘 다녀오라고 손짓한다.
산길은 수레가 다닐 정도로 넓은데다 이 길 흙은 거무스레하지만 밀가루 같아 발을 놓을 때마다 흙먼지가 풀 풀 일어난다. 회원들은 서둘러 마스크를 한다. 키 큰 나무는 거의 없고 키 작은 나무가 띄엄띄엄 있고 풀이 바위 밑에 웅크린채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도 풀은 꽃을 피운다. 생명은 참 위대하다.
길옆에는 작은 돌탑이 여러개 있었고 탑 주위로 돌을 빙둘러 울타리를 쳤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돌탑보다는 많이 서툴다. 하지만 누가 여기 고소증이 횡횡하는 이곳에서 조악하지만 앙징스러운 돌탑을 쌓았을까.
저 돌탑을 쌓으며 무엇을 기도했을까. 돌탑을 보면서 한국인 솜씨가 이들 보다 월등함을 느꼈다. 어쨌든 여기다 돌탑을 쌓은 사람도 참 대단하다.
해발4,053m에는 Last Water Point라는 팻말이 있다. 여기서부터 위쪽으로는 물이 없단다. 이곳이 물 있는 마지막 지점이고 키보산장에서도 여기에 와 물을 떠 간단다.
지대가 높아지자 나무가 사라지고 풀도 없어지더니 돌멩이와 모래 흙이 뒤섞인 지대가 나타난다. 킬리만자로 사막이다.
11시40분 해발4,400m까지 올랐고 바위가 많은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햇볕이 있는데도 추워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틈새에 앉거나 바위에 기댄채 도시락 식사를 한다. 일부 회원은 고소증으로 식사를 포기한다. 식욕이 왕성한 나도 도시락을 조금만 먹었다.
고소증을 이기는 방법은 없을까. 고소증을 완벽하게 없애는 약은 없다고 한다. 고소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있다. 이것이 완벽한지 알 수 없지만.
언제나 푹 잔다. 물을 자주 자주 마신다. 천천히 걷는다. 땀이 많이 나지 않게 체온 조절에도 신경을 쓴다. 이것이 일반적인 예방법이다. 여기다 의사와 상의해 등반 전부터 빈혈약을 먹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나는 낮은 말 할 것도 없고 밤에도 물을 많이 마셨다. 자기 전 두컵 정도 마신뒤 잠자리에 들었고 밤에 3회 정도 일어나 소변을 보는 불편은 있었지만 이때마다 물을 마셔 밤새 1000미리리터를 비웠다.
일부회원은 걸어가면서도 고소증에 시달린다. 크게 더운 건 아니지만 자외선이 강해 햇볕에 노출되면 금방 얼굴이 탈 정도다. 고산 사막지대는 황량함, 강한 자외선, 풀 풀 이는 먼지, 칼칼하고 차가운 바람. 곧게 뚫린 길까지 무미건조한 산행의 표본이다.
모두가 할 말을 잊고, 모두가 지친 표정이 가득하고, 모두가 퍼질고앉아 끝없이 졸고 싶은 그런 분위기. 죽음보다 더 처절한 침묵이 우릴 덮친다.
저 앞에 산장이 보이는데도 그곳이 너무 멀다. 너무 힘든다. 뒤돌아보면 오늘 산행하면서 쭉 보아온 마웬지봉이 우릴 압도한다.
해발 4,700m산장에 도착하니 오후1시15분.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키보 산장, 이곳에서 밤12시까지 머문다. 일부 회원은 침낭 속에 몸을 넣은채 깊은 잠에 빠졌다. 서울서 온 등산객 중 한사람은 고소증이 심해 아래편 산장으로 하산 했다.
오후4시30분 저녁식사를 한다. 해가 지자 이곳은 그대로 한겨울. 침낭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5,895m등산에 대한 두려움이 가슴에 여울지고 팽팽하게 긴장된 의식이 온 몸을 감싸 휴식다운 휴식을 할 수 없다.
더구나 14명 회원들과 함께 무사히 정상에 올라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 내가 등산 본보기가 돼야한다고 다짐하고 다짐한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주변이 술렁대 눈을 뜨니 밤11시. 나도 산행채비를 한다. 팬티 위에 내의와 두꺼운 겨울 바지를 입었다. 런닝, 윗 내의와 겨울용 등산셔츠 한 개, 바람막이 옷 얇은 것과 두꺼운 것, 그리고 동계용 겉옷을 입었다. 오리털 파카는 걷을 때 부자연스러울 것 같아 배낭에 넣었다. 두꺼운 양말을 신었다. 두툼한 장갑과 얇은 장갑을 같이 끼고 귀를 덮는 겨울 용 털모자를 쓴다. 목도리를 두른다.
11시50분 숙소 앞에 모였다. 모두가 한겨울 설악산을 등산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단하게 겨울 산행 채비를 했다. 이곳이 우리나라 한겨울보다 춥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 모두는 적도 바로 아래의 한겨울과 해발5,895m의 추위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더구나 6,000m 가까운 곳을 등산한다는 긴장까지 겹쳐 모두 얼굴이 굳어 있다. 그러나 가지 않으면 안된다.
킬리만자로는 탄지나아 자존심이요 아프리카의 자랑이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5:00 기상 밤에 물을 부은 곳은 단단한 얼음이 됐다.
