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0구간(어은재-도장봉-생화산-항목탕재-암봉-밀재)
1.일시: 2021년 7월 2일 금요일~ 7월 3일 토요일
2.참가인원: 전과 동
3.날씨: 언제 내릴 지 모르는 비를 노심초사 바라보며 걷는 산행 길, 그러나 산에 들면 언제나 우릴 반겨주는 이름모를 산새와 산들바람, 그리고 향긋한 풀 냄새, 나무 냄새가 피부와 콧구멍을 통해 마구 마구 밀려 들어온다. 천치재가 오늘 우리의 산행 목적지건만 우린 시작부터 밀재까지만 가기로 암묵적 동의를 한 상태이다. 다행이 밀재에 도착하니 비가 시작되었다.
4.산행 거리및 시간:
휴식시간이랑 등산한 시간이 얼추 비슷하다. 이게 말이여 막걸리여 시방!
등산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알바의 궤적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 바야흐로 담양이다.
오랬만에 임실에 사는 친구 '송원'이 마중을 나와줘서 반갑게 조우했다. '그윽한미소'가 개발했다는 정읍의 맛집인데, 특별한 맛은 없는 것 같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 덕에 맛은 상쇄되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고초를 겪은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도 이제 늙고 병듬의 윽박지름에 시달리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다행이 건강이 회복되었다니 불행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정읍에 도착할 무렵 먹구름이 휘몰아치며 불길한 예감을 알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세상이 뒤집히는 정도의 열대의 스콜을 닮은 강한 비가 내린다.
숙소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2차를 했는데, 대화의 주제는 영혼과 윤회 그리고 유물론과 유심론을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 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불꽃 튀듯 오갔지만, 항상 결론은 없다.
이렇게 가끔이라도 만나 '안개 밥 먹고 구름 똥 싸는' 돈 안되는 얘기로 핏대를 세울 수 있는 것도, 복이면 복이다.
항상 건강들 하시라 그래야 결론도 없고 돈도 안되는, 안개 밥 먹고 구름 똥을 싸는 이야기를 할 것 아닌가!
이른 아침에 '송원'은 차 쓸 일이 있다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택시를 불러 이곳 어은재로 출발했다.
동네 강아지랑 재미있게 노는 '그윽한 미소'!
한놈은 멀찍이서 눈치를 보고 한놈은 꼬리치며 반긴다. 만인만색이라더니, 만개 만색이다.
사람이 그리운지 계속 내 꽁무니를 쫒아온다. 까만 눈동자가 앙증맞다.
어은재 도착 7시 42분.
도장봉 도착 7시 56분.
잡목에 가려 조망이 없다. 여기서부터 담양이라고 한다.
영지가 귀엽다.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가 바로 이 영지다.
거의 만병통치 수준이다. 고혈압, 당뇨, 해독, 정혈, 신부전, 천식, 비염, 눈병등 사지에 안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분덕재.
옥잠화!
혈액순환, 토혈, 각혈, 피부염, 부기를 가라앉히고, 약간의 독이 있고 몸이 찬 사람과 임산부는 사용하면 안된단다.
얘가 지금 시무룩한 것은 밤에는 만개하고 낮에는 지는 습성 때문이다.
꽃말은 침착, 조용한 사랑이다.
생화산 바로 밑에서 아침을 먹는 안빈낙도 회원들.
생화산 바로 밑에서 점심을 먹었다. 편의점 김밥이다.
'바람' 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독한 잣술을 달라고 하더니, 연거퍼 두 잔을 내장에 쓸어 넣는다.
금새 얼굴이 불콰해지는 '바람'!
잣술의 자태.
주인 없는 산매실이 탐스럽게 달려있다. 나무에 실하게 달려 있는데도 손이 안타는 것을 보니 시골은 시골인가 보다.
여기 저기 나무에 복스럽게 달려있는데, 마음이 동할 정도로 탐스럽다.
아마도 이곳은 화전민들이 살았던 곳으로 당산 나무인 듯하다. 예전에는 이 나무 밑에서 장기 바둑두고 여름 땡볕도 피했을 법도 한데 세월이 무상하다.
병풍지맥 분기점.
요즈음 산악회들은 1대간 9정맥을 마치고 이렇게 지맥, 기맥으로 안내 산악회를 꾸리는 것 같다.
금계국들이 춤을 추고 있다.
금계국!
산 동영상!
"잡초처럼 살다 이름없이 가는 것이 인생!" 이라고 길상사에 주석하시는 '바람 선사' 가 남기신 어록이다.
'바람' 은 이제 하산할 때가 된 것 같으다.
호남정맥의 능선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조금씩 빗방울이 날리고 있다.
밀재 도착 오전 11시 11분.
이렇게 오전에 산행을 마친 것이 아마도 오늘 처음이지 싶다.
천치재까지 9.7km인데 우린 못 간다 아니 안간다. 비가 오는 관계로...
자기 몫으로 남긴 잣술을 원삿하는 '그윽한 미소'!
마시고는 내장이 뜨끈해진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침에 타고 온 택시를 다시 부르면서 먹는 잣술 안주 살구.
밀재 들머리를 확인하며 찍은 호남정맥 지도.
닭의장풀!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 존경이다.
닭장 주변에 많이 핀다고 해서 닭의장풀이다
해독, 해열, 이뇨, 종기, 월경이 멈추지 않는 증세, 당뇨에 좋다고 한다. 잎줄기, 꽃, 뿌리등 다 약제로 쓴다고 한다.
이름이 그래서 그렇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세 죽이고.
버스 시간도 남고 해서, 점심을 먹으려고 터미널 근처 청국장 집으로 왔다.
청국장집 주인장이 자전거 마니아로 전국 안가본 곳 없이 섭렵한 모양이다. 식당 곳곳에 자전거 관련 자료와 비싸게 보이는 사이클이 입구에 걸려 있는 것을 보니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이른 시간에 산행을 마친 관계로 '딱선생'을 호출하니 뛸듯이 좋아한다. 해서 서울 이수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서울로 출발!
이수역에 도착하니 이수역 입구 부터 장대비가 쏟아진다. 우비를 챙겨 입고 만날 장소로 이동하는데, 준비성 없는 '바람'은 우비를 안가져 왔단다. 헐 하고도 허걱이다!
쌩으로 비를 맞을 수 밖에...
이렇게 비가 오는 것을 보니 서둘러 하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똥꼬를 간지럽힌다.
횟집 가기 전에 우리의 오랜 전통 당구 한게임!
누가 이겼을까요? 답 국가 귀속.
창밖은 장마비로 온통 아수라장이고, 세차게 내리는 비로 갈 곳 없는 청춘들이 우왕좌왕이다.
음주 운전을 하려는 '딱선생'이 못미더워, 대리 콜을 확인하고는 우리는 우리의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오늘도 안빈낙도 회원 여러분 고생들 했습니다.
나의집 도착 시간 오후 23시 30분.
첫댓글 이제부터 한구간 거리는 7km 미만??
정맥 졸업 때는 나이가 80살은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