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간고등어’는 없다! ?
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이곳 안산에 ‘안동간고등어’ 만을 파는 장수가 있었다. 티코 같은 조그만 승용차 뒷유리에 붉은 색으로 '안동간고등어'라고 큼직한 붓글씨체로 선팅을 한 차를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볼 수 있었다. 그러다 수년 전 TV 홈쇼핑에서 안동간고등어가 대박을 내면서 간잽이 명인이 소금을 뿌리는 모습도 보여주고 하다 언제부터인가 그 모습들이 자취를 감추고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아마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나도 그 붐에 휩쓸려 홈쇼핑에서 어릴 적 먹었던 추억의 간고등어 맛을 생각하며 큰 맘 먹고 시중가보다 훨씬 비싸게 구매했다. 그런데 그 맛은 내 기대를 한참 벗어나 크게 실망을 하고 말았다. 혹시나 해서 간혹 농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안동간고등어라고 파는 것들을 사보지만 혹시나가 역시나이긴 마찬가지. 괜히 아내에게 맛 투정을 하기도 하고 다시 연탄불에라도 구워야 될 거라고 목청을 높여보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내는 “당신 입맛이 변해서...”라고 항변하지만 나는 “그러면 왜 곶감 맛은 그대로 이고, 고구마나 감자 맛은 옛날보다 더 좋으냐...”고 내 입맛 탓이 아니라고 열을 내서 내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안동간고등어 뿐만이 아니라 영광굴비 맛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어쩌다 선물 받은 현재 최고품질의 백화점의 영광굴비 맛도 옛날 시장에서 산 싸구려 굴비 맛보다 못하다. 이게 모두 옛날보다 잘 살게 되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 무뎌진 내 입맛의 죄란 말인가? 나는 지금도 결코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야 안동간고등어가 그 맛을 잃은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되었는데, 원인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싱거워진 것이다. 요즘 건강 지식이 홍수를 이루고 ‘싱겁게만 먹으면 모든 건강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의사, 간호사, 그리고 건강에 조예가 깊다는 사람일수록 입만 열면 “싱겁게 먹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대중식당에서도 간혹 간을 조금 맞추어 짠 맛이 비치면 난리가 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로부터 대중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어떤 건강 지식이 파급되고 의견 일치에 가까워진 현상이 언제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 식당 음식들은 어디 가서 먹어봐도 싱겁기는 마찬가지이고 그만큼 맛이 없어졌다.
음식은 짜야 하는 것은 짜고 싱거워야 하는 것은 싱거워야 제 맛이 난다. 된장찌개는 짜야 하고 된장국은 싱거워야 한다. 그래서 짠 음식은 양을 적게 먹고 국처럼 싱거운 음식은 그만큼 많이 먹게 된다. 모든 음식을 일률적으로 싱겁게 해서 그것을 온 국민의 입맛으로 고정시켜버린다면 우리의 다양한 맛의 감각이 퇴화하거나 잃게 될 것이다. 얼마 전 문을 닫았지만 명동 성당 근처에 소문난 ‘옛날 소고기 국밥’ 집이 있었다. 20년 이상 명성을 날린 그 집의 별식은 ‘짠 젓갈 멸치’ 한 마리였는데, 그 맛은 소금보다 짜서 입맛이 확 돌아오고 개운했다.
염분은 섭취하면 필요한 양은 몸에 남고 나머지는 땀이나 오줌으로 배출된다. 내가 군대 생활할 때 여름에 훈련을 받는 날은 소금을 지참토록 했다. 땀을 많이 흘릴 때 피 속에 염분이 부족하면 졸도한다. 한번 혼난 이후로 지금도 나는 여름 등산을 할 때는 염분이 많이 든 음식을 가져간다. 우리 인체는 염분이 적당량을 초과하면 인체가 자동 조절 기능으로 배출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의사나 보건소 그리고 건강 전문가들이 TV 등에서 그런 말은 일언반구도 없이 소금 그것도 나트륨이라는 무언가 대단히 나쁜 요소인 것처럼 위험성만 강조하고 있으니 ․ ․ ․. 남의 건강을 그토록 염려해주니 그 점에서는 고마운 일이기는 하다.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안동간고등어가 옛날 맛을 잃은 두 번째 이유는 ‘보관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든 신선 식품은 어김없이 냉장된다. 고등어가 소금에 절이기 전에도 냉장이고 간고등어가 된 뒤에도 냉장 상태가 계속된다. 그래서 좀 숙성이 되어 맛이 깊어질 겨를이 없다. 육류나 생선의 살은 어느 정도 숙성이 되어야 깊은 맛이 난다. 그 숙성된 맛이 염분과 조화를 이룰 때 최고의 맛이 되지 않을까.
왜 지금의 간고등어가 맛이 없어졌는지, 그리고 이제는 ‘왜 안동간고등어가 없다고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물론 이의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특히 염분 섭취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사라진 ‘안동간고등어’ 맛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다시 안동간고등어 맛을 재현한다면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 자식들이나 사위 며느리들 중에 혹시 새로운 사업을 해보려고 하면 나는 기꺼이 ‘안동간고등어’ 사업을 권유할 생각이고 조언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끝.
첫댓글 제 고향 안동간고등어에 대한 리얼한 평가입니다.
식단은 가급적 싱거운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다만 소금은 고급소금(천일염이나 죽염,구운소금등)은 많이 먹어도 좋은데
비싼 것이 문제입니다.안동간고등어는 영덕에서 지게로 안동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적정 싯점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노하우인데 세상이 변해버렸습니다.
좋은 소금으로 좀 짜게 한다면 대박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실히 맛이 조금 가 버렸습니다.그래도 내수와 수출에 기여가 크긴합니다.
오랜만의 글 반가움이 몇배 가중되는군요.(그래도 안동간고등어는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모든 음식을 일률적으로 무조건 싱겁게 하는 저염도 만능 시대 문화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며칠전 "콜레스톨 수치는 약간 높은 사람이 장수한다"는 세계 의학계의 공인 발표가 있었지 않습니까.
이제 더 이상 건강 검진 주요 항목에서 이 권장 수치는 빠진다고 합니다.
지난 40년가 절대적 의학 지식으로 군림해온 콜레스톨 수치 때문에 얼마나 전전긍긍한 사람이 많았지요.
저는 안동간고등어의 예맛을 되찾자는 바람에서 좀 자극적인 제목으로 한 것이니 이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