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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우이암(牛耳岩)과 한자 표기가 같은 전남 신안의 외딴 섬 우이도는 우이암이 그렇듯 모양새가 기이한 섬이다. 이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상상봉(上上峰·358.6m)에서 사방 갈래를 뻗은 암릉은 물론 섬 전체의 형상을 두고 보아도 쇠귀처럼 삐죽하거나 들고난 곳이 많다. 바위봉인 상상봉에 오르는 재미와 더불어 한반도에 몇 안 되는 해풍에 조성된 커다란 모래언덕, 기암절벽을 이룬 해벽 등으로 멀지만 찾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섬 남서쪽 끄트머리의 도리산 정상 군시설물이 철거된 이후 이 도리산정에서의 일출맞이 등으로 새삼 우이도는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상상봉
말끔한 암릉길로 정상 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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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이도 상상봉. 다만 이 섬에서 가장 높은 봉이라는 단순한 의미의 이름 상상봉이지만, 풍광은 내륙의 유명 산들에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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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이 닿는 돈목 마을 북쪽 해변은 바닷물이 들고 나는 넓고 긴 백사장이다. 이 백사장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세운 선박 형상의 샤워장 겸 화장실 바로 옆 계곡으로 상상봉 오름길이 나 있다.
50m쯤 들어가 전신주가 늘어선 왼쪽의 협곡으로 들어선다. 이 길은 진리~돈목간 전신주 공사 때 낸 길로서 풍랑 때문에 진리까지만 여객선이 들어오는 때는 돈목 주민들이 이 길로 다니기도 한다.
500m쯤 널찍한 길을 걸어 작은 고갯마루에 올라선 다음 목장 문을 열고 내려가면 곧 대초리 마을. 이 섬에서 가장 먼저 사람이 정착해 살던 마을이지만 지금은 거의 모두 비어 있다.
마을 아래로 내려가 계곡을 건넌 다음 목장 문을 지나 곧장 계곡길을 따라 오르면 큰재다. 바람도 시원하고 섬 주변의 도리산이며 수레산도 훤히 보이는 등, 여기 큰재까지만 올라도 시원하다. 하지만 눈 앞으로 뵈는 산릉이 너무 유혹적이다. 내륙지방에서도 이렇듯 말끔한 암릉길은 찾아보기 어렵다.
남쪽 상상봉을 향해 나서면 헬리포트에 이어 무덤이 나온다. 이 무덤 옆 어두컴컴한 숲속을 지나야 하는데, 남도 섬산 특유의 가시덩굴은 주민들이 모두 낫질을 하여 쳐냈다.
암릉길은 큰재 옆의 숲지대를 빠져나온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가시덩굴 같은 것은 전혀 없는 시원하고도 조망 좋은 암릉이다. 말끔하게 벗겨진 바윗길을 오르노라면 서늘한 바닷바람이 산바람과 뒤섞여 치밀어 오른다.
돈목 해변이 훤히 보이는 바위지대에 올라선 다음 왼쪽으로 10m쯤 가면 돌탑을 쌓아둔 상상봉 정상이다. 대개 다도해 섬산은 아무리 낮아도 조망이 좋다. 더구나 이곳 상상봉은 해발 350m를 넘는 데다 암봉으로 치솟아 기막힌 조망을 선사한다. 그늘은 없지만 늘 시원한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서 한동안 머물만하다. 정상에서 돌아보면 우이도는 푸른 바다에 들러붙은 불가사리 형상이다.
하산은 올라왔던 길을 되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즈음은 단체 산행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산행시간은 왕복 3~4시간이다.
정상에서 서쪽 성곽릉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정상에서 정서쪽은 급경사 절벽. 물론 이 절벽을 타고 내려갈 수도 있지만 매우 위험하다. 올랐던 길을 120m쯤 되짚어 내려가 앞이 트이는 곳에서 동쪽으로 조금 나서면 바로 아래로 짤막한 바위능선이 내리뻗어 있다. 수풀이 덮인 이 암릉길을 100m쯤 가면 왼쪽 아래 바위면 저편에 풀밭을 이룬 경사면이 있고, 그 가운데 소나무가 두 그루 서 있다. 이곳으로 내려가 살피면 가로질러 난 길이 빤히 드러나 보인다. 이렇게 우회로를 찾아 정상 서쪽 성곽릉의 감투 모양 바위가 있는 곳으로 옮겨갈 수는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니 초심자는 그냥 되내려가도록 한다.
이 암릉에서는 뒤돌아보는 상상봉쪽 조망이 좋다. 해발 350m대 산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웅장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만 하산을 마치기까지 가시덩굴이 너무 많아 고생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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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태
경사면 길이 100m의 바람이 만든 모래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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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이도 명물인 모래언덕 ‘산태’. 이제는 보호를 위해 울을 쳐두어 사진처럼 직접 밟아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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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이 닿는 돈목 마을 북쪽, 길이 약 600m의 백사장 끝에 주민들이 산태라고 부르는 모래언덕이 있다. 사구의 수직고도는 50m 정도, 경사면 길이는 약 100m쯤 된다. 경사도는 70도가 넘는다는 둥 과장되게 전해져왔으나 실제로는 32~33도다.
