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17년 1월17일 화요일 맑음
장소-한북정맥 광덕산 구간
코스-하오고개 포병훈련장-하오고개(790m)-930봉-1025봉-회목봉(1025.8m)
-1010봉-1023봉-헬기장-회목고개-임도-상해봉 갈림길-상해봉-상해봉 갈림길-임도
-기상 레이더-광덕산(1046m)-광덕고개(620m)
한북정맥 8.5km+접속구간 0.7km+상해봉 왕복 1km=10.2km를 5시간 걸림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으로 삼한사온이란 말은 이제 무색하다
지난주는 봄날 같다 엊그제부터 갑자기 겨울이 되어 반짝 추위가 왔다
사계절 옷을 모두 꺼내놓고 그날그날 맞춰 입어 줘야 하듯이
날씨가 꼭 변덕스런 사람 마음처럼 이랬다 저랬다 한다
보름만에 다시 돌아온 한북정맥 이어가는 화요일 새벽은
겨울 날씨치고 찬 바람 없는 부드러운 날씨다
36인승 빨강 버스는 들머리인 하오고개 육군 제6377부대의 포병훈련장 표지판앞에
일행을 풀어 놓았다
옷 벗은 나무들이 온전히 드러나는 겨울산 아래 도로위에서
단단한 겨울 차비로 두툼해진 배낭에다 스팻치와 보온물통을 몸에 차고 나니
묵직한 몸이 되었다
등산화도 처음에는 무거워 질질 끌고 다니며 일주일 몸살을 앓은뒤 적응이 되어
이제는 다른 신발은 미끌어질까봐 신기가 두렵듯이 메고 차고 걸고 다니는것도
자꾸 이골이 나게 경험해야 쉬운가 보다
우르르 차문을 빠져나온 산우들은 산세 구경하며 슬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하면
울퉁불퉁 임도길을 지루하지 않고 쉽게 오를텐데 일 이 삼등 등수 매기는것도 아니건만
금세 하나둘 하오고개로 올라가는 임도로 사라져 갔다
산악회원 된지도 이년이 넘었지만 승부욕이 불탄 그네들이 별로 부럽지도 않은
나에게는 등수와는 상관없이 편한 꼴찌회원이다
하나둘 숨고르기를 하며 전번구간에 복주산에서 내려왔던 하오고개 안부에 도착했다
하오고개(790m)에서 좌측 오르막으로 들어서 정맥길은 시작이다
폐 타이어 오르막을 길게 올라 군벙커가 있는 공터에 다달았다
그뒤 헬기장과 무명봉을 오르 내리기를 번가라 한다
이지역은 육이오 전쟁으로 인한 국방부 유해발굴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이천년대부터 이지역 부근의 박달봉과 광덕산 상해봉에서
이백여점의 유해를 발굴했어도 미처 수습치 못한 십삼만여위의 호국용사들이
아직 이름모를 산야에 있다
곳곳에 비닐끈과 비닐천막으로 가림막이 쳐져 있고 땅을 파헤친 흔적이 있었다
유해를 찾아도 단서가 부족하여 유가족에게 유해를 전달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니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작업이다
시멘트 벙커와 뼈만 남은 시체 파낸 구멍이 군데군데 있는 으시시한 산길에는
지난주 내린 눈의 잔설이 깔린길과 낙엽밑에 얼은 얼음으로 미끌거렸다
안가지고 왔으면 모를까 한발한발 내딛기가 무서워 아이젠을 발에 끼고 걸으니
오히려 발바닥은 힘이 주어진다
하오고개에서 2.0km 떨어진 별다른 정상석이 없는 회목봉(1025.8m)을 지났다
다시 암봉을 휘감아 로프구간을 두세번 지나고1010봉 1023봉 1022봉을 넘고
헬기장을 지나 회목현에 다달았다
이어 임도로 이어진 정맥길을 따라 올라가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다시 임도로 나와 오르면 정맥길은 좌측으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상해봉 갈림길(990m)이 나온다
양지바른 갈림길 의자에서 점심을 마친후 상해봉 봉우리를 오르는데
부드럽던 능선이 갑자기 암벽이 나오면서 상해봉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밧줄 하나에 의지하는 깍아지른 절벽에서는 다리심보다 온몸으로 올라야 하는것은 알지만
다리에 힘을 주면 팔의 힘이 없어지고 팔에 힘을 주면 다리가 떨려온다
암튼 바위는 보기는 좋아도 바위와 한몸 되는것은 어렵다
위에서 잡아끌어 간신히 올라선 상해봉 높은 봉우리에 서니
눈과 가슴이 탁 트여 시원했다
이맛에 죽을 똥을 싸며 오르나 보다
이럴줄 알았으면 카페인에 예민한 나에게는 마약이나 다름없는 박카스를
배낭도 가볍고 기운도 나게 미리 먹어주는건데 후들후들 상해봉을 내려와