06:30 식사 삶은 누룽지 빵
07:30 호롬보 산장 출발 키보 산장으로 향함
08:50 키보산장과 바람코산장 갈림길
09:35 마지막 물 있는 곳(LastWaterPoint 4,053m)
키보 산장 물 이곳에서 길어 감
10:20 마웬지릿지4,150m
11:40 4,400m서 점심 식사 기온 섭씨14도
15:15 키보산장(KiboHut 4,700m)도착 방 배정
16:30 식사 밥 수프 자장면 김치
23:00 일어나 등산 준비에 들어감
8월1일 수 맑음 7일째
8월1일0시 키보산장을 출발했다. 보름달이 하늘에 두둥실 떴고 교교한 달빛은 은비늘처럼 기슭을 덮었다. 하지만 곳곳에 웅덩이처럼 괸 어둠이 있어 랜턴을 켜고 걷는다. 우리는 마치 적진지를 기습하려는 특공대 같은 절체절명 각오로 등산을 시작한다.
한국서 온 가이드를 포함한 15명 중 3명이 고소증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현지인 가이드와 보조가이드 5명이 우리 팀과 함께 간다.
자동차가 다닐 정도의 넓은 길인데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걸을만 했다. 단지 길바닥은 검게 보이는 흙먼지가 뒤 덮었다. 화산재라고 한다.
평지가 점차 비탈이 되고 길도 좁아진다. 검은 흙길이 검은 모랫길로 바뀐다. 3시간 쯤 걸었을까. 대단히 비탈졌다. 주능선을 오르는 중간지점인 한스마이어 동굴이다. 해발5,300m쯤 될까. 바람이 거세지고 추위가 몰려온다. 장갑을 낀 손가락이 시리다. 회원 한명이 코피를 쏟고 하산했다.
모랫길이 끝나자 이번엔 온통 돌멩이와 작은 바위가 뒤 엉긴 급경사. 어디가 길인지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얼음 같이 차디 찬 바람과 공기가 온 몸을 감싼다. 잠시 쉬려고 서 있으면 이내 몸이 떨려 걸어야 한다. 고소증을 앓는 회원이 늘어나고 힘든 이는 배낭을 가이드에게 맡긴다.
한스마이어 동굴을 지난지 2시간30분 쯤 되자 이번엔 온통 바위가 덮었다. 동녘이 밝아온다. 바위를 뛰어넘거나 잡고 오른다. 나는 다행히 고소증을 느끼지 못했지만 된비알이라 숨이 대단히 가쁘고 걷기가 힘든다. 오를수록 사방으로 밝음이 재빠르게 번진다..
6시30분 내가 제일 먼저 주능선에 올랐다. 해발5,681m인 길만스포인트다. 햇볕이 쏟아지는데도 추위가 휩쓸어 영하15도 안팎으로 추정된다.
해발5,681m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황홀한 최면’을 안긴다. 이곳에서 정상까진 약2시간. 눈이 거의 없는 바위능선이 이어진다. 우리는 마치 달에 상륙한 우주인들처럼 그렇게 힘들게 걷는다.
길만스포인트에서 정상까지의 중간지점인 스텔라포인트(Stella Point5,739
m)를 쉬지 않고 통과했다. 바위 틈새로 눈 쌓인 곳이 많다.
2012년 8월1일 08시30분 마침내 마침내 킬리만자로 최고봉인 5,895m 우후루피크(Uhuru Peak 우후루는 스와질리어로 자유 피크는 봉우리)에 올랐다. 햇볕이 온 산을 덮었지만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 적도 아래 남위3도에 있는 봉우리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춥다. 정상 곳곳에 눈도 있다.
건너편 봉우리와 능선에는 빙하가 하얀 빌딩처럼 우뚝 선 채 기슭까지 덮었다. 하지만 정상이 있는 북쪽은 눈이 거의 없는 바위봉.
정상 아래는 분화구. 한라산 백록담을 닮았는데 백록담 보다 엄청 크고 넓다. 너비가 1.9km 최고수심 300m의 칼데라호(湖), 지금은 눈이 덮여 하얀 빙판이다.
광대무변한 하늘과 땅이 눈 아래 사방으로 펼쳐진 5,895m 봉우리. 추위도 잊은채 감격과 흥분의 소용돌이에 깊이 빠져든다. 그렇게 올라보고 싶었던 킬리만자로 그 봉우리에 섰다. 빛나는 산이란 뜻의 킬리만자로. 내 소원 하나가 결실을 맺었다.
마사이 족이 ‘신의 집’이라고 부른다는 킬리만자로. 그 산 서쪽 봉우리에 얼어 죽은 표범이 있다는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을 쓴 훼밍웨이와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고 노래한 가수 조용필도 올라와 보지 못한 이 봉우리를 고소증도 느끼지 않은채 올랐다.
몇십층 빌딩보다 더 높은 거대한 수직얼음이 좌우로 성벽을 이룬 빙하는 하얀 옥양목이 푸른빛을 띠듯 푸르게 반짝거린다. 하늘은 온통 짙은 파란색이다. 빙하가 하늘이 만난 푸른 세상은 멋진 마루금을 만들었다. 푸른 하늘은 고스락 저 아래편까지 번져 있었고 그 아래에 구름이 길게 띠를 이루었다. 하늘과 빙하와 백색 분화구가 만나는 킬리만자로 정상에는 짜릿한 흥분이 소용돌이 친다. 아 아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내가 아프리카와 킬리만자로를 가슴에 새긴건 헤밍웨이 원작의 영화 ‘노인과 바다’ 때문이다. 늙은 어부(스펜스 트레이시)가 밤마다 꿈꾸던 아프리카 황금빛 해안, 하얀 봉우리를 나는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40여년동안 내 동경의 땅과 봉우리로 킬리만자로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나는 드디어 그 꿈을 이루었다. 황홀한 기쁨에 깊숙이 빠져든다.
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7월28일 여름이 질펀한 해발1,970m인 킬리만자로 등산 관리사무소를 출발,
7월31일 오후1시 한겨울인 해발4,700m 산장에 올랐다. 그러니까 4일만에 여름을 출발, 가을을 거쳐 겨울에 도착했으니 1년 4계절 중 3계절을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고 할까. 그렇게 빨리 세월을 지나쳤으니 고소증이 오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길만스포인트에서 정상까지 눈이 없는 바위봉인 것은 이곳이 북쪽능선이기 때문이다. 여기는 남반구라 북반구와는 달리 북쪽이 햇볕이 많이 드는 양지이므로 눈이 녹았기 때문이다.