이 사구는 조류와 바람의 합작품이다. 사구의 북쪽 지형을 보면 타원형으로 우묵하다. 이곳으로 일단 조류에 의해 퇴적물이 밀려와 쌓이고, 썰물 때 드러난 이 퇴적물을 북서풍이 몰아쳐서 위로 치밀어 올린 것이다. 여름에는 남동풍이 불면서 재배치를 한다. 조류와 바람이 존재하는 한 이 사구는 계속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다만 이 사구 전체가 모래는 아니다. 모래 속에 바윗덩이가 기반암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구의 높이는 기껏해야 15m 정도인데 우이도 산태는 기반암이 있어서 50m가 넘는 거대한 둔덕을 이룬 것이다.
사구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사구 꼭대기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기이하면서도 아름답다. 흰색 일변도로 뻗은 100m의 모래벽 저 아래로 흡사 거대한 원형 경기장처럼 백사장이 펼쳐졌고, 희게 포말 지며 파도가 해변으로 몰려오고 있는 한편 그 뒤 붕긋하게 솟아오른 진초록의 산봉까지 한꺼번에 벅차게 와 안긴다.
돈목 해수욕장
반달형의 말끔하고 조용한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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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같이 고요하고 말끔한 돈목 해변. 밀물이 들어도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도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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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선착장에서 작은 둔덕을 하나 넘으면 나오는 민박 마을인 돈목 마을 북쪽 해안은 밀물 썰물이 오랜 세월 평평하게 다듬은 깨끗한 백사장 해변이 펼쳐져 있다. 남쪽을 향한 우묵한 만 안쪽 해변이어서 잡다한 쓰레기도 전혀 없고, 가슴 깊이까지 차오르는 곳까지 들어가려 해도 한참 걸리는, 달리 말해 아이들이 놀기에도 그만인 천혜의 해수욕장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세워둔 화장실 겸 샤워장도 있다. 다만 그늘이 없으므로 그늘막을 반드시 준비한다.
도리산 해안절벽
오랜 해식작용에 온갖 기이한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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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리산 해안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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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도의 두 귀 중 한 쪽에 해당하는, 덕섬산이라 부르는 도리산 기슭의 해안절벽은 기경의 연속이다. 모래언덕 산태처럼 멀리서 보기엔 신통찮아도 배를 타고 근접해보면 절경으로 드러난다.
특히 도리산 서쪽 해안절벽이 압권이다. 쳐다보노라면 어지럼증이 느껴질 정도로 가파르고 높게 검은 암벽이 섰고, 오랜 해식(海蝕)작용에 온갖 기이한 형상으로 조탁이 이루어졌다. 공룡의 등줄기 형상을 닮았는가 하면 구멍이 숭숭 뚫린 곳도 있다. 그런 절벽 여기저기에는 연초록 팽나무숲이 장식으로 얹혔다. 이는 6,000만 년 전 한반도 중생대 백악기 말 화산 활동시의 화산분출물이 연안에 집적된 것이라고 한다.
우이도 남쪽 해안은 도리산 기슭과는 달리 붉은 절벽이다. 규모는 작지만 붉고 흰 암벽면의 무늬가 기이하고, 기암절벽 위로는 초록 숲이 띠를 두르듯 우거져 있다. 이곳도 한 마디로 아름답다. 다모아민박집에서 일정 요금을 받고 섬 일주 관광을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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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용산역에서 목포행 호남선 고속철 하루 7회, 새마을과 무궁화호 하루 8회 운행(05:20~22:05). 고속철 운임 40,700원, 약 3시간 소요. 새마을호 37,000원, 4시간40분 소요. 무궁화호 25,100원, 5시간20분 소요. 목포역에서 여객선터미널까지는 걷거나(10분) 택시로 간다.
서울 강남고속버스(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목포 시외터미널까지 30~40분 간격 고속버스 운행(05:30~24:00). 4시간20분 소요. 요금 일반 17,600원. 우등 26,200원, 심야 28,800원.
목포항에서 도초도 경유, 우이도 행 섬사랑 6호 12:10 출발(오후 2시 도초항에 닿았다가 바로 출발, 오후 3시30분 우이도 돈목항에 도착). 요금 13,500원. 돈목항에서 목포행 07:20 출발. 목포까지 3시간30분 소요.
도초면사무소 우이도지소 전화 061-261-1866. 도초항 여객터미널 전화 061-275-2300. 기상악화로 인한 운항 여부 문의는 목포해운조합 운항관리실(061-240-6030-9)에 문의.
숙박
우이도 돈목 마을에 다모아민박(061-261-4455), 승미민박(261-1740) 등이 있다. 욕실 있는 방 3인에 40,000원. 찌개백반 5,000원. 다모아민박은 주인 박화진씨가 어선과 소형 정치망을 소유, 도다리, 농어, 돔, 광어 등 싱싱한 자연산 횟감을 싸게 판다. 마을에 간단한 식료품과 생필품, 주류 등을 판매하는 우이수퍼(261-1863)가 있다.
/ 글 김기환 ghkim@chosun.com
/ 사진 이상선 차장 ss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