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법문] "영어ㆍ큰절캠프는 스님도 미소짓게 한다"
‘꼬마부처님’에게 도량 내어준
큰절은 캠프동문의 고향집 돼
서울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만큼 종교시설도 많다. 그 중 가장 많은 것은 아마도 교회일 것이다. 요즘 <반야심경> 강의를 하면서 사람의 눈, 코, 귀, 입, 몸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각들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느낀다.
언젠가 길을 걷고 있는 도반에게 일곱 살 정도 되는 꼬마가 손가락질을 하며 “사탄”이라고 해서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스님들이 정말 사탄일까? 물론 맹신자들 이외에는 스님들을 사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스님들은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고 수행해 사람들에게 지혜롭고 행복하게 사는 길을 가르쳐 주고자 노력하는 수행자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들이 사회적으로 생기는 것일까? 나는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직 사고가 성숙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타종교에 대해 나쁜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은 너무도 잘못된 일이다.
나는 이 시대의 아이들을 사랑한다. 아이들의 마음에 예쁜 것들만 있으면 좋겠다. 너는 틀리고 나는 옳다는 마음이 아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면 좋겠다. 자신이야말로 가장 존귀하며 남 또한 존귀한 존재임을 어려서부터 알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어린 시절에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한번 잘못 새겨진 마음은 평생 동안 그 삶을 괴롭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영어담마스쿨과 영어담마캠프다.
영어담마스쿨은 매주 토요일 아이들이 사찰에 와서 참선과 영어 그리고 부처님 말씀을 배운다. 영어담마캠프는 매년 여름 8월초에 70여명의 아이들을 방송과 신문홍보로 모아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 산속 큰 사찰을 찾아가, 불교와 영어를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가르친다. 원어민과 교사들, 자원봉사자와 스님들 모두 20여명이 아이들의 수업과 활동, 정서적 돌봄을 한다. 특히 교사의 반은 영어가 유창한 대학생들인데 이들은 사전에 교사교육을 받는다. 캠프 주제를 인지하고 어떻게 아이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가를 익히면서 동시에 불교를 배우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대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게 되고 학생지도의 경험으로 자존감을 높인다. 한마디로 어린이포교와 청년포교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교사들과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영어담마스쿨과 영어담마캠프를 통해 수계를 받고 불자로 태어난 아이들이 1000명이 넘는다. 꼬맹이들이 어느새 커서 대학생들이 됐다. 나에겐 영원한 꼬마가 캠프교사를 하겠다고 자원했다. 큰 오빠들에게 보물을 빼앗기고 서럽게 울던 여자아이, 친구에게 관심 끌려고 한 서툰 행동이 싸움으로 번져 눈물로 범벅된 남자아이, 누워서 보던 별빛에 취해 잠들어 버린 꼬마아이, 고추장 범벅이 된 시뻘건 비빔밥을 자랑스럽게 먹던 입이 빨간 아이…. 나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 속 사찰에 사는 스님이다.
깊은 산사에 와서 신나게 뛰어놀며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모두 풀고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들은 언제 보아도 흐뭇한 일이다. 내가 10년을 지속해 올 수 있던 것은 여러 사찰의 도움이 컸다. 가끔은 사중 스님들에게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대표로 야단을 맞기도 했지만 꼬마 부처님들의 시끄러움을 대부분의 스님들께서 잘 참아주셨다. 그래서 마곡사, 법주사, 은해사, 화엄사는 우리에게 고향집과 같은 정겨운 곳이 됐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사찰에 들렀을 때 아마도 캠프의 추억으로 입가에 미소가 크게 지어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올해는 8월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간 법주사에서 어린이들의 야단법석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또 어떤 개구쟁이 친구들이 모일까? 너무도 설렌다.
* 자우스님 글은 이번호로 마칩니다.
[불교신문3204호/2016년5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