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상:박순옥(대구아름다운학교 어머니)
제목:어릴때 꿈을 이제서야 이루어졌다.
내나이 어릴때 일찍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이럭저럭 살다가 우리가 자라던
일제시대에는 처녀들이 공장을 다닌다든지 시집을 가지않고 있으면
큰변을 당한다고 부모님이 저를 일찍 시집을 보내었다.
그래서 남편도 저처럼 어린나이에 장가를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나이가 어려서 부부애도 몰랐고 거저 시집살이로 일만하면서 어느정도 나이가
들고서야 아이들도 태어나고 이렇게 자식들 키우다 보니 어느덧 세월이 이만치
지나가 버렸습니다.
어릴때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에게 이 한을 되물림 하지 않기 위해
끼니가 없어 죽을 먹으면서까지 자녀 모두를 대학까지 뒷바라지하고
시집 장가를 다 보내었다.
이렇게 세월을 다보내고 나니 내나이가 칠순을 넘기게 되었다.
늦었지만 글을 배우고 싶은 이마음이 너무 간절하기에 이 늙은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곳이 없을까 여기저기 물어보다가 이웃사람들이
이 동네 근처에 있는 신암교회에서 글을 가르쳐 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허지만 배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고 어디서 가르쳐 주는지도 알았지만,
이 나이에 어떻게 할까 하는 두려움과 부끄러운 마음이 너무커서 이럭저럭
또 일년이 넘어가고 새로운 해가 바뀌어 올때 내 마음이 꼭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머리속에서 떨쳐지지가 않아 다시용기를 내어 신암교회에 있는
대구아름다운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너무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입학식날 나 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그날 입학생이 사백명 정도 된다고 하시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 얼마나 큰 용기가 생기던지, 내나이가 비록 많지만 저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해서 배우지 못한 한을 풀었고 자식들도 해결해 주지 않았던
말 못하는 벙어리 심정 이곳 대구아름다운학교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다 풀어 주셨다.
나이가 너무 많아 공부하는데 힘도 많이 들었지만 밤도 세워가면서
국어, 수학, 한자, 영어를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것은 모두 배우고 익히고
다시 암기도 하고 모르는 것은 학교에 가면 다시 선생님께서 귀찮을 정도로
묻고 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영어 알파벳도 잘읽고 쓰기도 하고 한글 간판을 자신있게
다 읽는다.
요즘은 수학공부에 흠뻑 빠져 덧셈 뺄셈은 자신이 있고 곱셈구구를 외워서
곱셈도 척척 계산기 없이도 잘풀고 나눗셈도 어렵지만 신나게 배워 풉니다.
선생님께서 빨간 색연필로 맞다고 동그라미를 해주실때는 얼마나 신나는지
또 한개가 틀려서 이것은 다시 풀어보세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으면
속상하면서 더 잘 풀어서 칭찬도 받아야지 하는 다짐도 생깁니다.
몸이 늙어서 안 아픈데도 없는데 공부할때면 신통한 약을 먹는듯이 힘도 나고
신이 나고 학교 가는 날만 기다려지고 오늘은 또 무엇을 가르쳐 주실까 하는
기대로 학교에 갑니다.
정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