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시간과 공간의 요리사'를 꿈꾸는 문제 제기자 이 혁 발 (행위예술가, 미술가)

[문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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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행본/한국의 행위 미술가들, 이혁발, 다빈치 기프트, 서울, 2008, p.86~106

'시간과 공간의 요리사'를 꿈꾸는 문제 제기자

                                                                                                                           이 혁 발 (행위예술가, 미술가)

  "행위예술 문정규의 표현어법" (예광, 1997)이라는 책까지 낼 정도로 80년대 초반부터 지금껏 꾸준히 행위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온 문정규, 요즘 음악, 무용, 연극요소가 가미된 총체적 행위예술작업을 연구하는 그를 대전에서 만나 쓴 소주를 기울였다.

'총체적으로 '인간-삶', '자연-존재', '문명-소외', '한국성-현대' 등을 주제로 메시지 전달을 시도해왔다󰡓는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본다.

반어법, 양의성의 익살

그는 양의적이고 익살스러운 반어법을 즐긴다. 전화통화에서 '지금 책 잡히고 있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을 보고 있느냐는 질문인데, 책을 채무처럼, 벌처럼 억지로 읽고 있지 않느냐는 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없는 게 있고, 있는 게 없다' 류의 언어유희를 즐겨 사용한다. 그는 언어를 가지고 그 나름의 생활 속 행위미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의적인 언어사용은 작품에서도 종종 사용된다. <자유의지>(1995)에서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다' 라고 외치기도 하였다. 작품의 소재 중에서 '안과 밖', '참 진실과 거짓 진실', '일루전과 리얼리티' 등도 같은 접근방식이다.

이런 언어놀음엔 뒤집어 다시 보기, 시원한 비유, 통쾌한 풍자, 개구쟁이 같은 익살이 있다. 그의 익살은 언어에서뿐 아니라 관객과의 행위에서도 적극 활용된다. 테이프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묶기도 하고, <환경과 삶 그리고 생명>(1995)에선 남녀에게 천을 뒤집어 씌워 계속 뽀뽀를 하게 만들기도 하고, <관계>(1994)에선 입술 탁본, 즉 자신이 입술에 루즈를 바르고 일반 관객의 볼에 키스자국을 만들어주어 관람객들을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대에게!>(1998)에서는 날달걀과 삶은 달걀을 섞어 놓고 관객과 서로 마주 앉아 상대의 이마에 계란을 깨는 행위도 하였다. 삶은 계란은 죽음을 의미하고 날계란은 삶을 의미해 죽음은 편안하고 삶은 얼굴에 찐득하게 계란물이 흐르는 것처럼 어려움을 상징한 이 행위는 관객에게 재미있는 게임구경처럼 흥미를 돋웠다. 예술이 대중에게 봉사하는 것 중의 하나인 유희, 쾌락의 역할을 잘 건드려준 것이다.

그의 양의적이고 때론 역설적인 의미를 담은 행위는 여기저기 등장한다. 테이프로 묶는 <관계> 연작에서는 속박을 말하면서 해방을 말한다. 구속과 억압인 동시에 안락이라는 평안을 말한다. 가학이면서 피학이다. 관계를 지향하면서도 스스로를 가둔다. <동시대의 결혼> (1994) 에서 죽음을 말하면서(관 속에 들어가서 갇힘) 동시에 삶의 열망을 말한다. <천국과 지옥 2001-(숨 쉬는 조각)>(2001)에서 지옥이라는 글자를 보여주면서(종이 한 장으로 접은 후, 두 번을 찢어 내고서 그것들을 조합하면 영어, 일어, 한국어 모두 지옥이라는 글자가 나온다) 지상천국을 주장한다.

이런 양의성은 그의 생김새에서 연유하는 듯도 하다. 남방계에 가까운 큰 쌍커플은 감성을 드러내고, 날카로운 콧등은 이지적인 면과 강단을 드러낸다. 그는 감성이 깊은 반면, 『현대미술의 아방가르드적 사고』(도서출판 미래디자인, 2000)란 미술 이론서를 냈을 정도로 상당한 이론가이다. 액자의 틀을 넘나드는 그림, <의외성-안과 밖에서-절편회화>류의 작업들이 그의 철학적 사유를 잘 보여준다.