전체 봉우리 중 80%가 수백m 높이의 빙하를 간직하고 있는 킬리만자로. 남서쪽으로 4,200m 안팎까지 빙하가 퍼져 있다고 한다. 태고와 원시의 풍광이 햇볕을 받아 처절하리만큼 아름답게 빛난다. 빙하는 신비한 푸르름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이 빙하가 자꾸 줄어든단다.
정상은 바람 많이 분다. 햇볕이 쏟아지지만 영하10도 안팎으로 무척이나 춥다. 봉우리를 빙둘러보지 못한 채 하산을 한다. 길만스포인트까지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올라올 때보다 마음은 가벼운데 다리는 더 무겁다. 바윗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정상을 오른 회원 중에도 고소증으로 고생을 한다. 하산 하는 도중 배낭을 가이드에게 넘기는 회원도 있다.
길만스포인트에서 다시 한 번 멋진 주능선 풍광을 가슴에 새기고 하산을 한다. 밤에 올라올 때는 몰랐는데 대단한 급경사에다 바위길, 돌멩이길이 이어진다. 잘못하면 바위 사이로 처박힐 위험도 적지 않다.
아슬아슬한 바윗길이 끝나자 검은 화산재가 쌓인 급한 비탈이다. 경사가 너무 심해 발을 놓으면 죽 죽 미끄러지고 검은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난다.
저 아래쪽에 산장과 앞서 가는 동료들이 보이는데 아무리 걸어도 급경사 검은 흙비탈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한다.
걷는 게 아니라 미끄러져 내려간다. 검은 흙길이 누런 흙길로 바뀌진다. 얼굴도 옷도 신발도 배낭도 온통 먼지투성이다. 키보산장 진입 도로까지 포장 안 된 먼지 길이라 먼지는 여전하다.
길만스포인트를 출발, 2시간동안 온통 검은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걸었다. 11시55분 키보산장에 도착했다. 우후루피크에서 이곳까지 하산하는데 3시간55분이 걸렸다. 키보산장에서 정상까지는 8시간30분이나 걸려 등산이 하산보다 대단히 힘듦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등하산에 12시간25분이 소요됐다.
산장에 당도하니 먼지투성이인 나를 수건으로 털어주는 포터가 있어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수고비 1달러를 달라고 한다. 내가 바보인가, 순진한 것일까. 이곳에 사는 진짜 순진한 흑인들이 문명과 돈에 물드는 게 안쓰럽다.
산행에서 내려와 잠시 쉰 뒤 식당으로 가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한다. 오늘 점심 메뉴는 누룽지 삶은 것이다. 아프리카 적도 아래 4,700m 산장에서 누룽지 물을 후룩 후룩 마시는 우린 누가 뭐래도 토종 한국인이다. 거기다 김치를 곁들인다. 그런데 너무 피곤한 탓인가 입맛이 뚝 떨어졌다. 누룽지조차 잘 넘어가지 않는다.
식사 후 서둘러 배낭을 꾸린다. 산행에 참가하지 않은 동료4명은 이미 오전에 해발3,720m에 있는 호롬보산장으로 내려갔다.
오후1시30분 우리들도 배낭을 꾸려 키보산장을 떠났다. 킬리만자로사막지대는 올라올 때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내려 갈 땐 먼지가 많이 일어나는 아주 건조한 사막이었다.
얼굴에 수건을 두르거나 마스크를 한 회원이 많다. 사방에 검은 흙과 돌멩이 자갈이 뒤섞여 있고 가끔 바위무리들이 겹쳤다. 광활한 빈터를 자외선 강한 햇볕이 쏟아진다.
정상을 다녀온 일행 1명이 하산을 하면서 아주 힘들어 한다.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걸어 부축을 하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였다. 동료들이 부축을 하며 걷고 나도 함께 천천히 이동한다.
킬리만자로 사막이 끝나고 작은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초원지대를 사막만큼이나 오래 걸어야 한다. 길은 경운기가 다닐 정도로 넓지만 이곳 역시 발걸음을 놓을 때마다 누런 호박 속 같은 먼지가 폴폴 일어난다.
이미 정상을 오른 탓인지 하산길이 무척이나 지겹다. 건강한 사람도 이렇게 힘 드는데 몸이 좋지 않은 회원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올라 갈 때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동료들이 내려 갈 때는 침묵으로 입을 막은채 조용하게 걷고 또 걷는다.
영국 미국 독일 케냐 캐나다 일본 탄자이나 중국 등 많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앞질러 간다. 4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산장에 저녁6시에 도착했다. 한 시간이 더 걸렸다. 오늘은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온 몸은 먼지투성이다. 내의를 벗고 옷을 모두 갈아입는다.
산장에는 회원 한분이 아직 오지 않았다. 연락이 잘 안돼 걱정을 하고 있는데 저녁7시 무렵 산장에 당도했다. 키보산장에서 한숨 잔 뒤 늦게 떠났다고 한다.
낮이나 새벽이 아닌 한밤에 킬리만자로 등산을 하는 이유는 뭘까. 낮엔 복사열이 강해 낮보다 밤에 산행 하는게 더 알맞다고 한다. 키보산장엔 물이 없어 많은 인원이 숙박하기 부적절하므로 산행 후 산꾼들이 낮 시간에 아래편 호롬보산장으로 이동하는데 편리하다고. 더구나 키보산장에서 시작하는 등산로가 너무 가풀막져 낮엔 급경사 흙길을 더워서 오를 수가 없다는 것도 원인의 하나였다.