박카스 한병을 홀짝홀짝 마셨다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상해봉(1010m)은
한북정맥 길에서 살짝 비껴 0.5km떨어진 거리에 있고
왕복 삼십분 정도 걸린다
수피령에서 광덕고개에 이르는 구간에서는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대성산 복주산 회목봉에 이르는 한북정맥의 긴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 철원 들녘이 보이며 남쪽으로 화악산 일대와 앞으로 나아갈
백운산 국망봉의 봉우리가 바로 코앞이다
예전에 이 부근이 바다였을때 오로지 상해봉만 뾰족이 드러나 있었다고
해서 상해봉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상해봉 바위색깔이 요즘 제철인 바다굴색을 닮았다
상해봉을 뒤로하고 아스팔트 임도길을 올라서 조경철 천문관측소와
축구공을 닮은 기상 레이더 정문에서 정맥길은 아래로 떨어진다
이어 경기도 포천군과 강원도 화천군 철원군의 경계지점인 광덕산(1046.3m)에
다달은다
광덕산 정상석에는 해발 고도 1046m로 표기되어 있다
삼팔선 북방 십킬로 지점인 명성산으로 이어지는 명성지맥분기인 광덕산에 오르니
다음 구간에 가야할 백운산과 국망봉등 산마루금이 히끗히끗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광덕산은 한탄강과 북한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으며
산세가 우람하고 덕기가 서려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광덕산의 서쪽으로는
영평천의 최상류를 이루는 약사계곡과 각흘계곡이 흐르고
동남쪽에는 백운동계곡이 감싸 흐르고 있다
겨울철이면 눈이 많다는 광덕산 정상에는 눈 온 흔적뿐이고 하늘은 바다처럼
짙푸르렀다
이어 낙엽송과 참나무 군락지를 길게 내려 마을로 들어서는 갈림길을 지나쳐
무명봉을 지나 한참을 내려온뒤 시멘트 도로벽을 뛰어 넘어
곰돌이가 뛰어 내릴듯이 서 있는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르는 광덕고개에 다달아
오늘의 정맥길을 마감한다
구절양장 구불구불 광덕고개를 돌아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허름한 식당에서
오후 새참겸 이른 저녁으로 보리 비빔밥과 순두부 비지찌게로
포식하고 귀경했다
오롯이 두가지색으로 연출되는 파란 하늘 아래 땅도 하얗고 나무도 하얀
설경은 따로 찾아 나서야지 황량하고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 미끌거리는
낙엽만 밟다온 하루였다
공짜로 얻어온 콩비지로 김치에 돼지고기 넣은 찌게를 끓였더니
식감이 거칠긴 해도 담백하고 고소했다
재벌돈에 굴복하는 작금의 사태가 답답하여 컴퓨터를 닫고
스트레스 푼다고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욕망이 욕망을 부르는 정치 검사 박태수(조인성)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더 킹'을
보니 한강식(정우성)검사 패거리들은 정치 권력을 등에 업고
조직 폭력배들과 결탁하여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 한다
들개같은 놈들이 아직도 득실대는 현실같은 영화가 스트레스를 더 불러온다
그리고,아침에 눈을 뜨니 밤새 펑펑 도둑같이 흰눈이 내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온통 흰색이다
눈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스트레스 날리는것으로는 잠이 명약이다
겨울산
하늘문 열려 눈 소식 들리는 날
모든 흰색으로 빠져든 겨울산에
바람처럼 달려가니
한 차례 내린 눈은 얼음이 되어
눈 보다 추운 낙엽을 적시는구나
하얗게 얼어붙은 겨울해를
고개 들어 바라보니
또 한차례 내린 눈은 물이 되어
눈물 보다 더운 심장을 적시는구나
얼음 풀리고 맑은물 흐르는 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 너머 있다네
2017년 1월 하순씀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