관계

문정규는 1986년, 기하학적 도형을 이용한 행위작업을 시작하여 테이프를 이용한 <관계>연작들이 등장하고, 그 이후엔 <관계>가 주요한 주제로서 이어진다. 문정규의 작업에서 관객참여가 작품의 중요한 과정으로 진행되어왔으며, 그 점이 '관계' 개념을 자연스레 확대 재생산하게 된다.

<인체의 도형화 가능성>(1987), <우리는 하나의 원이요>(1989), <천당과 지옥>(1990) 등에서 삼각형, 사각형, 원의 도형틀이 인체와 만나는 행위를 한다. 이러한 도형들에 우주만물의 기본원리가 담겨 있다고 보고 존재적 불안을 가진 인간의 신체가 이 도형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들과의 소통, 자연과의 동화를 꿈꾸고 결국 완전성으로의 지향을 꿈꾼다.

<관계> 연작의 묶는 작업은 우리의 장례관습 중의 '염'할 때의 묶는 것에서 착안되어 시작되었다. 테이프나 로프의 상징성은 인간과 물질,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 그리고 인간과 사회, 정치, 문화, 삶과 죽음 등 '인간과 모든 것과의 상호관계'를 의미한다. 이 관계는 '사랑의 끈, 이웃과의 유대감, 또는 다른 친밀하고 애정있는 유대관계'를 의미한다.

사람들을 묶는 '관계'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구속과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몸이 구속되어도 마음은 구속되지 않을 수 있으며, 세상의 틀은 때로 평안을 가져오므로 속박 자체가 마음 속 평안일 수 있다. 그는 '묶는 것의 '구속개념'을 통하여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에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물리적이며 정신적인 구속에 대비되는 개념인 '자유를 지적'하는 것이다'라는 글을 썼다. 소외, 격리되어 고통과 번민에 빠져있는 현대인의 상실된 자아를 소생시키고 자유의지의 주체적 자아를 자각하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들 자아가 어떻게 존재하며 관계하며 살 것인가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주체적 자아를 회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인간성의 교류를 꿈꾼 <관계> 연작은 긴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게 하는 행위(<당신에게-음식문화>(1995))도 등장시킨다. 관객들에게 1.1m나 되는 긴 나무젓가락으로 쟁반국수를 먹게 하는 것이었다. 스스로는 먹을 수 없음을 금세 눈치 챈 관객들이 상대에게 서로 먹여주면서 작가의 의도는 맞아 떨어진다. 서구적 포크와 대비되는 젓가락은 두 개가 함께 맞물려야 역할을 할 수 있듯이 인간간의 관계도 그렇게 어울려야 됨을 역설하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나눠주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의미가 잘 녹아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정신적 소외를 겪는, 인간성이 상실되고 이타적인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인간성의 교류가 넘쳐나기를 꿈꾼 것이다.

입술자국을 찍는 <관계>(1994) 작업에선 관계에서 책임지는 주체적 교류를 말한다. 강상희는 이 작품을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관념에 의해 구속되어진 인간의 순수성을 해방'시키는 것이라 보았지만, 작가는 자유의지가 있되 책임질 줄 아는 '욕구의 주체, 선택의 주체, 그 이상의 주체화된 존재자'가 되기를 소망하는 점에 더 주안점을 두었다. 이렇게 작가는 <관계>연작들에서 인간이 가진 모든 상호관계에 대해 다양한 상황들을 작품 속에 펼쳤다.

문정규는 이러한 <관계> 연작에서 인간이 접하는 모든 관계에 친밀하고 애정 있는 유대관계를 맺어주는 중개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정신적 소외를 겪는, 인간성이 상실되고 이타적인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인간성의 교류가 넘쳐나기를 꿈꾼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 법, 금기, 관습에 구속당하고 둘러싸여 비인간화된 이들과, 유한성에서 오는 태초의 외로움, 상실감, 박탈감, 또는 소외된 이들에게 '인간적 따뜻함과 정감 있는 접촉'을 회복시켜 세계와 분리, 괴리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당당히 존재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참여의 미학