3,720m 호롬보 산장의 밤은 여전히 초겨울이고 뒤편 마웬지봉은 눈을 군데 군데 바른 바위봉으로 창공에 솟아 우릴 환영한다.
오늘 킬리만자로 등하산에 12시간25분, 산장 이동하는데 5시간30분이 걸려 전부 18시간15분을 걸었다. 그것도 3,700m이상 고지대가 아닌가.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0:00 키보산장서 산행시작
03:08 한스마이어동굴. 주능선 꼭대기 길만스포인트 중간 지점
06:30 길만스포인트Gilman's Point 5,681m
07:08 스텔라 포인드StellaPoint 5739m
08:30 우후루피크Uhuru Peak 5895m(킬리만자로 정상)
08:40 하산 시작
09:40 길만스포인트
11:55 키보 산장 도착
12:30 점심 식사 누룽지… 모든 짐 꾸림
13:30 키보산장 출발
18:00 호롬보산장 도착
19:00 저녁 식사 김치국밥. 방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 켬
8월2일 목 맑음 8일째
조금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킬리만자로 봉우리가 보이는 서쪽으로 아주 커다란 밝은 달이 하늘을 점령했다. 해돋이로 발갛게 물든 동녘과 남녘 하늘엔 구름무리가 발아래로 논다.
어제는 입맛이 없었는데 오늘은 입맛이 조금 돌아왔다. 아직 수염은 며칠째 깎지 못해 그대로다. 높은 산을 등산 할 때 해발3,000m이상에서는 머리를 씻거나 면도를 금기시 한다. 고소증세와 관련 있다고도 한다.
아침을 먹은 뒤 서둘러 하산한다. 어제 오랜 시간 걸은 탓인지 몸이 천근같이 무겁고 팔다리도 알이 배 움직이는 게 거북하다. 오늘은 킬리만자로공원 사무실이 있는 마랑구게이트까지 가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호롬보산장을 떠나 해발2,720m인 만다라 산장까지도 참 멀다. 물론 키 작은 나무와 무성한 풀이 이룬 숲이 이어지지만 길은 넓고 햇볕이 쏟아지고 먼지도 심하게 일어난다.
더구나 고소증세로 잘 걷지 못하는 회원과 함께 간다. 올라 갈 땐 등산을 한다는 목적 때문인지 그렇게 멀지 않았는데 내려가는데도 자꾸 멀다는 생각만 든다. 만다라 산장까지 4시간15분이나 걸렸다.
12시 만다라 산장에 도착하자 배가 고팠지만 여기선 어쩔 방법이 없다. 그대로 하산을 계속한다. 키 큰 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룬 열대우림지역을 통과한다. 올라 갈 땐 호기심이 일고 나무 하나, 풀 하나도 열심히 보았는데 내려 올 때는 지친 탓인지 그저 묵묵히 걷는다.
더구나 일행 중 한명이 지쳐 빨리 걷지 못하니 더욱 답답하다. 이 나라 아이들이 카멜레온을 내밀어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찍지 않았는데도 1달러를 달라며 따라 온다.
오후3시 국림공원 관리사무소가 있는 마랑구게이트에 도착했다. 배가 많이 고팠다. 제일 늦게 왔기 때문에 일행을 찾아 잠시 헤맨다.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인가. 시장이 반찬인가.
국립공원 사무실에 하산 신고를 했다. 셀파 포터 쿡 등 우리를 도와주었던 현지인과 헤어져야 한다. 서울17명 부산팀 15명을 돌봐준 현지인이 50명이다. 악수를 하고 미소를 나누고 ‘킬리만자로’라는 노래를 합창한다. 그간 만남의 고마움을 표시하며 여행사에서 보너스와 일당도 지불한다.
아침 호롬보산장을 출발해 여기까지 7시간15분 동안 걸었다. 어제에 이은 강행군이라 몸은 파김치다. 한겨울인 키본산장에서 가을을 거쳐 여름인 마랑구게이트로 내려오는데 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산하면 고소증은 없어지지만 겨울-가을-여름의 1년 중 3계절을 이틀만에 통과 한 타임머신 멀미 탓인지 몸이 무겁고 정신이 개운하지 못하다.
버스를 타고 탄자니아의 도시 모시로 간다. 처음엔 포장도로 였는데 모시에 들어가 호텔로 가는 길은 먼지투성이 비포장이다. 우리들은 먼지 때문에 수건을 가리거나 마스크를 하지만 현지인들은 먼지에 아랑곳하지 않은채 웃고 이야기 한다.
먼지가 뭉게구름처럼 솟아나는 도로를 20분이상 달렸다. 어떻게 호텔로 가는 도로가 이 모양일까 하고 거듭 놀란다. 도로 옆에 철문이 있고 경비원이 지키고 있다. 우리들 버스가 닿자 확인을 하드니 철문을 연다. 교도소나 요새를 들어가는 철문과 닮았다.
철문 안쪽은 별천지다. 2층, 단층, 화단, 연못이 잘 어울린 멋진 호텔이다. 호텔은 담을 빙둘러 요새화 한 것 같다. 스프링랜드라는 이름의 호텔이다.
방은 나무랄 게 없지만 전화나 냉장고가 없었고 선풍기는 잘 돌지 않는다. 벽에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원색의 유화가 6개나 걸려있다.
또 호텔 안에서는 자유롭지만 철문을 열고 나갈 수 없다. 지난번 탄자니아에서 하룻밤 잘 때 마라톤을 하는 우리 회원이 호텔 밖으로 달리기를 하러 나가려다 총을 든 군인이 제지를 해 나가지 못했다.
