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화의 이름 중에는 '며느리'가 들어가는 꽃이 많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며느리밥풀꽃....등등
이 꽃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면 참으로 고달픈 며느리들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게 된다.

며느리밑씻개는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줄기에는 가시가 있고, 가지 끝에 여러 송이의 작은 꽃이 둥글게 뭉쳐 핀다.
주로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고 여름에 볼 수 있는 꽃이다.

요즘은 화장실에 가면 비데를 사용하는지라..아이들은 '밑씻개'라는 말을 알 수 있을까 모르겠다.
옛날에 내 어릴적에는 화장실에 갈 때...화장지 대신 신문지나 혹은 다 쓴 공책 등을 들고 가서 휴지 대신으로 사용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갖고 들어간 종이를 살살 비벼서 부드럽게 해서 사용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건 우리때의 기억이고...
우리 윗세대 사람들은 휴지도 아니고 짚이나 아니면 커다란 나뭇잎을 갖고 휴지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볼 일을 보고 뒤를 닦는 용도로 나뭇잎을 썼던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다.

하루는 며느리랑 시어머니가 둘이서 밭을 매는데...
시어머니는 이쪽 고랑에서 밭을 메고 며느리는 저쪽 고랑에서 밭을 메기 시작하는데..
도무지 며느리쪽 밭이랑에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두 고랑을 다 멜때까지 며느리는 반 고랑도 메지 못하고 아함~ 하품을 하면서 꾸물거리고 있는 것이다.
'저 년은 밤새 뭐라느라고 잠도 못잤나? 왠 하품질이야?'
하품하고 꾸물거리는가 싶더니 이젠 또 배가 아프다면서 외진 곳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어무이요...밑씻개 하고로...이파리 하나 던져 주이소...여그는 암 것도 읍심더~~"
밉다, 밉다 하니 점점 더 미운 짓을 골라하고 있다.
'에라~~ 이년아...여깃다, 밑씻개~~"

시어머니가 곁에 있는 풀을 뜯어서 던져 준 것이 바로 이' 며느리밑씻개풀'이다.
줄기에 가시가 제법 날카로운데...며느리를 보나 마다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
여기까지가 예전에 전해져오던 며느리밑씻개풀의 유래이다.
며느리빝씻개풀의 꽃말이 '질투' '시샘'인 것을 보면 고부간의 갈등을 나타내는 이 이야기와도 얼핏 맞아 떨어지는 것 같은데..

그런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해 보자면
이 며느리밑씻개풀의 효능 중에 어혈작용과 해독작용이 있고. 냉, 대하, 질염에 좋은 약효가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던져 준 시어머니의 이야기는
며느리를 미워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의 사랑이었던 셈이다.

지난 주 모 방송 프로에서 내가 좋아하는 임지호 라는 요리사가 이 며느리밑씻개풀 잎으로 샐러드를 해서 먹는 것을 보았다.
늘 꽃으로만 보고..약효에 대해서는 그저 문자화된 상식일 뿐이었는데..
막상 요리사가 잎을 뜯어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것을 보자..이 풀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
시어머니의 용심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이 더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첫댓글 좋은 글, 예쁜 야생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격려해주셔서~~
재미있는 이야기 잘 보았고 며느리밑 씻개라는 꽃이름도 처음들어 보았어요.
이름은 처음 들어보셔도 꽃은 보았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주변에 흔한 풀이니까요.
저 꽃은 본 적이 있는데 이름도 그 이름에 얽힌 사연도 자유님 덕에 알게 되었네요.
재미있어요.
꽃이야기가 기다려져요.^^
푸른달빛님 같은 제 팬<?>이 있으니...저도 힘이 나네요.ㅎㅎㅎ
꽃이 이렇게 예쁜데 ^^ 시어머니의 사랑이 맞지 싶네요.. ^^
그렇죠? 사랑이죠? 우리 시어머님을 보면 알아요. 투박스럽기는 해도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이름은 들어보았는데... 꽃 사진으로 처음봅니다. 사진과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하야로비님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가시때문에~^^
시어머니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를 것 같습니다. ㅎ~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는 야생화이야기 즐감합니다.
요즘 뜸하시네요. 가을 꽃 촬영 할 때 연락할까요? 전 지금 또 출발합니다.
2시간의 여유로 무슨 꽃을 만날 지 벌써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ㅎㅎ
며느리 밑씻개 누가 작명하였는지는 몰라도 아주 특이한 이름인것 같습니다.
유래와 잘 쓰신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