'관계' 작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정규는 관객참여를 매우 중요시한다. 대중과 보다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그에게 관객은 필수요소이다. 관객에 의해서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는 '관객을 제2의 창조자로 만드는 미학적 승화' 를 원한다. 무대의 주체자가 작가만이 아니라 관객이 제 2, 3의 주체자가 되는 것이다. 그의 행위에서 자신의 몸짓만 보여주고 마는 수동적 행위 주체자가 아닌 관객을 아우르는 적극적인 관리자적 행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상희는 『한국행위예술의 이해』(미래디자인)에서 관객들이 '행위예술의 진행과정에서 주체적으로 행위함으로써 활발한 정신조형활동을 한다.'는 것과 제2주체자가 됨으로써 '행위예술은 창작자의 단독적, 개별적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적이며 사회적인 예술로 변화'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행위표현의 공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이가 생명력을 가진 주체로서 변화' 하게 되면 성공적인 행위예술작품이 된다고 적고 있다. 행위에서 관객참여가 행위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주요한 요소임을 재확인시켜주는 글이다. 이러한 점을 문정규는 본능적, 선험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관객을 참여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나가는 관객을 포대기로 씌워 납치하다시피 하는 행위처럼 때로 반강제적이고 징발적인 관객 참여를 시키기도 하고, 관객을 달래기도 하고 명령하기도 한다. 또한 관객들을 교육하고 꾸짖기도 하였다. <포스트모던 가족> (1994)에선 높은 의자에 앉아 끈에 묶인 여성을 꾸짖기도 하고, <광복 50주년 기념퍼포먼스>(독립기념관, 1995)에서는 관객들을 팔 올리고 벌세우기도 하고, <환경과 삶 그리고 생명>(1995)에서는 관객을 불러 장단지에 회초리질을 하기도 한다. 똑바르지 않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그만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천국과 지옥>(1990)에서 제1주체인 작가 자신과 객체인 관객들이 공동으로 허공에 무수히 복사지와 빨간 색지를 뿌려댔다.

행위작업은 최소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출발한다. 그러므로 행위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변화에 적절한 대응, 또는 관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행위예술의 우연성, 즉흥성의 매력이 등장한다. 우연적으로 발생되는 상황을 잘 대처하기 위해 '치밀한 즉흥'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환경과 삶 그리고 생명>에서 관객에게 벌을 줄 때는 어떠한 관객의 답에도 '환경보호'라는 차원에서 매질을 할 타당성(환경보호에 관한 내용)을 즉각 만들어내었다.

직접적 참여가 아닌 감정이입의 관람 자체도 참여의 일종이다. 행위작업이 좋은 점을 묻는 질문에 문정규는 '관객과 함께 소통이 되면 엑스타시가 일어난다'고 했다. 1995년 [바다미술제]의 행위작업을 보고서 '고생했다, 좋은 작품을 보았다'며 꼬깃꼬깃한 돈 3만원을 쥐어주며 따뜻한 저녁을 사먹으라고 하였던 이름 모를 관객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날의 공연에서 실제로 행위 중에 죽음이라는 공포를 절실히 느꼈는데, 그 감정들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일 거라 문정규는 회상했다.