탄자니아는 사회주의 국가로 우리나라보다 북한과 먼저 수교했다. 치안은 괜찮은 것 같은데 외국인들의 통행을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하지만 호텔에는 먹거리를 풍부하게 갖추었고 여행자에겐 전혀 불편이 없다.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를 즐긴다.
이 나라에는 맥주가 많고 위스키나 꼬냑은 모두 외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노래 부르기를 참 좋아한다. 우리가 잠시 머문 맥주 바에서도 여성들이 킬리만자로를 합창한다.
요새 같은 호텔에서 탄자니아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탄자니아는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공용으로 하고 1961년 독립한 탕가니카와 1963년 독립한 잔지바르가 1964년 통합하여 설립한 탄자니아 연합공화국이지만 사회주의 국가다. 넓이는 95만평방km, 인구는 4600만(2011년 기준)이다. 종족은 아프리카 토착민이고 종교는 그리스도 이슬람 토착종교가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수도는 다르에스살람, 국민소득(GNP)는 400달러이다. 세계에서 동물수가 가장 많은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5:50 기상 장비 꾸림
07:20 식사 누룽지 수프 빵
07:45 호롬보산장 출발
12:00 만다라산장 도착 잠시 쉰 뒤 바로 하산
15:00 마랑구게이트 도착. 도착 서명. 도시락으로 점심식사.
16:05 마랑구게이트서 모시로 차량 이동
17:10 모시 스프링랜드 호텔에 도착 방 배정
19:00 식사 뷔페식
22:00 조촐한 맥주파티 호텔종업원이 부른 킬리만자로 노래가 다시금 마음을 울림
8월3일 금 맑음 9일째
등산에 따른 피로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아 오늘도 몸이 무겁다. 어제 저녁 면도를 했지만 뺨이 트고 입술 일부가 부풀어 올랐다.
다시 장비를 꾸려 버스를 탄다. 지난번에는 케냐에서 나망가라는 국경도시로 이동했는데 오늘은 탄자니아에서 타라케이 국경도시로 이동했다.
킬리만자로로 올 때는 케냐에서 탄자니아를 동쪽으로 내려왔고 이번엔 반대인 서쪽에서 케냐로 들어간단다. 국경지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입국 수속을 한다. 살아생전 다시 오기 어려운 탄자니아를 생각하고 생각해본다.
이 나라에서 보았던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이동한 도로 부근 마을마다 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 나라 사람은 남녀모두 물건을 머리에 이고 다닌다. 바나나를 머리 가득이고 가는 아낙네, 땔감을 인 남자들. 양떼를 몰고가는 젊은이들. 이들의 표정은 밝고 건강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옥수수 밭과 온통 눈앞을 가리는 바나나 숲.
내가 본 아프리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가난하지 않았다. 저 눈매 초롱초롱한 학생이 어른이 되고 기회가 온다면 아프리카도 지구의 미래를 풍성하게 가꿀 대륙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동부 아프리카 3국에선 의식주로 고통 받는 국민이 거의 없다고. 잘 사느냐 못사느냐의 문제일뿐.
케냐로 넘어오자 차량이 바뀌었다. 사파리 전용차량이다. 차는 5명이 정원이다. 광막한 초원을 달린다. 암보셀라 국립공원에 있는 숙소로 들어가기 전 마사이족 원주민마을에 들렸다. 이곳은 마사이족이 조상대대로 살던 곳.
케냐에는 43개 부족이 있는데 이중 가장 용맹한 부족이 마사이족이다. 창이나 맨손으로 사자를 잡기도 한다는 이들은 우유 양젖 소피를 주식으로 한다. 특히 소를 숭상한다. 소똥은 말려 땔감으로 쓰기도하지만 소 오줌으로 소똥과 흙을 버물려 집 벽을 만든다. 마을에 들어서면 소똥 냄새가 진동한다.
이들은 일부다처이고 첫째마누라가 남편에게 저녁마다 함께 잘 부인을 지명한다. 부인들이 물 떠오고 땔감을 구해 온다. 마사이 족 전사들은 원색의 천으로 아랫도리를 감싸고 위 몸은 드러내 건강미를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 마사이족 전사들은 그들 특유의 노래를 합창하며 창을 들고 높이뛰기를 하거나 묘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자를 잡던 용맹은 사라지고 돈과 문명의 맛을 알아 달러를 버는 전사가 돼 버렸다.
공허한 웃음과 행동으로 마치 몸을 파는 여인처럼 자신들의 전통과 용맹을 팔고 있었다. 문명에 의해 사라져가는 마사이족. 그들의 모든게 무너지고 사라져 가는 현장이 참으로 서글펐다.
오후 1시 암보셀리 국립공원(Amboseli Nation Park)에 들어서니 코끼리 기린 얼룩말이 이동하는 게 보인다. 공원 안에 있는 숙소(올-투카이로지 Ol-TuKai Lodge)에 여장을 풀었다.
숙소는 넓은 암보셀리 국립공원 아늑한 숲속에 자리 잡아 무척이나 자유스럽고 여유 넘친다. 숙소는 거의 2인실이고 집 한 채다. 저녁에는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는 착각에 빠질 정도의 넓은 사바나 들판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이곳에는 사람 주먹크기의 원숭이가 길에서도 겁 없이 놀고 있다. 이들이 창문을 두들겨 문을 열어주면 방으로 들어와 순식간에 난장판을 만든다고 한다.
이 원숭이는 영리해 안경을 가져가 나무에 걸어놓고 과자 등 먹이를 주면 돌려준다고. 안경을 부수면 혼이 나고 얻는 게 없기 때문에 절대 부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점심 식사는 뷔페였는데 지금까지 해외에서 먹어본 식사 중 제일 좋았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포식을 했고 이 포식은 킬리만자로 정상 등산이 가져온 피로를 통째 녹이는 느낌을 안겼다.