동시극 - 정신적 조형공간의 형성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드라마틱한 작업경향이 나타난다. 일일이 지시해야하는 관객들보다는 숙련된 여러 보조 또는 공동행위자가 등장하고, 동시에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각기 진행한다. 행위작업 초기단계부터 지금까지의 행위의 주제들 여기저기 녹아 있다. 인간간의 친밀감과 인간애를 주장하기위한 '관계', 자연과 삶을 소중하게 만드는 생명사상, 소비나 허구적 삶을 비꼬는 '포장' 및 부조리하고 정형화된 예술을 부수는 반미학, 일상을 새롭게 하는 '낯설게 하기'등이 함께 버무려진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동시에 등장하고, 음악 무용, 연극적 요소가 가미되다보니 그의 역할은 전체적인 기획자의 역할이 된다. 행위 시에도 그는 전체를 주관하는 지휘자의 역할이 된다. 그 전 작품들과 달리 이때부터 눈에 보이는 행위의 주도자, 주체자가 아니라 상황의 중매자이면서 지휘자가 된다. 그는 관객석과 무대를 왕래하며 총괄지휘를 하면 관객의 호흡을 함께 느끼며, 관객 속에 있는 자신을 보고 느끼며, 앞과 뒤, 전체를 다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KBS 대전방송국 신사옥 준공기념 초대로 열린 <자연으로부터>(1998)에서는 모든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천에 덮여진 피아노 속에 꽁꽁 묶인 연주자에 의해 연주가 이루어지고, 몸부림치는 잉어와 대화하는 행위자, 남녀 각 1명이 시를 낭송하고(사실 시가 아니라 󰡒예술은 예술가가 망쳐놓음, 교육은 교육가가 망쳐놓음, 자식은 부모가 망쳐놓음, 자녀를 자연적으로󰡓등의 말을 시낭송처럼 크게 외침), 나무 위에서 새집을 안고 있는 행위자 등이 각각 움직인다. 문정규는 지휘봉을 들고 건물의 옥상에서 지휘를 한다. 그의 의도는 자신의 의도에서 등장한 공동행위자뿐 아니라 관람자들, 움직이지 않는 빌딩, 시공간까지도 지휘하려 한다. 하물며 건물 안의 모든 사람들까지도 행위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간결한 행위를 하는 것이 주제전달에 더 효과적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문정규는 다중성이 좋다고 한다. 그에게는 다양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적 삶을 보여주는 행위작업으로서 적당하다고 했다. 사실 현실은 한 가지 주제로 단순하고 명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섞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문정규는 그러한 현실의 축약판으로 장황한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동시극적 행위는 각각의 다른 움직임들이 다양한 의미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규모가 크고, 드라마틱한 연출은 그가 생각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다. 이러한 다양한 행위자와 복합적 매체들은 양의적인 의미를 넘어 다의적, 다중적인 의미로 세포분열 한다. 더구나 그가 선언문 낭독이나 때론 시 낭독, 책 읽기, 신문 읽기 등을 할 때는 관객은 혼란해질 정도가 된다. 왜냐하면 그의 외침은 논리적인 듯하면서도 비논리적이고, 복합적이며 아이러니하다. 그의 작품을 드라마처럼 이해하고자 한다면 의미를 헤아리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래서 김재권 씨는 그를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스트라고 칭하기도 하였다.

강상희는 행위예술이 '공간의 존재하는 개체들의 자발적이고 비계획적인 행위에 의해 공간은 주체와 객체의 상호구별이 없는, 그리고 개체들 사이의 어떠한 의식적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유기체적 조직이 되는 것이다'라 했다. 그러므로 '모든 객체들이 유기적인 상호연관성을 맺고 만들어지는 '정신적 조형공간'의 확장은 행위예술의 미학적 가치의 존재장이 되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루이스 요베(Louis Jouvet)도 행위자와 관객이 '정신조형 공간'을 함께 형성하는 장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문정규의 작업을 평하면서 적고 있다.

행위미술의 미학적 가치가 생성되는 이 '정신적 조형공간'이 문정규의 규모 큰 동시적 행위의 장에서는 유기적인 상호교감으로 인해 조형공간이 더욱 확장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수많은 정보와 자극이 난무하는 복잡다단한 현 시대상황과 이 동시극적 행위가 너무나 닮은 꼴을 가지고 있기에 자연스레 교감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의 단선 지식만 주는 아날로그의 시대가 아닌 수평사회, 거미줄사회, 정보사회인 현 디지털시대의 특성이 동시적 행위의 현상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시극적 행위는 시대현상의 반영이라 할 수 있으며, 프랙탈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카오스적인

외형을 보이는 우주자연적 현상과도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주자연은 뇌나 컴퓨터 회로판처럼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으나 정교하게 돌아가며 자신의 역할을 빈틈없이 해낸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 복잡한 회로판의 역할들을 일일이 알지 못한다. 얼핏 복잡해보이고, 어떤 행위들의 의미는 쉽게 읽어내지 못하는 문정규의 동시극적 행위작품도 우리들이 필연적으로 교감해야 할 어떤 메시지를 다중신호로 내보내고 있으나 우리들이 그 신호를 잘 해석해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술가의 역할

그는 '행위예술이 실제 신체행위가 시간적 상황과 공간적 상황을 가로지르는 그 짧은 순간 밖에는 생명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의 덧없음과 무상함이 오히려 미를 제공한다'고 적고 있다. 행위의 즐거움이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에 작품을 구상할 때와 '행위가 끝나고서의 공허감도 좋다. 왜냐하면 또 다른 하나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예술가의 역할을 물었다. 그는 예술가는 '해결사가 아닌 문제제기자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했다. 물론 '시대정신'이 담겨 있어야 하고, '자아 성찰'을 통해서 우러나와야 한다. 또한 그는 '본질적으로 답이 없으며 답을 가르쳐줄 수도 주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예술가의 주요한 역할이라 했다. 예술, 특히 행위미술의 사회적 효용가치는 '현실의 환기' 역할만 하여도 충분한 것이다. 관객의 정서에 작은 울림 정도만 던져주어도 그 행위는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 정서의 확대 재생산은 관객의 몫이다. 그리하여 행위가 끝나면 감동은 관객의 가슴 속에 남고, 행위작업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처럼….

그는 생활에서도 '작은 심미적 충격'을 주는 재미를 즐긴다. 한번은 최병길 교수의 연구실에서 다방 커피를 시킨 적이 있었다 한다. 대학교정에 차 배달하는 아가씨의 등장, 그만이 할 수 있는 의외성의 해프닝이 아닌가?

정형화되기를 원치 않는 그, '항상 변하자. 긍정적이며 좋은 쪽으로'라는 그의 좌우명처럼 이끼가 끼지 않는 구르는 돌처럼 지금의 작업에 안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장기중의 하나인 해학도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한명이 있어도 공간을 가로지를 수 있어. 그것이 나의 최소한의 퍼포먼스다'라는 그의 말, 그가 시공간을 가지고 마음껏 포효할 수 있기를 바라며 대전을 빠져 나왔다. … 하략 ♥

                                                    단행본/한국의 행위 미술가들, 이혁발, 다빈치 기프트, 서울, 2008, p.86~106

The Problem Raiser to Dream of 'Cook of Time and Space'

                                                                                       Lee, Hyuk-Bal (Performer, Artist)

I met in Daejeon to drink some alcohol with Moon Jeong-Kyoo who has been persistently zealous for the performance art from the early 1980s to the present, publishing『Performance Art-Moon Jeong-Kyoo's Expression‎‍ Idiom』(Yekwang, 1997), is nowadays studying total performance combined with elements of music, dance, theatre.

Now I go into his art world that illustrates message delivery of themes such as total 'Man-Life', 'Nature-Existence', 'Civilization-Seclusion', 'Korean Identity-Modernity', etc.

Irony, Humor of Dual Meanings

He prefers to use dual-meaningful, humorous irony. In a call with him, I throw him a question, 'Now do you catch a book?' It implies a question whether you read a book or not, but in fact that question contains dual meanings such as reading a book reluctantly as a debtor, a bee. He likes to use language game like a sentence, 'There is something not to be, nothing to be'. He does perform his own live action with language.

Language with dual meanings is often used in his work. In his <Free Will>(1995), he once shouted, 'There is someone above him, and below him'. Among his subject-matters, 'Within and Without', 'Real Truth and False Truth', 'Illusion and Reality', etc. are the same approaching method.

In this language game, there are reverse re-seeing, smart metaphor, thrilling satire, mischievous humor. His humor is positively used for his language as well as action with the audience. He made the audience funny, by fastening unfamiliar people with tapes, repeatedly making the cloth-covered man and woman kiss in <Environment, Living and Life>(1995), and executing the rubbed copy of lips, that is, painting ruse on his lips and remaining its trace on the audience's chins in <Relationship>(1994). He contained raw and boiled eggs in a bowl, and made the audience break the arbitrarily chosen egg on the confronted partner's forehead in <To Thee!>(1998). In his idiom, boiled egg implies death, but raw egg life, and thus this performance made the audience interesting as if a funny game show, as suggested by symbols that death is peaceful, but life is hard like a sticky component flowing on the forehead. He has indicated well the function of game, pleasure, one of art's roles to serve for the audience.