오후4시 암포셀리 국립공원을 사파리 했다. 이 공원은 서울의 1.3배인 800평방km이고 코끼리 누 타조 하이에나 하마 톰슨카젤(사슴 비슷)등 여러 동물이 살고 있지만 사자는 6마리뿐이고 악어는 살지 않는다고 한다.
동물들이 가까이서 또 멀리서 무리지어 이동한다. TV에서 보았던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도 그대로이고 이동하는 동물들도 똑 같다. 오늘은 사자를 보지 못한채 돌아왔다. 사파리를 마감했다.
코끼리는 무게가 4-8톤이고 하루 300kg이상 풀이나 나무껍질 등을 먹어 치운다고 한다.
사파리는 스와힐리어로 safari이고 뜻은 여행이다. 사냥과 탐험을 하는 여행, 또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것이다. 주로 동부아프리카에서 행해진다.
국립공원 안 숙소 식당에서 낮 보다 더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때 이 식당에는 어림짐작으로 세계 도처에서 온 관광객과 등산객이 100명이나 됐다.
갑자기 식당 전등불이 꺼진다. 캄캄한 식당 주방에서 횃불잡이를 앞세우고 아프리카 토속민 특유의 노래를 부르며 이곳 근무자 20명이 줄지어 한 바퀴 돈다. 그 행렬이 내 앞에 선다. 생일케이크를 놓으며 합창하듯 70세 생일을 축하한단다.
그들의 표정은 천진하고 연신 미소를 짓는다. 나는 올해 70인 동료와 함께 케이크를 자른다. 모두가 생일축가를 부른다. 독일인 한사람이 킬리만자로 등산을 한 70세 코리언을 축하한다며 엄지손가락을 펴 보인다. 많은 외국인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축하를 해 준다.
주민증에 43년 8월2일이 생일로 돼 있고 오늘에야 인솔자가 명단을 확인하면서 생년월일을 본 모양이다. 그래서 호텔 측에 생일을 축하해야 하는 70세 여행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핸 것 같다.
조금 있으니 반대편 출구에서 요란한 색깔의 천으로 아랫도리를 가린 마사이족 젊은 남자들이 창과 화살을 들고 그들 특유의 노래를 부르며 다시 식당을 한 바퀴 돈다. 그리고 식당 밖으로 나가 춤을 추며 생일 축하를 계속한다.
아프리카가 이렇게 멋진 생일잔치를 해 주다니 잊을 수 없다.
참 멋진 숙소에서 대단히 맛있는 식사를 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70세 생일 축하를 받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펼쳐진 초원의 밤경치. 안개가 피어오르는 광활한 대지는 바다를 뒤덮는 해무(海霧)다. 안개 위로 달빛이 잔잔히 부서진다. 금방 물결이 밀려와 내 발목을 적실 것 찾은 착각에 빠진다. 해조음이 내 귀에 작은 파도소리를 만든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6:30 일어남 장비 꾸림
07:00 식사
08:30 모시 스프링랜드 호텔 출발
11:00 탄자니아-케냐 타리케아 국경마을서 출입국 수속
11:20 케냐 입국
11:57 마사이 원주민 촌 방문
12:45 마사이 원주민 촌 떠남
13:00 암보셀리(AmboseliNationPark)로 들어감
13:30 올투카이호텔(Ol-Tukai Lodge)도착
14:00 멋진 서양식 점심식사
16:30 사파리 시작
19:00 사파리 끝냄
19:30 저녁 식사 그리고 멋진 70세 생일 축하연
23:00 취침
8월4일 토 맑음 10일째
아침 식사 전 사파리가 있어 일찍 일어났다. 간단한 행장울 꾸려 사파리에 나섰다. 광막한 대초원인 사바나를 물들이는 황금빛 해돋이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감흥으로 다가온다. 지리산 해돋이, 동해바다를 바라보던 해돋이하곤 전혀 다르다. 넓고 넓은 하늘과 넓고 넓은 땅이 밝음과 광채로 한 덩어리가 된다. 하루의 탄생이 이렇게 거룩하고 찬란할 수 있을까.
이곳 국립공원에 있는 해발1,150m전망대에 올랐다. 이곳은 동경 37도41분 남위2도40분이고 이름은 킬리만자로 전망대다. 케냐의 대평원에서 바라보는 킬리만자로는 가슴에 띠처럼 구름을 두르고 하늘에 우뚝 솟았다. 하얀 눈을 가득 이고 있는 저 높은 봉우리를 올랐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탄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전망대를 내려와 숙소로 방향을 잡는데 운전사 무전기가 갑자기 말이 많아지고 소란스럽다. 기사는 급하게 차 방향을 바꾸더니 마구 달린다. 사파리 차량이 여러 대 모여 있고 모두가 한 곳울 바라보며 긴장하고 있다.
마침내 보았다. 사자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희생된 동물의 뿔이 새끼 누로 여겨진다. 백수의 제왕 사자는 사람들이 보든 말든 아랑곳 않고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하다 한 번씩 머리를 쳐들어 사방을 둘러본다. 입에 피한방울 묻지 않았다.
이렇게 10여분이 흐르자 하이에나가 한 마리 씩 모여든다. 어느새 10마리가 넘었지만 아직 사자에게 떼거리로 달려들지는 못한다. 그저 주변을 빙 빙 돈다. 동료가 더 모이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기사는 우리들에게 사자의 식사 장면을 본 것은 이곳 사파리 여행의 가장 큰 행운이란다.