His dual-meaningful, sometimes paradoxical-meaningful performances are appearing from corner to corner. He says of bondage as well as emancipation in a series of <Relationship> to fasten with tapes. It implies peacefulness and repose as well as bondage and repression. It implies both ill-treatment and good-treatment. He intends relationship as well as self-concealment. He says of death(concealed inside the coffin) in <The Contemporary Marriage>(1994) as well as zeal for life. He acclaimed the celestial paradise, showing a word of hell(by folding one rectangular paper in both side, tearing away twice, and creating that word in English, Japanese, Korean in combination with the remnants) in <Heaven and Hell -Breathing Sculpture>(2001).

These dual meanings seem to be caused by his appearance. His deep, thick eyes as similar as those of the ocean-oriented people betray his strong sentiment, and his sharp ridge of the nose does the intellectual aspect and resolution. He is also a remarkable theorist who has published a book of modern art,『The Avant-garde Thinking of Modern Art』(Publishing Company Mirae Design, 2000). His paintings beyond the pre-existing concept of a frame, <Unexpectedness-Within and Without-Cut Painting> series, display his philosophical thinking.

Relationship

Moon Jeong-Kyoo began to show his performance using the geometrical figures, and there appeared <Relationship> series using tapes in 1986, and then 'Relationship' became his important theme. In Moon Jeong-Kyoo's working, the audience participation has been seen as an important process of the work itself, in which the concept of 'Relationship' was naturally open to reinterpretation.

He shows performance that the frames imitating geometrical figure such as triangle, rectangle, circle meet with human body in <Possibility of Human Body's Figuration>(1987), <We Being One Circle>(1989), <Heaven and Hell>(1990), etc. He thinks that the basic principle of the universe is contained within these geometrical figures, and thus he dreams that he can fulfill a communication with people, nature, and finally an absolute perfection through a meeting of human body with existential anxiety with these geometrical figures.

He got a hint of fastening working in <Relationship> series from the fastening action when dressing the deceased in our funeral ceremony. Tape or rope symbolizes a mutual connection of man with everything like between man and matter, man and man, man and nature, man and God, man and society, politics and culture, life and death. This relationship implies love lace, band with neighbors or other familiar, affectionate band.

Through <Relationship> series to fasten people, the artist questions the problem of bondage and free will. Even though body is restricted, mind can not be restricted, and similarly a frame of the world sometimes gives us peace, and the restriction itself can be peace of the mind. He wrote that he wishes to indicate freedom paradoxically compared to physical, spiritual bondage by raising a question of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ego and the world through the concept of 'Restriction' to fasten something. He wants to awaken modern people's lost ego undergone hardship, pang by seclusion, isolation, and to recognize that they are the subjective being with free will. That is, he throws a question into us how our ego exists, is related to something, and lives.

Among <Relationship> series to recover the subjective ego and to dream of exchanging humanity full of love, there is an action to make the chosen audience eating noodles with long chopsticks as in <To Thee-Food Culture>(1995). It was to make the audience eating noodles spread over a flat dish plate with wooden chopsticks in 110 cm long. The audience immediately realized that they could not eat for themselves, and gave noodles to the partner, which was the artist's very purpose of action, relationship. As the chopsticks compared to the western fork can function only when they exist in pair, he argues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people have to be such. It was an excellent work that a spirit of sharing with others is well expressed. He dreams that modern people who have undergone spiritual isolation, lost humanity, and thus egoistic execute plenty of communication of humanity with others.

In <Relationship>(1994) to imprint the rused lips on the partner's cheek, he stresses upon a responsible subjective exchange or communication with others. Kang Sang-Hee has said that this work is to emancipate man's purity restricted by ethical, moral conception, but the artist has put more emphasis on his wish to dream of a subject of desire, selection, or more subjective being with a free, responsible will. Thus the artist, in <Relationship> series, has displayed various events of all kinds of relationships that man has.

Moon Jeong-Kyoo, in these <Relationship> series, considers himself to be an agent to make a close, affectionate tie to all kinds of relationships that man encounters. He dreams that modern people who have undergone spiritual isolation, lost humanity, and preferred to be egoistic are changed into those having excessive communication with humanity. In another words, by recovering humane warmth and emotional contact to those who have been impersonalized restricted and surrounded by culture, law, prohibition, convention, and to those who have felt the original strangeness, sense of loss and deprivation from finiteness, he wants them to regard themselves as being not separated from the world, but pomp in that world.

Aesthetics of Participation

As well-known in 'Relationship' work, Moon Jeong-kyoo makes much of the audience participation. The audience is an indispensible element for him to pursue for a more direct dialogue with the crowd, for the work is finished by them. He wants to see an aesthetic sublimation that makes the audience as the 2nd creator. The subject of stage can not be confined to the artist, but to the audience. In his action, he is not a passive actor who shows only his own gesture, but a positive actor like a manager who shares with the audience.

Kang Sang-Hee, in his『Understanding of Performance Art in Korea』(Mirae Design), argues that the audience actively develop formative activities by subjectively acting in the process of performance, and becoming the 2nd subject, and so the performance art is not an independent, personal action of a creator, but is changed into a communal, social art. And also he writes that he can make a successful performance work, provided that all the people who exist within the space of performance representation were changed into a subject with vitality. It is a sentence to make us reaffirmed that the audience participation in performance art is an important element for its higher level. Moon Jeong-Kyoo is experiencing this point instinctively, transcendentally.

There are many methods to make the audience being participated. They are sometimes compulsory, required as an action to capture with the passing-by audience with a wadded wrapper, and sometimes being lulled, commanded, educated, even scolded. He sometimes has scolded a rope-fastened woman sitting on a high chair in <The Post-modern Family> (1994), has made the audience hoisting their arms and being whipped in <The 50th Anniversary of Emancipation Memorial Performance>(The Independence Hall, 1995), and has called to gather the audience and whipped them by their calves in <Environment, Living and Life>(1995). Those methods were effectively used by only him to throw a vital warning on the wrong world and man. In <Heaven and Hell>(1990), the artist himself as the 1st subject and the audience as the object have scattered on the empty air plenty of copy papers and red-colored papers.

The performance art starts with a minimal scenario.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properly cope with or manage various situations that can be taken place in performing. Here there emerges the attractiveness of contingency, improvisation in performance art. It comes to be necessary to equip with an elaborate improvisation in order to come to grips with the situation that is contingently taken place. In <Environment, Living and Life>, he immediately dreamed up the adequate pretence(the content of environment preservation) for whipping the audience in the level of 'environment preservation' against any kind of answers from them whenever punishing them.

The empathetic seeing, not a direct participation, is a kind of participation. As a strong point of his performance working, Moon Jeong-Kyoo said that it occurs an ecstasy when communicated with the audience. He has recalled anyone who is strange to him, but cheered him up, delivering 30,000 won to him for a good supper and saying, 'Toiled hard, and saw a good work' as for Moon's performance in《Sea Art Festival》(1995). In that performance, Moon Jeong-Kyoo has recalled that he actually felt the horror of death during his performing, and his emotion was entirely delivered to the audience.

Immediate Mixture of Various Genre Forming of Spiritual Formative Space

Since the middle 1990s, there emerges a dramatic trend of working. Instead of instruction-necessary audience, there emerge mature assistants or co-workers, and at the same time he makes progress various tales in several spots. Themes of his performance are widely scattered from the initial stage of performing to the present. For example, they are such as 'relationship' willing to argue friendship and human love between people, 'thought of life' to make much of nature and living, 'wrapping' saying cynical remarks on consumption or false life and 'anti-aesthetics' to destroy irrational, formal art, 'to make unfamiliar' to bring something new to living, etc.

Because of immediate staging of many people, adding the elements of music, dance, theatre, his role comes to be that of a director. And also in performing, he holds himself responsible for the duty as a conductor. From this time contrary to the previous works, his role has changed from a ruler or subject of visible action into an agent or conductor of situation. He said it good that when he conducts his performance through comings and goings between stadium and stage, he can breathe with the audience, feel himself among them, and see his work on the whole.

In <From Nature>(1998), a performance invited for celebrating the erection of a new building in Daejeon branch of KBS, all the actions were shown all at once. From a piano covered with a cloth there comes out the sound of that instrument by the player tightly fixed by rope, a performer is moving to communicate with a writhing carp, reciting a poem by one man and one woman(in fact, it is not a poem, but a loud shout, 'Art is destroyed by the artist, education by the educator, children by their parents, and let's give a free rein to children, etc.'), and another actor to embrace with a nest on the tree. Moon Jeong-Kyoo is conducting on the housetop with a baton. His aim is to conduct not only the co-workers selected by him, but also the seers, the fixed building, even time and space. Let alone he had wanted to include even those who stayed inside the building into part of his performance.