어제 저녁 멋진 생일 파티에 이어 오늘 사자의 아침 식사를 보는 행운도 있었지만 호사다마라 할까 회원 한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이 왔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멋진 숙소를 떠나 케냐 나이로비로 간다. 오늘 점심은 나이로비의 한국인 식당 고향에서 할 예정이다. 나이로비에 도착하니 오후2시, 4시간이나 걸렸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은 대단히 컸으나 음식은 한식이 아니고 전부 일본식이다. 아직 한국음식은 국제적으로 손님이 없지만 일본초밥은 일본인이 아닌 서양인도 많이 먹는다고 한다. 오랜만에 비록 일본식이지만 된장다운 된장국, 한국인이 담근 김치가 식욕을 돋군다.
식사 후 백화점을 갔더니 마트도 함께 있다. 기분 좋은 건 한국 가전품이 일본제품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삼성 엘지 등 낯익은 상표가 우리를 환영한다.
전자 제품은 20년동안 일본 석권했는데 3년전부터 한국 제품이 들어오더니 어느날 일본은 뒤로 밀려나고 매장 대부분을 한국제품이 점령했다고 한다. 한류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으며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한편 정도 매일 방영한다고 한다.
자동차는 거의 일본산이지만 우리와 운전대 위치가 다르다. 한국 자동차회사에게 이 시장에 뛰어 들것을 요청했지만 생산 라인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진출하지 못한다고 한다.
케냐에는 교민이 850명 정도 살고 거의 중상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국인 관광객은 한해 4,000명이고 킬리만자로 등산은 연 200명이 온다고 한다.
쇼핑을 마친 뒤 오늘 숙소인 나이로비에서 가장 유명한 인터콘티넨탈호텔로 갔다. 그런데 호텔이 삼엄하기 이른데 없다. 흑인경찰과 사복 입은 백인과 흑인들이 출입하는 사람을 통제한다.
우리들이 가지고 간 모든 가방을 샅샅이 뒤지고 탐색 개까지 풀어 이것 저것을 살핀다. 마치 공항처럼 검색대를 통과해 호텔에 입장했다.
일부 엘리베이터도 통제되고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해 줄을 서 있는데 힐러리 미 국무가 미소를 띠며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든 뒤 엘리베이터를 탄다. 힐러리 미 국무가 오늘 이 호텔에 묵기 때문에 이렇게 삼엄하다.
짐을 들고 올라간 호텔 복도 곳곳에도 경호원들이 우리에게 갈 곳을 가리켜 준다. 너무 삼엄한 분위기라 엘리베이터를 타는데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저녁 식사는 이 호텔이 아니다. 사파리파크호텔에서 야생동물 바베큐 파티다. 힘들게 숙소를 벗어났다.
바비큐 파티에는 타조 낙타 악어 칠면조 등 많은 야생동물과 소 돼지 닭까지 나왔다. 악어 고기는 악어 생김새보다 고기가 한결 맛있었다. 그러나 제일 맛있는 건 역시 돼지고기.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저쪽 무대에서 흑인가수가 노래를 부른다. 처음엔 중국 노래를 부르더니 이어서 한국 노래를 우리말로 10곡정도 불렀다. 여기서 서울이 얼마나 뭔가.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 한 호텔 야외식당에서 ‘만남’ 등 우리나라 대중가요가 울러 퍼진다. 세계 속 한국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그리고 사파리 캐츠쇼를 한시간동안 보았다. 검은 미녀와 미남들이 벌이는 검은 율동만으로도 아주 색다른 감동이었다. 젊은 남성이 펼치는 힘찬 체조, 여성과 남성이 강한 음률에 맞춰 추는 야릇한 아름다움, 남녀가 혼연일체가 돼 펼치는 민속춤은 충격이고 감탄이었다.
토속, 전통, 현대의 리듬과 춤이 놀라 정도로 조화를 이뤄 돋보였다. 이 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약동하는 아프리카, 멋진 미래를 가꿀 검은 대륙의 저력을 실감했다.
우리는 숙소인 호텔로 돌아와 검색대를 통과해 방으로 갔다. 그런데 검색이 저녁때보다 한결 느슨해 다행이라 여겼다.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5:30 기상
06:30 사파리 시작
06:40 일출 대초원 물들이는 황금빛 해돋이
07:50 킬리만자로 전망대1150m 동경37도14분 남위2도40분
08:10 사자의 ‘아침 식사’ 현장서 봄 하이에나 무리
09:00 아침 식사 빵 중심
10:00 올-투카이로지의 키마나 게이트 출발
14:00 케냐 나이로비 한국인 경영 식당‘고향’서 일본식 점심
15:50 백화점과 마트 쇼핑
17:00 인터콘티넨탈(IntercontinentalHotel)호텔 도착
19:20 사파리파크호텔(SapariParkHotel) 야생동물 바베큐 파티
10:40 인터콘티넨탈 호텔 도착
8월5일 일 11일째
새벽에 샤워를 하고나니 약간 춥더니 열이 나기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간신히 하고 방으로 와서 진통해열제를 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한국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카고백과 배낭을 하나도 빠짐없이 꾸려야 한다.
버스를 타고 호텔을 떠난다. 가는 사람이라고 그러는지 배낭도 가방도 크게 검사를 하지 않는다. 공항으로 가는 도로가 삼엄하다. 힐러리 미국무가 아침에 출발한다고 한다.
나이로비 공항에서 카고백을 화물로 붙인 뒤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이 있는 대합실에서 탑승을 기다린다. 마침내 대한항공을 타고 케냐를 이륙한다.
13시간 비행이다. 오전11시에 이륙했으니 밤12시에 도착 예정이다.
케냐는 동부아프리카서 유일한 민주국가로 대통령제이다 수도는 나이로비. 화폐는 케냐 실링(KES)이며 언어는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공용으로 쓴다. 인구 3900만명 (2010년 기준)에 면적58만㎢로 남한의 5.8배다. 종교는 개신교와 로마가톨릭 80%이상이다. 2011년 기준 1인국민소득은 1200달러로 추산된다. 주요 수출제품은 커피. 이 나라도 석유는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 주요 산업은 관광업.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5:20 일어나 샤워
06:00 식사 서양식뷔페
07:30 짐 꾸림
07:45 인터콘티넨탈 호텔 떠남
08:45 나이로비 공항 착 출국 수속
09:45 탑승 대합실
10:20 대한항공 KE960 탑승 후 비행기서 대기
11:00 이륙 안내방송
12:10 기내식 점심
18:00 기내식 저녁
19:30 시간 01시30분 한국시간으로 바꿈
8월6일 월 12일째 맑음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6일 오전5시25분(한국시간). 어제 오전 11시에 나이로비를 이륙했으니 시간상으로 18시간25분이 걸린 셈이지만 한국과 시차 6시간을 감안하면 12시간25분을 비행했다. 인천공항에서 환승 수속을 하고 공항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이 식사가 탄자니아 산장에서 흑인들이 해 주는 한국식 식사보다 못하다. 언제까지 우리들 식당은 손님을 무시한 채 장사를 할 것인지.
8시30분 부산행 비행기를 탔다. 9시50분 부산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은 뒤 공항 대합실에 모여 11박12일의 정을 다시금 새기며 악수를 한다. 미소와 안녕이 함께 오간다.
만날 땐 몰랐는데 헤어지는 건 가슴이 찡하다. 참가자 14명의 건강 행운 행복을 빈다. 참 멋진 아프리카 11박12일이었다. 킬리만자로를 다시 정리해본다.
킬리만자로(Kilimanjaro 5895m)는 케냐 국경부근이지만 탄자니아에 있는 휴화산으로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이며 세계 최고 화산이다. 적도에서 남쪽으로 330km지점인 남위3°5′, 동경 37°20′ 이다.
정상부는 주봉인 키보(Kibo 5,895m)를 비롯해 쉬라(Shira 3,962m), 마웬지(Mawenzi 5,149m)등 3개의 원추형 화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키보는 분화구로 이루어졌고 최고봉을 우후르피크(Uhure Peak)라 부른다.
1889년에는 독일인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H. Mayer)가 처음으로 우후루 등정에 성공했으며 한국인은 전명철씨가 1981년 10월 5일 처음 올랐다.
킬리만자로란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혹은 ‘하얀 산’이라는 뜻이고 이름처럼 정상은 만년설을 이고 있다.
킬리만자로는 적도 남쪽에 위치해 우리나라와 반대의 계절을 가지며 3월말에서 6월초까지 우기, 10월말에서 1월초까지 짧은 우기다. 트레킹은 1∼2월과 6월 말∼10월 중순까지 건조기가 시즌이다. 한국과는 달리 7, 8월이 가장 기온이 낮다.
킬리만자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해발1,700 ∼1,800m 고원지대는 일년 내내 섭씨 12-25도를 유지하는 ‘기후상의 파라다이스’이다. 마랑구게이트에서 만다라산장까지 원시림지대, 만다라산장에서 호롬보산장은 관목지대, 호롬보산장에서 키보산장(4700m)까진 고산성 사막지대. 키보산장에서는 그대로 우후루봉이 솟아올라 길만스포인트(5685m)까지는 화산재로 이루어진 45∼50도의 급경사지대. 길만스포인트에서 우후루봉(5985m)까지는 용암지대이다.
킬리만자로에는 6개의 등반루트가 있다. 이중 산장 시설이 좋고 정상까지 코스가 비교적 평탄한 마랑구 루트가 일반적 등산코스. 이외에도 일반 루트로 힘이 많이 들지만 경치가 좋은 움베루트, 빠른 고도상승으로 고소적응이 힘든 시라 고원 루트와 마차메 루트, 산을 가로지르는 로이토키톡 루트, 무웨카 루트등이 있다. (인터넷 서울포스트 탐사7대륙 최고봉에서 옮겨와 재정리)
킬리만자로여 아프리카여.
05:25 인천공항 도착
06:20 공항서 아침 식사
08:30 부산행 대한항공 탑승
09:50 부산 김해 공항 착 입국 수속 끝냄
10:10 마중 나온 가족 만남
10:20 김해 공항 국제선 입국 대합실 1층서 이별을 함
산행들머리에서 산길로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열대우림이 펼쳐진다.
해발3,720m에 있는 호롬보 산장 오른쪽에 보이는 산은 5,254m인 마 웬지봉
호롬보 산장에서 본 여명과 구름바다
구름을 휘감은채 우뚝 솟은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에서만 자란다는 스네시언 나무. 그 모습이 독특하다.
키보산장으로 가다 잠시 쉬고 있는 산꾼들
스네시언 나무와 초원 너머에 우뚝 솟은 킬리만자로
흙 돌멩이 모래로 이루어진 킬리만자로 사막
산장 중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해발4,700m 키보산장
정산 주변에 있는 만년설과 빙하
드디어 정상이다. 아프리카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해발5,895m인 킬리만자로 우후루 피크
킬리만자로 정상 기슭에 있는 빙하. 수십층 빌 딩 높이. 지구 온난화로 이 빙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킬리만자로 정상으로 가는 길. 앞쪽 제일 높은 눈이 없는 곳이 정상 이다.
탄자니아 도시에서 본 길거리 시장. 주로 농산물을 판다.
손으로 사자를 잡았다는 마사이 족. 원시부족 중 제일 용맹하다.
케냐 암포셀라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중 본 얼룩말과 사자
손님 생일 축하를 위해 케이크와 횃불을 들고 식당을 한 바퀴 도는 호텔 식당 근무자들
마사이 족이 손님 생일에 여흥을 돋우기 위해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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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너무 멋집니다~ 저도 언젠가 이곳을 가볼수 있겠지요.. 그때 여기 선배님 등산기를 되새기며 저 느낌을 올려볼수 있을 그날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