I asked him of whether to show a simple performing with one theme is more effective for delivering a theme or not. Moon Jeong-Kyoo said that multiplicity is better. For him, it seemed that to show various aspects of life all at once was appropriate as a performance to disclose his actual life. In fact, reality does not be read simply and smartly as one theme. It is compound, multiple-layed. We have to see, judge several things at one time. Moon Jeong-Kyoo makes a gigantic stage as a miniature of reality.

This simultaneous action has a strong point that each different movements can multiply various meanings in geometrical progression. And the large-scale, dramatic presentation is a proper condition that can give various messages he thinks. This various performer and multiple media segment into multiple meanings beyond dual meanings. Furthermore when he declaims a manifesto or poem, reads a book or newspaper, the audience come to be confused. For his shouting seems to be logical, but in fact illogical, complicated, and ironical. If we want to understand his work as a drama, it comes more difficult to understand its meaning. Thus Kim Jae-Kwon once has called him a real postmodernist.

Kang Sang-Hee said that the performance art comes an organic structure that space, by an individual's disengaging, reckless action that exists in space, has no difference between the subject and the object, and has no any conscious boundary between the individuals. Therefore he wrote that the expansion of spiritual formative space that are formed in mutual organic connection of all individuals becomes an existence field of aesthetic value in the performance art. Louis Jouvet criticized Moon Jeong-Kyoo's work that it is important that both the performer and the audience create a field that forms the spiritual formative space.

This spiritual formative space that creates the aesthetic value of the performance art can be enlarged by dint of mutual communication in the field of Moon Jeong-Kyoo's large-scale simultaneous actions. For there is a similarity between the ravel present situation that the innumerable information and stimulus rampage, and this simultaneous action, and thus it would be possible for a natural communication. And the characteristic of the present digital society, called as horizon society, spider-web society, information society, not the analog society that gives us only single knowledge is well in accord with the phenomenon of a simultaneous performing. Therefore the simultaneous performing can reflect upon timely phenomenon, which resembles the universal phenomenon to show the chaotic appearance with fractal structure.

The universe is complicatedly fabricated like a brain or computer's electric circuit plate, but circulates elaborately, and accomplishes its role without exception. But we do not know in detail the roles of a computer's electric circuit plate. Moon Jeong-Kyoo

s simultaneous performances that we sometimes think it as complicated at a glance, and sometimes do not read the meaning of another performance with ease send us any message in multiple signal that we have to communicate without exception, but we can not be sure that we interpret that signal very well.

The Artist's Role

He wrote that the performance art does not hold vitality except the short instant that the real body action flows across the temporal and spatial situation, and the transitoriness of time rather gives us beauty. When being asked where the performing's delight is, he said that he feels delight in conceiving the work, and also prefers the sense of emptiness after the work. For he said that he can begin another thing in new mood.

I asked him for the artist's role. He argued that the artist must have a function to raise a problem, not to solve it. Of course, the artist has contain the timely spirit into his work, and solve the problems through self-examination. And he has no answer by nature, can not give any clue, and must not give the final answer. He said that to make someone think is the artist's inevitable role. The social efficiency of art, especially performance art, would be enough even though it functions as only an 'arousing of reality'. The performing would have enough value if it throws a small resonance into the audience's sentiment. The wide-range reproduction of that sentiment is the share of the audience. Thus when the performing is finished, the deep impression remains within the audience's mind, the action disappears without a trace like our life.

He likes to enjoy something to give him a small aesthetic impact in daily life. One time he ordered a cup of coffee by telephone at Prof. Choi Byung-Kil's office located inside the campus. The appearance of a lady to deliver coffees to the campus of a university, which is not a happening of unexpectedness? I hope him to be an artist who always endeavor to reshape himself like a rolling stone without moss in accordance with his hope that does not want to remain as a formalized artist, and also his motto, 'Let's always change. To the positive, better direction'. I hope that he does not forget humor, one of his merits. Like his saying, 'I can traverse the space with even one person. It is my minimum performance', I left Daejeon city, hoping that he can use time and space without any limitation. ♥